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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October 19, 2011

“인지과학 탄생의 여러 갈래: 인지혁명, 다학문 연구 그리고 선택적 협력/ 이상욱 교수 글


* 이하의 내용은 저자가 참여하고 있는 “지식융합과 미래 과학기술과 사회(STS) 연구단이 2011년 10월 14일 서울대학교 목암홀에서 개최한 제3차 실험세미나에서 발표된 것입니다. 사업단의 연구내용에 대해서는http://blog.daum.net/kcfsts 를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발표문은 이후 가다듬어 학술지에 발표할 예정입니다. 읽고 논의하시거나 의견을 주시면 감사하게 받겠습니다만, 혹시 글의 구체적 내용을 인용하시려면 제게(이상욱 교수: dappled@hanyang.ac.kr) 미리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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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과학 탄생의 여러 갈래: 인지혁명, 다학문 연구 그리고 선택적 협력”
 
- 이 상욱 (한양대 철학과)
 
 
1. 왜 인지과학의 탄생인가?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은 대표적인 학문 융합의 사례로 널리 거론된다. 인지라는 수식어가 달린 학문 분야만 살펴봐도 이런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에게 이미 익숙하고 학문적 정체성도 뚜렷한 인지심리학, 인지신경과학만이 아니라 필자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인지문학이나 인지정치학 같은 학문 분야도 논의되고 있다이렇게 인지과학에 대한 학술적, 대중적 관심은 높은 편이지만 인지과학을 다른 분과학문과 제도적으로 구별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곳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그다지 많지 않다. 재미있는 점은 전 세계적으로 인지과학 연구는 엄청난 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이는 인지과학 관련 연구의 절대다수는 인지과학 학과/프로그램이 아니라 인지과학을 구성한다고 알려진 심리학과, 컴퓨터공학과, 언어학과, 철학과 등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점은 대표적인 인지과학 관련 학술지인 , 등에 논문을 낸 학자들의 소속기관만 확인해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최근에는 이에 더해 신경과학 연구자들의 인지과학 연구가 특별히 증가 추세에 있다. 이는 신경과학이 인지과학의 역사에서 차지한 의미심장한 역할을 생각해 볼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지과학이 아직 관련 학문에 비해 제도적 독립성이 약하다는 점은 신생 학문의 일반적인 특징을 반영한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인지과학과 관련된 연구의 규모를 고려할 때, 인지과학의 제도적 위치는 신생학문으로서의 불리함보다는 인지과학 교육 및 연구를 반드시 독립적인 학고/프로그램에서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있음을 암시한다. 이는 또한 인지과학의 학문적 정체성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에 대한 물음과도 연결된다.
 
실제로 융합학문의 대표주자격인 인지과학에 대한 다양한 서술에서 인지과학이 정확히 어떤 연구분야를 지칭하는지, 인지를 수식어로 갖는 수많은 연구 분야의 공통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일관된 답을 찾기 쉽지 않다. 이는 인지과학의 중심 연구주제인 ‘인지(cognition)’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상당히 다른 생각에서부터 나타난다. 예를 들어, 인지과학의 ‘주변부’에 해당되는 인지인류학, 인지고고학 등의 경우에 인지라는 말은 ‘마음(Mind)’과 대충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인류 마음의 진화를 다룬 고고학자 미슨의 책에서 인지고고학은 정의상 (그리고 책 내용상) 인간 마음을 고고학적 방법론을 사용해서 연구하는 분야로 규정된다. 특히, 미슨은 자신의 연구를 비슷한 주제를 학제적으로 다룬 심리학자 멀린 도날드의 연구와 대비시키고 있는데, 핵심적 차이점은 도날드가 심리학적 관점에서 고고학적 자료를 단순히 데이터로 (그것도 부주의하게) 다루었다면 자신은 심리학적 주제인 마음을 고고학적으로 제대로 다룬다는 점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미슨이 보기에 미슨 자신은 마음으로 이해된 인지고고학을 도널드는 고고학적 자료를 활용한 인지심리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지라는 수식어를 둘 다 포함하고 있지만 미슨과 도널드 접근의 방법론적 차이가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인지’ 수식어를 붙인 대부분의 학문 분야는 ‘마음’(분야에 따라 인간의 마음일 수도 있고 동물이나 기계의 마음일 수도 있는)을 각자의 학문 방법론으로 연구한다는 특징을 보이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인지과학이란 단순히 각 학문 분야에 고유한 다양한 연구 방법론을 사용하여 마음이라는 공통 연구주제를 탐구하는 학술활동의 느슨한 집합체를 의미하는가?
 
하지만 인지과학의 핵심에 해당되는 심리학과 컴퓨터 과학, 그리고 연구의 핵심이라 하기는 어렵지만 여러 역사적, 개념적 이유로 심리학, 컴퓨터 과학과 핵심 주장을 공유했던 (마음의) 철학에 오면 상황은 달라진다. 여기에서 인지는 인간 마음의 작동에서 감정 등을 제외한 판단, 기억, 추론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특히 ‘정보(information)’을 처리하는 과정으로 파악될 수 있는 것에 한정된다. 이 정보처리(information-processing) 과정을 그 과정이 이루어지는 구체적인 물리적 방식과 무관하게, 인간과 기계에 공통적인 알고리즘, 즉 ‘계산(computation)’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 인지주의(cognitivism)의 핵심 주장이다. 그런 이유로 인지주의는 많은 경우 마음의 계산이론(computational theory of mind)과 동일시된다. 초기 인지주의의 좀 더 급진적인 입장은 감정과 같은 마음의 비인지적 측면조차 결국에는 일종의 ‘계산’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견지하기도 했다. 인지주의에서 말하는 계산의 핵심은 정보처리가 확고하게 정해진 규칙을 따르는 방식(rule-following)으로 진행된다는 것이지 꼭 사칙연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규칙준수적 정보처리를 컴퓨터(말 그래도 계산기계)에 ‘구현(implementation)’하는 과정은 이 사칙연산과 논리회로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계산의 보다 포괄적 의미와 좁은 의미는 컴퓨터 내에서 수렴한다.
 
결국 인지주의로 규정될 수 있는 인지과학의 정체성에 대한 특정한 입장은 심리학과 컴퓨터 과학 사이에 공유되며 이는 다시 철학적으로 기능주의(functionalism)와 복수실현가능성(multiple realizability) 논변에 의해 뒷받침된다. 즉, 좁게 정의된 인지(혹은 튜링의 용어로는 지능(intelligence))는 인간의 두뇌와 컴퓨터의 실리콘 칩(혹은 진공관)에서 각기 물질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지만 그 작동 원리는 동일하다는 생각이 기능주의이다. 튜링 식으로 말하자면 컴퓨터의 마음(좁게 정의된 인지의 의미로)과 인간의 마음(역시 좁게 정의된 인지의 의미로)은 모두 (근사적으로) 보편 튜링기계(Universal Turing Machine)라는 생각이다. 이러한 기능주의적 생각은 심리학과 컴퓨터 과학이 두뇌와 구체적인 컴퓨터의 아키텍처에 구애받지 않고 독특한 추상수준에서 자율성을 갖고 연구될 수 있다는 생각과 연결되면서 심리학의 학문적 독자성을 옹호하는 데 활용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만약 기능주의가 옳다면 인지가 물질적으로 어떻게 구현되는지의 세부사항은 인지의 본질에 대한 인지과학적 탐구에서 별다른 의미를 찾기 어렵다. 동일한 원리로 이해될 수 있는 인지 혹은 마음이 복수로 실현가능하다면 그 다양한 물질적 실현 중 어떤 특정 실현의 구체적인 사항은 인지의 본성에 비본질적이라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생각 때문에 신경과학은 1980년대에 연결주의(connectionism)의 부활로 다시 신경망(neural network)이 주목받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인지과학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분야였다.
 
인지과학이 인지주의라는 비교적 잘 정의된 입장을 따르는 핵심 연구분야와 비교적 자유롭게 인지 개념을 활용하는 주변부 분야로 나눠진다는 점이 융합학문에 대한 우리의 연구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 필자는 이러한 궁금증에서 인지과학의 탄생 과정을 살펴보게 되었다. 대부분의 인지과학의 역사를 다룬 저자들은 1950년대 후반에 인지과학의 탄생으로 간주하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물론 하워드 가드너처럼 고대 그리스철학부터 인지과학의 역사를 찾는 경우도 있고, 본인이 인지과학 탄생의 주역이었던 조지 밀러처럼 1956년 9월 11일로 보다 구체적으로 탄생 시점을 적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관련 학자들은 인지과학이 1950년대 후반에 탄생하여 1970년대에 학문적 정체성이 확립된 것으로 판단한다. 필자는 인지과학이 탄생해서 학문적 정체성을 확보해나간 이 시기에서 융합학문으로서의 인지과학 형성에 기여한 여러 요인들과 연구방법론적 고민에 대한 논의들을 살펴보고 이들 논의가 어떻게 제도적으로 인지과학이 성립되게 되는 과정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고찰한다. 이를 통해 본 연구사업단의 목표 중의 하나인 융복합 학문의 성공을 위한 시사점을 얻게 되기를 기대한다.
 
2. 인지혁명
 
인지혁명(Cognitive Revolution)은 인지주의적 사고 및 그에 근거한 연구방법론이 인지 관련 연구 분야에서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게 된 사건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이해될 때 인지혁명은 우선적으로 1950년대 심리학에서 당시 지배적이었던 행동주의/행태주의(Behaviorism) 연구방법론의 한계를 극복하고 본격적으로 심적 상태와 인지 메커니즘에 대한 이론화와 실험적 검증이 이루어진 상황과 가장 잘 연결될 수 있다. 또한 심리학의 경우보다는 혁명적 성격이 덜 하지만,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 분야에서 피드백 시스템의 목표지향적 수행 능력에 대한 연구와 컴퓨터 과학 분야에서 일반화된 튜링기계의 인공적 구현 가능성에 기반을 둔 인공지능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진 상황과도 비교적 무리 없이 연결될 수 있다.
 
그에 비해 촘스키가 인지혁명에 끼친 지대한 공로에도 불구하고 인지혁명을 언어학과 연결시키는 데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마찬가지로 뇌과학에 대한 이론화, 특히 로젠블라트의 퍼셉트론(perceptron) 연구 같은 초기 신경망 이론 및 뇌과학 연구(특히, 루리아의 뇌손상 연구)가 인지과학의 탄생 과정에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지주의와 이들 분야 사이의 ‘본질적 긴장’ 때문에 인지혁명과 이들 ‘낮은 수준(low-level)’ 연구 분야의 관련성은 제한적이었다. 마지막으로 인지주의의 핵심 주장이 인지과학의 다른 분야에서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지혁명 개념을 심리학, 사이버네틱스, 컴퓨터 과학, 언어학 뇌과학을 넘어 적용하는 것은 비유적 의미 이상을 갖기 어려워 보인다.
 
심리학에서 인지혁명은 행동주의에 대한 반작용을 떠나서는 이해되기 어렵다. 원래 행동주의는 분리 가능한 심적 요인들 사이의 연관 관계를 내성과 실험적 방법으로 밝혀내려는 분트(Wundt)식 연합주의(associationism) 심리학을 극복하기 위해 제안되었다. 행동주의는 보다 엄격한 실증주의적 과학방법론을 심리학 연구에 적용함으로써 과학으로서의 심리학을 굳건한 경험적 토대, 즉 자극-반응 패턴에 두려는 시도였다.
 
인지혁명이 행동주의 대신 인지주의를 심리학의 대표적 연구방법론으로 정립한 것은 사실이지만 두 입장 사이에는 심적 상태에 대한 이론화 작업의 가치에 대한 의견 차이를 제외하면 공통점이 훨씬 더 많았다. 결국 인지주의도 행동주의처럼 외부적으로 관찰될 수 있는 행동/행태의 패턴을 상호주관적 관찰 및 잘 설계된 실험을 통해 경험적으로 입증하려는 실험 심리학의 방법론을 공유하고 있었다. 실은 이런 연구방법론 상의 공유가 많은 심리학자들이 인지혁명을 이끈 여러 인상적인 경험적 증거들, 특히 인지 활동의 복잡도가 그것을 수행하는 시간에 비례한다는 취지의 다양한 실험 결과에 의해 설득되어 행동주의를 버리고 인지심리학으로 나아가는 것을 가능하게 하였다. 이런 의미에서 인지혁명에 의해 발생한 심리학에서의 ‘패러다임 전환’은 오직 부분적으로만 공약불가능(incommensurate)한 성격을 지닌 것이었다.

게다가 행동주의 심리학이 주도권을 쥐고 있던 시기에조차 대안을 모색하는 여러 연구들이 있었다. 1930년대 영국의 바렛은 기억(memory)이 단순히 경험된 사실의 기록이 아니라 정보를 특정한 방식으로 조직화하는 구성적(constructive) 특징을 가지고 있음을 실험적으로 보여주었고 이를 도식(schema)이란 개념으로 이론화했다. 한편 1920년대부터 스위스의 피아제는 탁월한 실험기법을 동원해서 유아의 인지능력이 어떻게 발달하는지에 대한 경험적 사실을 축적하고 있었다. 피아제의 연구는 행동주의 방법론이 기세를 떨치던 시기에도 미국 심리학계, 특히 발달심리학계에 상당한 자극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소련에서 이루어진 비고츠키의 연구에 대한 더 뒤늦은 반응과 마찬가지로 비록 행동주의에 서 금기시하는 정신적 개념을 사용한 이론화 작업이라도 경험적 근거를 갖춘 것들은 부분적으로라도 수용하려는 과학적, 실험적 심리학의 지향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에서는 이단시되긴 했지만 오스트리아에서 이루어진 게슈탈트 심리학 연구 역시 인식의 통합적 측면을 강조함으로써 훗날 인지심리학의 기초를 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흥미롭게도 행동주의에 대한 반격은 신행동주의의 거두 스키너가 있었던 하버드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는 제롬 브루너(Jerome Bruner)와 조지 밀러(George Miller)에 의해 수행되었는데 이 절에서는 인지혁명의 성격을 잘 드러내 주는 브루너의 연구만을 살펴보자. 브루너는 지각(perception)에 대한 연구를 통해 지각의 변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내적 심적 상태가 중요하며 이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사회적 요인이 영향에 끼친다는 점을 보였다. 세 실 굿만과 함께 수행한, 지금은 고전이 된 1947년 실험에서 브루너는 아동들의 동전 크기에 대한 판단이 동전의 화폐적 가치에 영향을 받으며(높은 가치의 동전일수록 더 커 보이는 방식으로), 이런 영향은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 더 심하게 나타난다는 점을 보였다. 마찬가지로 레오 포스트만과 함께 수행한, 순간노출기(tachistoscope)를 사용하여 단어를 보여준 실험에서는 피험자의 단어 인식이 피험자가 의식적으로 인지하기 전 상태에서조차 단어의 의미론에 의존함을 보였다. 비언어적 지각신호, 즉 카드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동일한 취지의 결론이 얻어졌다. 브루너는 이후 비고츠키의 학습이론을 활용하여 학습 과정에서 학습자가 범주를 체계적으로 활용하며 규칙을 만들어 나가는 방식으로 사고한다고 주장함으로서 행동주의가 적어도 지각과 범주적 사고에 적용되기 어렵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보였다. 브루너의 실험이 수행되던 시기 하버드 연구원이었던 토마스 쿤은 후일 자신의 책에서 이 실험을 언급하면서 과학자들이 단순한 수동적 관찰자가 아니라 특정한 기대(expectations)를 갖고 관찰을 수행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심리학에서 인지혁명은 행동주의적 견해가 구체적인 실험적 증거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 지적되면서 이루어졌다. 이러한 지적은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언어행위에서 나중에 수행될 행위를 미리 인지한 상태에서 앞선 행위가 수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래쉴리의 연구처럼 경험적 근거와 개념적 논증을 결합한 것도 있었다. 어떤 경우에도 중요한 점은 행동주의가 그토록 강조하는 인간의 자극-반응 패턴을 온전하게 설명하기 위해서라도 심적 상태에 대한 이론화 작업이나 인지가 수행되는 메커니즘에 대한 고려가 필수적이라는 점이 심리학계에서 점점 많은 지지를 얻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심리학에서의 인지혁명은 인지심리학이라는 분과의 탄생과 그것이 심리학의 다른 분야에 끼친 영향력이 커지는 과정과도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다. 네이서(U. Neisser)의 영향력있는 1967년 인지심리학 교과서의 출간은 이런 의미에서 심리학에서의 인지혁명이 완료되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 볼 수 있다.

사이버네틱스와 컴퓨터 과학이 심리학에 비해 인지혁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어려운 주요 이유는 사이버네틱스라는 분야 자체가 1940년대 위너 등에 의해 이제 막 형성되던 분야였고 컴퓨터 역시 그보다 먼저 등장하기는 했지만 아직 낯선 것이었다는 사실에 있다. 즉, 인지과학의 탄생이나 인지혁명의 도래 이전에 이미 확고한 학문적 정체성을 갖고 있던 심리학과는 달리 사이버네틱스와 인공지능 연구 관련 컴퓨터 과학은 인지과학의 탄생 과정과 대략 비슷한 시기에 함께 탄생되는 과정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사이버네틱스는 독자적인 학문으로서의 제도화에 실패하여 현재는 그 이론적 내용만이 인지과학, 컴퓨터 과학, 동물행동학 등의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1950년대 후반 인지과학의 탄생 시점에 사이버네틱스와 컴퓨터 과학(인공지능학)은 이제 막 학문적 정체성을 갖추던 시기였고 이 과정에서 인지주의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적으로 이해되는, 분과학문적, 혹은 다분과학문적 ‘과학혁명’의 의미에서 인지혁명을 경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보다 정확한 서술은 사이버네틱스와 컴퓨터 과학(인공지능학)은 주로 심리학에서 이루어진 인지혁명에 실시간적으로 참여하면서 동시에 자신 학문의 정체성을 확보해 나갔다는 것이 될 것이다.
 
언어학의 경우는 상황이 좀 더 복잡하다. 언어능력(linguistic competence)에 대한 촘스키 주장이 함축하는 반행동주의적 함축이 인지혁명의 전개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음은 잘 알려 져 있다. 특히, 언어를 행동의 한 범주로 이해하려는 스키너의 시도에 대한 촘스키의 통렬한 비판은 언어학과 심리학 모두에 상당한 공명을 일으켰다. 하지만 언어 능력을 완전히 후 천적으로 습득되는 것으로 볼 수 없고 우리가 선천적으로 타고난 인지능력에 기반을 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에 동의하더라도 그것이 갖는 언어학적 함의에 대해서는 상당히 넓은 견해의 폭이 있었다. 일단 심리학자들은 밀러 등을 중심으로 언어처리를 위해 시간지연이 필요하다는 점을 변형(transformation) 개념을 활용하여 입증하려는 시도를 했다.
 
이는 두뇌에서 실제로 이러한 언어처리가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면 단순히 자극-반응의 도식으로 언어행위를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경험적 근거로 추구되었지만 변형의 정도에 시간지연이 항상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발견되고, 촘스키 자신의 견해가 표층/심층문법 개념으로 이동하면서 언어학의 발전과 독자적으로 심리언어학(psycholinguistics) 연구 전통이 형성되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 언어학에서는 촘스키 이전에도 언어를 단순한 자극-반응으로 생각하려는 시도는 없었고, 대신 철저하게 경험적 연구를 중시하는 블룸필드 전통과 소쉬르 이전의 역사언어학 전통 그리고 소쉬르-야콥슨으로 이어지는 구조언어학 전통이 공존했다. 실제로 촘스키의 변형(transformation) 개념은 블룸필드 계열의 언어학자였던 자신의 스승 젤링 해리스의 연구를 발전시킨 것이었다. 우리 논의를 위해 중요한 점은 촘스키의 막강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언어학에서는 언어 현상과 관련된 인지적 측면에만 집중하고 그것의 역사적, 문화적 요인을 배제하려는 시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언어학에서 인지혁명의 역할이 제한적이었던 이유는 언어학자들이 이후에 설명될, 인지과학의 주도적 연구방법론에 별다른 흥미를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지혁명의 주도적 연구방법론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답은 인지혁명이 어느 정도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는 1980년대 초반에 쓰인, 가드너의 인지과학 역사를 다룬 책에 잘 정리되어 있다. 가드너는 이를 인지과학의 연구방법론으로 소개하고 있으나 인지과학을 인지혁명과 직접적으로 연결시키는 좁은 의미를 고수할 때 별 문제는 없어 보인다.
 
1) 표상 혹은 표현(representation)
2) 계산기계 혹은 컴퓨터(Computers)
3) 정서, 맥락, 문화, 역사의 중요성 평가절하(De-emphasis on Affect, Contexts, Culture,
and History)
4) 학제적 연구(의 유용성)에 대한 믿음(Belief in Interdisciplinary Studies)
5) 철학의 고전적 문제에 근거함(Rootedness in Classical Philosophical Problems)
 
이 다섯 가지 중요 특징 중에서 마지막 항목은 가드너에게 독특한 것으로 인지과학이 다루는 문제들이 인간의 마음에 대한 근본적이고 오래된 문제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하려는 그의 저술목적과도 연관된다. 예를 들어, 그는 소크라테스 대화편에 나오는, 소크라테스가 노예에게 기하학 지식을 ‘상기’시키려는 시도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리스 철학자들과 인지과학자 모두 ‘안다는 것이 무엇인가?’, ‘지식의 원천은 어디에 있는가?’ 등의 동일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의미에서 가드너에게 인지과학은 경험적 인식론이고, 오랜 지적 유산의 연장성 상에 있는 것이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인지과학은 ‘아주 긴 과거와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지적하였듯이 이는 인지, 인지과학 모두를 매우 넓게 이해할 경우에 해당되는 것으로 우리의 인지혁명 논의와는 다소 빗겨나 있다. 그러므로 다른 네 가지 특징에 논의를 집중하기로 한다.
 
우선 표상은 인간에게는 심적 표상, 기계에서는 물리적 표상과 관련된다. 표상이란 글자 그대로 어떤 대상을 다시(re-) 표현, 제시(present)하는 것이다. 인지혁명의 핵심은 (넓은 의미든 좁은 의미든) 인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행동주의의 자극-반응 패턴만이 아니라 그러한 패턴의 심적 메커니즘을 상정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외부 대상을 심적 상태에 표상하는 일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이었다. 게다가 이러한 표상이 인간의 마음과 기계의 ‘마음’에 공통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방식, 즉, 기호적 표상(symbolic representation)으로 구현된다는 전제가 인지혁명의 근본 가정이었다. 여기에 덧붙여 가드너가 강조하는 것은 좀 더 낮은 수준(즉, 뇌세포나 전자 회로 수준)과 좀 더 높은 수준(사회, 제도, 문화적 수준) 사이에 유의미한 독자성을 가진 분석 수준이 따로 존재하며 이것이 곧 인지적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생각은 밀러를 비롯한 초기 인지심리학자들이 지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목적지향적 행위가 사이버네틱 피드백이나 컴퓨터 알고리즘처럼 기계적 방식으로 달성될 수 있다는 사실에 깊은 인상을 받으면서 보다 보편적인 표상 개념의 정당성과 유용성에 주목하게 되면서 등장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심리학자들은 의미론적 속성을 갖는 자신들의 심적 표상과 달리 사이버네틱스나 인공지능의 표상 개념은 철저하게 구문론적(syntactic)임을 깨달았고 비슷한 이유로 정보이론의 정보(information) 개념이 심리학에서 갖는 유용성의 한계에도 주목하게 되었다.

계산기계 혹은 컴퓨터에 대한 관심은 인간의 인지과정을 컴퓨터에서 수행되는 보다 직접적 의미의 계산과 동일한 수준에서 분석할 수 있다는 방법론적 깨달음에서 비롯되었다. 이는 심리학자, 인공지능학자, 초기 신경망 이론가 등이 학제적 연구를 통해 이 방법론적 깨달음의 유용성을 확인하면서 더욱 증폭되었다. 예를 들어, 결국 이러한 학제적 노력의 결과로 인지과학 탄생 초기에 활발하게 상호작용했던 여러 학자들은 가드너가 강조한 학제적 연구의 유용성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이들의 학제적 협력은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추상적 노력이나, 오래된 철학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원대한 계획보다는 자신의 학문분야에서 구체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들을 풀기 위해 다른 분야의 지식이 유용하다는 깨달음에 근거했다. 하지만 가드너가 염두에 두었던 것은 이런 문제풀이에 기반을 둔 학제적 연구(PSBIS: Problem-Solving Based Interdisciplinary Study)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의 융합적 인지과학이었다. 즉, 그는 미래의 인지과학은 ‘인지과학들(cognitive sciences)’에서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으로 확고한 정체성을 갖추게 되리라 기대했다.
 
마지막으로 인지혁명은 인지 과정 분석의 보편성을 강조하면서 상대적으로 인지에 대한 과학적 이해에 관한 한, 역사적, 문화적, 맥락적 요인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특징을 보여준다. 이는 인간 심리의 보편적 특징을 규명하려는 심리학이나 다양한 표층 문법의 기저에 존재하는 보편문법을 규명하려는 촘스키의 언어학 연구에서는 일종의 당위성을 띠는 방법론적 규칙이다. 하지만 언어의 다양한 역사적 전개 양상과 문화적 요인에 따른 언어의 변화를 탐색하는 역사언어학, 사회언어학의 연구자라면 이러한 접근 자체의 타당성에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인지인류학은 가드너식의 인지주의를 온전하게 적용하는 형태로는 한 번도 인류학자들 사이에서 주도적 위치를 차지한 적이 없었다. 다만 추상성이 높은 구조인류학이나 보다 광의의 의미로 이해된 인지적 측면을 인류학적으로 고찰하는 방식으로만 인지혁명의 영향력을 찾을 수 있다. 인류학이나 언어학의 경우 자신들의 연구대상이 갖는 역사적, 맥락적, 문화적 측면을 가능한 축소하려는 방법론적 요구는 학문 성격상 수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던 것이다.
 
가드너도 물론 인지가 맥락적, 역사적, 문화적 측면을 갖는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인지과학 연구의 초기 단계에서 1)과 2)의 결합인 인지주의 연구방법론을 중심으로 학제적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당분간은 이런 요인들을 무시하거나 이론화 과정에 서 제외하는 것이 더 생산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는 쿤의 패러다임이나 라카토슈의 연구 프로그램의 ‘보수적 생산성’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으로 읽을 수 있다. 즉, 인지라는 복잡한 현상에 대한 이해를 효율적으로 추구하기 위해, 인지의 보편적 특징에 주목하고 다른 측면을 무시하는 방법론적 결단을 택한 것으로 읽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는 물론 하나의 해석일 뿐 인지과학의 전개 과정에서 인지과학 연구자가 가졌던 생각과 반드시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인지심리학자와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1980년대 틀 문제(frame problem) 등으로 자신들의 연구 프로그램이 도전받기 전까지는 1), 2), 3)이 결합된 형태의 견고한 인지주의를 견지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견고한 인지주의는 최근 신경과학의 발전으로 1)의 전제와 인지적 수준의 상대적 자율성에 대해 심각한 도전이 제기되면서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인지과학이 라카토슈의 견고한 핵이나 쿤의 패러다임적 정체성을 갖기 보다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중심을 갖는다고 볼 수도 있다. 이는 인지과학과 인지혁명이 라우든의 연구전통(research tradition)으로 더 잘 설명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적절하게 이해된 인지혁명은 주로 심리학과 인공지능 관련 컴퓨터 과학을 중
심으로, 언어학에서 일어난 이론적 변화와 상호작용하며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
서 심리학은 가장 과학혁명을 겪은 분과학문에 근접한 경험을 했으며, 인공지능학이나 사이버네틱스는 자신들의 학문 정체성을 형성했다. 그에 비해 언어학에서는 촘스키 언어학의 막강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심리학에서의 인지혁명에 비견할만한 인지혁명이 일어났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이는 인지주의가 언어학계 전체에 온전한 형태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웠던 상황과 관련된다. 이러한 상황은 인류학이나 고고학처럼 인지과학의 ‘주변부’ 학문 분야에서 전형적으로 발견된다. 우리 두뇌에 대한 초기 연구는 1980년대 신경과학의 형태로 인지과학에 재진입하기 전까지는 견고한 인지주의 틀 내에서 인지과학에 통합되기 어려운 이유가 있었으며 그런 의미에서 인지혁명에 영향을 주기는 했지만 받은 영향은 그리 크지 않았다.\
 
3. 다학문 연구, 선택적 협력, 진정한 융합적 인지과학의 가능성
 
2절에서는 필자는 인지주의적 연구방법론의 확산으로 이해된 인지혁명의 역사적 전개 과정이 인지과학을 구성하는 학문 분야별로 상이한 양상을 보여주었음을 지적했다. 이 점은 인지과학이 가드너의 기대처럼 다학문적 연구가 중심을 이루는 인지과학‘들’에서 융합적 정체성을 갖는 인지과학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과 연관된다. 필자가 판단하기에, 적어도 인지과학의 탄생과 학문적 정체성이 형성된 사이 20년 정도의 시기에 인지과학에서는 주로 다학문 연구와 문제풀이 기반 학제적 연구(PSBIS)가 생산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는 대개 자신들이 중요시하는 문제를 풀기 위해 다른 학문의 연구 성과나 개념을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인지심리학의 선구자로 평가되는 조지 밀러의 초기 연구는 이런 방식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밀러는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출신으로 정신물리학(psychophysics) 연구를 주도하던 스티븐스의 실험실에서 연구했다. 그는 2차 대전 중 기밀정보를 전달할 때 적에게 간파되지 않도록 전파방해(jamming)를 위한 최적 신호를 찾는 군사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의 연구 내용은 기밀사항이었기에 박사학위 논문 발표에서 밀러는 발화(speech)의 이해에 잡음이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바꾸어 이야기해야 했다고 한다. 밀러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 당시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경험적 패턴을 발견했다. 그것은 특정 메시지가 다른 메시지에 비해 이해를 방해하기 더 어렵다는 사실이었는데, 이 점은 메시지의 음향학적 특징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결국 이 현상은 발화된 메시지의 의미에 청자의 인지 과정이 차별적으로 반응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밀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풀이 기반 학제적 연구를 수행했다.

밀러가 주목한 것은 당시 부상하고 있던 최신의 정보이론(Information Theory)이었고, 그는 이를 활용하여 자신이 처음에는 설명할 수 없었던 현상에 대해 인지주의적 설명의 초기 형태를 제시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행동주의의 한계를 분명하게 제시할 수 있었다.
밀러는 연구자 경력 초기부터 샤논의 정보이론과 그에 대한 통계적 분석에 깊은 관심을 갖고 관련 연구동향을 추적하고 있었다. 밀러의 관심을 특별히 끈 것은 동일한 철자가 맥락에 의해 다른 정보력을 갖는 상황에 대한 샤논의 분석이었다. 예를 들어, x는 영어단어에서 일반적으로 잘 등장하지 않는 단어이지만 mailbo 다음에 등장할 확률은 매우 높아진다. 샤논은 이러한 생각에 통계적 기법을 적용해서 평균적으로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임의의 단어를 올바르게 맞출 수 있는지를 계산할 수 있었다. 밀러는 샤논의 이 같은 생각을 활용하여 메시지의 음향학적 특성을 넘어선 의미론적 속성이 메시지의 해독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해낼 수 있었다. 
그는 이를 메시지 해독 맥락을 넘어선 보다 일반적인 기억 상황에 대한 연구에 적용했고, 결국 이 연구는 단기기억에 대한 밀러의 유명한 1956년 논문으로 이어졌다. 이 논문은 인지심리학의 탄생을 알리는 논문으로 여겨지게 될 만큼 광범위한 영향을 끼쳤다. 논문의 핵심은 사람이 단기간에 기억할 수 있는 항목에는 제한(5-9개, 즉 7개를 중심으로 ±2)이 있다는 점을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이 제한은 의미론적, 화용론적 차원을 갖기에 항목의 물리적 속성에 의해 결정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I, B, M, C, I, A, U, S, A는 이 한계에 근접하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기억하기 힘들어 하지만, IBM, CIA, USA 식으로 의미있는 ‘단위’로 재구성하면 한계 내에 있게 되므로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밀러는 이 한계가 단순히 기억에만 국한된다고 보지 않았다. 핵심은 우리의 인지과정이 적절하게 구조화된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두뇌에서 물리적으로 구현되는지와 무관하게) 정보처리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또한 그렇게 설정된 정보처리 과정의 구조는 실험 심리학의 방법을 통해 탐구될 수 있었다. 밀러의 논문이 인지심리학과 인지과학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밀러의 연구에서 또 중요한 점은 그의 연구가 정보이론을 활용하여 자신의 분야의 미해결 문 제를 해결했지만 그 활용은 전면적인 이론융합이라기 보다는 선택적 활용이었다는 사실이다. 밀러는 처음에는 정보이론이 음소 분석처럼 형식화할 수 있는 정신물리학 연구에 유용하다는 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정보 이론의 정보 개념은 기본적으로 수학적, 즉 구문론(syntax)적이어서 인지 현상이 보여주는 의미론적 ‘정보’ 현상을 다루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깨달았다. 결국 밀러는 자신의 메시지 전파방해 연구에서 정보 이론으로부터 문제 해결의 도움을 얻었지만, 곧이어 후속 연구에서는 심리학과 수학의 접근방법의 차이를 깨닫고 ‘정보’를 정보 이론의 틀 안에 가두지 않고 심리학적으로 보다 넓은 의미로 이해하면서 독자적인 연구 방법론을 발전시켜 나갔던 것이다.
 
이처럼 학제적 연구로부터 신선한 시사점을 얻고 난 후 학문 융합을 추구하기 보다는 각자 연구분야의 고유한 문제의식과 연구 방법론에 충실한 방식으로 그 결실을 발전시켜 나가는 PSBIS의 태도는 인지과학의 탄생에서부터 정체성 형성 과정 사이에서 일반적으로 발견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선택적 협력이 생산적일 수 있음은 인지과학이 오늘날 매우 활발한 연구성과를 내고 있음을 보아도 확인할 있다.
 
하지만 인지과학의 역사에서 선택적 협력 연구가 차지한 높은 비중은 인지주의가 인지과학 연구를 주도해왔다는 상식적 견해와는 맞지 않는다. 앞 절에서 논의한 가드너의 인지과학에 대한 소개에서도 인지주의적 측면과 선택적 협력의 측면이 혼재되어 있다. 1), 2), 3)으로 구성된 인지주의와 4)와 5)가 강조하는 선택적 협력의 유용성이 한꺼번에 묶여져 인지과학의 특성으로 소개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상의 논의에서 알 수 있듯이 인지주의의 영향력은 인지과학의 몇몇 분야에 한정되었고 선택적 협력은 인지, 계산, 정보 등의 인지과학 핵심 개념에 대한 보다 자유로운 이해에 근거하여 인지과학 전반에서 활발하게 수행되었다.
 
사실은 인지과학의 실제 역사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통일된 연구흐름으로 제시하려는 노력에서 가드너가 유일한 것은 아니다. 다수의 인지과학 연구 프로그램 및 교육 프로그램을 후원함으로써 인지과학의 제도적 성장에 큰 역할을 한 슬론 재단이 지원을 시작할 단계에서 마련한 인지과학의 당시 학술 상황에 대한 1978 보고서에도 인지과학에 대한 이런 두 규정이 혼재되어 나타난다. 한편에서는 인지과학을 ‘지적 존재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따르는 원리에 대한 탐구’라고 폭넓게 정의하고 난 후, 바로 다음에는 인지과학의 하위 분과 학문들이 공유하는 것은 공통된 ‘연구목적(research objectives)’이라고 말하면서 그것을 ‘마음의 표상 능력과 계산능력을 발견하고 뇌에서 그것이 구조적, 기능적으로 어떻게 표상28)되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전자는 인지에 대한 다양한 접근법 사이의 선택적 협력 작업과 어울리는 개념인 반면, 후자는 인지주의적 인지과학(제한된 의미의 신경과학을 포함하는) 연구와 어울리는 개념이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분과학문들 사이의 연구주제의 내용에 따라 선택적으로 이루어지는 다학문적 협력 연구의 집합을 넘어선, 진정한 의미의 융합적 인지과학은 불가능할까? 당연히 원칙적으로 융합적 정체성을 갖는 인지과학이 불가능할리가 없다. 게다가 실제적으로도 최근 인지 신경과학을 중심으로 ‘보다 직접적인 인과적 수준’에서 인지를 통합적으로 다루겠다는 야심찬 기획이 제시되고 있기도하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융합적인 인지과학의 미래에 등장한다고 할 때 그것이 어떤 모습일지를 예상하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 현재 인지과학 연구에서 가장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인지심리학 연구가 신경과학 연구로 환원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지, 아니면 신경과학 연구가 인지심리학 연구에 종속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지, 그도 아니면 인지심리학, 인지신경과학이 어떤 형태로든 거대 이론 틀로 통합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지를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진정한 융합적 인지과학의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그리고 그것의 구체적 형태가 어떻게 될 지와 무관하게 필자는 인지과학 내에서 여러 학문 사이의 다학문적, 선택적 협력은 PSBIS의 형태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경험적 문제든, 개념적 문제든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과학적 설명을 제공하는 것이 과학의 일차적인 목표라고 볼 때 추상적인 융합보다는 문제풀이와 그로부터 얻는 과학적 이해가 과학자들이 중시하는 학문의 생산성 평가의 척도가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4. 시사점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인지과학의 탄생이 본 연구사업단의 주제인 생산적인 융복합 연구에 대한 규명 작업에 갖는 시사점에 대해 간단하게 언급하겠다. 각각이 좀 더 자세한 논의를 필요로 하겠지만 일단 지금 단계에서는 선언적인 형태로 제시하고자 한다.
 
(1) ‘실질적’ 학제적 접촉 공간과 기회의 필요성: 학술대회와 연구소;

인지과학의 탄생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몇몇 학제적 학술대회가 수행한 결정적 역할이다. 대표적으로 1948년 힉슨 재단의 지원으로 신경과학자(워렌 맥컬로 등), 생물학적 관점에 관심이 많은 심리학자(칼 래쉴리 등), 게슈탈트 심리학자(볼프강 쾰러), 컴퓨터 과학자(폰노이만)가 모여 인지가 뇌와 컴퓨터에서 구현되는 방식이 지니는 심리학적 함축에 대해 논의할 기회를 가졌다. 힉슨 학술대회로 알려지게 될 이 학술대회를 비롯해 유사한 학술대회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최신 연구결과의 보다 폭넓은 함축을 다른 분야 학자와 논의를 통해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러한 전통은 1956년 9월 MIT에서 정보이론을 주제로 열린 기념비적 학술대회로 이어졌다. 비록 이 대회가 명목상으로는 정보이론이 중심 주제였지만 대회 중 발표된 논문과 그에 대한 논의는 좁은 의미의 정보 이론을 훨씬 넘어서서 광의의 ‘정보’ 개념에 입각한 학제적 인지과학을 탄생시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학술대회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여러 분야 전문가가 만나서 의견을 교환했다는 데 있지 않다. 각 분야에서 새로운 연구 흐름을 선도하고 있었던 연구자들은 이런 학술대회에 서 다른 분야 학자들의 발표로부터 자신들이 연구하는 주제와 연결될 수 있는 개념 혹은 태도나 느슨한 의미의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었으며 이는 다시 자신들의 연구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진보로 나아가게 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즉, 학제적 만남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만남을 통해 각자 분야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었다는 점이 중요했던 것이다. 물론 이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학술대회의 조직이나 학술대회에 참여하는 사람의 마음가짐 또한 개방적이고 적극적일 필요가 있었다. 결국 학제적 연구가 생산적으로 이루어진 상황은 대개 문제해결 기반 연구관심을 학제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이 점은 인지과학 형성 시기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던 하버드 대학교의 인지학연구소 (Center for Cognitive Studies)와 그것을 모델로 여러 곳에 설립되었던 후속 인지과학 연구소의 운영과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연구소들은 단순히 다양한 지적 배경을 가진 학자들의 함께 모여 논의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 연구자가 적극적으로 연구소가 제공하는 기회를 활용하여 자신의 연구 분야에서 기존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도록 독려했던 것이다.
 
(2) 공허한 융합 담론보다는 언어적 실천과 PSBIS의 중요성:

그러므로 융복합 연구에 대해 우리는 다소 당연해 보이는 진리를 확인할 수 있다. 즉, 현재 학문 분과는 지나치게 세분화되어 있으므로 융합 학문이 필요하다는 다소 공허한 담론보다는 실제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를 중심으로 다학문적 전문성들 사이의 언어적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매우 복잡한데도 불구하고 융합 연구가 그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별 도움을 줄 수 없다면 융합을 외치는 주장은 현실적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이 점은 환원주의적 과학 연구 방법론에 대한 비판이 흔하게 빠지는 ‘전체론적 연구방법’의 옹호가 일견 타당하면서도 현실 과학 연구에서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이유를 설명해준다. 인지와 같은 복잡한 현상을 전체론적으로 어떻게 연구해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행가능한 방법이 제시되지 않는 한 최선의 방법은 각자의 분과적 연구 틀에 자신의 분과학문이 간과하고 있는 다른 학문의 시각, 개념, 이론을 접목시켜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분과학문마다 상이한 개념 및 이론 체계들 사이의 조정해 줄 수 있는 언어적 실천이다. 실제로 인지과학의 탄생 과정에서 주역들은 이러한 언어적 실천을 능동적으로 수행했던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3) 혁명적 과학 변화를 통한 융합 학문의 탄생에 대한 탈신화화:

과학연구 과정에서 혁명적 변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당연시하던 연구전통 혹은 패러다임에 대한 의문 제기가 필요하다. 인지혁명에서도 심리학의 행동주의 연구방법의 타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인지심리학 형성에 주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어떤 것이 주도적 견해에 대한 ‘혁명적’ 문제 제기인지는 오직 사후적으로만 결정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코페르니쿠스의 태양중심설은 만약 갈릴레오, 케플러, 뉴턴에 의해 새로운 역학이론이 제시됨으로써 뒷받침되고 발전되지 않았다면 프톨레마이오스 체계 내에서 계산의 편의를 위해 제시된 한 개선책으로 간주될 수도 있었다. 실제로 티코 브라헤는 자신의 절충적 천체관에서 코페르니쿠스 체계를 그와 같은 방식으로 변형시켜 파악했다.

이처럼 특정 학술적 내용이 ‘혁명적’인지 여부는 그 이후 전개된 학술 발전에 의해 역사적으로 재구성될 수 있다는 점은 인지혁명에 대한 담론에서도 확인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지과학 탄생 초기의 여러 연구들은 후속 논의를 통해 인지주의나 마음의 계산 이론이라는 형태로 (선택적으로) ‘종합’되지 않았다면 각각 인지심리학, 컴퓨터과학, 신경과학의 분과적 이론 변화로 규정되었을 것이다. 핵심은 새로운 학제적 학문의 발생 초기부터 반드시 융합적 성격을 명시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인지과학에서처럼 기본적으로 이미 확립된 연구분야 내부(실험 심리학)의 방법론적 논쟁 과정에서 그 분야를 넘어선 함의를 지니는 방식으로 연구논의가 확장되고 그 사후적 결과로 새로운 학제적 연구분야가 탄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연구자는 통상적으로 자신의 학문분야 내에서 당연시되는 이론적, 형이상학적 전제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이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 학문 분야를 넘어서게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융합을 위해 중요한 것은 의식적으로 학제적 융합을 하려는 ‘전시적’ 노력보다는 통상적인 학문활동의 틀을 뛰어넘어 자신의 연구분야의 근본적인 문제를 들여다보려는 노력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가 융합학문의 탄생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비교적 자신의 학문 분야에 국한된 혁신적 변화로 이어질지는 궁극적으로는 오직 사후적으로만 결정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융합 학문을 향한 노력에서 결정적인 것은 새로운 시각에 대한 열린 마음과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자원을 종합하는 능력의 발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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