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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January 16, 2010

미래 융합과학기술 사회와 인지과학: 융합적 사고를 하는 젊은이들의 특성

미래 융합과학기술 사회와 인지과학: 융합적 사고를 하는 젊은이들의 특성

2008년 5월에 발표된 유럽공동체의 융합과학기술 보고서가 아래 링크 에 있습니다.

CONTECS 
 *유럽공동체가 2008년에 전망하는 융합과학기술의 미래;
(CONverging TEChnologies와 Social sciences &humanities에의 영향과 의의; CONTECS)
http://www.contecs.fraunhofer.de/images/files/contecs_report_agenda.pdf

[이 보고서 목차의 일부분]

Executive Summary ..................................I
Selected Proposals for Science Policy Action ...... VI

3.2 The Role of Cognitive Science .................13
3.3 Interdisciplinarity: The common denominator of CT?...7
3.6 The role of enhancement and other narratives of onvergence ...35
4 Summary and outlook ..............................43

 이 자료 내용 중에서 적어도 처음의 [Executive Summary]와
3.2절 [융합과학기술에서의 인지과학의 역할], 그리고 보고서 끝부분의
[Summary and outlook]은 한번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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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된 이정모의 생각 내용 (다듬어지지 않은 생각들)

미국의 융합과학기술(CT)은
1. human enhancement 가 궁극적인 목표이고
2. 모든 학문/응용 분야가 NT에 기초한다.
는 주장인데 반하여,
 
유럽의 틀은 융합과학기술틀의 기본과 인지과학의 역할은 인정하나,
(2008 보고서 Executive summary 및 3.2.절 3.2 The Role of Cognitive Science. 참조)
미국처럼 융합과학기술의 목표를 개개인의 enhancement에 두기 보다는
다문화, 다국가적 유럽 사회가 지니는 문화적 특성을 고려하여
(미국 융합과학기술 틀과 의도적으로 차별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사회적 협동과, 그에 대응하는 사회적 테크놀로지 개발에 더 중점을 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현재는 미국의 1 번 강조 입장을 당장은 옮겨와야 할 것 같습니다.
신체적 enhancement, 인지적  enhancement 를 강조하는 미국의 입장을 살려서
국내의 기존의 물질 중심의 과학기술 체제와 병행하여,
가정, 학교, 산업체 등에서 시민 개개인의 신체적, 지적 향상이 최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이루어 낼 과학기술의 발전 틀을 추구하여야 하고
(예: 일본의 닌텐도 Wii를 대체할 한국문화 중심의 한국적 Wii를 만든다든지 하는 등)
그러한 연관에서 대학의 기초/응용 탐구 및 학문 지원 미래 지향적 지표와 체제가 갖추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동시에, 한국에서는 현재 각종 사회적 문제들, 예를 들어
- 정치사회적 입장의 대립이나 빈부 격차 및 digital divide로 인한 대립과 분열로 인하여 파생되는 여러 사회적 문제;
- 다문화로 촉발되는 국내적 갈등 및 인접국가와의 갈등 가능성 현상;
- 미래 어느 시점에서 통일이 이루어진다고 볼 때의 남북 사람들 간의 문화적, 경제적, 사고방식적 차이에서 오는 사회불안 등,
- 녹색 환경 조성과 녹색 산업 추구의 국가적 목표 해결 문제
등이 있는데,

예를 들어 녹색환경 관련하여, 자연에 대한 제어와, 자연물 및 자동차 등의 인공물 제작 및 사용에 대한 녹색 하드 테크놀로지적 기술 개발에 못지않게 그러한 인간의 활동과 관련되어서 사람들의 인지적, 인지사회적 생각과 습관적 행동을 바꾸어 놓는 것과 관련된 소프트(응용인지) 기술 개발을 요합니다.
삶의 질 일부를 손해보더라도 그린 환경에 도달하려 노력하게 하는 국민적 인지적 태도 변화를 부드럽게 가져오는 전략, 또 자동차, 오염물질 발생 등의 사용 습관을 변화시키려는 사람들의 태도의 변화 등이 모두 응용인지과학 관련 소프트 사회적 기술입니다.

이러한 사회기술Social technologies의 개발과 연결 없이는 녹색환경 추구의 국가 정책도 상당히는 실패하게 마련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러한 사회적 (광우병 소동에서 드러난 현상 등의 대처방안과 같이. 사람들의 인지적 생각, 태도 형성과 변화 등) 소프트 측면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응용처방을 내어 놓는 국가적 연구원이 필요하고

대학은 국가의 시도에 앞서서 이러한 분야의 융합적 연구의 학문적 기초를 쌓아야 하고,
처방이나 해결책을 학술적으로 제시할 공적인 의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 연구자는 이것을 이루어 내기 힘듭니다. 신문 칼럼니스트들의 직관적인 커멘트 수준이라면 몰라도).
국가연구 지원기관은 이러한 소프트 테크놀로지 개발, 조성을 지원하여야 하리라 봅니다.

이러한 연관에서 한국은, 미국의 입장 도입에 추가하여. 유럽공동체가 미래 융합과학기술의 목표를 사회테크놀로지 개발에 두어 강조하는 입장도 도입하여 미국과 유럽의 틀이 융합된 관련 사회기술을 국가적으로(대학들도 이에 비중을 두어) 개발하는 방향으로 융합과학기술 틀을 형성하여야 하리라 봅니다. 국가기관이 형성이 안된다면 적어도 주요 대학의 사회과학 연구소가 이런 주제를 탐구할 수 있도록 (과거의 어떤 정치학 분야 연구소의 직관적 분석이 아니라 경험과학적 분석과 예측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인지과학 내에서 개인 및 집단의 사고 특성의 형성과 변화, 조성을 다루는 인지심리학, 인지사회심리학의 ‘(social) cognition의 dynamics’ 현상의 탐구하는 분야가 사회과학, 공학과 연결되고, 국가의 사회 정책에 반영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의 융합과학기술 틀이 자연과학적, 공학적 연구 지원에 멈추지 않고 사회과학적 연결을 해내어 Korean Social Technologies라는 영역, 브랜드를 개척할 때에야 한국적 융합과학기술이 독자적 다이나믹을 가지고 계속 evolve 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또한 그렇게 되어야 현안의 여러 국내 사회적 문제들의 해결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래에 새로 창발될 새로운 영역, 새로운 학문 분야, 기존 영역 간의 새로운 창의적 연결을 생각하여 내고 또 그것에 쉽게 부응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 육성되도록
대학의 체제, 국가과학기술 추진 체제가 정립되어야 하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0년과 그 후에 살아 갈 젊은이들을 생각한다면
미래에 살아가야할 젊은이들의 장래를 과거의 지식에 바탕을 두고 생각하는
(다소 지식에서 뒤쳐진) 일반인들이(대부분의 대학 지원 고교생의 학부모 및 일부 고교 교사 포함) 중요시하는 것을 중심으로
학과전공 선택이나, 대학 체제 변화나 국가 과학기술 추진 체제가 수립, 운영되어서는 곤란하다고 봅니다.
그것을 넘어선 영역들의 연결, 수렴, 융합이, 10여년 후의 미래 대학, 사회, 인류를 내다보고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인지과학과 인문학, 사회과학, 공학의 연결 측면의 필요성을 예를 들어 생각한다면

컴퓨터의 마우스 대신, 미래에는 사람의 몸짓 제스쳐가 마우스의 역할을 대신할 것으로 도입될 모양인데, 그 시점에서는 마우스-컴퓨터의 HUMAN INTERACTION의 공학적 주제는 거의 사라지고,

마우스 같은 물질적 artifacts가 아닌, 인간 자신이 interface 역할을 하는 그 시점에서의
interface가, 물질이 아닌, 인간의 bodily movement + cognitive representation의
구조로 인터페이스 기술 탐구의 초점이 옮겨갈 시점에서,

그 미래에는 마우스의 공학적, 인터페이스적 연구보다는
인간 몸의 제스쳐의 스크립트적 의미구조의 탐구와 그에 공학적(소프트웨어적) 연결을 하는 과제기 중요한 문제가 될 것 같고,
이것은  인문학, 사회과학, 인지과학의 수렴적, 융합적 탐구의 결과가 공학 테크놀로지와 연결되어야 비로소 발전 가능한 주제인 것 같습니다

과거의 지식에 기초하여 이미 아는 바 중심으로, 그리고 안전한 선택 위주로 생각하기에
미래 테크놀로지의 추세를 가늠함에 있어서 다소 뒤쳐진 일반인(학부모, 고교 교사)들이
미쳐 생각하지 못한 분야를
치고나가는 젊은이들이 미래에 각광을 받는, 소위 잘 나가는 분야 전문가가 되리라 봅니다.

예전의 지식 기반, 안전 선택 위주인 일부 부모나 고교교사에 의존하는 고교생이나,
또는 이러한 일반대중이 현재 순위를 높게 생각하는 그러한 직업, 직종 중심으로
대졸 후의 직업과 진로를 선택하여 자신의 미래 삶을 결정하는 대학생들의 10년후, 20년 후의 삶을 생각하여 보면 조금 답답하여지기도 합니다.

A new Renaissance of human society; a creative convergence of science and humanity
가 화두가 되는 그 미래에 맞게 생각하고 살아 나갈
future relevnat 젊은이들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Friday, January 15, 2010

번역서 소개: '우연한 마음' ;/ 데이비드 J. 린든 글 | 김한영 옮김


 
우연한 마음
데이비드 J. 린든 글 | 김한영 옮김
크기: 272쪽, 177x202mm
값 17,000원  시스테마의 비선형 책들 ·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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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왜 지금처럼 생각하고, 믿고, 행동하는지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유쾌한 뇌과학 입문서
 
최근 뇌과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일반인을 위한 책이 많이 나왔다. 조제프 르두의 『시
냅스와 자아』 같은 책은 과학적으로 중요한 이론을 설명하고 있으나 생물학이나 심리학을
전공한 독자가 아니라면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
자』나 V. S. 라마찬드란의 『뇌 속의 유령』은 뇌신경학 사례들을 기반으로 재미있게 이야기
하지만, 뇌 기능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제공하지는 않으며 분자와 세포 수준의 설명은 완
전히 배제하고 있다. 한편, 뇌세포와 분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은 너무 지루해 독자들
이 첫 장을 넘기기도 전에 몸과 머리가 따로 노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우연한 마음』은 뇌신경과학의 생화학적, 심리학적 기초는 물론 최신 연구 성과와 이론
들까지 충실하게 담고 있다. 그러나 저자가 계속 지적 농담으로 뇌의 긴장을 풀어주기 때
문에 유쾌한 기분으로 읽어나갈 수 있다. 학생들이 간간이 웃음을 터뜨리면서 수업에 귀 기
울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저자의 유명한 존스 홉킨스 대학 의과대학 뇌과학 과목 강의가
눈에 선하다. 예를 들면, "촉각의 형태를 지각하기 위해서는 미세한 구별 능력이 요구되는
데 피부에 미세한 구별에 필요한 신경말단이 있다. 이런 신경말단은 손가락, 입술, 혀에는
풍부하지만 음경에는 전혀 없어서 성기는 미세 감각은 쉽게 감지하지만 형태 지각은 못 한
다. 여러분은 이것을 고대 자연철학의 정신에 따라 집에서 직접 실험해볼 수 있다."


진화의 실패작, 그러나 경이로운 인간의 뇌
 
저자가 이 책에서 가장 힘주어 주장하는 바는, 우리의 뇌는 '가장 큰 슈퍼컴퓨터보다 효율
적인 1.36킬로그램의 조직'이 아니라 진화적으로 여러 덩어리가 모여 엉성하게 이루어진
비효율적인 덩어리라는 것이다. 첫째, 인간의 뇌는 진화할 때 (원래 진화 과정이 그렇듯이)
기초부터 새롭게 설계되지 않고 기존의 것은 그대로 두고 그 위에 새로운 뇌가 아이스크림
콘처럼 한 국자씩 더해졌고 둘째, 뇌의 조절 체계의 스위치를 끄는 능력에 큰 한계가 있으
며 셋째, 뇌의 기초 처리 장치인 뉴런은 느리고 믿을 수 없으며 신호 범위가 매우 제한되어
있다. 그리고 인간 경험의 모든 양상, 즉 사랑, 기억, 꿈, 종교적 경향까지도 궁극적으로 진
화가 빚어낸 이러한 비효율적이고 기이한 뇌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한 예로, 뇌는 연산 처리를 위한 배선이 대단히 많아지면서 필요 이상으로 커져야 했다.
그러나 산도를 빠져나오기 위해 태아는 미성숙한 뇌를 가지고 태어날 수밖에 없었고, 그결과 인간은 부모의 양육이 필요한 유년기가 길어졌다. 여기서 배란일 외에도 섹스를 하며장기적인 결속 관계를 갖는 인간의 독특한 짝짓기 방법이 생겨나게 되었다. 또, 500조 개나되는 뉴런의 배선도를 유전체 안에 전부 저장할 수 없어 탄생 후 경험에 의존해 뇌의 미세한 배선이 이루어지는 뇌 가소성이 진화했다. 뇌 가소성에 의해 새로운 정보는 계속 과거의 사건들과 통합되어 쓸모 있는 기억이 되는데 이 통합 과정은 감각 자극이 없는 수면 중에 가장 잘 이루어진다. 이때 일어나는 기괴하고 비논리적인 이야기가 꿈이다.

왜 우리는 스스로 간질일 수 없나, 왜 모든 문화권에서 매운 것은 뜨거운 감감과, 박하는 차가운 감각과 연관지어질까, 왜 인간은 종교적 성향이 있나, 왜 자고 나면 문제를 더확실히 이해하게 될까, 왜 우리의 좌뇌는 줄기찬 서사 창조의 충동을 가지게 되었나 등 여러 가지 의문들에 대해 뇌과학에 기초한 답을 준다.

『우연한 마음』은 뇌과학의 기본을 생화학에서 심리학까지 두루 요점적으로 설명해주는 최
선의 뇌과학 입문서로서, 뇌과학에 대한 전반적인 그림을 머릿속에 확실하게 그려준다.
 
● 지은이 _ 데이비드 J. 린든
데이비드 린든은 미국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 교수로 뇌세포와 기억에 대한 연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이다. 《저널 오브 뉴로피지올로지》 편집장을 맡고 있고 뇌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라디오 프로나 대학에서 강연도 하고 있다. 『우연한 마음』은 2007년 《뉴스위크》에 특집기사로 소개될 정도로 사회의 관심을 끌었고, 현재 미국의 많은 대학에서 신입생 필독서로 선정되어 있다.이 책으로 린든 교수는 2008년 미국 독립출판협회 과학 부문에서 은상을 받았다.
 
● 옮긴이 _ 김한영
연세대 화학과를 졸업한 후 대덕연구단지 내 LG연구소에서 근무했으며, 숙명여대 TESOL 과정 수료 후 영어강사로 일하기도 했다. 현재는 ‘뇌’ 라는 키워드를 가운데 두고 영역을 넓히며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의식의 탐구』,『꿈꾸는 기계의 진화』,『기적을 부르는 뇌』,『미러링 피플』,『세계의 과학자 12인, 과학과 세상을 말하다』,『창의성: 문제 해결, 과학, 발명, 예술에서의 혁신』,『뇌 과학의 함정』 등을 번역했다.
 
● 차례
0장_프롤로그 - 뇌를 설명하다 / 1장_엉성한 뇌 설계 / 2장_과거의 부품으로 만든 뇌 / 3장_조
립된 뇌 / 4장_감각과 감정 / 5장_학습, 기억 그리고 개성 / 6장_사랑과 성 / 7장_수면과 꿈
/ 8장_종교적 충동 / 9장_지적이지 않은 설계 / 10장_에필로그 - 중간 토막 / 더 읽을거리 /
감사의 말 / 옮긴이의 말 / 찾아보기
 
● 책 속으로
많은 철학자와 과학자들은 지각이 완전히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 지각
과 감정은 종종 떼려야 뗄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뇌에는 '순수한 지각'이란 거의
없다. 우리가 무엇을 의식할 때에는 벌써 감정이 스며든 후다. _ 본문 100~101쪽
 
이것은 "인생이 레몬을 주면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라는 속담의 결정적인 예다. 우리 의식과
개성의 토대인 기억은 진화 초기의 제약 조건들에 대한 차선의 해결책으로 나온 우연한 산물에
불과하다. _ 본문 143쪽
 
코미디언 마거릿 조는 이렇게 말한다. "일부일처제는 정말 이상해요… 그러니까 … 상대의 이
름 같은 것을 안다는 게 말이죠!" 이 말에 사람들은 코미디 클럽이 떠나가라고 박장대소하지만,
사실 동물의 세계에서는 그런 생각이 주류를 이룬다. _ 본문 145쪽
 
꿈에서 당신이 담배를 보는지 어머니를 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꿈 덕분에 우리
가 깨어 있을 때의 정상 법칙들이 적용되지 않는 세계, 인과성과 논리적 사고 그리고 핵심적인
인지 도식들이 기괴하고 비논리적인 이야기 앞에서 눈 녹듯 사라져버리는 그런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_ 본문 213쪽
 
우리의 뇌는 안구로부터 들어오는 시각적 원재료인 '흔들리는 영화'를 다운받아, 단속 운동들
을 삭제하고, 단속 운동이 끝난 과거 시점으로 소급하여 시각적 장면의 틈새들을 메운다. 우리
는 그것을 연속적으로 흐르는 것으로 느끼지만, 사실은 하나의 일관된 감각적 줄거리를 창조하
기 위해 우리의 뇌가 적극적으로 구성해낸 이야기이다. _ 본문 218쪽
 
시스테마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 1가 305-2 전화 02)790-4150 팩스 02)790-4151 systema.marubol.co.kr

Thursday, January 14, 2010

번역서 소개: 감정의 분자 (원제 / Molecules of Emotion): 저자: 캔더스 B.퍼트 / 역자: 김미선

도서명: 감정의 분자 (원제 / Molecules of Emotion)
- 비선형과학도서 시리즈 004 -
저자: 캔더스 B.퍼트
역자: 김미선
펴낸 곳 / 시스테마
분야 / 교양과학
가격 / 19,000원
판형 / 140x208mm, 480쪽
 
 
차례


감사의 말 / 추천사 / 1_ 수용체 혁명: 들어가는 강연 / 2_ 아편제 수용체와의 로맨스 / 3_ 펩타이드 시대: 계속되는 강연 / 4_ 뇌와 야망 / 5_ 궁전에서의 생활 / 6_ 규칙을 깨고 / 7_ 감정의 생화
학물질 : 이어지는 강연 / 8_ 전환점 / 9_ 정신신체 네트워크 : 맺는 강연 / 10_ 새로운 패러다임의 자식 / 11_ 경계를 뛰어넘어 하나로 / 12_ 느낌의 치유 / 13_ 진실 / 14_ 에필로그 – 펩타이드T,
이야기는 계속된다 / 부록 / 용어 편 / 권장 도서 / 옮긴이의 글/ 찾아보기



책 속으로


매 순간, 당신의 몸 안에서는 다량의 정보 교환이 일어나고 있다. 이 전령 체계는 각각이 특유의 음조를 가지고 자신만의 선율을 읊조리면서 올라갔다 내려갔다 모였다 흩어졌다 한다. 이 소리들의 합이 감정이다. _ 325쪽

면역세포의 어떤 수용체도 뇌 세포에서 찾을 수 있다. 분자 수준에서는 마음과 몸 간에 아무런 구분이 없다. _ 122쪽

순수과학! 내가 실험실로 뛰어든 것은 그것을 위해서 였다. 그러나 그 길을 따가가는 동안 나에게는 변화가 일어났다. 내가 했던 연구는 나를 깊이 변형시켰고, 건강한 삶이 어떤 것인지 전에는 가질 수 없었던 관점에서 보게 해 주었다. ..새로운 이해를 기반으로 하는 이러한 시각은 우리 모두가 더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도록 돕는다. 왜냐하면 그 시각은 몸과 마음이 별개가 아니라 사실은 감정의 분자들로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체계임을 인정하기 때문이
다. _ 3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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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 면역계는 감정의 분자로 통합된 하나의 정보네트워크,

정신신경면역학이란


그동안 과학자들은, 면역계는 우리 몸에서 방어 역할만 한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캔더스 퍼트의 선구적 연구를 시작으로, 면역계와 뇌신경계가 하나의 통합된 정보 네트워크를 이룬다는 연구결과들이 꾸준히 발표되고, 마침내 뇌신경계와 면역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는 정신신경면역학 PNI가 태동하였다.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펩타이드를 받아들이는 수용체는 뇌세포에만 있는 게 아니라 면역계와 온 몸의 장기에도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면역계는 뇌와 똑같은 펩타이드들을 만들어내고, 뇌는 이를 받아들인다. 면역체계는 다양한 펩타이드를 통해 뇌와 신체 내 거의 모든 장기 체계들과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 것이다.
면역학자 에드윈 블레일록은 나아가서, 면역체계가 오감에 더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침입에 대한 여섯번째 감각을 제공한다고 제안한다. 그렇게 하여 뇌는 자신이 바이러스에 침범 당했음을 알게 된다. 뇌는, 면역체계가 내놓은 화학적 메시지를 인식하면 몸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호르몬 반응과 생리적 변화를 지휘한다.


뇌와 몸은 감정의 분자를 통해 의사소통한다


뇌의 변연계는 감정과 연관된 자리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감정은 머리에서 기원하여 몸으로 흘러내리는가? 아니면 몸에서 기원하여 머리에서 감지되는가? 심리학자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감정은 몸에서 기원하는 본능적인 것이지 정신에서 기원하는 것이 아니며, 감정 표현을 위한 뇌 중추 같은 것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우리의 몸이 사건을 지각하고 느끼며, 그 지각이 우리의 기억과 상상을 뒤흔든 후 비로소 그 신체 감각에 감정의 꼬리표가 붙는다. 세상에 감정 같은 것은 없다. 지각과 신체적 반응만 있을 뿐이다. 감정은 몸, 근육과 내장에서의 유기적 변화로 구성된다. 감정은 직접적으로 일어나는 1차적 느낌이 아니라 신체 작용에 의해 간접적으로 일어나는 2차적 느낌이다.


리건드와 수용체


캔더스 퍼트는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에서 박사학위 논문 연구로, 또 1975년에서 1987년 까지 NIH의 종신연구자로서 연구팀을 이끌면서 발견한 복잡한 생화학적 내용들을 쉽게 설명한다. 우리의 온 몸 세포 표면에는 수용체라고 하는 분자가 있어 몸 전체를 돌아 다니는 리건드라고 하는 화학적 정보를 감지하고 수집한다. 리건드는 일종의 '정보분자' 혹은 '정보물질'로, 뇌신경전달물질, 호르몬, 그리고 펩타이드가 여기에 속한다. 전통적으로 우리 몸의 각 장기 시스템들은 별개로 작동하는 것으로 여겨졌으나, 최근에 와서 펩타이드를 통해 서로 커뮤니케이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도파민, 히스타민, GABA와 같은 전형적인 신경전달물질은 사실 뇌신경계의 소통에 아주 적은 부부만을 차지한다. 감정과 다른 정보를 담은 펩타이드가 리건드의 95%를 차지한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펩타이드 대부분이 소화계와, 면역계에서도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뇌와 몸에서 분비되는 펩타이드의 총합이 우리의 감정을 이루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우리의 기분과 행동은 이들 펩타이드에 의해 중재되며, 펩타이드들은 우리 몸의 기관과 체계들을 단일한 거미줄로 엮어서 내외적 환경 변화에 정교하게 반응하게 해준다.


한 편의 메디컬 스릴러와 같은 재미


대학 생물학을 수강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뇌신경계와 면역계를 다루는 챕터들이 가장 어려웠음을 기억할 것이다. 퍼트는 복잡하고 어려운 뇌신경과학을 자신의 개인적 과학자로서의 삶, 경험과 잘 짜넣어 흥미진진한 한 편의 추리소설처럼 썼다. 독자들은 그녀의 문학적 재능 덕택에 지루하지 않게 이 책을 읽으면서 복잡한 뇌와 면역계의 큰 그림을 머리 속에 그릴 수 있다.
퍼트는 또한 과학 영역을 넘어 과학 연구의 실제 세계에서 안에서 돌아가는 일들을 보여준다. 최고 과학자들 간의 연구비, 명예, 권력을 둘러싸고 뒤에서 치열하게 벌어지는 일을 파격적으로 솔직하게 쓰고 있다. 현대 과학에서 연구와 발견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과학계가 다른 사회와 마찬가지로 얼마나 관료적인지 궁금하다면 그녀만큼 정확하게 쓴 책은 없다. 저자 자신이 그런 과학계 한가운데서 수십년간 온 몸으로 그것을 겪었기 때문이다.


여성 과학도들에게 일독을 권하는 책


이 책은 퍼트가 세 아이를 낳아 기르는 엄마이며 여성 과학자로서, 알파수컷들의 세계인 과학계의 최첨단 연구 분야에서 실패하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또 승승장구했던 자전적 이야기이도 하다. 따라서 특히 과학자의 길을 가는 여성 과학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그녀는 20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하고 1회 이상 인용되는 등 이 분야 최고의 과학 실적을 쌓았으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예비 노벨상이라 불리는 래스커상에서 제외당하였다. 이에 공개적으로 이의 표현하여, 과학계에서 기피 인물로 꼽히고, 논란이 되는 등 수난을 겪게 된다. 퍼트는 결국 과학계 최고의 대우인 NIH 종신재직권을 버리고, 현재 기업체로 가, 자신이 발견한 최초의 에이즈 치료제 펩타이드T 개발의 상용화 연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과학의 최정상에 오른 생의학자로서 심신의학 수용


이 책은 거의 2부로 되어 있다. 1부는 과학을 기술하고, 2부는 과학의 최정상에 있는 과학자로서,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금기시하는 심신의학을 포용하게 되는, 자기 발견의 개인적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신경계, 면역계, 내분비계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상호작용하고 소통한다는 것은, 인체가 단지 시냅스 사이 전기 펄스에 의해 근육이 반응하는 식의 기계가 아니라는 뜻이다. 나아가서 우리 몸의 모든 시스템을 조절하고 행동을 창조하는 지능이 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온 몸의 세포에 정보의 형태로 존재함을 의미한다. 몸과 마음을 통합된 하나, 몸맘 mind-body 시스템으로 보아야 한다는 심신의학, 대체의학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퍼트가 자신의 과학적 발견으로부터 이러한 동양적 전통을 수용하게 되는 것은 과학자로서 그녀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결론임을 우리는 수긍할 수 있다. 이 책이 진보적인 과학자와 의사들, 그리고 전일의학 연구자들 사이에서 널리 읽히는 이유도 이것이다.


지은이 _ 캔더스 B. 퍼트
아편제 수용체 발견으로 수용체 기반 약물이라는 새로운 약학 분야를 열었고, 새로운 에이즈 치료제인 펩타이드T를 개발하였으며, 최신 연구 분야인 정신신경면역학 PNI을 태동시킨 한 사람이다. 미국 국립보건원 생화학 및 약학과 선임연구원으로 있을 당시 200여 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고, 이 논문들은 1,000회 이상 인용되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예비 노벨상이라 불리는 래스커상에서 제외당하기도 하였다. 뇌와 몸이 분리되지 않은 하나의 네트워크라는 자신의 연구 결과에 따라 심신의학을 수용하였고, 2006년까지 조지타운 대학교 의과대학 연구 교수를 지냈다. 최근에는 대체의학을 과학의 전후관계로 풀어내는 대중 강연을 펼치는 한편, 펩타이드 제약회사의 책임연구자로 에이즈 치료약 개발에 힘쓰고 있다.


옮긴이 _ 김미선

연세대 화학과를 졸업한 후 대덕연구단지 내 LG연구소에서 근무했으며, 숙명여대 TESOL 과정 수료 후 영어강사로 일하기도 했다. 현재는‘ 뇌’라 는 키워드를 가운데 두고 영역을 넓히며 전문번
역가로 활동하고 있다.『의식의 탐구』,『꿈꾸는 기계의 진화』,『기적을 부르는 뇌』,『미러링 피플』,『세계의 과학자 12인, 과학과 세상을 말하다』,『창의성: 문제 해결, 과학, 발명, 예술에서의 혁신』,『뇌 과학의 함정』 등을 번역했다.


*시스테마는 도서출판 마루벌의 자회사로, 21세기 과학의 새로운 개념과 지적 담론을 소개하는 교양 과학서 전문 출판사입니다.

Tuesday, January 12, 2010

번역서 소개: 바렐라 (지음) ; 윤리적 노하우; (Ethical Know-How)

도서명:  윤리적 노하우; Ethical Know-How

∙지은이 : 프란시스코 J. 바렐라
∙옮긴이 : 유권종․박충식
∙쪽수 : 192쪽
∙정가 : 11,000원
∙판형 : 변형신국판(145×215)
∙도서상태 : 초판 / 무선철
∙출판일 : 2009년 12월 22일
∙출판사 : 도서출판 갈무리
∙ISBN : 978-89-6195-022-0 04300
978-89-6195-003-9(세트)

∙도서분류 : 1.사회과학 2.윤리학 3.생물학 4.동양철학 5.심리학 6.언어학 7.인문학


나는 윤리적 노하우가 무엇이며 그것은 어떻게 얻어질 수 있는 가에 대한 나의 주된 관심사를 조명하기 위하여 마음의 과학과 전통적 지혜의 가르침에서 나온 주제를 함께 엮으려고 노력하였다. 나의 논의는 비의도적 행동으로 이해되는 지혜로의 복귀에 대한 기원이다. 삶에 대한 숙련된 접근은 순간순간 우리 자아의 가상적 본성을 자각하는 변화의 실천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접근이 완전히 펼쳐질 때 개방성은 참된 돌봄으로 만개한다. 이것은 우리가 당면한 어려운 시대를 위한, 그리고 앞으로 겪게 될 더욱 어려운 시대를 위한 급진적 사상이자 강력한 처방이다.

- 프란시스코 바렐라

바렐라의 연구, 특히 이 책 󰡔윤리적 노하우󰡕는 교육과 복잡계 분야의 연구자들에게 영속적이고도 통찰력 있는 전망을 제공한다.
- 복잡계와 교육 세계학회

1. 󰡔윤리적 노하우󰡕 의 의의와 특징

과학이 경험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이 책은 현대 신경생물학과 인지과학이 당면한 가장 도전적인 두 가지 문제를 다룬다. 첫째, 의식적인 판단의 공식적인 행동이 아니라 체계적인 자기조직화의 습관적인 맥락의 일부이자 신경학적이고 인지적인 과정의 결과로서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습관적 행위에 대한 이해와, 둘째, 초월적 자아, 안정된 주체 또는 영혼과 같은 것이 없다는 현재의 자각에 적합한 윤리학을 정립하는 것이다.

인지과학의 초창기에 인지는 지식표상과 추상적 추론의 모델에 따라 개념화되었다. 윤리학의 영역에서는, 윤리적인 것을 행하는 것은 곧 추상적인 규칙에 따르는 것과 같다는 철학적 교의에 해당된다. 이러한 계산주의와는 대조적으로 저자는 구성으로서의 인지를 강조한다. 구성은 우리 자신의 감각-운동 능력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는, 체화되고, 일상화된 삶을 살아가는 능력으로서의 인지이다.

바렐라는 윤리적 행위는 판단체계라기 보다는 존재의 투사라고 생각하는 맹자의 실천윤리를 가져온다. 또 불교로부터 그는 “공의 체화”와 “가상자아의 실천”을 가져온다. 단일한 자아나 주체를 가정하지 않는 이러한 신념체계가 “나”의 살아있음을 어떻게 아는가? 저자는 정신적 삶의 실제적인 행위 안에서 우리자신의 “가상적인” 속성을 끊임없이 인식하는 것에 기반한 변형의 실천을, “앎함”(savoir faire)의 윤리학을 제안한다. (아마존 책 소개)

1. 프란시스코 바렐라의 단독 저작 국내에서 최초로 출간되다.

󰡔윤리적 노하우󰡕는 한국에서 최초로 출간되는 프란시스코 바렐라의 단독저작으로 프란시스코 바렐라가 이탈리아 볼료냐 대학에서 행한 세 차례의 강연원고를 엮은 Ethical Know-how : Action, Wisdom and Cognition 영어판을 번역한 것이다. 프란시스코 바렐라는 하바드 대학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스승이자 동료인 움베르또 마뚜라나와 함께 인지과학 분야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오토포이에시스(autopoiesis, 자기생성) 개념을 함께 창안한 것으로 유명하다.

2. 친절한 부록과 역자해제가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이 책에는 󰡔체화된 마음󰡕의 공동저자인 에반 톰슨이 쓴 두 편의 글이 부록으로 실려 있어 한국 독자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프란시스코 바렐라 사상의 전개과정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또한 역자해제는 로크, 흄 등의 경험주의 철학, 훗설과 메를로퐁띠의 현상학, 듀이의 교육철학, 비트겐쉬타인의 언어철학, 루만의 체계이론을 아우르며 서양 철학 전통에서 구성적 인지과학의 전사와 후사를 다루어 인지과학 사상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를 하고 있다.

3. 갈무리 출판사의 세 번째 인지과학 시리즈

이 책은 갈무리 출판사 인지과학 시리즈의 세 번째 도서이다. 갈무리 출판사는 2006년에 마뚜라나와 푀르크젠의 대담집 󰡔있음에서 함으로󰡕, 그리고 2007년에는 마뚜라나와 바렐라가 함께 쓴 인지과학 분야의 고전 󰡔앎의 나무󰡕를 출간하였다.

2. 󰡔윤리적 노하우󰡕 의 내용적 특징

1. 윤리적인 것이란 무엇인가

󰡔윤리적 노하우󰡕는 윤리 혹은 윤리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발본적으로 묻고 있는 저작이다. 바렐라는 인류가 당면한 위기의 시대, 그리고 앞으로 닥쳐올 더욱 심각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윤리적 노하우’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2. 기존의 윤리 개념을 뒤집다: 노하우와 노홧

이 책에서 노하우(Know-How)는 노홧(Know-What)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윤리라는 말에서 보통 우리는 ‘국민윤리’로 대표되는 ‘규칙과 규율의 준수’(노홧)를 떠올린다. 하지만 저자는 윤리란 규칙을 잘 따르는 것이 아니며, 개인의 윤리적 수양 속에서 체화된 판단능력이 곧 지혜이자 윤리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1장)

3. 인지과학이란 무엇인가

인지과학은 인간의 지능에 대한 학문이다. 인지과학은 심리학, 철학, 신경과학, 언어학, 인류학, 전산학, 사회학, 생물학 등 여러 가지 학문분야와 연관되어 있다. 인지과학이라는 말은 크리스토퍼 롱게히긴스가 당시 인공지능 분야의 최신 연구 내용을 담은 '라이트힐 보고서 해설 1973년판'에서 처음 사용하였다. 비슷한 시기에 저널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과 󰡔인지과학 학회󰡕(Cognitive Science Society)가 만들어졌다. 인지과학은 인간의 행동을 시뮬레이션하는 알고리즘을 컴퓨터로 구현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인지심리학과 차이점이 있다. (위키피디아)

4. 계산주의 인지과학을 비판한다

기존의 인지과학은 ‘인공지능’ 연구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두뇌구조, 인지활동을 중앙통제 장치를 가진 컴퓨터에 비유하는 계산주의 인지과학과 달리 발레라와 마뚜라나로 대표되는 구성주의 인지과학은 단순한 행위들의 상황적 체화를 중시한다.

“인공지능의 (그리고 일반적으로 인지과학의) 처음 30년간(1950~1980)의 연구는 전적으로 계산주의자들(computationalists)의 패러다임에 기초하였다. 그것은 현대의 디지털 컴퓨터와 같은 방식으로 지식의 완벽한 표현을 찾으려는 생각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장 평범한 일들조차, 심지어 매우 작은 벌레들이 수행하는 일들조차 계산주의 전략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영역에 속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어느덧 초기의 낙관주의는 사라지고 인공지능의 이름에 걸맞은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단순한 행위들의 상황적 체화(the situated embodiments of simple acts)를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확신이 점점 더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 간단히 말하면 이 세계는 우리에게 주어진 그 어떤 것이 아니고 우리가 움직이고 만지고 숨 쉬고 먹으면서 만들어가고 있는 그 어떤 것이다. 이것이 내가 말하는 “구성으로서의 인지”(cognition as enaction)이다. 왜냐하면 구성이란 실제적인 행함에 의하여 만들어진다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강의:노하우(Know-how)와 노홧(Know-what)󰡕, 29~30쪽)

5. 서구근대문명을 비판한다

저자는 서구근대문명은 근대적 상황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창발할 능력을 잃고 윤리적 초보자의 위치에 떨어졌다고 본다. 그에 반해 동양의 유교, 불교, 도교는 2천 5백년간 윤리적 숙련성/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수행을 해오고 있다. 따라서 동서양을 아우르는 윤리적 참조틀을 마련하자고 주장하며 유교, 불교, 도교의 핵심 개념을 새롭게 해석하여 동서양 철학의 통합을 꾀한다. (2장, 3장)

예1) 도교의 무위 개념에 대한 새로운 해석

노자의 무위에 대한 바렐라의 설명에 따르면, 무위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음이 아니라 충만한 행위 자체이다. 마치 달밤의 달빛처럼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밝히는 행위이다. 그것은 사적 이득 욕구나 외부로부터 강제된 규칙이나 과거적 습관에 구애받지 않는 것이다. 바렐라는 교환도 선물도 아닌 충만한 행위 자체를 윤리적 노하우의 새로운 양식으로 제시한다.

예2) 유교에서 군자와 향원의 대비

“맹자에게 있어서, ……진실로 덕이 있는 사람들에게 즉각적이고 자발적인 도덕적 행위로 이어지는 도덕적 판단이란 상황에 대한 참된 기술과 구별되지 않는다. 이러한 접근은 맹자로 하여금 덕이 있는 듯이 보이는 행동들(향원)로부터 진실로 덕이 있는 행동들(군자)을 구별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두 번째 강의:윤리적 숙련에 관하여󰡕, 57쪽)

예3) 불교의 공(空)과 보리심, 자비에 대한 새로운 해석

“시각장애인이 바라보는 풍경, 공중에 피어난 꽃 등. 개념적인 마음이 이를 잡으려 하면 그 마음은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고, 그래서 그 마음은 비어있음을 경험한다. 이것은 직접적으로 알게 될 수 있다. 아니 직접적으로만 알게 될 수 있다. 그것은 불성, 무심, 최상의 마음, 절대적 보리심(bodhiciita), 지혜의 마음, 최고의 선, 위대한 완전, 마음으로 지어낼 수 없는 것, 자연스러움 등으로 불린다. ……자비는 무조건적이고 두려움이 없으며, “가차 없는/무자비한”(ruthless) 자발적 연민이다.” (󰡔세 번째 강의:비어있음의 체화」, 105~106쪽)

6. 전통적 재현주의 철학을 비판한다

저자는 의식에서 독립된 객관적 실재가 의식 속으로 재현되는 것이 인지라는 관점은 잘못이라고 말한다. 인지는 행동들의 교차 속에서 창발되어 나오는 새로운 세계의 상이다. 바렐라는 주체와 객체의 구분이 존재하지 않는 ‘삶앎’(savoir faire)을 제시한다.

7. 윤리적 트레이닝이란 곧 동양의 수행을 일컫는다: 지(知), 사(思), 추(推)

지적 주의력(知,intelligent awareness), 주의(思,attention), 그리고 확장(推,extension)이 윤리적 트레이닝의 세 가지 단계이다. 확장이란 “누구나 손쉽게 다룰 수 있는 상황으로부터 기술을 익히기 시작해서, 적용되는 영역을 넓혀가는 방식으로 그 기술을 보다 더 복잡한 상황으로 확장”해 가는 과정이다. 사람은 “지적 주의력(知)를 발휘해야만 하는 일에 대하여 주의할 수 있으며 또 그렇게 하려고 한다”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마음(the mind)의 독특한 능력이 곧 주의(思)이다. …… 구체적인 대상에 주의를 집중하는 자연스러운 능력”을 말한다. “요약하자면, 이에 따라 우리는 지적 주의력(知), 주의(思), 및 확장(推)의 상호작용이 비록 평범한 사람이더라도 진정으로 덕을 지닌 사람이 되는 방법이라는 사실과 진실로 윤리적인 행위는 “향원”의 행위와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하게 된다.“ (「두 번째 강의:윤리적 숙련에 관하여」, 60~61쪽)

3. 역자의 책 소개

윤리적 노하우: 윤리적 행위의 본질에 관한 인지과학적 성찰

이 책은 프란시스코 바렐라가 이탈리아 볼료냐 대학에서 행한 세 차례의 강연원고를 엮은 Ethical Know-how : Action, Wisdom and Cognition 영어판을 번역한 것이다. 움베르또 마뚜라나와 함께 인지생물학 분야의 대가로서 많은 연구와 저술을 하였던 그의 사상적 도전과 실험의 정신은 현대 학계에 진정한 학문활동의 본보기로서 길이 기억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인지생물학과 불교, 유교, 도가의 만남 : 윤리적 숙련이란 '무아의 경지'와도 같다.

새로운 윤리학적 논의의 방향을 과감하게 제시하고 있는 이 강연집에서 그는 자신의 인지생물학 연구를 서구의 전통 철학, 현대 철학 그리고 심리학, 교육학 등과 대비하였을 뿐 아니라, 동양의 불교, 유교, 도가 등의 고전적인 가르침들과의 근본적인 연관을 확고하게 지어주고 있다. 그로써 윤리적 행위의 본질에 관한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열어주고 있는 그의 강연 내용은 우리의 경의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 강연집에서 다루어진 주제는 ‘노하우(Know-How)와 노홧(Know-What)’, ‘윤리적 숙련에 대하여’, ‘비어있음의 체화’이다. 이 주제들은 기존의 서구 윤리학계 내지 한국의 현대 윤리학계에서 윤리학적 논의의 초점으로 맞추어왔던 이성적 사유와 판단, 그리고 규범의 의식적 적용이라는 틀의 근본을 해체하면서 그것보다 더 근원적인 차원을 열어 보여주고 있다. 그 근원적 차원이란 윤리적 앎은 노홧보다도 노하우가 더 비중이 크다는 점, 일상적 행위를 통해서 자아의 틀 속에 정착된 무의식적 행동패턴이 곧 숙달된 윤리적 행위의 본질이라는 점, 윤리학적 논의의 궁극점은 한 개인이 무아의 경지 즉 ‘비어있음’[空]을 체화하는 경지에까지 도달해야 한다는 점 등이며, 그것이 그가 강연한 내용의 요지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외에도 그는 인간의 내면의 의식․무의식의 세계에서 우리를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요소들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이끌기 위한 여러 가지 흥미로운 실험 사례와 그에 대한 새로운 철학적 성찰을 엮어내고 있다.

인지과학이 윤리학에 던지는 충격과 자극의 성질을 느껴보자.

그러므로 이 책은 비록 세 가지 주제의 간단한 분량의 강연집이라 하더라도 인지과학이 오늘날 철학 윤리학의 영역에 던져주는 충격과 자극의 성질 또는 그 의미를 음미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동시에 새로운 지적 영역에 대한 탐구의 시야를 넓혀주는 것으로서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아울러 그의 사상을 이해하기 쉽도록 그와 함께 활동한 에반 톰슨의 ‘생명과 마음:오토포이에시스로부터 신경현상학까지-프란시스코 바렐라에게 바치는 헌사’를 권말에 실었다. (작성자: 유권종)

4. 저․역자 소개

프란시스코 J. 바렐라 (Francisco J. Varela : 1946 ~ 2001)

프란시스코 바렐라는 1946년 칠레의 산티아고에서 태어났다. 바렐라는 그의 스승 움베르또 마뚜라나처럼 칠레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다가 생물학을 공부하고 하바드 대학에서 생물학 박사학위를 취득한다. 고양이 시각뇌로 노벨상을 수상한 위젤(Torsten Wiesel)의 지도 아래 「곤충의 망막: 복합 눈의 정보처리」라는 제목의 논문을 썼다. 1973년 피노체트의 군사 쿠데타 이후 바렐라와 그의 가족은 7년 동안의 망명생활을 하였고, 칠레로 돌아온 바렐라는 생물학과 교수가 되었다. 1970년대에 티벳 불교도가 되었고 처음에는 샴발라 훈련의 창시자인 초그얌 트룽파 린포체(Chögyam Trungpa Rinpoche)와, 이후에는 고등 탄트라의 네팔 명상 마스터인 툴쿠 위르겐 린포체(Tulku Urgyen Rinpoche)와 연구하였다. 1986년 프랑스에 정착하여 에콜 폴리텍에서 인지과학과 인식론을, 파리대학에서 신경과학을 가르쳤다. 1988년부터 사망하기 전까지 CNRS(Centre National de Recherche Scientifique)의 연구그룹을 지휘하였다. 2001년 간이식이 원인이 되어 C형 간염으로 파리에서 사망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오토포이에시스와 인지󰡕(Autopoiesis and Cognition, 1980), 󰡔앎의 나무󰡕(The Tree of Knowledge, 1987), 󰡔체화된 마음󰡕(The Embodied Mind: Cognitive Science and Human Experience, 199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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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종 (Yoo Kwon Jong, 1959~ )

1959년 충북 괴산 출생.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였고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철학 분야 연구로 문학석사 철학박사를 취득하였다. 1995년부터 중앙대학교 문과대학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박충식 (Park Choong-Shik, 1962~ )

1962년 대구 출생. 한양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였고 연세대학교 대학원 전자공학과에서 인공지능 분야의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부터 현재까지 영동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5. 갈무리 인지과학 시리즈 ; [Varela의 다른책 한국어 번역 목록]

1. 있음에서 함으로(서창현 옮김, 갈무리, 2006)
인지생물학의 거장 움베르또 마뚜라나가 선언한 인지 패러다임의 새로운 전환에 대한 밀도 있는 대담! 이 책은 우리의 인지력의 한계를 탐구하고, 지각에서의 진리, 사랑의 생물학에 대해 토론하며, 현실적이고 상상력이 가득 찬 풍부한 일화를 들어가면서 체계론적 사고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를 하고 있다.

2. 앎의 나무(움베르또 마뚜라나․프란시스코 바렐라 지음, 최호영 옮김, 갈무리, 2007)
생물학에서 과학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마뚜라나와 바렐라는 이 책에서 삶과 앎의 근본과정에 관한 자신들의 체계관(Systembild)을 처음으로 일반인도 알기 쉽게 선보이고 있다. “함이 곧 앎이며 앎이 곧 함이다.” 불가의 화두처럼 들리는 이 문장은 인식자의 ‘주체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환경이 개체의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던 전통 다윈 생물학을 뒤엎는 혁명적 발상으로 꼽힌다.

6. 저자 서문

원래 이 강의의 초청은 명백히―그리고 처음에는 놀라운― 윤리학적 사상의 영역으로 향한 모험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사상의 넓은 스펙트럼과 오랫동안 추구해왔던 개인적 탐구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서 이번 강의는 내게 거부하기에는 너무 큰 유혹이었다.

독자에게 미리 말하거니와, 나는 내가 최근에 마무리한 󰡔체화된 마음󰡕(The Embodied Mind, MIT Press, 1991)처럼 내가 믿는 한 현대 철학적 생태학으로써 가장 성과가 풍부한 방식으로 이 주제를 다룰 것이다. 한편으로는 철학적 성찰에 필수적인 준거점을 과학적 작업으로부터 끌어내고, 또 한편으로는 철학적 지평을 넓혀 비서구적 전통을 포함한다. 그럼에도 윤리학은 나에게 새로운 영역이고, 여기서 이야기해야 하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모험심의 소산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윤리학은 내가 탐구하고 싶었던 영역이다. 왜냐하면 내가 제안하려는 것과 같이 도덕과는 무관한 (학문적) 틀에서 윤리학을 바라보는 것은 우리의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세상을 위하여 중요하다고 강하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이번 이탈리아 강의를 가능하게 한 폰다지오네 시그마 타우와 라테르자(Fondazione Sigma Tau and Edizione)에게 감사를 표한다. 또 첫 강연자 중 한 명이 되는 영광을 안겨준 초청자 로레나 프레타(Lorena Preta)와 피노 동기(Pino Donghi)에게 감사드린다. 내가 해야 하는 강의에 어떤 가치가 있든 그들이 이미 시작한 비전 가득한 문화작업에 그것이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또한 호의적으로 이 행사를 주최한 볼료냐 대학과 파올로 파브리(Paolo Fabbri)에 감사드린다. 그리고 이 강의를 값지고 보람된 경험으로 만들어준 볼로냐의 수많은 진실하고 대부분이 젊은 청중에게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윤리적 이해를 가르칠 뿐만 아니라 체화한(embodied) 나의 윤리 스승들인 초걈 퉁빠(Chögyam Trungpa)와 툴쿠 우르겐(Tulku Urgyen)에게 영원한 감사를 보낸다.

7. 역자 서문

지금으로부터 거의 10년 전에 프란시스코 바렐라를 알게 된 것은 참으로 늦은 일이었지만 동양철학을 연구하는 필자에게는 무척이나 의미 깊은 사건이었다. 왜냐하면 그 이후로 학문 연구의 방향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고, 또한 그로 인해서 연구에 많은 희열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바렐라를 알게 된 것은 인공지능을 전공하는 박충식 교수와의 만남에서 비롯된 것이고, 인지과학의 급진적 구성주의 계열을 소개받으면서 거센 학문적 호기심이 일어나게 되었다. 맨 처음에 읽었던 것은 바렐라와 에반 톰슨이 공동으로 저술한 󰡔체화된 마음󰡕(Embodied Mind)이었고, 이후 바렐라가 그의 스승인 움베르또 마뚜라나와 함께 저술한 󰡔앎의 나무󰡕(The Tree of Knowledge)를 공부하게 되면서 바렐라의 관심사에 대해서 많은 공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한 공감은 그들의 관점과 이론이 유교의 윤리와 유학자들의 수양론의 현대적 해석에 매우 유용하리라는 믿음을 넘어서서 그들이 접근하고 있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탐구의 열정에 대한 존경과 동경으로까지 발전되었다.

당시에 박교수와 필자는 의기투합해서 <한국학술진흥재단>에 연구비를 지원받아서 공동연구를 해보자고 했었고, 실제로 그렇게 지원한 결과 연구비를 지원받게 되었다. 연구비를 받아서 수행한 연구는 “성리학적(性理學的) 심성(心性)모델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유교 예(禮)교육 방법의 효용성 분석”이라는 주제의 연구였다. 이는 한국의 전통적 유교사상인 성리학에서 강조한 예교육이 과연 현대사회에서도 효용이 있는 것인가, 있다면 그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답하기 위한 연구였다. 이 연구는 필자의 전공인 한국유학과 교육학, 인공지능의 세 분야가 연결된 학제간 연구였다. 이 번역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교육학 분야에서 이 구성주의 이론을 소화하면서 교육학과의 연관성을 밝혀주고 그 이론적 연관의 체계를 만들어준 강혜원 교수와 박교수 및 필자는 매주 또는 격주로 만나서 진정한 학제간 연구를 실천하고자 노력했다. 우리가 그렇게 만나면서 했던 일은 상호 소통이 잘 되지 않는 개념이나 이론을 서로 묻고 확인하면서 학문 분야 간 소통의 폭과 깊이를 넓히려는 노력이었다. 그 노력의 효과를 높이고자 우리가 선택한 방법 중 하나가 공동의 교과서를 정해서 함께 강론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하여 함께 읽었던 서적 가운데 하나가 바로 지금 우리가 번역한 바렐라의 저서이다. 특히 이 서적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이론과 관점들을 담고 있어서 우리는 이것의 해독에 매우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이것을 읽으면서 필자는 매우 새로운 시각에 흥분했으며, 그리고 이를 계기로 바렐라의 관점과 방법론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시기에 필자는 인지과학 혹은 인공지능의 이론들을 접하면서 유교의 전통적 사유 구조를 현대 학문의 관점에 의해 재해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수많은 조류의 현대학문이 존재하고 또 외부로부터 수용되고 있었지만, 모두가 적절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가 적절하다고 판단해서 고른 것이 급진적 구성주의 계열의 인지과학 이론, 그 중에서도 특히 바렐라와 마뚜라나의 이론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어느 학자들보다도 그들의 연구가 도달한 지적 탐구의 깊이와 폭 그리고 일관성이 우리를 매료시켰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유교의 수양론 뿐 아니라 유교를 비롯한 사상 문화 전반의 생멸과 진화에 관해서 더 신축성이 큰 설명력이 있다고 판단되었던 것도 중요한 이유이다.

유교라는 전통 사상의 현대적 유용성을 주장할 수 있으려면, 나아가서 유교라는 전통사상의 존재의 가치를 확인하고자 하기 위해서는 현대적 학문 방법 특히 철학 외적인 학문 방법의 동원과 응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다. 그러나 학제간 연구가 쉬운 것은 아니었다. 특히 공동 연구에 들어온 타 전공분야의 생소한 개념을 이해해야 하는 과정은 매우 긴 시간이 요구되었고, 한국 유학의 원전을 읽어야 하면서도 많은 시간을 인지과학 서적을 탐독하는 데 들이는 것도 어느 한쪽이든 더 심화된 연구로 나아가기 어렵지 않겠는가 하는 의구심을 내내 떨치기 어려웠다.

그러나 우리의 첫 번째 연구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다시 “인지과학적 시뮬레이션을 통한 조선(朝鮮) 성리학(性理學)의 예(禮) 교육 심성(心性)모델 개발”이라는 주제로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연구비를 지원받으면서 우리는 본 연구 자체의 지속과 확장을 꾀하면서 동시에 더 많은 연구 동참자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지만, 그 중에 이 서적을 번역해서 널리 읽힐 수 있도록 하는 작업도 포함되었다. 사실 이 번역은 함께 강독과 토론을 하면서 이미 기획되었던 것이다.

필자가 박교수와 함께 이영의 교수를 찾아간 것은 1999년 추석 연휴 기간이었다. 박사학위를 받기 위하여 뉴욕주립대학 빙햄턴에서 연구를 하고 있던 이영의 교수는 한국에서 갑자기 찾아온 우리들을 매우 융숭하게 그리고 친절하게 맞아주면서 우리 연구와 관련하여 많은 정보를 주었는데, 우리는 이교수 댁을 떠나 뉴욕 맨하탄으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이 번역을 함께 검토하면서 갑론을박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뉴욕시내에 머무는 기간 동안에도 이 번역 원고를 붙잡고 토론하기도 했었다. 번역은 무사히 마쳤지만, 사실 두 사람 모두 이런 번역은 처음이라 자신도 없었다. 또 원래 이 서적이 이태리어로 된 바렐라의 강연 원고를 영어로 번역한 것이어서 영어 문맥에 소통이 잘 안 되는 부분도 많았으며, 아울러 필자에게는 생소한 인지과학 개념들이 넘쳐나서 사실 번역서로 출판하기에는 많은 두려움이 있었다. 그 때문에 이 원고를 묵혀 둔 것이 거의 5, 6년은 되는 셈이다.

약 4년 전에 베를린 대학에서 심리학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한 최호영 박사를 만나게 되면서 많은 변화와 진전이 있게 되었다. 최호영 박사는 처음에 필자와 같은 학교에 근무하시던 심리학과의 최상진 교수님의 소개로 알게 되었으며, 이후 최박사가 󰡔앎의 나무󰡕 번역자임을 알게 되면서 더욱 친밀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최박사 덕분에 지금 이 번역서의 출판을 맡은 갈무리 출판사를 알게 된 것이다. 이렇게 보면 최박사와의 인연은 이 책을 놓고 본다면 매우 진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 번역 원고의 교정까지도 최박사의 신세를 졌다는 점이다. 물론 오역이나 미흡한 점은 순수하게 우리 역자들의 책임이지만, 아마도 최박사의 협조가 없었다면 이 책은 세상에 나오기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

이 책은 양으로 보면 단 세 편의 강연원고를 엮은 것이어서 매우 분량이 적은 얄팍한 두께의 책이다. 사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서 읽으면 한 시간도 안 되어서 독파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미덕에 주목한다면 그 시간의 길고 짧음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사유의 양이 얼마나 확대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관심사가 되는 것이 마땅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미덕은 바렐라의 사상과 그의 연구의 역정이 단 세 편의 강연원고에 배어 있을 뿐 아니라, 인간이 진정한 윤리적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앎이 아니라 실천이라는 방법을 통하여 마음의 체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조리 있게 설파하는 데 있다. 그리고 동양의 전통사상이 주는 지혜의 빛을 어떠한 방식으로 읽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 적절한 답을 주고 있다는 데에 있다.

번역을 완성하고 또 출판하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우리에게 도움을 준분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앞서 언급한 최호영 박사, 필자의 다정한 이웃으로서 번역 초기부터 번역원고를 읽어주시면서 번역 문장을 다듬어 주셨던 박교수의 현처이신 이옥희 선생님, 우리의 연구를 독려하면서 용기를 주셨던 이영의 교수님, 우리와 함께 공동연구를 하였던 강혜원 교수님, 또 매달 한 두 번씩 만나면서 마음 연구의 틀과 방법을 논하고 또 마음연구라는 이 외로운 분야의 개척에 동감을 표해주고 함께 노력하고 있는 <마음연구회> 회원들이 기억되어야 할 중요한 분들이다. 한 가지 뒤늦게 고마움을 표해야 할 사람은 아리랑방송국의 문건영 기자이다.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서 마지막 교정을 세심하고 정확하게 진행해 준 까닭에 이 번역이 오류를 잡고 더 원문의 맥락을 살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공동 연구를 기획하면서 항상 젊고도 용기 있는 도전자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독려해 준 박충식 교수, 거의 매일 밤에 늦게 귀가하는 남편에게 애정의 표시를 꾸준히 보내준 사랑하는 아내 이영미에게 무슨 감사의 변이 필요하리오.

아울러 잘 팔리지도 않을 이 책을 출판해주시겠다고 해주시는 갈무리 출판사 사장님, 이 책의 편집을 담당하는 출판사의 직원 여러분께도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

2009년 12월 상도동 정괴서실(鼎槐書室)에서

유권종 삼가 씀

8.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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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서문
저자 서문
첫 번째 강의:노하우(Know-How)와 노홧(Know-What)
문제의 제기 23
인지과학에서의 즉각적 대응 28
노하우와 노홧에 대한 재고찰 42
두 번째 강의:윤리적 숙련에 대하여
윤리의 숙련자 49
전통적 가르침의 관점 52
윤리의 숙련을 위한 실용적 열쇠 61
비단일체적인 인지적 자아들에 관하여 66
세 번째 강의:비어있음의 체화
다시 한 번 비단일체적 자아와 인지적 행위자에 관하여 77
창발적 성질과 가상 자아 86
가상적 인격으로서의 자아 95
가상 자아의 실제 99
프란시스코 바렐라 연보
프란시스코 바렐라 저작목록
역자해제

부록
부록1. 생명과 마음:오토포이에시스로부터 신경현상학까지 139
―프란시스코 바렐라에 대한 헌사_에반 톰슨
어려운 문제 너머 있는 생명 145
삶과 마음의 강한 연속성 150
목적론과 “오토포이에시스 기계들” 159
생명은 오직 생명에 의해서 알 수 있다 168

부록2. 프란시스코 바렐라(1946~2001)의 부고_에반 톰슨 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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