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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January 17, 2009

일부 뇌연구의 문제점과 뇌연구 지상주의식 생각의 문제점

제목: 일부 기존 뇌연구의 문제점과 뇌연구 지상주의식 생각의 문제점:
- 인지과학은 왜 뇌 연구만으로는 가능하지 않은가 -; 
(: The  file  linked to the title (red) has the same contents. )

[A]. 머리말

최근에 기존의 사회신경심리 관련 연구 결과 및 그 해석의 타당성의 문제를 심각학데 비판한 연구 논문이 기사화되면서, 뉴스위크, 네이쳐지 등 매스컴의 각광을 받고 있다

이러한 기사 관련 내용을 소개하고, 그동안 뇌연구 지상주의 식으로 맹목적으로 뇌연구 결과 및 그 의의의 단순한 해석에 매달려 온 일반인들 일부 과학 매스컴의 문제점을 필자가 이런 저런 글을 통하여 언급하여 온 바를 정리하여 지적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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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Nancy Kanwisher 교수와 그의 실험실


MIT의 인지신경심리학자 Nancy Kanwisher 교수는 시각을 연구하는 학자이며
하바드대 교수, UCLA 교수 등을 역임하였고
미국 과학원의 Troland Research Award를 수상하였으며
미국 과학원(학술원)의 회원이기도 한 이분야에 유명한 연구자이다.

- NK Lab : http://web.mit.edu/bcs/nklab/
- NK Lab 사람들: http://web.mit.edu/bcs/nklab/people.shtml

이 Nancy Kanwisher의 박사과정 학생이며 그동안 뇌연구로 많은 논문을 발표하여오고
미국심리학회에서 젊은과학자 상을 수상한 바 있는 Ed Vul 이라는 연구자가
- 이 사람의 뇌 관련 학술논문 발표는 : http://www.edvul.com/publications.php
동류들과 함께 관련 논문을 발표하였다.

Kanwisher 교수와 Vul 에 대하여 이러한 상세 배경정보를 열거하는 이유는
아래에 이야기할 논문 내용이 뇌에 대한 과학적 연구 배경이 없거나
이 분야를 잘 모르는 사람들의 주장이 아니라
이 분야에서 다년간 연구를 하여 왔고 아주 이 분야를 잘 아는 연구자들이
그 다년간의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심각하게 생각하여온 바를 바탕으로
경험적 연구를 통하여 그 결과를 논문으로 제기하였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었다.

각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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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주목을 받게 된 Vul 등의 2009년 연구 + Newsweek 기사

Nancy Kanwisher의 박사과정 학생인 Vul은 UCSD의 Harold Pashler 등과 함께 다음과 같은 연구 논문을 썼으며 이 논문은 일차로 미국심리학계의 과학적심리학의 대표 학회인
Association for Psychological Science (APS)의 학술잡지인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에 출간될 예정이며
Nature 지에는 금년 2009년 9월에 논문의 다른 판이 실릴 예정이다

이들이 작성한 논문의 원본 pdf file은 다음에서 볼 수 있다
논문제목: Voodoo Correlations in Social Neuroscience
저자: Edward Vul (MIT), C. Harris, P. Winkielaman, H. Pashler (UCSD)
사이트: hrrp://www.pashler.com/Articles/Vul_etal_2008inpress.pdf

이 논문의 내용들을 과학관련 매스컴에서 다룬 기사를 중심으로 제시하며 설명하겠다.
.......................

이 연구 내용은 일차적으로 2009년 1월 9일자 뉴스위크 블로그에 기사화되었는데,

The 'Voodoo' Science of Brain Imaging
Sharon Begley
January 09, 2009 11:51 AM
http://blog.newsweek.com/blogs/labnotes/archive/2009/01/09/the-voodoo-science-of-brain-imaging.aspx

이 기사에 의하면

최근까지 그동안의 뇌연구가 매스컴의 각광을 받으면서 여러 인간의 정서적, 사회적 심리 현상에 대하여 뇌연구 결과를 중심으로 보도가 되었었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여자가 슬퍼할 때면 뇌의 어느 부위가 활성화된다든지
바람을 피운 연인을 생각할 때에 그와 관련하여 가동되는 뇌 부위가 여자와 남자가 틀리다든지, 거미를 생각할 때는 뇌의 어느 부위가 활성화된다든지 하는, 독자들의 주의를 확 끄는 그러한 뇌연구 결과가 보도되곤 하였다. 인간의 일반적 심리현상, 이성관련 현상, 사회심리적 현상과 관련되어 '언제 어떤 뇌 부위가 가동, 활성화되더라, 이것은 ..... 한 의미를 지닌다' 하는 식의 연구 결과가 보도가 되곤 하였다.

그런데 Vul 등의 연구 논문은 이러한 사회심리, 정서심리 관련 뇌연구와 보도에 대하여 찬물을 끼얹는 그러한 내용이다

물론 과거에도 뇌연구 결과에 대한 비판은 있었지만 이 논문처럼 실제 뇌연구를 진행하여 온 사람들의 연구 방법을 조사하여 그 연구와 해석들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을 조직적으로, 경험적으로 제시한 바는 아직 없었던 것 같다.

Vul 등은 사화심리, 정서 관련 뇌연구결과로 이미 발표되어 온 54 개의 (그 결과 너무 그럴싸하여 오히려 의심이 가는; too good to be true) 논문 저자들에게 어떻게 하여 심리현상과 뇌부위 사이에 그러한 강한 상관관계를 발견하게 되었는가를 문의하여 조사하였고, 그 결과 54 연구의 반 이상이 방법론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러한 연구의 대부분의 경우, 자료 분석이 충분히 되지 않았으며, 통계적 검증 방법 상에 커다란 문제가 있었다. 많은 연구들이 일반인들이 지니고 있는 고정관념적 상식적 생각/믿음을 충분한 실험적 지지 증거 없이 확인하는 그런 오류를 범하였던 것이다( 여자는 남자와는 다른 뇌를 지니고 있기에 교육도 다른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둥)

9월에 Nature 지에 실릴 Vul 등의 이 논문의 내용에 대하여 이 논문에서 비판을 받은 과학자들이 반박을 하고 다른 의견들을 제시하고 있고, 과학적 연구를 이런 식으로 매스컴 보도 하여 비판하는 것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다. 일부 잘못된 연구와는 달리 연구를 제대로 엄밀하게 하고 상당히 보수적인 조심스런 결론을 제시하여 온 다른 연구자들은 이러한 Vul등의 연구 결과의 보도에 의하여 일부 나쁜 연구자들만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신경과학 전 분야가 도매금으로 비판되고 부정적 평가를 받아서 이 분야가 위축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하여 걱정하고 있다. 그렇기는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대로 Vul 등은 그동안 많은 뇌연구를 해온 사람이며 그가 속한 Kanwisher의 실험실, Kanwisher 교수는 많은 뇌연구를 통하여 학자적, 학술적 능력에 대하여 높이 평가되어온 실험실, 교수이다. 정말로 뇌 연구 분야의 장래를 걱정한 나머지 스스로 clean-up하여야 하는 필요성을 느꼈기에 이러한 Vul 등의 연구가 나왔다고 보아서, 나 개인적으로는 Vul 등의 연구 결과와 그 시사함에 대하여 수긍을 하고 싶은 입장이다.

아래에는 다른 매스컴에서 다룬 기사들에서 간단하게 소개한 후에, 나 자신의 추가 입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뇌 연구 전반에 대하여, 그동안 여러 해 동안 실험심리학, 실험설계, 통계적 분석 등의 방법론 강의를 하여 왔고, 또 인지과학의 이론체계에 대하여 관심이 있어온 나로서는, 인지과학과 관련하여 뇌연구 지상주의, 또는 뇌-신경수준으로의 환원주의적 접근에 맹신하는 일부 연구자와 일반인들의 생각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한 점을 일부 밝히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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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관련 다른 메스컴 보도 기사들

1. Natue 지 기사

Published online 13 January 2009 | 457, 245 (2009) | doi:10.1038/457245a
Brain imaging studies under fire
Social neuroscientists criticized for exaggerating links between brain activity and emotions.
Alison Abbott
http://www.nature.com/news/2009/090113/full/457245a.html


They particularly criticize a 'non-independence error', in which bias is introduced by selecting data using a first statistical test and then applying a second non-independent statistical test to those data. This error, they say, arises from selecting small volumes of the brain, called voxels, on the basis of their high correlation with a psychological response, and then going on to report the magnitude of that correlation. "At present, all studies performed using these methods have large question marks over them," they wr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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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영국 New Scientist 지의 사설 및 관련 기사

Editorial: What were the neuroscientists thinking?
http://www.newscientist.com/article/mg20126912.800-editorial-what-were-the-neuroscientists-thinking.html
14 January 2009
.......................

Doubts raised over brain scan findings
14 January 2009 by Jim Giles
http://www.newscientist.com/article/mg20126914.700-doubts-raised-over-br

이외에도 관련 기사가 세계 매스컴에서 hot topic 으로 다루어지고 있고
이 기사 내용에 대한 찬반의 댓글들이 달리고 있다.

그런데...

과연 뇌연구를 통하여 인간심리 현상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가?
현재에 진행되고 있는 뇌 연구는 18세기에 한때 유행하였다가 비판을 받아 사라진
Gall 등의 골상학의 재판이 아닌가?

이러한 반문과 관련하여 아래에서는 필자의 기존 발표 글 등을 참고하여,


[1] 뇌 연구를 통한 인간 심리 연구의 한계점/ 문제점
[2] 통계적 분석 추론의 위험성
의 문제를 다루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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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뇌 연구의 실과 허1: 뇌연구의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비판

E1. < 왜 인지과학에서 뇌(신경과학적) 연구가 있어야 하는가?>:

인지신경과학에 부정적인 사람은 인지신경과학이 전통적 심리학의 행동과학적 실험법 및 인지심리학의 반응시간 기법 중심의 방법론과 신경과학의 방법론을 단순히 조합하여 이루어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은 아니다.

인지신경과학 나름대로 방법론의 수준을 넘어서는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인지신경과학은 이전에 단일 설명 수준에 머물렀던 인지심리학이나 신경과학과는 달리 단일 설명수준에 집착하지 않고 생리적, 기능적 개념을 조합하여 설명 모델을 구성한다는 점이다.

즉 ‘다원적 분석-설명 접근’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복잡한 현상을 대상으로 하는 과학은 보다 성숙한 학문일수록 다원적 분석-접근을 취한다는 명제를 우리가 받아들인다면, 신경적 인지과학은 단일 설명 수준적 접근보다 설명적 차원에서 진일보 성숙한 과학이라고 하겠다.

인지의 신경과학적 접근은 인간의 마음이 두뇌에 의해 가능해지니까 두뇌를 통해 접근 설명해야한다는 원론적 이유를 제외하더라도 좋은 탐구 전략이다.

전통적 정보처리 패러다임의 인지주의는 입력 자극과 그에 대한 출력 반응 사이에 개재하는 마음을 하나의 능동적 처리 상자로 보고, 이 상자 내에서 이루어지는 계산과정, 즉 정보처리 과정들을 추정하여 마음을 설명하려 한 것이다. 그런데 이 상자 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계산적 연결의 유형 집합은 거의 무한하다. 만일 인지심리학이 신경과학적 연구에 바탕하지 않고 이 계산적 연결 과정을 이론화한다면, 추론된 처리과정이 틀릴 가능성이 확률적으로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신경과학적 자료에 근거하여, 즉 뇌의 구조적, 기능적 특성에 근거하여, 이들이 제시하는 제약 범위 내에서 내적 과정을 추론, 모델링 한다면 그 추론 집합의 범위는 상당히 줄어들어 보다 타당한 추론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더구나 신경적 자료는 계산 유형 후보 집합에 단순한 제약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무엇이 진행되며 어떠한 계산이 이루어질 지에 대하여 상당히 좋은, 경험적 근거가 튼튼한 시사를 제공한다. 즉 가능성이 있는 계산 과정에 대한 좋은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신경과학적 접근의 또 다른 이점은 인지심리학적 설명적 접근의 단점의 뒷면이기도 하다. 심적 과정인 인지의 여러 수준에서는, 실제적으로 작동하는 기능적 범주가 무엇인지, 범주 간 경계가 어디인지가 규명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에 보다 구체적이며 하위수준인 뇌 수준에서 신경적 기능 이론이 제시된다면, 상위의 인지 수준에서의 기능의 범주와 조직화를 발견하기 쉽게 된다고 하겠다. 따라서 인지과정에 대한 이론을 구성함에 있어서 신경적 연구에 바탕한다는 것은 실용적으로도 좋은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E2. <신경과학적 연구의 성과:긍정적 평가>.

‘두뇌는 마음을 어떻게 가능하게 하는가?’ 하는 물음을 갖고 출발한 인지신경과학적 연구는 인지과학에 많은 것을 제공하였다. 인지신경과학 연구는 심리철학적 이론이 보다 견고한 신경적 자료와 개념 위에서 재구성되게 했고, 인지심리학이론의 정보처리 하위구조의 실재성과 처리(계산)과정의 타당성을 확인하게 했으며, 인공지능학의 계산모델의 구현 가능성을 검증하게 했다. 인지심리학과 인공지능학에 병행분산처리의 신연결주의를 제공했고, 또한 계산신경과학이 탄생되게 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기존의 성과를 넘어서서 인지신경과학이 앞으로도 계속 좋은 연구결과를 내어놓을 수 있다고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뇌-인지기능 연구에서 다양한 학제적 협동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바, 신경과학을 중심으로 한 인지심리학, 인공지능학, 컴퓨터공학, 심리약학, 유전학 등의 여러 학문 영역간의 공동전선적 통합적 분석-설명 접근의 노력은 뇌영상화 방법과 같은 민감한 연구방법이 계속적이고 빠르게 개선되게 하며, 현상에 대한 보다 적절한 개념화 및 이론화의 정교화 작업이 빠른 속도로 높은 수준까지 진행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E3. <신경과학적 연구를 하는 틀의 문제점: 방법론적, 과학철학적 비판>:

E3-1. 개념화 이론에 대한 사전의 체계적 논리적 분석 결여의 문제

인지과학 연구에 있어서 유의할 것은, 아무리 각 방법이 좋다고 하더라도, 각 방법들이 기반하고 있는 방법론의 이론 내지는, 그 방법이 측정한다고 간주하는 특정 현상에 대한 인지과학적 이론의 세련화가 더 중요하다. 아무리 민감한 방법이라 할지라도, 그 방법 자체가 탐구하려는 대상 현상 과정에 대한 개념화나 이론적 틀이 부적절하거나 세련화되지 못하였다면, 그 방법에 의한 연구결과는 잘못된 것이나 그 결과의 해석을 신뢰하기 힘들다. 인지과학 연구에서 지나치게 신경과학 방법에만 의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신경과학적 방법을 인지 현상의 연구에 적용하는 데에 있어서 반드시 유의하여야 할 점을 뉴욕대 심리학과의 E. Phelps 교수의 말을 빌자면 다음과 같다.

“인지의 신경적 관련기제를 이해하는 것의 성공 여부는 행동 연구의 질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인지적 행동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적 이해 없이는, 뇌기능을 연구하는 가장 세련된 기법을 아무리 가지고 있어도 (신경과학적 연구에서) 무슨 질문을 던져야 할지 알기 힘들다. 비록 행동수준에서의 인지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뇌연구의 자료에 의하여 수정되게 될지라도, 인지의 행동적 요소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 없이는 뇌연구에서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기가 불가능하며, 신경학적 연구결과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다.

뇌기능의 연구는 인지이론이 뇌연구를 인도하여 줄 것으로 의지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행동적 데이터에 세밀한 주의를 하지 않은 채, 뇌를 연구하는 것은 잘못이다. 인지신경과학(인지의 뇌-행동적 상관기제(구조)의 연구)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가함에 따라, 행동연구의 증대와 그 질에 대한 강조가 증가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인지행동에 대한 좋은 이해 없이는 그 행동의 바탕에 놓여 있는 뇌기능에 대한 연구는 극히 어려울 것이다. 인지에 대한 행동적 연구의 발전이 뇌기능의 인지적 상관기제를 연구하는 우리의 능력만큼 빠르게 발전하였으면 하는 것이 나의 소망이다 (Phelps, 1999; 319쪽).”

인지과학자들은 어떤 방법을 적용하기에 앞서서, 인지과학의 방법들의 바탕에 놓여 있는 인지과학적 이론과 개념이 적절한가, 타당한가에 대하여 계속된 재평가와 세련화 작업을 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아주 사소한, 부적절한 또는 왜곡된 결과를 얻을 뿐이다. 마음이라는 실체 자체가 지니는 본질적인 특성과, 과학적 방법의 논리를 제공하고 있는 과학이론, 또는 방법론 이론이 지니는 논리적, 개념적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인지과학의 방법론은 앞으로도 계속 개선되리라 본다. 기존의 방법이 보완되고, 새로운 방법이 도출되는 작업이 계속 이루어지리라 본다. 인지신경과학의 방법의 중요성은 점차 증대될 것이다. 그렇기는 하나 철학, 언어학의 전통적 방법인 논리적, 형식적 분석방법, 인지심리학의 반응시간법, 인지인류학의 기타 방법들의 중요성은 여전히 유지되리라 본다.


E3-2. 분석 수준의 문제

인지현상을 신경 수준으로 환원하여 그 바탕에서 이론을 구성한다고 하여 마음의 모든 현상을 신경생리적, 신경생화학 사건으로 환원시켜 설명할 수 있으며, 인지심리학, 철학, 인공지능학 등이 없이도 신경과학이 독자적으로 충분히 마음을 설명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인지신경과학적 접근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심리학에서의 연구전략에 대한 철학자 R. Cummins(1983)의 다음과 같은 진술은, 사람의 인지적인 활동에 대한 신경과학적 연구에도 그대로 해당된다: "어떤 시스템 S가 P라는 속성(property) 혹은 능력(capacity)을 어떻게 가지게 되는가를 설명하려는 분석은 S의 구성요소들의 속성과 그들이 조직된 형태에 의해 이루어진다(Cummins, 1983, 15쪽).“ 다만, 인지심리학에서의 연구가 인지의 하위체계들을 개개의 과정이나 기능에 따라 개별화하는 반면에, 신경과학에서의 연구는 그에 덧붙여, 물리적으로 규정된 단위(예를 들어, 해부학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신경회로와 같은)를 경계로 하위체계를 개별화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차이가 있다.

이러한 두 분석 수준 간에 원활한 연결이 없다면, 신경과학은 ‘두뇌를 비롯한 신경계에 대한 과학’일 수는 있지만, ‘마음에 대한 과학’에 참여하기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신경과학이 신경계에 대한 연구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신경계 연구를 통한 마음에 대한 탐구로서 자리 매김을 하자면 부딪히게 되어 있는 첫 번째 어려움이 이곳에 있다.

이 어려움은 두 분석수준 간에 원리적으로 다음과 같은 어긋남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i) 인지심리학적 연구에서와 같은 기능분석(functional analysis)을 통해 얻어진 기능적으로 규정된 구성요소가 신경과학에서의 구조분석(structural analysis)을 통해 얻어진 해부학적으로 규정된 구성요소와 일대일로 대응이 꼭 되리라고 확신할 필요는 없고(하나의 기능적인 구성요소가 다양한 물리적 구성요소들에 걸쳐서 나타나는 일은 흔히 볼 수 있다),

ii) 하나의 단일한 물리적인 구성요소가 하나 이상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경과학적 분해분석적 접근의 다른 가능한 한 문제점으로 다음을 생각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복잡한 상위 구조를 하위요소 기제로 분해하는 접근은 주로 선형적 분해로 진행되지만, 상하위 신경적 구조와 기제의 관계의 본질은 실제는 선형적 구조가 아닐 수 있다. 한 기능이 여러 부위에 분산되어 있는 경우에는 상위구조를 선형적으로 분해하여도 그 구성요소 기제를 파악할 수 없을 수 있다. 더구나 뇌의 다원적 연결 구조에서는 특정 부위에 대해 간접적 증거만 가능한 경우도 있기에 문제는 더 커질 수 있다.


E3-3. 인과와 상관 연결 논리의 문제

‘마음에 대한 과학’으로서 신경과학이 맞닥뜨리게 되는 근본적인 어려움은, 어떤 두뇌의 처리 과정이나 영역과 이러저러한 인지적인 능력 사이의 상관관계를 통해서 마음에 대한 설명을 주곤 하는 신경과학 연구의 추론방식의 문제이다. 어떤 시스템을 하위시스템으로 분석하는 것은 그러한 하위시스템들이 전체시스템의 행동을 인과적으로 야기 시키기 위해 움직이고 상호작용한다는 가정에 기반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지만, 신경과학적인 연구의 경우 실질적인 탐색의 대상은 대개 인과관계라고 하기보다는 상관관계인 경우가 많다.

인지적인 능력이나 속성 C를 측정하면서, 이와 함께 그 능력과 동시에 발생하는 두뇌의 처리과정 B를 포착하고, B라는 두뇌의 처리과정이 C라는 인지적인 능력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임으로써 어떤 능력 C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려는 것이 신경과학 연구의 밑바탕에 흐르고 있는 추론의 줄기이다. 과학적 탐구에 있어서 그 지위가 다소 허약하다고 할 수 있는 상관관계를 통해 설명을 제공하려한다는 점을 문제 삼지 않더라도(이는 아래에 다시 이야기된다), 신경과학 연구는 C라는 인지적인 능력에 대한 상세한 기술과 함께, 그 능력을 검출해낼 수 있는 방법을 필요로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인지적인 능력이나 속성은 ‘직접’ 그 모습을 드러낼 수가 없다. 바로 이러한 연구대상의 특수성과 싸워온 학문이 심리학이라면, 신경과학 연구는 ‘마음에 대한 과학’이기 위해(‘신경계에 대한 과학’만이 아니라), 심리학 중심의 인지과학적 연구결과에 기댈 수밖에 없게 된다. 물론 심리학자들 또한 당연히 신경과학자들과 비슷하게 어느 정도 강제적인 연구 상의 요구를 갖게 될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 놓인 자리가 결국 두뇌라면, 그것과 무관한 심리학 이론이란, 마음의 대한 과학적 이론이 충족시켜야할 필수적인 제약조건 하나를 그냥 무시하고 있는 셈이 되어 버린다.

이러한 상호의존성의 전형적인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주제가 바로 ‘의식’에 대한 연구이다. 신경과학자들은 소위, NCC(Neural Correlates of Consciousness)를 찾아내려고 매진하고 있다. 주로 시상(thalamus)과 피질(cortex)간의 상호작용에 주목하는 이 연구들은 ‘의식’에 대해 저마다의 측정 방식을 가지고, 그것과 공변하는 두뇌의 처리과정을 밝혀내려는 시도를 해오고 있다.

많은 연구들은, 좀 과장을 보태자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의식을 말하고, 다른 방식으로 의식을 포착한다. 이러한 혼란을 덜어내기 위해서는 ‘의식’에 대한 개념적인 분석과 함께 의식현상에 대한 인지심리학적인 연구결과가 동원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개념적인 분석에서의 오류와 인지심리학적 연구에 대한 새로운 시사점이 드러날 가능성도 열려 있음은 물론이다.


E3-4. 과학철학적 ‘설명’의 문제

과학철학적 논의에 의하면 과학적 설명이나 인과성의 개념은 과학철학적으로 의견의 통일을 보거나 논의가 종결된 개념이 아니다. 인과성, 과학적 설명이 무엇이어야 하는가가 과학철학자들 사이에 계속 논의되고 그 개념에 대한 이론이 재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마치 이러한 논의가 종결된 거처럼 생각하고 신경과학적 연구에서 특정 설명틀을 유일한 것으로 적용하거나, 인과율이 개념도 아닌 일반 상관 개념을 인과율에 대체하여 설명이 왼결되었다, 또는 충분히 하였다고 믿는 일부 단순한 신경과학적 접근 연구자들과 일반인의 상식적 사고에는 과학철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다.

- 이전의 글에서 이와 관련한 언급을 한 것의 일부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 이정모(1988). 과학철학적 관점들과 그 시사점

-. 자연현상에 대한 설명은 여러 수준에서 접근되어야 하며 여러 수준, 계층의 국면들이 상호작용하는 Gestalt에 의해서 설명되어야 할 것이다. 단일한 “연접-인과”관계 법칙으로 현상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는 맹신은 피해야 할 것이다.

-자연 현상이란 Bhaskar와, Manlcas와 Secord 등이 주장했듯이 다양한 계층의 국면의 상호작용적 Gestalt로 이해되어야 한다. 따라서 현상은 여러 설명수준에서 여러 이론 수준에서 접근되어야 하며 수준별로 서로 다른 방법이 적용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

[이정모 (2008). 과학적 방법, 실험의 논리, 과학적 추론. /4장. 과학과 설명1: 인과성 개념/ 5장. 과학과 설명2: 과학적 추론의 논리/ (56-89쪽)]에서 언급된 내용들:

- 과학철학자 W. Salmon 등은 과학에서의 설명이 무엇인가를 계속 탐구하여 왔고, 과학철학자들 사이에서는 과학적 설명에 대하여 의견의 일치를 보이는 이론이 없다. 과학적 설명의 개념이 아직도 통일되어 있지 않고 계속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설명 개념의 화용론적 접근의 중요성이 인정되고 있다.

- 과학에서의 설명적 지식이란 기술적 지식을 초월하는 별개의 것이 아니라, 세상 지식을 가장 효율적이고 coherent하게 조직화하고 체계화하는 작업이다. 과학적 이해란 하나의 과학적 세계관(scientific Weltanschauung)을 지니는 것이고, 이 세계관에 각종의 세상현상과 우리의 체험이 어떻게 맞아 들어가는가를 보는 그러한 것이다. 이 세계관은 결정론적 세계관일 필요가 없고, 확률적인 법칙을 배제할 것도 없다. top-down적 접근의 설명이론이다.

- Carnap을 따라서 설명1과 설명2가 있다고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설명1:- 어떤 특정 현상이 어떻게 일어나는가하는 local한 측면을, 특정 인과과정들과 이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설명. 보편적 법칙도 관여되기는 한다, bottom-up 설명

설명2:- unification통일에 의한 설명. global, 전체 세계의 구조와 연관, top-down 설명 ; 주로 규칙성의 설명에 적용

설명3: - pragmatic approach: - 설명은 맥락 의존적, 실용적 관점에서 설명해야 한다.


-[인과 개념에 대한 과학철학자들의 논의를 종합해보면]

-거시적 수준의 인과법칙은 수많은 다른 조건들과 다른 법칙들에 의존하기 때문에 오류 가능하다. / -거시적 수준의 인과법칙에서 얻어진 결과란 여러 원인들의 결과 산물 일 수 있다./ -폐쇄된 체계내에서 거시적 인과법칙을 탐지할 수는 있으나, 현장 연구들은 대부분 개방체계가 관여되어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대부분의 강한 거시적 법칙에는 중간수준의 매개적 단위들이(상당히 안정된) 개입되어 있다./ -어떤 인과법칙에서는 원인과 결과가 상호교환되어 역전될 수 있다.


E3-5. 마음의 개념 문제

E3-1의 문제와 관련된 다음의 문제는 마음의 본질과 마음 내용의 의미와 관련된 어려움이다. 신경과학적 연구가 지각, 기억, 언어, 사고 등과 연관된 신경구조와 기제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러한 인지적 활동 자체가 무엇인가를 규정하는 이론과 개념적 틀이 있어야 한다. 이는 학문의 본질상 신경과학에서 제공되기 곤란하다. 보다 상위 추상수준의 인접학문에서 주어져야 한다. 심적 활동의 본질과 이를 기술하는 개념들의 의미와 그 범주적 한계 등의 규정이, 그리고 심적 현상의 ‘무엇’을 탐색할 것인가의 틀이 신경과학이 아닌 인지심리학이나 다른 상위 추상수준의 접근을 하는 학문에서 주어져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에 인지과학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지’, ‘마음’의 본질에 대한 재개념화 작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인지과학적 논의들은 기존의 관점인, 환경과는 독립적으로 인간의 뇌 내에서 일어나는 과정으로서의 인지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인간의 마음이, 인지가 물리적, 사회적 환경에 확장되어 있으며, 환경에 신체로 체화된(embodied) 개체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인지, 인공물 등에 확장된, 분산된, 사회적으로 공유된 인지의 본질을 거론하고 있다 (이 접근, 즉 embodied mind에 대하여는 아래를 참조.


이정모 2007: http://blog.naver.com/metapsy/40047480637
이정모 2008: http://korcogsci.blogspot.com/2008_12_07_archive.html )

따라서 인지신경과학은 인지과학 내에서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하여 이를 어떠한 형식으로 도입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탐색을 하여야 할 것이다.

인지의 본질에 대한 이러한 개념적 재구성이 타당하다면, 당연히 뒤따라 거론되어야 하는 것이 인지과학 연구의 분석단위의 문제이다. 마음이, 인지가 단순히 두뇌 내 과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확장, 분산된 과정이라면, 인지 연구의 기본 분석단위는 ‘뇌-환경 상호작용’이 분석단위가 되어야 한다. 이는 뇌와는 관계없이 ‘마음’만을 탐구하던 전통적 인지과학이 신경과학에 의해 뇌라는 물질적 구조 기반의 ‘아래로 끌음(downward-pull)’에 의해 그 분석-설명적 접근이 변화된 것과 마찬가지로, 인지신경과학이 마음의 본질과 관련하여 사회-문화적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포함하는 방향으로의 ‘밖으로의 끌음(outward-pull)'에 의해 그 분석-설명 접근이 수정되어야 함을 시사하는 것이다(Bechtel, Abrahamson, & Graham, 1998).


E3-6. 인간 사고 오류 경향성의 문제

끝으로 이분법적 사고의 경계를 들 수 있다. 이것은 비단 인지신경과학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 과학 전반에 걸친, 더 나아가 인간 사고과정 일반에 걸친 문제이기도 하다.

뇌 연구와 관련되어 초기에 나타난 두드러진 한 현상은 뇌 연구자의 이분법적 이론화 경향성이었다. 좌뇌는 무엇 담당, 우뇌는 무엇 담당 등의 배타적 이분법적 개념화에 의해 두뇌 현상을 설명하려했고, 이것이 인지심리학자나 신경과학자나 일반인들 모두에게 호소력이 있었다고 보았다.

그러나 후의 연구 결과들에 의해 서서히 드러난 것은 두뇌의 구조 요소들의 기능은 이러한 성급한 이분법적 단정의 일괄적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되며, 이러한 성급한 이분법적 개념화는 현상의 이해를 오도한다는 것이다. ‘좌뇌는 언어와 논리, 우뇌는 공간처리’ 식의 이분법적 배타적 특성이 아니라, 그와는 달리 좌뇌에서의 중요한 공간정보처리, 우뇌에서의 중요한 언어정보 처리 기능이 있음이 밝혀졌다. 더구나 좌우뇌의 기능들이 여러 피질하 신경구조와의 다양한 연결 상에서 가능함을 고려할 때, 인지신경과학 초기에 나타난, 그리고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이러한 성급한 단정적 이분법화는 지양해야 할 접근 태도이다.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의 다른 한 면이 구체적인 ‘뇌’의 연구에 대한 일반인의, 과학자들의 과다한 ‘신뢰’, ‘뇌 지상주의’식 사고의 한 면이다. 이러한 사고 경향은 노벨경제학상 수상 인지심리학자 D. Kahneman 교수가 거론한 확증(확인)편향(confirmation bias)의 오류를 벗어나지 못하는 그러한 편향된 사고일 수 있다.

이러한 단정적 이분화는, 뇌를 연구하고 있는 인지신경과학자들 자신의 뇌의 인지적 작동 특성에 기인하였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인지심리학자 Kahneman과 Tversky(Kanheman, Slovic, & Tversky, 1982) 등은 인간이 판단과 결정을 함에 있어서 논리적 정확성을 기하기보다는 편법(휴리스틱스)적 전략에 의함을 보여주었다. 추리심리 연구자인 Evans 등(Evans, Over, Manktelow, 1993)은 인간이 논리적 타당성을 따지기 이전에 믿을만한가(believability)를 따지는 것이 인간 추리의 특성이며, 인간이 논리적 합리성을 추구하는 존재이기보다는 논리적 오류를 무릅쓰고서라도 인지적 경제성(Cognitive Economy: 최소한의 정보처리적 노력을 들여, 최소한의 시간에, 최대한의, 최적의 적응 반응을 내어놓는)을 추구하는 실용적 합리성(pragmatic rationality) 추구의 인지적 존재라고 논하였다.

비과학자인 일반인이건, 인지심리학 전공의 인지과학자이건, 인지신경과학자이건 이러한 인간 사고의 본질적 한계와 결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뇌의 인지기능을 연구하는 인지신경과학자는 뇌-인지 기능을 개념화함에 있어서, 이미 진화적으로 결정되어서 인간 모두, 즉 우리에게 생득적으로 내정되어진 바인 인간의 편향적(우뇌적인) 인지적 정보처리적 사고 특성에서 그 자신이 자유롭지 않아서, 뇌 반구의 기능에 대하여, 뇌의 우선성, 뇌 지상주의에 대하여 편향적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 항상 마음을 열어 놓고 있어야 하리라 본다.


E3-7. 종합 결론

인지과학이 마침내는 신경과학으로 환원, 흡수되고, 모든 인지현상을 신경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마음의 문제는 의미의 문제를 그 중심에 지니고 있으며, 이는 신경과학적 설명과는 전혀 다른 수준의 설명을 요하는 것이다. 마음이라는 다원적 차원을 지닌 현상의 설명에는 다원적 접근, 다원적 기술과 설명이 필요한 것이며 그러한 점에 있어서 전통적 인지심리학적, 인지과학적 설명이 요구되는 부분은 계속 남게 되는 것이다.

단, 여러 인지과정 중 그 인지의 의미-추상 수준에 따라서, 신경과학적 접근과 인지심리학적 접근의 설명 비중이 서로 다를 것이라고 상정할 수 있다. 기초적 인지과정인 주의, 학습, 지각, 단순 사상에 대한 기억표상 형성과 활용과 같은 과정에서는 그 현상에 대한 설명이 다분히 신경적 구조와 메커니즘에 바탕한 개념과 이론이 주도하고, 인지심리학적 기술과 설명이 이를 보조하는 방향으로 앞으로의 연구가 진행될 것이라 예상된다. 이러한 과정들에 대한 연구에서는 신경과학자와 인지과학자의 구별이 희미해지리라(지금도 그러하지만) 본다.

그러나 보다 고차적 의미-추상 수준의 인지과정인 지식표상, 텍스트 수준의 언어 이해 및 산출, 문제해결, 추리, 의사결정 등의 인지과정의 설명에서는, 즉 주관적 의미가 연결된는 영역에서는 신경과학적 이론이나 설명으로는 한계가 있고, 다른 인지심리학적, 인지과학적 이론과 설명이 앞으로도 계속 필요하고 신경과학적 연구 결과가 이를 보조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리라 본다. 이 분야들의 연구에서는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 인지심리학자와 신경과학자 사이에는 밀접한 상호보완적 연결이 없이 연구가 진행되리라 본다.


E3-8. 다른 문제들

도경수, 박창호, 김성일 (2002)[인지에 관한 뇌 연구의 개괄적 고찰, 평가, 및 전망. 한국심리학회지: 실험 및 인지, 14, 4, 321-343.] 교수들은 인지에 대한 뇌연구를 개괄하면서 인지심리학적 연구와 신경과학적 연구의 연결에서 유의하여야 할 점을 10개의 문제점을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그 논문에서 뇌연구에 대하여 긍정적인 평가가 주어지기도 하였지만, 인지심리학 연구와 신경과학의 연결에서 우리가 분석적, 비판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내용에 관하여 언급한 단락들을 재편집 가감하여 아래에 적어본다.

- 뇌 연구와 인지이론은 모두 단원성을 가정하지만 이들이 가정하는 단원성의 내용에서는 차이가 난다. .인지이론가들이 가정하는 단원성과 뇌 연구자들이 가정하는 단원성은 상당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인지이론에서 가정하는 단원성은 여러 가지 특성을 가지지만,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적으로 캡슐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행동과 계산과정간에 일 대 일의 대응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에 뇌 연구에서 가정하는 단원성은 이와 다르다. 뇌 손상과 인지 기능의 장애간의 관계를 알아본 전통적인 인지신경심리학 연구에서는 해리, 특히 이중해리(double dissociation)를 통해 행동과 뇌 부위와의 일 대 일 대응을 밝혀내려 하였다. 즉 행동과 계산과정과 뇌 부위라는 세 수준간의 대응에서 인지이론가들이 주목하는 대응관계와 인지신경심리학에서 주목하는 대응관계가 다르다. ...단원성이라는 가정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뇌 연구를 통해 인지 이론이 일방향적으로 도움을 받는다거나 그 반대로 인지이론에서 뇌 연구가 일방향적으로 도움을 받는다는 관계를 기대할 수 없으며, 두 영역의 연구를 종합하는 작업은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 인지신경과학적 연구의 또 다른 문제점은 결과의 수렴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개인간의 차이는 물론 연구간의 분산이 지나치게 크므로 이를 비교/통합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

- 개략적인 위치에 따른 영역구분에서는 일치한다고도 볼 수 있으나 보다 세부적인...영역이나 해부학적 구분에 따른... 아틀라스 메트릭스의 좌표에서 보면 연구 결과간의 일치 정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고 볼 수 있다. ...

- 뇌 연구 결과 해석에서 확증편파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뇌의 신경생리적 작용이 곧 심리 작용으로 이해될 수 없다는 사실은 아직까지 엄연하다. 뇌와 정신간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최근의 연구들은 양자간의 대응 혹은 상관관계를 입증하려고 애쓰는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들은 확증 편파(confirmation bias)를 보이는 면이 있다. 중요한 과학적 진보가 확증에 의해서가 아니라 반증(falsification)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Popper의 주장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현재 상태에서는 인지심리학의 발전이 뇌과학 연구의 방향을 결정지을 수는 있지만, 뇌과학 연구가 인지심리학의 방향을 결정지을 수 없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 현재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뇌 연구 결과가 새로운 골상학(neo-phrenology)의 도래 정도로 끝나버리지 않으려면 심리학적 이론에 근거한 가설과 엄밀한 연구방법을 활용하여 체계적인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 현재 대부분의 뇌 연구는 국지적 수준의 연구에 해당하는 상황이지만 앞으로의 뇌 연구 방향은 단순히 뇌의 국재화나 뇌지도 구축 수준을 넘어서 세 가지 수준의 조화로운 발전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뇌 현상과 정신 현상간의 상응성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양자간의 일대일 대응을 찾으려는 노력은 많은 논리적 비약을 범하게 된다. 예컨대, 뇌 활성화의 양과 심리 작용간에 어떤 유효한 (공식화할 수 있는) 관계가 있는가? 뇌 활성화의 시, 공간 패턴으로부터 심리 과정에 대한 어떤 인과성 혹은 (제어)체계를 알 수 있는가? 뇌 활성화의 의미를 일관되고 일반성있게 파악할 수 있는 해석 체계가 있는가?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해 제대로 답을 할 수 없다면, 뇌 현상을 통해 인지적 체계를 정당화하는 것은 섣부른 것이다.

- 인지심리학자들이 가지고 있고 생각할 수 있는 모형들의 대안들에 비해 뇌에 있는 신경조직과 신경원의 수, 결과적으로 가능한 네트워크의 수는 너무나 많다. 그러므로, 뇌 연구를 통해 어떤 인지 모형을 지지하는 신경 조직 혹은 네트워크를 찾음으로써 해당 인지모형을 지지하기는 쉬워도 그 모형의 타당성을 부정하는 결과를 얻기는 일반적으로 매우 어렵다(뇌 측정의 해상도 문제도 관련될 것이다). 즉, 어떤 인지현상 혹은 모형에 상응하는 것이 뇌 현상으로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뇌 현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곤란한 것이다.

-뇌과학은 뇌라는 고유한 연구 대상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뇌의 현상을 분석하는 방법론과 그 결과를 정신 현상과 연결짓는 해석 체계에는 아직 많은 허점을 안고 있다. 그래서, 뇌연구의 논의들은 신경생리적 현상과 측정치의 의미를 인지심리학 개념과 모형에 기대어 해석하는 경향이 짙다. 이러한 의존 관계는 결국 두뇌와 심리 현상에 대한 순환론적인 설명을 낳게 되기 쉽다. ... 방법론적인 그리고 개념적인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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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인지신경과학 등에서 사용하는 통계적 검증 논리의 문제점


‘심리학 연구와 수, 확률 및 통계적 추론의 개념적 기초 문제', [{한국심리학회 1989년도 연차학술대회발표논문 초록, 1989, 39-44]
의 내용 일부를 가감 수정, 보완하여 아래와 같이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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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number)와 확률을 사용하여 현상을 기술하고 가설 검증을 하며 자연현상 일반에 대한 통계적 추론을 제시하는 방법이 과학적 연구의 방법으로서 흔히 사용되고 있다. 즉 수량화 하고 수리적 모델을 제시하며 통계적 추론을 행함으로서 과학의 엄밀성이 보장되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수나 확률, 통계적 가설검증, 또는 추론의 개념적 기초가 과연 확실한 것인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본 장에서는 수학, 확률, 및 통계적 가설 검증의 개념적 기초를 개괄함으로서 심리학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수리적 통계적 방법의 이론적 문제점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장에서는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한 개괄적 진술을 먼저 제시하고, 다음의 몇 개의 장에서 계속하여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별적으로 상세히 논하겠다.

2. 수학의 기초의 불확실성
3. 확률개념의 중다성

... 그런데 이러한 과학적 연구의 기본 이되는 확률이라는 개념의 기초를 살펴보면 문제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 확률의 개념도 유일의 고정된 개념이 없이 여러 상이한 개념들이 있으며 17세기 이래 역사적으로 점진적으로 구체화되고 가다듬어져왔으며(Hacking, 1965, 1975), 현재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개념이다....

이상의 확률개념에 대한 4가지 유형을 살펴볼 때, 어느 확률개념이나 문제가 있으며 개념적 기초가 불확실하다. 따라서 이 상이한 개념들 중에 극한값으로의 상대적 빈도개념을 확률의 유일한 개념으로 받아들인 다는 것은 그러한 결정에 대한 확실한 기초가 결여된 채 주먹구구식으로(또는 편법적(heuristic)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즉, 필연적 선택이 아니라 임의적 선택인 것이다. 따라서 이렇게 선택된 확률개념을 절대시하고 과학적 연구의 최종판단을 이에 맹목적으로 건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4. 통계적 추론의 비정형성과 가설검증의 문제점

자료에서 가설로의 추론에 대한 통계적 추론에 관한 이론들에는 전통적으로 여러 통계적 이론이 있어 왔으나 이들은 대체로 베이지언학파(Baysian)이론, 휘셔 학파(Fisherian)이론, 니이만-피어슨 학파(Neyman과 Pearson)의 이론틀로 크게 묶여진다. Baysian이론은 주관적 확률과 현재 주어진 자료를 근거로 하여 현재의 자료하에서 연구가설이 얻어질 확률에 중점을 두는 반면, 휘셔 학파(Fisher)이론에서는 유의성검증과 영가설기각에 중점을 둔다........

그런데 심리학, 신경과학적 접근은 아무런 합리적 근거도 없이 이 세 이론 중에서 Fisher의 이론을 무비판적이고 임의적으로 받아들였고, 여기에 Neyman과 Pearson이론을 혼합하여 국적없는 혼혈이론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Fisher가 주장하는 유의성 검증, 영가설 기각, 가설 검증을 통계적 추론의 유일한 절대적 추론방법으로 간주하는 오류들을 범해 왔다. 이러한 Fisher식의 통계적 추론에는 다음과 같은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자료에서 가설로의 추론이란 비정형적 인지과정이요, 주관성이 개입되는 하나의 행위이다. 이것은 주어진 현상과 정보에 강하게 의존한다. 따라서 모든 현상에 동일한 양식의 추론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정형성이란 있을 수 없다. 통계적 추론이란 모두 Fisher식의 추론 하나만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합리적, 이론적 근거는 없는 것이다. Fisher는 영가설 검증이 유일한 최상의 방법임을 주장하나, Neyman과 Pearson등은 ‘가설검증의 유일한 최상의 방법은 없다’라고 하였다....

둘째로, Fisher식의 영가설 검증이란 P(D/HO) 즉, 영가설 하에서 현 자료가 주어질 확률을 이야기 하는 것이지 P(D/H1) 즉, 대안 가설 하에서 현 자료가 주어질 확률은 전혀 이야기하지 못한다. 그런데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가 추론해야 할 것이 P(D/Ho), 즉 영가설 하에서 현 자료가 주어질 확률이 아니라, P(H1/D), 즉 주어진 현 자료 하에서 영가설이 참일 확률이거나, P(HO/D), 즉 현 자료 하에서 대안가설이 참일 확률이라는 것이다. 즉, 현재의 자료를 근거로 하여 볼 때 대안가설이나 영가설이 타당한 확률이다.

경험과학에서는 경험적 관찰자료(D)를 근거로 하여 특정가설(H)이 맞을 가능성을 추론하는 것이다. 관찰자료 D 가 획득되었을 때 그것이 한 가설 Hi 와 다른 대안가설 Hj, Hk, Hl,... 등을 지지하는 정도를 결정하여 가능한 여러 가설중의 하나를 택하는 결정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Fisher식의 영가설 검증은 현재자료가 특정가설 Hi나 Hj를 지지하는 정도[P(H0/D)]에 대하여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다. Fisher식의 영가설 검증은 영가설(H0)이 참일때 현재 얻어진 자료가 획득될 확률[P(D/H0)]을 논할 뿐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Fisher식의 논리가 맞으며 연역논리의 부정식에 의하여, P(D/H0)에 의하여 P(H0/D)를 명확히 추론하여 논할 수 있을 것 같으나 이는 논리적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

Fisher식의 주장을 극단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즉 Fisher에 의하면,‘사람 a가 단두대에 의해 처형이 되었다면(H0), 그는 죽어 있을 것이다(D')라는 가설을 세우고 관찰결과, 사람 a가 죽어있는 결과(D)를 획득하고, 그는 단두대에 의해 처형되었다(H0가 맞다)’ 고 결론내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 논리는 잘못된 것이다. 사람 a가 죽어 있다(D)는 증거 그 자체는 그가 단두대에 의해 처형되었을 가능성(H0), 낙마하여 죽었을 가능성(H1), 병으로 죽었을 가능성(H2), 교통사고로 죽었을 가능성(H3)등을 모두 함의하고 있다. ‘단두대에 처형이 되면 죽었을 것이다’라는 확률은 이전의 경험적 사실에 근거하거나 연역적 논리에 의해 쉽게 주장을 할 수 있지만, ‘죽어있으니 이 사람은 단두대에 의해 처형되었을 것이다’라는 추론은 연역적 추리에서 Kahneman 등이 강조하였던 바, 즉 인간이 가장 많이 범하는 오류인 후건긍정(confirmation bias)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어느 한 가설을 선택하여 그 가설 하에서 자료 D를 얻을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예언하고 관찰한 결과 D가 획득되었기 때문에 그 특정가설이 맞다고 주장하는 것은, 가능한 대안가설들이 모두 열거되고 그것들이 논리적으로 먼저 모두 배제되지 않는 한에서는,

요약하여 이야기하자면, Fisher식의 영가설검증이란 과학적 추론이 다루어야 할 유형의 추론은 다루지 않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즉, P(D/Ho)와 P(Ho/D)를 완전히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Fisher 방식의 착각이다. 이것이 착각임에도 불구하고 심리학, 신경과학에서 Fisher식의 영가설 검증법이 여전히 주된 연구방법으로 강조되고 있는 것은 연구자들이 귀납적, 통계적 추론을 기계적으로 처리하려는 소망 때문이지만, 잘못된 전통적 관습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으로서 타당한 근거가 없는 비합리적인 것이다.

셋째로 귀납적 추론이란 항상 결정하는(decision making)과정이 내포된다. 결정하는 과정에는 직관적, 주관적 판단이라는 개인적 판단이 개입된다.

따라서 통계적 추론에 의해 가설에 대한 어떤 판단을 한다는 것은 통계적 측면과 주관적, 인지적 측면의 두 측면을 항상 지니고 있다. 따라서 연구자 자신의 지식이 개입되지 않은 순수하게 정형적이고 기계적으로(all-or-none적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는 가설검증이론이란 있을 수 없다.

신경과학적 연구 이전에, 예를 들어 반응표집에서 무엇을 작업기억이라 할 것인가, 무엇을 공포라고 할 것인가 등 심리적 개념 범주를 결정하는 것에 대한 연구자 나름대로의 설정을 하는 과정에 있어서, 그리고 가정, 용납가능한 가설 등의 종류, 적절한 유의수준의 결정, 의미있는 처치효과의 크기, 효용성에 대한 결정을 연구자가 하는 것은 직관적이며 주관적인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주관적 판단이나 결정행위의 측면을 수용하지 못하고, I종 오류(α)수준에 의해 기계적으로 영가설을 기각한다는 방법은 귀납적, 통계적 추론이 가지는 본질의 일부만을 왜곡시켜 반영한 것이다. 귀납적, 통계적 추론이란 기계적, 자동적 추론이 아닌 것이다.

즉 가설의 기각이나 수용이란 기계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연구자의 하나의 인지적 과정이다. 그 가설 자체를 믿는다거나 부정되었음을 믿는다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증거 하에서 그 가설이 참일 가능성(Fisher의 입장은, 실제는 주어진 가설 하에서 그 증거가 얻어질 가능성이지만)에 대해 믿는 정도를 표현하는 것일 뿐이다. 영가설 검증은 결정이론에 비춰보아도 불완전하다. 왜냐하면 가능한 모든 대안들과 그들의 확률들을 영가설 검증에서는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영가설 검증이란 과학에 적합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과학적 연구란 한 연구자에 의해 절대불변인 진리의 이론이 확증된다기보다는 어떤 명제(가설)에 대하여 한 연구자가 믿고 받아들이는 정도를 잠정적으로 제시하고 이후의 연구들에 의해서 이 정도가 계속 조절된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일격에 어떤 결정을 서둘러 내리는 식의 영가설 검증이란 과학적 연구의 본질에 잘 부합되지 않는 것이다.

네째로 Fisher이론의 영가설 검증에는 이밖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일부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영가설은 유의로 판결되기까지는 무의(무죄)로 간주하는 반면, 대안가설은 할 수 없이 무의로 정하지 않을 수 없을 때까지 유의(유죄)로 간주한다’는 이중기준 적용의 편향성;
- 사례수 n이 크면 가설검증이 항상 유의해진다는 점;
- 실제 자연에서는 영가설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
- 소규모 제한 표집의 단일 실험이 강조되었다는 점;
- I종 오류 α 수준의 p 값을 실험의 반복가능성 또는 신뢰도의 척도로 잘못 오인한다는 점(반복가능성은 실험통제와 조작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지, 1-p 값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 또 신뢰유의 수준 기준값으로 정하여 활용하는 p 값을 연구가설의 타당도의 척도로 잘못 해석한다는 점(p 값은 영가설과 우연오차 가정하에서의 특정 결과에 대한 기대 확률이지 대리가설 즉 연구가설의 타당성 정도와는 아무런 직접적 관계가 없다)등의 문제점들이 있다.
-이상의 문제점들 중에서 가장 큰 문제점이란 영가설 검증이 마치 대법원의 판단이며 최후의 신탁인 것으로, 또 만병통치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영가설의 영역에서 특정의 통계치가 발생할 확률(p 값)의 수준에 의해 기계적 자동적 결정을 내린다는 점이다.

이러한 기계적(all-or-none적) 자동적 결정이란 연구자 자신의 경험과 지식에 의한 사려깊은 주관적 판단을 배제하는 것이다. 그러한 결정이란 가설에 대한 판단과정을 제대로 반영하지도 못하며, 과학의 본질을 반영하지도 못하고, 썩은 형태의(Carver, 1978) 과학적 방법이며, 생각이 없는 연구방법이며(Bakan, 1966), 과학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지도 못하므로(Clark, 1963), 축출해야 할(Cronbach, 1975) 방법인 것이다(물론 이러한 비판에 대한 반박과 영가설 검증에 대한 옹호론을 전개할 수는 있다).

- 이상에서 고찰한 바처럼 수학, 확률, 통계적 가설검증 추론에는 그 개념적 기초에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다. 과학적 연구를 하며 수리적, 통계적 기술과 추론을 연구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는 심리학자/ 인지신경과학자들은 이러한 개념적 기초의 문제점들을 잘 인식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수리적, 통계적 기술, 분석, 추론의 필요성을 부정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수리적, 통계적 방법은 현재 과학자들이 지니고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에 이를 부정하거나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방법들이 지닌 본질적인 제한점,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음으로써 다른 비수리적, 비통계적 연구방법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불식시키고 개방적 태도를 지녀야 함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며, 연구자의 생각이 배제된 채 기계적으로, 자동적으로 기술하거나 결정하는 것을 피하고, 과학의 본질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연구자 자신의 경험에 의해 획득된 지식과 이론적 관점에 의한 합리적 판단이 당연히 차지해야 할 권리와 비중을 되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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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맺는 말

-과학의 발전이 수많은 종교적, 사회적 독단론을 허물어뜨리고 이루어졌듯이 과학적 방법론에 대한 독단론(논리실증주의나 영가설 검증방법론등의), 체계적 생각없이 그냥 하는 작금의 일부 연구자들의 관행, 즉

- 과학적 설명, 인과적 설명, 상관적 설명, 통계적 가설 검증 추론의 본질을 생각함이 없이 기계적으로 실험하고 그 결과에 대하여 기계적으로 통계 패키지를 돌려서 기계적으로 가설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낮은 수준의 연구 행태를 (생각없는 기계적 연구)

-허물어뜨릴 때에야 (아니면 그러한 자신의 연구 활동이 지니는 문제점, 한계점을 제대로 인식할 때에만) 비로소 과학이 왜곡된 양식이 아닌 과학 본연의 형태로서 창조적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적 연구자로서 심리학자, 신경과학자들은 전통적으로 내려온 또는 자기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연구 방식에 대하여, 그리고 자기 자신의 이론이나 경험적 자료나 연구방법론이 아닌 대안들에 대하여 항상 겸손하며 개방적이어야 할 것이다. 특히 상식적인 널리 퍼져있는 인간 특성에 대한 생각들을 그냥 단순한 가설검증적인 심리학적 신경과학적 뇌연구에 의하여 확증, 확인하는 식의 연구 방식은 확증(확인) 편향이라는 인류 보편적인 사고오류에 빠지기 쉽다는 것을 항상 의식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은 그리 쉽게 자신의 법칙을 인간에게, 생각이 없는 연구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 2009. 01. 18. 이정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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