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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April 10, 2009

심리학에 새로운 혁명이 오고 있는가: - 체화적 접근




       “심리학에 새로운 혁명이 오고 있는가: 체화적 접근”




                  - 이정모(성균관대 심리학과/ 인지과학 협동과정) -

                               (jmlee@skku.ac.kr)




-* 209. 03. 20. [동덕여대 지식융합연구소 2009년 심포지엄(1); 지식융합 2.0 마음에 대한 새로운 이해]. 심포지엄 자료집, 20-33 , -


개인 사정으로, 완전히 새로운 글을 만들지 못하고
지난 12월에 실험심리학회에서 발표한 파일과 금년 1월,2월에 다른 모임에서 발표한 파일의
내용을 약간만 (주로 끝부분) 보완한 파일입니다
링크 주소에서 첨부된 mht 파일이 한글 텍스트 파일이고 첨부된 ppt 파일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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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심리학의 주제에 대한 접근 역사




고대 이래로 심리학의 중심문제들은 철학에서 제기되고 가다듬어져 왔다. 그러나 19세기까지 철학에서의 심리학 주제에 대한 접근은 경험적 접근이 아니라 논리적 분석의 사변적 접근이었다. 심리학이 철학으로부터 독립하여 하나의 경험 과학으로 출발하면서부터 심리학자들은 심리학의 주제를 무엇이라고 규정할 것인가, 그리고 그 주제를 어떠한 방법으로 탐구하여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계속 생각을 가다듬어 왔다.

 19세기 후반에 철학으로부터 심리학을 독립시켜 하나의 경험과학으로 출발시킨 W. Wundt와 당시의 심리학자들은 유럽대륙의 경험주의, 실험주의적 사조, 특히 당시의 von Helmholtz 등의 실험물리학, 그리고 실험생리학에 영향을 받아서, 통제된 실험실에서 실시되는 실험법을 새로 형성되는 심리학의 방법론의 기반으로 도입하여 전통적으로 철학 내에서 내려오던 의식 경험 등의 심리학의 주제들에 대하여 경험적인 접근을 시도하였다. 초기에는 의식 경험의 요소로에의 분석이 심리학의 중심 과제이었다.

그런데 실험심리학으로서의 과학적 심리학을 출발시킨 Wundt는 그러한 의식경험의 내용을 분석하면서도 오늘 날에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러한 객관적 실험법에 의하여 심리학의 연구문제를 모두 다룰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심리학의 연구 문제는 일반적으로 의식을 요소로 분석하는 것, 이 요소들 사이의 연결 양식을 결정하는 것, 그 연결 법칙을 결정하는 것, 그리고 그 요소들이 보이는 다양한 형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라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분석에 주로 실험실 실험법을 적용하였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분석 방법은 마음의 하위 과정 연구에는 적절하나 상위 현상(언어, 사고 등)의 연구에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이러한 상위 과정에는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방법을 적용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그에게는 마음은 수동적 요소가 아니며 고정되어 있지 않고 역동적이며, 과정적인 활동적 실체라고 생각되어졌다. 따라서 요소로의 분석도 중요하지만, 주관적 직접 경험도 중요하며 이들의 통합(synthesis)적 특성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다 라고 본 것이다.

 이후의 여러 심리학 사조들에서도 심리학의 주제인 마음, 의식의 개념의 가다듬음과 그에 대한 과학적 접근의 재구성의 시도가 끊임없이 계속 이루어져왔다고 할 수 있다. 이후의 심리학 내의 마음 개념의 접근에 대한 개념적, 방법론적 틀의 변천 역사를 그러한 변화의 추세의 특성들을 단순화하여 범주화한다면 다음의 7개로 묶어 볼 수 있을 것이다.




1.1. 구성주의적 접근 (Structualism)

Wundt의 제자였던 E. B. Titchener 등은 심리학의 핵심 주제가 의식의 기본적 구성 요소를 분석하여 내는 데에 있다고 보고, 의식의 요소라고 볼 수 있는 심적 과정의 특징과 이 요소들이 지니는 속성을, 훈련되어 가다듬어진 내성법을 통하여 탐구하는 구성(구조)주의적 심리학 접근을 발전시켰다. 이들은 의식의 요소를 분석하는 데에 있어서 자극을 제시하는 방법은 실험실실험법을 사용한 엄격한 실험 통제 하에서 진행하되 자극에 대한 의식 내용의 분석에는 주관적 분석법인 내성법을 사용하였다.




1.2. 정신역동적 접근 (Psychodymamic approach)




의식 경험에 대한 실험적 접근과는 달리 독일에서 프로이트에 의하여 출발된 정신역동적 접근은 구성주의 심리학에서 강조한 명시적으로 관찰, 분석할 수 있는 의식 내용의 분석보다는, 의식화되지 않은 무의식적 충동이 마음의 구조와 역동을 결정한다고 보고, 이를 내성법과 해석학적 방법에 의하여 접근하여 그 구조와 역동을 규명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그 해석학적 접근 방법 때문에 이후의 과학적 심리학에서는 비과학적 접근으로 비판되거나 무시되었다.







1.3. 행동주의적 접근 (Behaviorism)

내성법을 그 기본방법으로 삼아 의식을 요소로 분석하였던 구성주의와는 달리, 미국에서 기능주의 심리학을 배경으로 형성된 행동주의 심리학은, 심리학에서 의식이라든가 마음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것을 배격하고 객관적으로 관찰 가능한 외적인 자극-반응의 연결 관련 행동에 대한 객관적 기술만이 심리학이 할 일이라고 주장하며, 마음이나, 인지 등의 개념을 심리학에서 배제하였으며, 행동을 자극과 반응 연결의 조건형성의 메커니즘에 의하여 설명하려 하였다.




1.4. 고전적 인지주의적 (Classical Cognitivism) 접근




방법론적 객관성을 강조한 행동주의 심리학이 심리학에서 마음, 인지, 심적 능력 등의 개념을 배제하고 설명력이 극히 제한된 '자극-반응' 연결의 객관적 기술에 그치는 접근을 하는 데에 대한 반발 위에서 출발한 고전적 인지주의는 심리학에 '마음', '인지' 개념을 되살려 놓았다. H. Simon 등의 인지과학 창시자들에 의하여 1950년대 후반에 등장하여 1970년대부터 심리학과 인지과학에서 그 입지를 확고히 한 고전적 인지주의(Classical Cognitivism)는 인간과 컴퓨터를 유사한 정보처리적 원리를 지닌 시스템으로 보고, 이 정보처리시스템의 정보처리 과정과 구조를 밝힘을 통하여 마음의 문제를 접근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 접근은 이러한 인지주의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였던 철학의 기능주의의 기초하고 있었기에 기능주의 철학에서 강조하는 다중구현원리(multiple realization)의 철학적 관점을 따라서 그 이론틀을 구축하였다. , 추상적 정보처리 원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나머지 그 정보처리 원리가 구현되는 물리적 실체는 중요하지 않다고 보아 정보처리체계가 구현되는 실체가 뇌이건, 전자칩이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전개하였다. 그리고 마음의 작동 원리를 논리적 형태의 규칙의 도출과 같은 형식적 접근에 의하여 계열적인 과정으로 기술할 수 있다고 보았다. 모든 심적 현상은 상징(기호적) 표상(representation)의 형성, 저장, 활용과 같은 계산(computation)적 정보처리라는 기본 입장이 고전적 인지주의의 핵심을 이루었다.




1.5. 연결주의적 접근(Connectionism)




마음 구현의 신경적 기초를 무시하는 고전적 인지주의가 드러내는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1980년대 중반에 대두된 연결주의(connectionism)는 고전적 인지주의와는 달리, 마음의 작동이 그 신경적 기반 구조인 뇌의 특성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보고 뇌의 기본 단위인 세포들 간의 연결강도의 조정 중심으로 마음의 작동 특성을 개념화하였다. 연결주의는 고전적 인지주의처럼 미리 내장된 알고리즘적 규칙이나 지식표상을 전제하지 않으며, 신경망적 분산적, 병렬적 확률적 계산에 의한 상징(기호)이하 수준에서의 정보처리 메커니즘을 강조하였다. 그런데 연결주의는 실제의 뇌의 특성 중심으로 이론적 모델을 전개하였기 보다는 추상화, 이상화한 이론적 뇌의 특성을 중심으로 마음의 작동 메커니즘을 모델링하였다는 한계점을 지니고 있었다.




1.6. 인지신경과학적 접근




연결주의적 접근의 등장 이후에 심리학의 보는틀의 중심 위치를 점유한 것은 인지신경과학적 접근이었다. 인지신경과학적 접근은 앞에서 언급한 여러 보는틀이 심리적 기능과 과정의 측면에 대한 접근임과는 달리, 마음을 뇌의 신경생물적 구조와 과정에 기초하게 하는 존재론적 차원의 접근이기에 앞의 접근들과는 다른 차원의 접근이라고 할 수 있고 별도의 접근으로 범주화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할 수 있다.

하여간 인지신경과학적 접근은 연결주의가 지니고 있는 제약점, 즉 연결주의가 실제의 뇌보다는 이상화된 이론적 뇌를 상정하여 놓고 이를 모델링한다는 측면과, 연결주의가 상징이하(subsymbolic) 수준에서의 처리를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고전적 연결주의와 같은 형식적 계산주의의 입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측면의 결함을 보완하려는 접근이다. 또한 연결주의 이전의 기존 모든 접근의 존재론적 가정의 미흡함을 마음의 작동 원리를 생물적, 신경적 바탕에 기초하도록 하는 환원주의적 접근에 의하여 보완하려는 접근으로써 현재의 심리학, 인지과학의 대세적 접근으로써의 자리를 잡고 있다.

이전에는 전통적 심리학에서는 심적과정이나 표상체계에 대한 개념, 이론, 가설적 예언 등은 실험실 내에서의 인지과정 실험에 의해 그 타당성을 검증 받고 세련화되었었다. 그러나 인지신경과학적 접근이 도입되고 확산되면서 하위 심적구조와 단계적 과정을 제시한 심리이론들 특히, 주의, 지각, 기억, 언어, 사고 등에 관한 인지이론들, 개념들은 그 이론적 구성개념의 타당성과 예언의 타당성이 신경생리학적, 신경생물학적 기반(neural correlates)에 의해 검증되고, 재구성되고 있다. 마음의 과정과 구조에 대한 어떤 아이디어가 있으면 이제는 최종 확인과 검증을 인지신경과학적 실험을 통해 확인하는 절차가 추가되거나 그것으로 대치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고전적 인지주의나 연결주의나 인지신경과학적 접근이, 마음의 다양한 측면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제한적 접근이라는 반론이 1980년대 중반 이래로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정보처리적 소프트 시스템으로서의 인지체계를 강조하며 마음을 계산주의와 표상주의, 기호(상징)체계의 틀에서 접근한 고전적 인지주의나, 추상화된 이론적 뇌의 세포 수준의 하위 단위들의 활성화와 연결 원리의 모델링을 중심으로 subsymbolic system을 강조하며 접근한 연결주의(신경망적) 접근이나, 실제로 작동하는 구체적인 뇌의 신경적 구조와 과정적 활동의 측면을 강조한 인지신경과학적 접근들이 심리현상의 많은 특성을 밝혀주기는 하였지만 실상은 마음의 본질적 측면을 충분히 다루지 못하고 있으며(Hollnagel, 2007)1)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논지이다. 바로 몸의 문제이며 탈데카르트적 관점의 문제이다.

195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의 고전적 인지주의는 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생물적 면의 중요성을 격하시켜 뇌의 탐구를 소홀히 하였다. 한편 1980년대 초에 등장한 연결주의나, 그 이후에 등장하여 현대 인지과학의 성과를 이끌어가고 있는 인지신경과학은 물질로의 환원주의적, 일원론적인 입장에서 뇌를 강조하기는 하였지만, 근본적으로는 현상을 경험하는 주체와 그 대상인 객체를 이분법적으로 보는 데카르트의 존재론적 관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받을 수 있다. 마음을 곧 뇌의 신경적 활동 상태로 환원하는 단순한 일원론적 시도 이외에는 마음과 몸의 관계에 대한 본질적 측면에 대한 어떤 시사를 주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지심리학적, 신경과학적 연구들은 환경과 독립된 별개의 실체로서 작용하는 뇌와, 뇌의 신경적 상태로 개념화된 마음의 개념적 틀의 타당성, 충분성에 대하여 그 개념적 기초를 엄밀히 체계적 분석을 하지 않은 채 진행되어 온 것이라고 비판 받을 수 있다. 고전적 인지주의가 뇌의 중요성을 경시한 채, 추상적인 표상체계로 마음을 개념화하였던 데카르트식 접근에 대하여, 인지신경과학적 접근은 뇌라는 물리적 구체성만 되찾아 준 것일뿐 마음의 바탕이 되는 몸 기반 전체를 되찾아 주거나 한 것이 아니다 라는 비판이다.

이러한 비판적 관점을 가진 여러 분야에서의 생각들이 연결되고 수렴되어 지난 몇 년 사이에  심리학에서, 그리고 인지과학에서 하나의 영향력있는 대안적 틀로 떠오른 것이, 마음에 몸의 바탕을 연결하여 주는 틀인 ‘체화된 마음(Embodied mind)’ 또는 ‘체회된 인지(Embodied Cognition)’라고 불리는 접근이며, 이 틀은 심리학과 인지과학의 이론적 틀을 변화시키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 영향이 증대하리라 본다. 아마도 현재 심리학과 인지주의가 과거 1950년대의 인지주의의 출발과 떠오름 시점보다도 더 드라마틱한 전기를 맞고 있다는 Bem & Keijzer(1996)의 논의가 타당할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과거에 철학과 심리학, 인지과학을 지배하여 온 전통적인 데카르트적 존재론과 인식론에 바탕한 마음(Mind)의 개념으로부터 탈피하여, 구체적인 ‘몸’이라는 실체를 통한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출현하는 인간의 적응 ‘행위’로서의 ‘마음’의 관점으로 전환하는 탈데카르트적 관점의 움직임의 추세라고 볼 수 있다.







2. 체화된 마음 접근




3의 인지과학 패러다임 또는 제6(또는 7)의 심리학적 패러다임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이 틀은 인간의 마음, 인지가, 개인 내의 뇌 속에 추상적 언어적 명제 형태로 표상된 내용이라고 하기보다는, 구체적인 몸을 가지고(embodied) 환경에 구현, 내재되어(embedded) 사회환경에 적응하는 유기체(organism)가 환경(environments)과의 순간 순간적 상호작용(interaction) 행위 역동(dynamics) 상에서 비로소 존재하게 되는, 즉 유기체의 몸과, 문화, 역사, 사회의 맥락에 의해 구성되고 결정되는 그러한 역동적 활동으로서의 마음임을 강조하는 접근이다.

이러한 접근은 아직은 통일적 틀을 이루지 못하고 다소 산만히 여러 이름들로 전개되고 있지만, 고전적 인지주의에서 배제되었던 ‘몸’을 마음의 바탕으로 되찾게 하며(embodied mind), 체화된 마음과 분리될 수 없는 환경을 인지과학과 심리학에 되살려 놓게 하며, 공간적 연장(extension)이 없는 ‘정신적 실체’라는 마음이 아니라 환경에 연장된, 확장된 마음(extended mind)으로 마음을 재개념화 할 가능성을, 아니 그래야 하는 필연성(Bickhard, 2008)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움직임은 종래의 일반인들이나 과학자들이 갖고 있던 마음과 몸에 대한 데카르트 식의 2원론적 생각을 벗어나려는 것이다. 즉 심신이원론이나, 마음은 곧 뇌의 신경과정이다 라는 환원주의적 일원론을 벗어나려는 새로운 보는 틀이다. 체화된 인지’의 보는틀은 고전적 인지주의의 정보처리 접근이 지니는 제한점을 벗어나려 한다. 즉 환경과는 독립적으로 한 개인 마음() 내부에서 일어나는 정보의 인지적 표상이나 처리가 아니라, 몸으로 환경 속에 구체화되며, 몸의 활동을 통하여 환경과 연결되어 상호작용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행위로서 마음을 설명하고자 하며(Hollnagel, 2007)2), 그리고 환경 내의 다른 인간의 마음이나 각종 인공물에 분산표상된 마음, 그리고 문화적, 사회적, 역사적으로 상황 지워지며 행위로 구성되는 마음으로서 보려는 것이다. 구체적 몸으로 환경에 체화된다는 것은 표상, 인지, 마음을 거론함에 있어서 보조적 개념화가 아니라 필수적 개념화이다 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대안적 접근은 앞으로 심리학, 인지과학적 탐구에, 그리고 자연히 주변 학문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오는 시사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2.1. 체화됨 마음 관점의 떠오름의 배경




체화된 관점은 본질적으로 데카르트의 이원론적 존재론과 그에 바탕한 인식론을 벗어나자는 탈 데카르트적 움직임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시도는 이미 일찍이 17세기의 B. Spinoza에 의하여 이루어졌었다(다마지오, 2007). 몸에 대한 강조는 이후에 유럽의 현상학적 철학자들에 의하여 이어져 왔다고 할 수 있다. 추상화된 마음의 측면이 강조되는 데카르트의 이원론적 존재론을 넘어서서 몸과 마음을 둘로 나눌 수 없다는 입장에서 전개된 프랑스의 메를로 퐁티(2002) 등의 관점에서는 인간의 의식적 경험의 뿌리가 몸에 있음과, 몸과 마음과 환경이 하나의 단위를 이루는 입장이 제시된다. 몸이 환경(세상)과 일체가 되어 적응하는 과정에서 몸의 행위 하나하나가 마음을 구성한다고 보는 것이다.

 심리학 내에서도 이러한 관점에 상응하는 움직임이 있어왔다. 20세기 중엽부터 감각과 지각의 심리현상을 중심으로 이미 이러한 관점을 설득력있게 전개하여온 J. J. Gibson(1979) 연구진의 생태심리학적 연구가 그 주류를 이루었다. 이외에도 심리학을 넘어서 인지과학 내에서 다음과 같은 주변학문의 사조들의 영향이 수렴되어 “제3의 인지 혁명”이라고도 지칭되는 이러한 움직임을 이루어 내었다고 할 수 있다.




인지과학 내에서 재현된 하이데거적 존재론-인식론 논의(Dreyfus 등의 논의), 언어학의 J. Searle 등의 언어행위 논의, 상황의미론 논의, 인지언어학자 G. Lakoff 등의 은유와 마음, 체험적 실재론 논의(Lakoff, & Johnson, 1999), Maturana Varel,a 중심으로 한 인지생물학(biology of cognition) 체화된 마음(embodied mind) 논의(Varela, Thompson, & Rosch, 1991), 인공지능학에서의 R. Brooks 등의 반사적 로봇(reactive robotics) 논의, 심리학에서의 비표상체계 논의, 인지인류학에서의 지식의 사회 문화적 제약 이론 및 인공물과 외적 분산 표상 개념에 관한 논의, 심리학 등에서의 분산적 인지, 상황적 인지(situated cognition) 논의, 행위로서의 마음에 대한 논의, 담화적 마음(discursive mind) 논의, 동역학체계 논의, 심리학과 로보틱스 등에서의 인지의 감각운동 기반에 대한 진화론적 논의, 상호작용론(interactivism) 논의 등이 이러한 제 2의 변혁의 배경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이정모, 2001, 2007, 2009).

심포지움의 이영의 교수의 발표글에서 언급되겠지만 최근에 철학에서는 이러한 탈 데카르트적 관점의 움직임이 다시 일고 있어 심리학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지각도 사고도 감각-운동적 신체적 행위에 바탕하고 있다는 철학자 A. Noe, 마음은 뇌 자체도, 기계속의 도깨비도 아니다 라는 주제로 강하게 ‘마음=뇌’ 관점을 비판한 T. Rockwell, 뇌 속의 마음이 아니라 몸과 괴리되지 않으며 세상과 괴리되지 않은 마음으로, 인지로 재개념화하여야 한다는 M. Wheeler, 몸 이미지가 아닌 몸 스키마의 개념을 사용하여 ‘몸이 마음을 어떻게 조형하는가’ 하는 주제를 다룬 S. Gallergher, 마음은 뇌 안에 있거나 개인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뇌를 넘어서, 개인을 넘어서 있다는 Wilson(2002) 등의 주장 등이 있고, 연장(확장)된 마음(Extended Mind)과 관련한 Clark Chalmers (1998), Clark(1997, 2008) 등의 논의 등이 있으며, 정대현(2001), 이영의(2008) 등의 국내 학자들의 마음 논의에서 신체성 개념 의의 논의가 전개되었다.




20세기 초의 행동주의심리학이 마음을 심리학에서 배제하였고, 1950년대 이후의 고전적 인지주의가 그 마음을 심리학에 되찾아주었지만 뇌의 역할을 무시하였고, 1980년대 이후의 인지신경과학이 마음을 다시 뇌 속으로 넣어주었지만 뇌를 제외한 몸과 환경의 역할을 무시하고 데카르트식 “마음 = 뇌신경과정 상태”의 환원주의적 일원론의 관점을 전개하였다면, 이제 21세기에서 제3의 대안적 관점을 통하여 그 뇌를 몸으로, 그리고 다시 그 몸을 환경으로 통합시키는 작업을 하여야 한다고 볼 수 있다. 마음은 뇌 속에서 일어나는 신경적 상태나 과정이라고 하기보다는 신경적 기능구조인 뇌와, 뇌 이외의 몸, 그리고 환경의 3자가 괴리되지 않은 총합체(nexus) 상에서 이루어지는 행위 중심으로 재개념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몸을 배제한, 체화되지 않은 상호작용의 개념으로는 인간과 인간간의 상호작용을 포함한 인간과 환경 간의 상호작용을 설명할 수 없다(Seifert, 2008), 이외에도 최근에 다음과 같은 학자들의 논의에 의해 이 대안적 관점이 틀을 갖추어 전개되고 있다: Bickhard(2008), Calvo & Gomila(2008), Chemero(in press), Wallace, Ross, Davies, & Anderson(2007).




2.2. 체화된 마음 접근의 요점.




그러면 인지과학의 제3의 대안이라는 '체화된 마음(EM)' 접근의 핵심적 주장은 무엇인가? 전통적 인지주의(cognitivism)에 대한 대안 관점으로(post-cognitivism) 제시된 체화된 마음 접근의 중심 주장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체화된 마음의 보는틀은 “미시적, 신경적 또는 생물적 단위 수준에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연결주의와 같은 낮은 설명 수준의 접근이 지니는 한계, 그리고 그보다 한 수준 위에서 명제 중심으로 논리적 체계에 의해 설명하려는 고전적 인지주의의 정보처리 접근이 지니는 제한점을 벗어나려 한다. 즉 환경과는 독립적으로 한 개인 마음 내부에서 일어나는 정보의 인지적 표상이나 처리가 아니라, 환경 속에서 살며, 이와 상호작용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행위로서 인지를 설명하고자 하며, 환경이 인간의 인지의 특성, 한계를 규정, 제약하고 인간의 인지구조가 환경을 규정하고 변화시키는 그러한 상호작용의 관계 속에서의 인지를 연구하고자 한다.3) 세상 속에서 적응하며 활동하는 존재이며 세상의 일부로서의 한 개인이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그리고 물리적 환경의 자연물과 인공물과의 상호작용에서 이루어지는 담화에 의해 구성되고 의미를 지니는, 그리고 구체적인 신체에 구현된(embodied) 실체로서의 인간 마음, 그리고 환경의 다른 인간의 마음이나 각종 인공물에 분산표상된 마음, 문화적, 사회적, 역사적으로 상황 지워지며 행위로 구성되는 마음으로서 보려는 것이다(이정모, 2001, 643-644; 일부 내용 삭제 및 보완함).

체화된 인지를 다룬 van Dijk 등과 Bickhard의 글에서 '마음' 개념 일반보다는 '인지' 중심으로 이 입장의 요점을 표현한 것을 인용한다면 다음과 같다. 




... we question the very assumption that cognizing is something that the brain does... but we believe there is more to cognition than the processes inside the brain alone. Besides the brain, the organism's body and the world form part of the physical substrate that underlies cognition and behavior. ... cognition and behavior emerge from the bodily interaction of an organism with its environment. ... the physical structure of body and world, and the internal milieu of the organism's body, all provide important constraints that govern behavioral interactions. From this perspective, cognitive states are best explained by a physical system of interacting components, where the brain is only one such component. In other words, the brain is best viewed not as a commander or director of behavior, but rather as only one of the players among equally important others ... higher cognitive functions cannot directly mapped onto brain structures (van Dijk, Kerhofs, Rooij, & Haselager, 2008, p. 298; 밑줄은 필자가 추가함)."




"If representation, thus cognition, is derived from (inter)action, then some sort of embodiment is required in order for such action and interaction to be possible: actions, thus embodiment, are not mere auxiliaries to representation, but, instead, are essential to it (Bickhard, 2008; p. 35)




더 나아가서 Calvo Gomila(2008, p. 12-13)에 의하면 embodied mind의 요체는 체화됨(embodiment)보다는 interactivism dynamicism이며, 이 관점은 다음과 같은 핵심 주장을 전개한다.

환경과의 심적 역동적 상호작용은 몸에 의존하며, 따라서 감각운동적 측면이 인지의, 마음의 핵심이 되며, 고차 심적 기능도 이러한 기초의 제약과 허용 틀에서 이해되어야 하며, 지각은 능동적이며, 행위는 지각에 의해 인도되며, 신경계, , 환경 요인이 실시간 상에서 상호작용하는 것을 이해함을 통하여 과학적 설명이 주어지고, 전반적 계획이나 통제가 없이 분산된 단위들의 지엽적 상호작용에 의하여 자가조직적으로, 창발적으로 출현하는 것이 심적 현상이며, 마음은 환경에 확장된(extended), 상황지어진(situated) 것으로 분석, 이해되어야 하며, 자연적, 생태적 상황에서 맥락이 고려되어서 이해되어야 하며, 전통적 논리적 형식적 접근보다는 역동적 시간 경과와 상호작용성을 다루기에 적절한 형식적 접근을 통하여 탐구되어야 하며, 신경생물학적 가능성(plausibility)이 반드시 고려되며, 현상이 과정이 어떻게 (주관적으로) 체험되는가 하는 가에 대한 현상학적 접근도 설명적 구성요소로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  [1] 뇌를 포함하는 몸과, [2] 환경(각종 물리적, 사회적, 심리적), [3] 그리고 이 둘이 연결되는 상호작용적 활동(interactivity)의 세 측면이 서로 괴리되지 않고, 표상이 없이 하나의 역동적 전체로서 개념화되는 그러한 접근을 하여야 하는 것이다




3.3. 급진적 체화된 마음 접근: Radical Embodied Cognition




체화된 마음을 주장하는 입장은 그 접근의 강력함의 정도에 따라서 일반적으로 다음의 두 개의 접근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약한(온건한) 체화된 마음 입장이고 다른 하나는 강한(급진적) 체화된 마음 입장이다(Chemero, in press)).

약한(온건한) 체화된 마음 입장은 고전적 인지주의나 인지신경과학적 접근의 부족함을 보완하여 마음의 본질이, 표상을 형성하고 저장하고 이를 활용하는 계산(computation) 과정으로 보는 입장이다. 즉 기존의 고전적 인지주의 관점을 기본 틀로 인정하고 단지 그 표상이 어디에서 오는가 하는 표상의 원천(source), 추상적인 인지주의에서 강조하는 formal 한 명제적 상징(기호)이 아니라, 감각운동(sensory-motor)적 기반함, 즉 몸의 활동 정보에 근거함을 강조하려는 입장이다.

강한(급진적) 체화된 마음 입장은 그것이 아니라 기존의 고전적 인지주의적 접근의 전반적 문제점 특히 기존의 고전적 인지주의가 특정 시점의 정적인(static) 표상, 그리고 추상화된 표상, 통사적 언어적 명제적 표상을 강조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러한  기존의 고전적 인지주의 틀로서는 실제로 일어나는 인간활동의 역동적인 측면에 기초한 인간 마음의 본질을 살릴 수 없다고, 이론적으로 접근할 수 없다고 보며, 한 시점에서의 표상이 아니라, 이어지는 연속된 시점 상에서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궤적을  그리는 역동적 활동으로서의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마음(mind)을 역동적 체계(dynamic systems)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Chemero(in press)의 주장을 다시 정리하자면 급진적 체화된 인지 접근의 기본 입장은 다음과 같다:

주장1: Representational and computational views of embodied cognition are mistaken.

주장2: Embodied Cognition is to be explained via a particular set of tools T, which includes dynamical systems theory.

주장3: The explanatory tools in set T do not posit mental representations.




4. 체화된 마음과 인공물과 인간




마음을 단순히 뇌 속에서 일어나는 신경적 과정의 결과로써, 그리고 알고리즘적 또는 확률적 정적인 계산적 정보처리로써 개념화하지 않고, 몸과 괴리되지 않은 마음이 몸을 통하여 환경에 공간적 확장, 연장의 특성을 지닌 역동적인 활동(행위)에 존재하는 것으로 개념화 한다면, 위에서 논하였듯이 체화됨 자체보다는 상호작용성, 그리고 그 역동성이 더 핵심적인 개념이어야 함은 당연한 것 같다.

체화됨(embodied)이라는 것은 인간과 환경의 상호작용 행위가 출현할 수 있는 상황조건, 가능성 조성 기반에 지나지 않으며, 심리학이나 인지과학이 관심가져야 할 것은 그러한 상황지워짐을 통하여 마음--환경의 합일체가 무엇을 이루어 내는가 하는 역동적 활동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마음--환경의, 상호괴리될 수도 없는 실체들이 함께 이루어내는 상호작용, 아니 함께 존재하는 방식일 것이다. 상호작용이 심리학, 인지과학의 핵심 개념으로 떠오르게 되는 논리적 기반이 이에서 제공된다.

몸에 구현된 마음이 환경과 상호작용함의 특성을 규명하고자 함에 있어서, 인간과 (다분히 수동적 물질인) 자연물과의 상호작용은 Gibson류의 생태심리학이 다룰 수 있지만, [인간] [의도를 지닌 행위 주체로서의 다른 인간] 또는 [행위 주체로서의 다른 동물과 인공물(로봇, 인공시스템)]과의 상호작용은 Gibson류의 기존의 생태심리학이 충분한 이론적 틀을 제공하여 주지 못한다. [인간-<일반 물질적 대상>]의 상호작용은 생태심리학적 접근이, [인간-인간]의 상호작용은 인지심리학, 인지신경심리학, 사회심리학과 인지인류학 등의 인지과학이, [인간-<동물>]의 상호작용은 동물심리학, 인지심리학, 사회심리학, 인지인류학, 동물행동학, 인지신경과학이 다룬다면, [인간-<수동적 대상인(도구, 기기 등) 일반 인공물 일반(Artifacts 1)>]과의 상호작용과, 그리고 [인간-<행위주체자의 역할을 하는 인공생물시스템 또는 인공인지시스템으로서의 로봇이나 다른 인공물(Artifacts 2)>]과의 상호작용의 본질에 대한 개념화의 정리, 재구성이 필요하게 된다(이정모, 2009).




4.A. 인간과-인공물일반(A-1)의 상호작용의 개념화

 

각종 인공물 일반(artifacts: 언어, 문화, 제도와 같은 소프트인공물, 그리고 칼, 컴퓨터와 같은 하드인공물 포함)과 마음의 상호작용 관계를 진화사의 측면에서 되생각하여 본다면 다음과 같이 논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진화의 역사를 본다면 인간이라는 종의 진화는 순수한 인간 신체적 진화, 마음의 진화의 역사라고 하기 보다는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물과 인간의 마음, 그리고 몸이 공진화해 온 역사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이 인공물을 만들고 활용한다는 일방향적 활동에 의하여 인간의 진화가 이루어졌기보다는, 인공물이 인간의 신체적, 심리적 활동을 확장시키고 또 제약하기도 하는 쌍방향적 상호작용 과정으로 진행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의 마음속의 어떤 내적 표상 구조, 특히 외부 세계와 자신의 문제 상황간의 관계에 대한 가설적 구성개념들이 외현화되어 물리적 환경에 구현되어 인공물(도구)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외현화 및 구현 과정 속에서 인간의 뇌와 마음은 끊임없이 외부 환경의 구조와 역동적 변화와 상호작용하며 그 환경의 인공물과 함께 공진화하여 왔을 것이다(이정모, 이재호, 이건효, 2004; 이정모, 2007, Seifert, 2008). 따라서 인간 마음의 본질을 탐구함에 있어서 몸을 통한 환경의 인공물 세계와의 상호작용(interactivity)의 측면을 제쳐놓고 생각하기 힘들다.

그런데 과거의 1990년대 전반까지의 인간-인공물 상호작용의 연구는(Gibson 류의 생태심리학적 접근과 D. Norman의 전통적 인지공학도 포함하여) 전통적인 데카르트적 인식론에 기초한 이론틀에서 벗어나지 못했었다. 인간의 마음은 환경과는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독자적인 표상을 지닌다는 데카르트적 입장에 바탕하여, 표상화된 개별 지식의 전달과 이를 표상으로 수용하는 것으로 인지적 활동뿐만 아니라 인간-인공물 상호작용을 개념화했던 과거의 전통적 관점은 역동적인 인간-인공물 상호작용, 특히 연속적 시간 궤적 상에서의 역동적 심리적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부적절하며, 몸을 통하여 구현되는 activities로서의 마음의 작용 특성을 반영하기 어렵다.

인간의 마음이 뇌 속에 갇힌 인지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활동 과정상에서, 역동적 시간 궤적 상에서 나타나는 것인데, 러한 상호작용적 활동성을 무시하고 정적인 상징(기호)표상의 저장으로서의 마음으로 개념화함으로써, 인지활동의 상황의존성, 맥락의존성, 사회문화요인에 의한 결정성 등이 무시되었고, 실제 장면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유발하는 인공물을 디자인하게 하였다. 즉 인간과 환경 인공물간의 변증법적 통일성(dialectic unity in activity) 측면을 파악하지도, 살리지도 못하였다(이정모, 2007).

이제 앞서 제시된 마음의 새로운 개념, 즉 뇌와 몸과 환경이 하나로 엮어진 통합체에서의 능동적 상호작용 활동으로 재구성된 마음 개념 틀을 도입한다면, 인공물이, 그리고 이들이 구성하는 현실공간이나 가상공간이, ‘확장된 마음’으로서, 그리고 마음의 특성을 형성, 조성하는 기능 단위 또는 공간, 대상 및 사건으로서 작용하며, 마음과 인공물이 하나의 통합적 단위를 형성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마음과 인공물의 관계를 재구성한다면, 인간의 마음의 작동 특성 본질의 심리학적, 인지과학적 탐구는 물론, 인간의 각종의 적응, 부적응의 이해와 이러한 변화의 각종 응용심리학적, 응용인지과학적 적용 실제(practice)에서 새로운 좋은 틀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다.




4.B. 인간과-행위주체자로서의 인공물(A-2)의 상호작용의 개념화




환경을 이루는 것이 일반 인공물뿐만이 아니라, 행위를 스스로 낼 수 있고 인간과 쌍방향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미래의 로봇이나 다른 인지시스템같은 행위주체자/대행자(agents)들이라고 한다면, 인간을 포함한 이 행위 주체자/대행자들 사이의 쌍방향적, 사회적, 문화적 상호작용의 측면의 중요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체화된 마음이 전개하는 상호작용 상황은 Gibson 류의 생태지각심리학적 접근이 주로 다루어 온 물리적 세상 상황을 넘어서는 것이다. 체화된 마음의 접근이 데카르트의 존재론(데카르트 틀의 부족함은 리쾨르가 잘 지적하고 있다(윤성우, 2005)4))을 넘어서고, Gibson의 생태심리학적 이론틀을 넘어서서 정립되어야 하는 필요성이 여기에서 제기된다.

더구나 R. Kurzweil(2005)등이 주장하듯이 인간과 인공물의 신체적 그리고 심리적(지적) 경계가 무너지는 특이점(the Singularity) (비록 약소한 형태이더라도) 30년 내에 도달하게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데카르트 류의 존재론에서 개념화한 환경의 물질적 대상, 도구와의 상호작용을 넘어서, 인간의 partners(Seifert, 2008)로서 인간과 더불어 (또는 인공물끼리) 사회적, 문화적 관계를 창출해 낼 행위대행자/주체자로서의 인공물과의 새로운 유형의 심적, 행위적 interaction이 전개될 것을 예측하고 이에 대한 개념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신체적으로 그리고 심리적 과정 측면에서 인공물과 인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가능성 등을 생각한다면 마음에 대한 개념화와 탐구에서 인간 마음과 공진화해갈 새로운 형태의 인공물, 새로운 형태의 상호작용에 대한 심리학적, 인지과학적 개념적 재구성작업이 필요하게 된다.







5.  체화적 접근의 문제점




고전적 인지주의에 대한 제 3의 대안으로도 지칭되는 체화적 접근도 그 자체가 지니고 있는 문제점도 있다. 우선 개념적으로 정리되어야 할 것은 체화된 마음(EM) 접근에서의 행위 개념과 고전적 행동주의의 행위 개념의 차별화의 문제이다. 체화된 마음 접근이 행위를 강조하기에 이 접근과 행동주의심리학이 기본적으로 같지 않는가 하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지만 Keijzer(2008)에 의하면 두 접근틀은 차이가 있다. 행동주의를 보완하여 이론적 행동주의로 재구성하더라도, 행동주의의 행동 개념과 체화된마음 접근의 행동 개념과 차이가 있다. 행동주의는 일방향적이며 단순 행동 개념상에서 입장을 전개하며 인지를 배제하지만, 체화된 마음 접근은 복잡한 구조를 지닌 행위 개념을 이론적으로 전제하며, 그 행위가 쌍방향적이며, 행동적 맥락을 인정하면서도 인지의 개념을 재구성한 형태로 살린다. 두 접근의 행위 개념은 같은 개념이 아닌 것이다.

다른 하나의 문제점은 방법론적 세련화의 문제이다. 몸을 통하여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역동적이고 다면적인 인간()-환경의 상호작용 측면을 어떻게 과학적 탐구의 면면으로 방법론적으로 객관화하는가가 큰 과제로 남을 수 있다. 또한 주관적 현상학적 측면을 전통적 과학적 연구틀에 어떻게 객관화 가능한 형태로 도입할 것인가 등의 문제들이 남는다.

 




6. 종합




체화된 마음 입장에 의하면 마음과 뇌가 동일한 것이 아니며 마음은 [뇌를 포함하는 몸] [환경]의 집합체상에서 일어나는 어떤 활동으로 개념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에 연장이 된(extended) 몸이 있는, 그에 바탕한 마음 개념을 재구성하여야 하는 것이다. 마음은 한 사람 뇌 속에만 갇혀있는 그 무엇, 한 개인의 그 무엇이 아니라, 환경과 통합되며 여러 다른 사람의 마음, 그리고 다른 인공물들에 의하여 지원을 받거나 상호작용하면서 그들과 함께 진화되며 사회적으로 구성되며 공유되는 것에 의해 특징지어지는 활동으로서의 마음인 것이다.

이러한 접근이 가져오는 심리학적, 인지과학적 시사는 상당히 크다. 그 하나는 이 접근이 심리학, 인지과학의 주제와 영역을 확장시킬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다. 몸을 통하여 인간이 환경의 인간 그리고 행위주체(agents)로서 존재할 로봇 등의 인공물과 상호작용하는 행위 현상 일반이 심리학과 인지과학의 주요 분석대상이 된다면, 미래의 심리학/ 인지과학은 생체로서의 인간 및 동물 자체뿐만 아니라 현재, 그리고 미래에 존재하게 되는 온갖 유형의 인공물, 특히 행위주체자로서 작동할 인공물, 인간의 몸이나 인지와 경계가 없는 그러한 미래 인공물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학문으로 그 탐구 영역이 확장되리라 본다. 이에 따라 기존의 많은 사회과학, 공학이 다루어 온 역동적 상황들, 연구영역들이 미래에는 심리학/ 인지과학의 영역으로 포섭, 확장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로봇 연구에서 로봇의 인지적, 정서적 반응, 로봇-로봇 상호작용, 로봇-인간 상호작용, 인간-로봇매개-인간 상호작용 등의 영역이 당연히 심리학/ 인지과학의 영역이 되게 되는 것이다. 심리학/ 인지과학의 내연과 외연이 확장되는 것이다.




또한 미래에 특이점의 시점이 도래하여 인간과 인공물, 인간의 마음과 인공물의 지능 간의 경계가 어느 정도라도 허물어진다면 마음, 지능의 개념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being)의 개념이 밑뿌리부터 재구성되어야 하는 시점이 닥아 오는 것이다. 이러한 변혁은 [신 중심에서 -> 인간 중심으로] 17세기의 [1의 계몽시대]의 생각 틀의 변혁에 못하지 않은 생각 틀의 변혁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혁의 도래를 [2의 계몽(깨달음) 시대]의 도래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이정모, 2008, 2009).

지금까지는 생물로서의 인간의 마음과 인간이 만든 인공물의 지능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여 생각했는데 미래에 가서는 그것을 쉽게 나누기 어려운 시점이 오게 되고 두 개를 포괄하는 관점이 필요하게 된다. 그러한 관점은 말하자면 통합적 유물론이라 볼 수 있다. 몸과 마음을 이분법적으로 생각해왔던 관점을 넘어서, 마음을 뇌로 환원시키려는 일원론적 유물론도 넘어서, 또 인간과 인공물을 이분법적으로 생각하였던 관점도 넘어서, , , 환경(인공물 포함)이 괴리되지 않은 하나의 합체적 단위로서 작동하여 내는 그러한 틀로 마음의 개념을 재구성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체화된 인지 접근의 강, 약 두 부류 중에서 어떤 접근이 우세할 것인가는 앞으로 이론적 측면에서 더 많은 논의의 대상이 되겠지만 필자의 직관으로 예상되기는 앞으로의 심리학, 인지과학이 '급진적 체화된 인지'의 접근보다는 '약한(온건한) 체화된 인지' 접근을 취하리라 생각된다. 고전적 인지주의는 변형된 형태로 잔존하여 체화된 인지 접근이 설명하지 못하는 인지/마음의 영역을 설명하는 틀로 남아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측면을 윤성우(2005) 교수가 리쾨르를 논의하며 전개한 글을 인용하여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괄호안은 필자의 첨언).




달리 표현하자면 나의 사유함이 나의 존재함보다 우월한 사태라는 것이 데카르트의 입장이라면, 나의 존재함이 -리쾨르에게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몸에 근거한 의지하기, 상징읽기, 말 주고받기, 이야기하기, 윤리적으로 행위 하기 등이다 (체화된 마음 접근의 입장)-나의 사유함보다 우선하고 그것을 넘어선다는 것이 리쾨르의 입장이다. 그렇다고 해서 극단의 반()표상적이거나 반()재현적인 포스트모던적 테제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사유와 존재 사이의 불일치 또는 사유로부터의 존재의 탈주를 주목하고자 하는 것이지, 대상화하고 표상하는 사유의 무용성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225).




'체화된 인지' 접근의 떠오름은 심리학, 인지과학의 응용 영역에서 기존의 각종 인간-인공물 사의의 상호작용에 대한 관점을 이론적 접근, 연구틀을 크게 바꾸어 놓으리라고 본다. 또한 많은 사회-문화적 인간 활동 및 제도에 대한 설명과 이해가 이 새 틀에 의하여 달라지리라 본다.

그러한 확장의 필요가 강하게 부각될 미래의 시점에서도 심리학/ 인지과학이 전통적 학문체제의 틀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아니면 기존의 심리학/인지과학보다 더 넓은 틀로써 사회과학, 공학, 인문학, 생명과학 등을 연결하는 종합적 psychological-cognitive science로 변형될 것인가 궁금하여진다. 자연히 심리학에서 과연 전통적 객관적 실험 중심의 연구방법론 집착이 타당한가? 다원적 방법론과 다원적 메타포를 도입하여야 하지 않는가, 과연 고전적 인지주의기 21세기의 심리학, 인지과학의 중심틀이어야 하는가 하는 물음을 던지게 된다(Wallace & Ross, 2007). 21세기 중반, 후반에 새로운 틀에서 심리학을 재구성해 낼 미래의 심리학자들의 역할을 기대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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