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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June 26, 2010

The Implications of "the Embodied Cognition' Approach in Cognitive Science for the Convergence across Disciplines

A Lecture given at the '2010 Memorial Lecture Seminar for the late Professor Young-Jung Kim (of SNU [Seoul National University], Seoul, Korea)

Title: The Implications of "the Embodied Cognition' Approach in Cognitive Science for the Convergence across Disciplines : Implications for Philosophy, Cognitive Science, Humanities, Social Sciences and Technologies in the Future Societies. (; Text in Korean)

By Jung-Mo Lee : (Emeritus Professor of Sungkyunkwan University, Korea; Dept. Psychology); jmlee@skku.edu http://cogpsy.skku.ac.kr/
Academia : http://skku.academia.edu/JungMoLee


Date: June 25, 2010
Place: Shinyang Hall, Seoul National University, Seoul, Korea.


[Contents]

1. Cognitive Science in the 20th Century: Continuing the quests in Philosophy for the Nature of Mind.
*1.1. The Quests before the Emergence of Cognitive Science
*1.2. Cognitive Science: Main Characteristics and Implications
*1.3. Cognitive Science and Convergence across Disciplines
2. Stages of Changes in the Development of Cognitive Science
3. The Embodied Cognition Approach in Cognitive Science
*3.1. Embodied Cognition and the Extended Mind Thesis
*3.2. Embodied Cognition and Artifacts (Conceptual A., & Material A.)
*3.3. Problems of the Embodied Cognition Approach
4. Embodied Cognition Approach and Convergence across Disciplines
5. 'Narrative Cognition' Approach : A Pathway from Cognitive Science to Disciplines in the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
6. Conceptual Blending: The Conceptual Basis of Connecting Cognitive Science with the Humanities, Social Sciences and Future Technologies.
7. Conclusions

References

KEY WORDS: cognitive science, conceptual blending, convergence across disciplines, embodied cognition, extended mind, converging technologies, future, humanities, memorial lecture, narrative cognition, philosophy, social sciences, Young-Jung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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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영정 교수 1주기추모 강연. 2010. 06. 25.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 접근이 학문간 융합에 주는시사.
- 철학, 인문사회과학, 인지과학, 미래 테크놀로지의 수렴-


이정모 (성균관대, 심리학, 인지과학)
jmlee@skku.edu http://cogpsy.skku.ac.kr/
Academia : http://skku.academia.edu/JungMoLee
Version 2010-0627 . Copyrightⓒ2010, Jung-Mo Lee



1. 20세기의 인지과학: 마음에 대한 철학적 탐구의 이어받기

1.1.인지과학 탄생 이전

인간 마음의 본질과, 그 마음이 작용하는 여러 측면에 대한 탐구는 고대 이래로 철학에서 주로 다루어져 왔다. 철학은 오랜 역사를 통하여 이 주제에 대한 개념들을 명료화하고 여러 논리적 분석을 통해 다양한 문제 제기와 좋은 이론을 가다듬어 왔다. 21세기의 오늘날에서 보아도 고대 및 그 이후의 철학자들의 학문적 작업에서 드러난 통찰의 폭과 깊이는 대단하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19세기의 경험과학적 성향을 지닌 학자들 중에는 이러한 전통적 철학의 직관적 논리적 분석을 넘어서 객관적 실험 중심의 경험 과학적 근거에 의하여 마음의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이가 있었다. 그들은 당시 유럽에 널리 퍼져 있던, 특히 독일의 물리학과 생리학을 중심으로 독일 학계에 팽배하여 있던, 실험중심의 경험적 접근을 도입하여 철학에서 다루어 온 심적 현상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려 하였다. 그 결과로 그들은 철학의 전통적 심리철학적 주제의 일부에 실험물리학과 실험생리학적 방법론을 연결하여 심리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경험과학적 학문으로서 출발시켰다. 심리철학 영역의 한 부분이 철학의 하위 영역으로부터 독립하여 하나의 경험과학으로써 탄생한 것이다. 이러한 방법론적 특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1870년대에 심리학을 독립된 경험과학으로서 출발시킨 Wilhelm Wundt는 심리학에 ‘실험생리적 심리학’이라는 명칭을 부여한 것이다.

그러나 분트 이후의 30 여 년 동안의 심리학은 마음의 주관적 체험으로써의 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한 나머지, 의식 내용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 보고를 분석하는 방법의 체계화에 중점을 두었고, 오랜 동안 철학의 전통에서 내려 온 직관적 내성법(introspection methods)을 과학적 심리학의 방법론으로 가다듬어 체계화하려는 시도를 계속하였다. 이에 따라 자연히 심리학의 탐구 주제는 의식경험, 그리고 주 연구방법은 내성법이라는 구조주의 심리학(구성주의: structualism in psychology)의 틀이 전개되었다.

그런데 20세기 초에 이르러 이러한 접근이 실증주의적 객관적 과학의 틀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생각한 J. B. Watson 등의 일단의 심리학자들은 1910년대에 행동주의 심리학의 틀을 출발시켰다. 철학의 논리실증주의에 강하게 영향 받은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은 객관적으로 관찰 가능한 것만 심리학의 연구 주제이지, 객관적으로 관찰 불가능한 것은 과학적 심리학의 연구 주제가 못 된다고 보았다. 그러하기에 그들은 마음, 의식, 인지, 심적 능력 등의 심성적(정신적; mental) 개념들을 심리학에서 배척하고 오로지 객관적 관찰이 가능한 행동만을 심리학의 주제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주로 조건형성(conditioning) 과정으로 동물과 인간 행동을 기술하려는 이 행동주의적 과학 패러다임이 심리학과 주변 사회과학 분야들을 1950년대 중반까지 지배하였다. 심지어는 인간 언어 영역까지 행동의 관점에서 설명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언어행동을 조건형성과정에 의하여 설명하려는 B. F. Skinner의 시도가 그 대표적 예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심리학이 객관적 경험과학이 되려는 나머지 방법론적 객관성을 강조하고 심리학의 본래적 탐구 주제인 심적 현상의 대부분을 아주 빈약하게 개념화하거나 마음 개념을 심리학에서 축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마치 영어 표현의 “Throwing out the baby with the bath water.”처럼).

이러한 편향된 행동주의 심리학 접근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마음’의 본질 개념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여 경험과학적 연구 주제로 회복하며, 또한 방법론에서도 새로운 접근을 도입하여, 철학적 전통에서 오랫동안 다루어온 심리철학적 주제를 새로운 개념적 틀에서 새로 접근하게 하여 준 발상의 전환이 1950년대 후반에 북미를 중심으로 일어났다. 그러한 사건이 바로 20세기의 과학혁명이라 일컬어지는 인지혁명(Cognitive Revolution)이었다.

195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하여 이루어진 인지혁명을 통하여, 과학계는 인간 자신과, 동물, 컴퓨터, 인간문화체계 등에 대해 새로운 방식으로 설명하고 이해하는 틀을 지니게 되었다. 이러한 인지적 패러다임의 이론적 틀이 바로 정보처리적 접근의 고전적 인지주의(Cognitivism)이었고, 이를 구체적으로 구현하며 그 기초이론과, 응용적 구현의 근거를 탐구하는 학자들의 아이디어의 역동적인 교류와 수렴적 상호작용의 상승적 지적 소용돌이로부터 자연적으로, 그리고 필연적으로 생겨난 학문체계가 바로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이라는 다학문적, 학제적, 학문이다.
인지과학의 탄생 과정에서의 여러 학문의 수렴 과정은 김영정(1996) 교수의 글에서 잘 요약된다:

“행동주의는 마음에 대한 계산적 표상 이론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인지심리학에 차례로 자리를 내어 주기 시작하였다. 동시에 철학은 데카르트-홉스적 방향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했으며. (촘스키의 데카르트적 형태의) 언어학이 흥미로운 과학으로서 등장하기 시작하였고, 컴퓨터 과학이 제대로 형태를 갖춘 분야로 등장하였다. 정신을 표상들에 작용하는 계산장치로 보는 데카르트-홉스적 통찰력에 자극되어, 컴퓨터과학자들은 인공 지능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였다. 인지과학이 잉태되었던 것이다(71쪽).”

1,2. 인지주의, 인지과학의 특성과 의의

[인지주의, 인지과학의 특성]
인류 과학사에서 1950년대는 하나의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기였다. 뉴턴이래로 물질과 에너지 중심의 기존 과학관에서 추상수준을 한 단계 도약하여 물질을 넘어선 정신을 정보와, 정보처리, 계산, 표상(representation)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개념화함으로써 과학의 지평과 수준을 넓히고 인류에게 디지털 삶의 시대를 열어 준 개념적 전환기였다. 하나의 과학적 혁명이었다.

1950년대 후반에 등장한 인지주의 패러다임은 ‘마음’과 ‘컴퓨터’가 본질적으로 동일한 추상적 원리를 구현하는 정보처리 체계(information processing system: IPS)라는 생각에서 출발하였다. 인지과학은 인간과 동물의 마음에서 그리고 컴퓨터에서 각종 정보처리가 어떻게 일어나며, 그러한 정보처리를 통해서 마음 또는 지(知: 지능; intelligence; 인간의 자연지능이건, 컴퓨터의 인공지능이건, 동물의 지능이건)가 어떻게 가능하게 되고 구현되는가를 탐구하며, 그러한 탐구를 통해 마음과 각종 지(知)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종합과학이다.

그런데 인간을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지(知)란 ‘마음의 작용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인지과학을 좀 더 넓게 정의한다면 ‘마음의 과학(the science of mind)’이 된다. 그리고 컴퓨터란 인간이 만들어 낸 인공물의 한 종류이기에, 다른 종류의 인공물(각종 도구나 다른 하드웨어와, 언어, 문화체제, 경제체제, 행정체제, 커뮤니케이션과 같은 개념적, 소프트웨어적 인공물 포함)까지 고려한다면, 인지과학은;
1) 마음(Mind),
2) 뇌(Brain),
3) 이 둘에 대한 모형이며 또한 인간이 마음이 만들어낸 각종 인공물의 정수인 컴퓨터(Computer), 그리고
4) 인간 마음과 몸의 확장의 부분들이요 대상인 기타 인공물(Artifacts)(언어, 문화체제 등의 개념적 인공물과, 각종 기계 등의 물질적 인공물 포함)의 넷(M, B, C, A) 각각에서,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정보적, 인지적(지식 형성 및 사용적) 활동을 다루는 학문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그림1 참조).

이러한 인지과학을 규정짓는 주요 특성들이 있다. 인지과학의 학문적 핵심 특성들을 선별적으로 요약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고전적 인지과학은 마음, 컴퓨터와, 두뇌라는 세 가지가 같튼 종류의 정보처리 원리가 구현된 정보처리체계(information processing system: IPS)라고 본다.
둘째, 마음의 과정은 정보의 처리, 변환이라는 계산적 관점(computationalism)이다.
셋째, 마음의 내용은 지향적(intentional) 대상의 표상으로 이루어진다는 표상주의이다(representationalism).
넷째, 마음은 뇌의 신경적 상태에 기초한다는 신경과학적 기반의 강조이다.
다섯째, 마음의 탐구는 여러 학문들의 수렴에 의하여 가능하다는 다학문적 수렴(융합)접근의 강조이다.



[그림1]. 인지과학의 정의/ 영역


[인지주의, 인지과학의 의의]
인지주의는 ‘정보’라는 개념을 인류에게 제시하고, 정보사회’라는 개념을 가능하게 하고, 인간의 마음, 뇌, 컴퓨터를 연결하는 개념적 틀 중심으로 세상을 보게 하였다. 마음의 개념을 심리학에서 배제하고 행동만 관찰하여 온 과거의 심리학적 사조인 행동주의 심리학의 입장과 차별화하고 마음의 문제를 새로운 정보처리적 보는 틀에서 이론화하며 형식적(formal) 기술(descriptions)을 중심으로 접근한 것이 인지과학이다.

현재 21세기의 디지털 시대의 우리의 일상적 삶과 일의 양식을 지배하고 있는 여러 디지털 소프트웨어의 응용, 예를 들어서 Apple의 GUI(Graphic-User Interface)의 개념 틀과 이의 적용인 MS의 윈도우 틀의 기본개념들, 아래아 글을 비롯한 각종 워드프로세싱 소프트웨어, 인터넷 검색엔진, 내비게이션 등을 구현하는 각종 소프트웨어, 그리고 여러 유형의 인공지능 시스템의 소프트웨어 및 디자인의 밑바탕 개념과 이론 틀의 바탕이 인지과학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인지주의 패러다임의 의의를 이러한 응용적 측면을 넘어서 더 넓게 본다면 노벨상 수상 신경심리학자 R. Sperry의 말을 빌려 다음과 같이 이야기할 수 있다.

“인지주의 과학혁명의 영향 결과로 일어난 기본적 변화란 수준간 인과적 결정론에 대한 상이한 패러다임의 출현이라는 것이다. 모든 것이 전적으로 아래에서 위로 결정된다는 전통적 (물리학의) 가정 대신에, 우리는 역방향적 하향적 결정론을 전제하는 것이다. 전통적 상향적 입장과 인지주의의 하향적 입장이 조합된 ‘이중 방향’, ‘이중 결정’ 모형은 과학으로 하여금 인간 자신과 자연의 질서 전체를 지각하고, 설명하고, 이해하는 전혀 새로운 양식을 -(진정한 Kuhn적 세계관 패러다임의 전이로서의) - 부여하였다. ... 이전에 양자역학에 돌렸던 세계관적 의의의 대부분이 이 새로운 거시적-심리적 패러다임에서는 창발적 하향적 제어에 의해 무가치하게 된다. 우리는 더 이상 현실의 궁극적 본질을 최소의 물리적 요소에서 찾으려하지도 않으며, ... 그 결과로, ........ 과학이 상징하던 바, 과학이 지지해오던 바, 과학의 신조와 세계관들이 급진적으로 수정되는 것이다 (Sperry, 1995, p. 505-506).”

1.3. 인지과학과 학문간 연결, 수렴, 융합


[그림 2]. 21세기 초 현 시점에서 본 인지과학 관련 학문

인지과학의 탄생의 역사는 그저 인류 문화에 새 학문이 새 과학으로 추가된 것을 넘어서, 인간관, 컴퓨터를 비롯한 인공물에 대한 관점, 세계관에 있어서 하나의 발상의 전환을 가져오는 큰 사건이었던 것이다. 마음과 컴퓨터를 동류의 정보처리 시스템으로 본다는 생각은 인류 역사상에서 하나의 큰 발상의 전환이었다. 그로 인하여 인류문화에서 새로운 시대인 디지털 시대, 디지털 문화가 열리고 인간 마음 및 인공적 지능을 보는 관점이 달라진 것이다. 바로 이러하기에 과학철학자, 과학사학자들은 인지주의, 인지주의의 출현을 하나의 과학적 혁명이라고 보는 것이다.

여러 학문들이 수렴되어 다학문적 과학으로 출발한 인지과학을 형성하는 학문들에는 인지과학 초기에는 핵심적 학문 분야로 인공지능, (인지)심리학, 철학, 언어학 등이 있었다. 후에 1980년대에 (인지)신경과학이 이 핵심학문에 추가되었다. 21세기 현 시점에서 인지과학과 관련있는 분야들을 포함하여 그림으로 나타내면 인지과학 관련학문은 [그림 2]와 같다.


2. 인지과학 틀의 변천 역사

그러나 고전적 인지주의 틀에는 나름대로 문제점도 있었기에 인지과학의 틀은 1980년 중반부터 변화하기 시작하였으며 그에 따라 ‘마음’에 대한 개념적 재구성 작업이 여러 가지로 진행되게 되었다. 고전적 인지주의가 1950년대 후반에 출발한 이래 50 여 년이 경과한 지금까지의 인지주의, 인지과학의 주요 변천 단계를 요약적으로(필자의 편향을 가지고) 살펴본다면 다음과 같은 4단계를 거쳐 왔다고 할 수 있다.

제 1단계는 (1950년대에서 1980년대 전반까지), 심리학에서 마음을 제거하였던 행동주의의 반(反)심성주의(anti-mentalism)로부터 탈피하여, 마음을 디지털 컴퓨터 유추에 바탕을 둔 물리적 기호(상징)체계(physical symbol system)로 개념화한 정보처리 접근의 고전적 인지주의(Classical Cognitivism)를 형성한 것이었다.

제 2단계는 (주로 1980년대 이래) <컴퓨터 은유> 중심의 이러한 고전적 정보처리 접근에 바탕을 둔 인지과학의 이론적 개념화의 한계를, <뇌 은유>의 신경망 연결주의 접근에 의하여 상징이하(subsymbolic) 체계의 계산주의를 제시하여 극복하려 한 것이었다. 이 시기에 형성된 연결주의 틀을 흔히 제2의 대안적 인지과학 관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제 3단계는 (주로 1990년대 및 그 이후), 연결주의 움직임의 영향과 인지신경과학의 연구기법(주로 뇌 영상 기법)의 급격한 발전에 의해 이루어진 뇌 기능의 중요성의 재발견을 통해, 마음에 대한 접근을 신경과학의 기초 위에 놓으려는 움직임이었다.

제 4의 단계는 (1980년대 후반부터 그 영향이 드러나기 시작하였지만, 21세기의 초 지금에 철학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인지과학과 연결된 논의를 전개하면서부터 각광을 받기 시작한), 마음의 작용에서 환경 맥락의 역할을 강조하는 변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입장은 인간의 마음이 물리적, 사회적 환경 맥락에 적응하는 순간 순간적 상호작용 행위 활동상에서 비로소 존재하게 되는, 즉 문화, 역사, 사회의 맥락에 의해 구성, 결정되며 작동하는 그러한 마음, 인지임을 강조하는 접근이다.

이 네 단계 중 2 및 3 단계는 심리학과 인지과학에서 ‘뇌의 되찾음’으로 명명할 수 있는 ‘아래로의 끌음(downwards pull)’의(Bechtel, Abrahamsen, & Graham, 1998) 변화에 해당하는 것으로, 1980년대 전반의 신경망 모델을 강조하는 연결주의의 떠오름과, 뇌영상기법의 발전을 기반으로 하여 1990년대 초에 이루어진 인지신경과학의 형성과 발전으로 대표된다.

그러나 우리가 현재 관심을 갖는 것은 인지과학의 제3의 대안적 틀로 출현한 제 4단계의 <밖으로의 끌음(outwards pull)> 변화이다. 고전적 인지주의에 마음, 인지의 본질에 대한 사회-문화적, 환경 맥락적 틀을 도입하여 인지과학을 전면적으로 재구성하려는 움직임이다.

마음과 뇌를 별개의 실체로 개념화한 데카르트적 심신이원론이나, 생물적 뇌가 부가하는 제약적 속성을 무시한 채 인간의 마음을 정보처리체계로 개념화한 고전적 인지주의나, 그리고 생물적 뇌의 속성이 인지와 심적 경험의 속성을 특징지으며 모든 심적현상은 생물적, 신경적 상태와 과정으로서 설명할 수 있다는 환원주의적 유물론의 신경과학적 접근에 대하여 비판적인 설명 틀을 전개하는 것이다. 이 새 움직임에 의하면 뇌의 생물적 특성을 무시한 정보처리적 표상주의이건, 인지신경과학적 접근의 ‘뇌 = 마음’의 심신동일론적 환원주의의 관점이건, 마음의 본질과 특성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음을 뇌 내부의 신경적 상태만으로 환원하는 것은 실제의 역동적인 마음과는 다른, 거리가 있는 부족한 개념화이며, 뇌, 신체, 그리고 환경 세상이 연결된 통합체 상의 현상으로 마음을 개념화하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체화된 인지’ 접근으로 형성되었다.

3. ‘체화된 인지/마음(embodied Cognition/ Mind)’ 접근

철학적 기능주의에 바탕을 두었던 초기의 고전적 인지주의, 1980년대의 연결주의, 신경과학적 접근들이 비록 마음 과정의 여러 특성들을 밝혀주기는 하였지만 이들이 인간의 마음의 본질을 설명하는 틀로는 불충분하다는 논의가 철학 내에서 기능주의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과(퍼트남, 1992) 더불어 1980년대 중반 이래로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비판은 다분히 철학의 현상학 전통에 바탕을 둔 비판이었으며 몸과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 움직임이었다.

3.1. 체화된(embodied) 마음/인지, 확장된 마음

Bem & Keijzer(1996)에 따르면, 인지과학이 현재에 과거 1950년대의 인지주의의 탄생과 떠오름 시점보다도 더 드라마틱한 전기를 맞고 있으며, 그것은 철학과 심리학, 인지과학에서의 ‘전통적인 데카르트적 존재론/인식론에 기초한 마음(Mind)’의 개념으로부터 탈피하여, 구체적인 몸이라는 실체를 가지고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출현하는 인간의 적응 ‘행위’로서의 ‘마음’의 관점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어 21세기 초인 지금에는 '연장된 마음 가설(‘확장된 마음 가설’: The Extended Mind Thesis)'(Clark & Chalmers, 1998)이라는 철학적 논의를 바탕으로 하여 인지과학의 제 3의 대안적 접근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 접근은 미시적, 신경적 또는 생물적 단위 수준에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연결주의와 같은 낮은 설명 수준의 접근, 그리고 그보다 한 수준 위에서 명제 중심으로 논리적 체계에 의해 설명하려는 고전적 인지주의의 정보처리 접근이 지니는 제한점을 벗어나려 한다. 즉 환경과는 독립적으로 한 개인 마음 내부에서 일어나는 정보의 인지적 표상이나 처리가 아니라, 환경과 괴리될 수 없이 환경-몸-뇌가 하나의 통합적 단위를 이루는 바탕위에서 행위를 통하여 구현되는 활동으로서의 마음을 설명하고자 한다. 환경이 인간의 인지의 특성, 한계를 규정, 제약하고 인간의 인지구조가 역으로 환경을 규정하고 변화시키는 그러한 상호작용의 관계 속에서의 인지를 연구하고자 한다. 마음은 뇌 속에서 일어나는 신경적 상태나 과정이라고 하기보다는 신경적 기능구조인 뇌, 뇌 이외의 몸, 그리고 환경의 3자가 괴리되지 않은 채 하나의 단위로 작용하는 통합체(nexus) 상에서 이루어지는 행위 중심으로 재개념화 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체화된 인지 관점은 본질적으로 데카르트적 이원론에 바탕을 둔 존재론과 그에서 출발한 인식론으로부터 벗어나자는 탈 데카르트적 움직임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시도는 이미 일찍이 17세기의 B. Spinoza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고, 스피노자이후에 몸에 대한 강조는 유럽의 현상학적 철학자들에 의하여 주로 이어져 왔다고 할 수 있다. 추상화된 마음의 측면이 강조되는 데카르트의 존재론과는 달리 메를로-퐁티(1945) 등의 논의에서는 몸과 마음과 환경이 하나의 단위를 이룬다. 몸이 환경의 세상과 일체가 되어 적응하는 과정에서 몸의 행위 하나하나가 마음을 구성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접근은 21세기 초엽 현재로 아직은 통일적인 종합적 틀을 이루지 못하고 다소 산만히 여러 이름 하에서 전개되고 있지만, 고전적 인지주의에서 배제되었던 ‘몸’을 마음의 바탕으로 되찾게 하며(embodied mind), 마음이 환경 속에 구체적으로 구현되고(embedded mind) 구체적 환경에 상황지워진 인지로써(situated cognition), 데카르트 류의 공간적 연장됨이 없는 마음이 아니라 환경에 연장, 확장된 마음(extended mind)으로써 환경과 몸, 마음이 하나의 단위로 작동하는 그러한 역동적인 (dynamic), 그리고 인간과 환경의 상호작용(interactions) 틀에서 재개념화 할 가능성을, 아니 그래야 하는 필연성을(Bickhard, 2008)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인지심리학자인 M. Wilson(2002)은 ‘체화된 인지’란 상황지워진 인지, 시간 압력 하에 있는 인지, 인지적 정보처리 부담을 환경에 내려놓는 인지, 환경이 인지체계의 한 부분인 인지, 행위로서의 인지, 몸에 바탕을 둔 인지라는 여섯 개의 측면을 지니고 있다고 보며,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 인지가 몸에 근거하고(based) 있다는 것이다 라는 입장을 전개한다.

한편 Gomila와 Calvo(2008, p. 12-13)에 의하면, 체화된 인지 접근에서 체화됨(embodiment)보다는 상호작용성(interactivism)과 역동성(dynamicism)이 더 핵심이며, 지각은 물론 고차 심적 기능도 이러한 체화적 기초의 제약과 허용 틀에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체화된 인지 접근의 의의를 다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행동주의심리학이 마음을 심리학에서 축출하였고, 고전적 인지주의가 그 마음을 인지과학에 되찾아주었지만 뇌의 역할을 무시하였고, 인지신경심리학이 마음을 다시 뇌 속으로 넣어주었지만 환경(맥락)의 역할을 무시하였다면, 이제 제3의 대안적 관점인 ‘체화된 인지’ 접근을 통하여 그 뇌를 몸으로, 그리고 다시 그 몸을 환경으로 통합시키는 작업을 하여야 한다고 볼 수 있다.

3.2. 체화된 마음과 인공물

체화된 인지 접근에 따라 마음을 단순히 뇌 속에서 일어나는 신경적 과정의 결과로써, 그리고 알고리즘적 또는 확률적 정태적인 계산적 정보처리로써 개념화하지 않고, 몸과 괴리되지 않은 마음이 몸을 통하여 환경에 공간적 확장, 연장의 특성을 지닌 역동적인 활동에 존재하는 것으로 개념화 한다면, 21세기의 현 시점에서는 더하여 생각하여야 할 다른 측면이 있다. 곧 인간 마음과 각종 인공물의 공진화 역사와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고려이다.
인류진화의 역사를 본다면 인간의 진화는 순수한 인간 신체적 진화, 마음의 진화의 역사라고 하기 보다는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물과 인간의 마음, 그리고 몸이 공진화해 온 역사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이 인공물을 만들고 활용한다는 일방향적 활동에 의하여 인간의 진화가 이루어졌기보다는, 이와 함께 인공물이 인간의 신체적, 심리적 활동을 확장시키고 또 제약하기도 하는 쌍방향적 상호작용 과정으로 진행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이정모, 이재호, 이건효, 2004; 이정모, 2007).

또한 테크놀로지의 가속적 발달에 근거한 미래예측에서, 가까운 미래에 인공물의 정수인 컴퓨터가 인간의 지적 능력을 넘어서고 기계와 인간의 경계가 애매하여지는 특이점(The Singularity)이 2030년경에 도래할 수 있다는 레이 커즈와일(2007) 등의 논의를 고려하여 신체적으로 그리고 심리적 측면에서 인공물과 인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미래 시점을 생각한다면, 마음에 대한 개념화와 탐구에서 역사적으로 인간 마음과 공진화해온 또 앞으로도 그럴 인공물과의 상호작용 측면을 도외시할 수 없다.

이제 체화된 인지 틀에 의하여 뇌와 몸과 환경이 서로 괴리되지 않고 하나로 엮어진 통합체에서의 능동적 활동으로 재구성된 마음 개념 틀을 도입한다면, 인공물이, 그리고 이들이 구성하는 현실공간이나 가상공간이 ‘확장된 마음’으로서, 그리고 마음의 특성을 형성, 조성하는 기능 단위 또는 공간, 대상 및 사건으로서 작용하며, 마음과 인공물이 하나의 통합적 단위를 형성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마음과 인공물의 관계를 재구성한다면, 인간의 마음의 작동 특성 본질의 인지과학적, 심리학적 탐구는 물론, 각종 디지털 도구 등의 소프트웨어적, 하드웨어적 디자인 등에서의 공학적 응용을 비롯하여, 인간의 각종의 적응, 부적응의 이해와 이러한 변화의 각종 응용심리학적 적용실제(practice)에서 새로운 좋은 틀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다.

3.4. ‘체화된 인지’ 접근의 문제점

그런데 체화적 인지 접근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도 있다. 역동적이고 다면적인 (그리고 다분히 현상학적 접근이 적용되어야 할) 인간(몸)-환경의 상호작용 측면을 어떻게 과학적 탐구의 면면으로 객관화하는가가 큰 과제로 남을 수 있다. 또한 기존의 인지주의 접근이 성공한 설명적 측면보다 더 좋고 체계적인 기술과 설명을 제공하여야 한다는 과제도 남는다. Adams와 Aizawa (2008) 등이 제기하는 비판과 다른 문제점도 있으나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4.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 접근과 학문간 융합

미래에는 '체화적 인지' 접근이 인지과학의 “제3의” 대안적 접근으로써 인지과학 일반에서, 그리고 인지과학기술의 응용 분야에서 무시하지 못할 세력으로 점진적으로 자리 잡으리라고 본다. 해외 학계의 여러 경향이 이런 징후를 나타내고 있다. 더구나 그 징후들이 철학이나 전통적 인지과학 관련 이론가들에 의해서만 제기되는 것이 아니라 로보틱스 등 공학의 분야(예: Bonsignorio, 2009), 심지어는 복잡계 이론과 관련된 물리학 분야의 연구자들도(예: Arrecchi, 2007) 제기하고 있으며, 학문간 수렴적(융합적) 연결에의 노력이 예술 등 여러 영역에서 추진되고 있기에 이러한 ‘체화적 인지’의 패러다임적 변화는 무시하기 힘든 것 같다.

마음, 인지(동물과 로봇의 경우에 지능)가 몸과 환경이 하나로 어울어진 인간(동물 또는 로봇)의 신체적 활동에서 어떻게 발생되는가를(the genesis of cognition from the agentive (environment-) embodied activities) 밝히는 것을 궁국적 목표로 삼아서 이를 해결하여야 하는 체화된 인지 틀은 2010년대 초엽인 지금에 아직은 하나의 통일된 패러다임으로 가다듬어지지 못한 채, 여러 이름 아래서 전개되고 있다. 또한 고전적 인지과학처럼 굳건한 경험과학적 또는 형식적(formal) 접근의 바탕을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전통적 경험과학 틀과의 연결 문제를 해결하여 과학적 접근으로 확립되어야 하는 커다란 과제를 지니고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이 새 패러다임의 등장은 마치 1950년대에 당시 심리학 및 주변학문의 학계를 주름잡고 있던 행동주의에 강하게 반발하여 등장하였던 고전적 인지주의의 출현 및 빠른 전개에 필적하는 그러한 학문적 추세가 되리라 본다. 우리는 이제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그리고 몸에 바탕을 둔 활동으로서의 마음’ 관점으로 옮겨가야 하는 것이며, 스피노자, 듀이, 메를로퐁티, 하이데거, 리꾀르 등 철학자들의 인문학적 생각을 인지과학에서 진지하게 다시 음미하여야 하는 것이다.

마음 개념을 이렇게 재개념화하는 것은 인지과학 자체뿐만 아니라 사회과학, 공학을 비롯한 주변 학문 및 실제 응용 분야에 학문적 수렴(융합)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상당한 시사를 지닌다. 간략히 개괄하자면 다음과 같다.

[인지과학 자체]. 마음에 대한 개념화의 보는 틀이 이렇게 바뀌게 되면 기존의 인지과학이 크게 재구성되어야 한다. 환경과 마음의 역동적 상호작용은 몸에 의존하며, 따라서 언어 또는 사고 등의 고차 심리(인지) 기능도 이러한(감각 및 운동) 기초의 제약과 허용 틀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또 미래의 인간 상호간에, 그리고 인간이 아니지만 행위주체(agents)로서 존재할 로봇 등의 인공물과, 몸을 통하여 상호작용하는 행위 현상 일반이 인지과학의 주요 분석 대상이 된다.

그러면 인지과학은 생체로서의 인간 및 동물뿐만 아니라 현재, 그리고 미래에 존재하게 되는 온갖 유형의 인공물, 특히 행위주체자로서 작동할 로봇과 같은 인공물, 또는 인간의 몸이나 인지와 경계가 없는 그러한 미래 인공물 자체의 활동(인간, 동물, 로봇 각각의 각종 agentive activities), 그리고 그러한 인공물과 인간의 상호작용도 탐구하는 학문이 되리라 본다.

이에 따라 많은 사회과학, 공학이 다루는 역동적 상황들이 인지과학의 영역으로 포섭, 확장되는 것이다. 인지과학은 미래 학문체계의 재구성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학문이다. 잠자고 있지만 주변에 많은 변화를 초래할 '내적으로 끓어오르고 있고 주변에의 많은 변화의 잠재 가능성을 내포한 휴화산‘과 같은 학문이다. 문제는 그러한 확장의 필요가 강하게 부각될 미래 시점에서도 인지과학이 전통적 인지과학의 틀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아니면 또 다른 변혁을 필요로 할까 하는 것이다.

[인문학]. 체화된 인지 개념틀을 제공한 학문인 철학이 존재론과 인식론의 전개에서 데카르트적 틀에 대한 대안적 틀에 대하여 보다 수용적이고 많은 정교화 작업을 하며 인지과학의 ‘체화된 인지’ 접근의 이론적 기초를 계속 가다듬어 주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과거로부터 모든 학문의 모체이었으며 모든 학문의 개념적 기초를 계속 분석하며 재조명하여 인도하여 온 철학이 이 새로운 마음 개념의 정립을 더 정교화하며, 이 틀에 따라 여러 학문들이 어떻게 재구성되어야 하고 수렴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개념적 기초를 계속 제공하여야 한다.

여기에는 과거에 학문 영역의 출발과 분화나 수렴 등의 역사적 흐름의 특성을 규명하여 온 과학사(특히 과학의 본질, 수렴, 융합과 관련된 과학사적 탐구)적 탐구가 연결되어야 한다.

또한 최근에 언어의 메타포적 의미를 중심으로 하여 개념적 융합 관련 이론을 전개하여온 인지언어학 분야도 수렴되어야 한다. 인간 언어의 바탕이 몸의 감각 운동적 활동에 있다는 것을 고려하여 기존의 촘스키적 언어학의 형식적 접근 중심을 수정하고 인지언어학의 비중이 더 커져야 하리라 본다.
내러티브의 문제와 관련하여 체화된 인지 틀이 인문학의 변화에 주는 시사는 다음의 5절과 6절의 내용을 통하여 다시 논하기로 한다.

[사회과학]. 교육학, 사회복지학, 경제학, 법학, 정치학, 매스커뮤니케이션학, 인류학 등에서 이러한 체화된 마음 측면이 고려된 인간행동-사회 현상의 이해 및 이론틀의 재구성이 있어야 하며, 개인적 또는 사회적 집단의 인지나 행동의 변화를 목표로 하는 실제 응용장면에서 보다 효율적 실용적인 접근 틀이 재구성되어야 한다.

이미 경제학에서 인지과학을 연결하여 행동경제학, 인지경제학, 신경경제학 등의 분야가 창출되었고, 법의 영역에서 법인지과학 영역이 새로 열리고 있다. 이러한 새 영역에서 체화된 인지 접근은 경제현상이나 법 현상에 대하여 몸과 환경이 연결되어, 사고하고, 활동하는 인간의 측면을 고려한 더 좋은 설명이나 記述(기술)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인지정치학, 스포츠 교육, 광고-마케팅, 언어치료 등의 관련 분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예술]. 인간의 예술적 퍼포만스와 관련하여 기존의 실제 예술적 퍼포만스의 수행과 그에 대한 교육에서는 이미 이러한 체화적 마음의 입장이 도입되어 실시되어 왔다고 볼 수 있는데, 반면 예술이론 구성 측면에서는 실제 예술적 퍼포만스와 다소 거리가 있는 이론이 전개되어 왔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부족함이 이 새 틀의 도입으로 보완되어야 하리라 본다. 특히 디지털 문화의 빠른 확산과 더불어 새로운 미디어 예술(new media arts) 영역에서 기억의 내용과, 환경에 몸으로 체화된 인간 활동과, 미디어의 상호작용에 의한 예술 활동을 이해, 설명하기 위하여는 체화된 인지적 접근이 필요하리라 본다(Seifert, Kim, Moore, 2008). 또한 체화된 마음의 내러티브적 측면, 즉 마음의 작동 기본 원리가 몸의 활동에 바탕을 둔 내러티브 구성이 중심이라는 서사(인지내러톨로지) 학자들의 주장을 고려한다면 기존 문학이론 분야도 변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공학]. 인공지능, 로보틱스 분야가 직접적으로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생각되며, 학문적, 실용적 연구 틀이 상당히 변화되어야 하리라 본다. 핸드폰, 내비게이션 등의 현재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디지털 도구 등의 디자인 산업은 각종 도구(인공물)와 인간의 상호작용을 전제로 하는데 그 상호작용의 핵심이 몸을 사용한 감각-운동 중심의 인간의 활동에 있다면 기존의 디지털 기계/도구 공산품 및 사용 환경 디자인(공학 포함)의 틀이 대폭 보완되어야 한다.

[자연과학]. 먼저 뇌연구 결과의 의의에 대하여 과장된 맹신을 일반인에게 부추키어 온 뇌지상주의적 오해가 수정되어야 한다. 뇌연구의 제한점이 인식되어야 한다. 뇌 연구가 앞으로도 인간 삶에서 계속 중요하기는 하지만, 우리는 그 과학적 설명의 한계를 인정하고 뇌 지상주의를 넘어서야 한다. [‘마음은 곧 뇌이다’]라는 문제에 대하여 그동안 심리철학 영역에서 비판적 논의가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이론적 바탕, 이유를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기존의 뇌지상주의적 접근에 대한 대안적인 이론 틀이기도 한 체화된 인지 틀의 의의를 이해하여야 한다. 이와 함께 의식 현상의 신경과학적 기초의 문제와 관련하여, 그리고 환경에 체화된 인지로서의 심적 현상과 연관되어서 이론으로 제시되는 물리학의 동역학체계 이론, 복잡계 이론 등의 이론적, 설명적 가능성과 의의에 대하여 상당한 고려를 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여러 측면을 고려해 본다면, ‘체화된 마음’ 관점은 인문학, 사회과학, 예술, 공학, 자연과학을 연결하는 융합학문적인 중심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공학 학자들이 다른 곳에서 암중모색하듯 융합적 주제를 찾아 애쓰며 연목구어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5. ‘내러티브적 인지’ 접근: 인지과학과 인문학의 연결

인지과학이 지난 50년 동안에 주로 고전적 인지주의(계산주의) 틀 중심으로 발전됨에 따라 그동안 소홀이 되고 발전이 별로 두드러지지 못하였던 인지과학의 영역이, 인간의 마음(인지)과 이야기(서사)적 접근을 연결하는 영역, 즉 인문학과 인지과학, 공학을 연결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분야는 형식화하기 힘들고 객관적 경험적 접근이 어렵다고 간주되어서 주류 인지과학의 흐름에서는 그동안 배제되어 온 영역이다. 그런데 최근에 이 영역이 지니는 의의에 대한 학자들의 생각이 변화되고 있고 또 그 변화가 인지과학 전체 패러다임의 변화에, 학문간 융합에 영향을 주고 있고 또 앞으로 그 영향이 점진적으로 증가되리라 본다.

이러한 변화 추세는, 컴퓨터에 유추하여 형식화하고 계산적으로 접근하여야 하는 추상적 원리의, 그리고 환경과 괴리된 정보처리적 시스템으로서의 인간의 마음이 아니라, 환경에 구체적인 개체의 몸을 통해 구현되며 환경과 하나의 단위로 작동하는 몸에 바탕한 활동으로서의 마음 개념을 강조한 ‘체화된 인지’ 접근의 개념적 틀을 바탕으로 하여 전개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에 인지문학과 인지과학 일반 분야에서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는 Mark Turner 교수는 1996년의 책, “The Literary Mind"라는 책의 서문에서 ‘인지과학의 중심 주제가 사실상 문학적 마음의 문제이다' 그리고 '이야기가 마음의 기본 원리이다'라고 하였으며, 인지과학과 문학을 연결하며, 내러티브적 인지과학이라는 하나의 대안적 인지과학 접근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내러티브적 입장은 D. Dennet, D. Lloyd 같은 철학자들의 논의에서도 지지되고 있다. 인간의 마음의 기본 원리가 이야기적 원리, 즉 내러티브적 원리라는 것이다. 철학자 D. Lloyd(1989)는 "Simple Minds" 라는 책에서 인간의 심적 원리로 세 가지를 들었다. 그는, 가장 낮은 수준에서는 구현(implementation) 수준의 신경망적 연결주의 원리가 작용하고, 상위 심적 수준에서는 일차적으로 이야기 원리(psychonarratology principle)가 작용하고, 그 윗 수준에서는 필요에 의해서만 합리적 이성의 원리가 적용된다고 논한 바 있다.

그러면 그 내러티브는 어디에서 오는가, 무엇에 기초하여 생성되는 것인가? 이에 대하여 철학자 R. Menary(2008)는 ‘체화된 내러티브’라는 논문에서 내러티브는 - Dennett 등이 주장하듯이 내러티브가 자아를 중심으로 구성된 추상적 표상이 아니라 - 본질적으로 우리의 몸이 내러티브 전단계에서(pre-narrative) 환경과 지각적 그리고 행위적으로 상호작용하여 이루어내는 몸의 경험, 즉 체화된 일련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서 생겨난다고 본다(75-76쪽). 어떤 내러티브이던 간에 체화된 자아(embodied self)의 체험이 그에 선행되는 것이다. 내러티브가 경험을 조형하는 것이 아니라 체화된 경험이 내러티브를 조형한다고 본다. 체화된 자아(embodied self)의 무의식적, 의식적 경험에서 체화된 인지가 가능하여 지고 그로부터 내러티브가 생성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지과학에서 체화된 인지 접근을 중심으로 인간의 마음과 심적 경험에 대한 이론과 개념을 구성하는 작업은 곧 내러티브의 이론과 개념을 구성하는 작업과 연결되며, 지금까지 문학 등에서 전개된 내러티브의 구성에 대한 논의는 인지과학 작업이 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인지과학과 인간 내러티브를 다루는 문학, 사회과학, 예술의 일론적 작업이 연결되게 된다.

[인지과학과 문학의 연결]. 마음의 본질에 대한 탐구에서 체화된 인지에 바탕한 내러티브적 접근의 도입이 필연적인 것임을 인지과학에서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면, 궁극적으로는 인간 마음의 결정적 산물이며 또한 인간 마음의 활동인 문학을 인지과학에서 연결하여 탐구하여야 하는 것이 요청된다. 인지과학을 위하여서, 그리고 문학을 위해서라도 문학과 인지과학이 연결, 수렴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서 문학의 상위범주인 인문학이 인지과학과 연결되어야 한다. 인지과학과 문학을 연결하는 연결점에서 [인문학]과 [인간 본성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수렴-융합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이러한 연결은 인지과학과 문학, 예술의 각 분야에서 연구자들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수렴, 융합, 통합적 연결에 의해 가능하여진다. 인문학과 인지과학의 연결이 이루어지고, 그렇게 하여 인문학자와 인지과학자들에게 인간 마음 또는 심적 활동과의 이해와, 문학/예술(이해)의 상호 괴리 현상이 계속 지속될 수 없음의 절절한 인식이, 그러한 인식의 변환이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학문적 분위기의 떠오름과 확산이 진행되어야 한다.

예술과 인지과학을 연결함에 있어서, “… 예술은 인간 마음의 작동을 이해하는 데에서 주변적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다(... are not marginal for understanding the human mind.)”라는 자각이나 인식이 인지과학자들에게 필요하다. 또한 문학/예술가/인문학자들은 인지과학의 중요한 발견, 중요한 지적 발전을 무시하거나 모르고 있어서는 안 되며, 인지과학자들은 문학과 예술을 다루지 않거나 무시하여서는 인간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

그러면 내러티브를 다루는 문학을 비롯한 예술 영역들은 어떤 근거에서 인지과학을 비롯한 학문간의 수렴, 융합적 생각의 틀을 이루어 내며,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내러티브적인 인문학이 - 인지과학을 매개로 하여 - 수렴적 융합적 (미래) 테크놀로지의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생각 틀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일까? 그에 대한 이론적 근거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우리는 내러티브, 문학, 예술 등이 인간에게 가능하게 하는 공통적, 공유적 개념적 바탕의 창출과 개념적 융합, 혼성(blending)의 현상에서 그 근거를 찾아 볼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연관에서 내러티브적 인지과학 접근의 추구나, 수렴-융합적(당연히 창의적인) 사고의 육성 및 창출에 인지과학적 이론적 근거를 제공할 수 있는 이론틀로써 인지언어학을 중심으로 제기된 ‘개념적 혼성(개념적 융합; Conceptual Blending)'의 틀이 제공하는 이론적, 응용적 가능성에 주목하게 된다.

6. 개념적 융합/혼성(Conceptual blending): 인지과학과 인문학 연결의 개념적 기초

초기의 고전적 인지과학은, 주로 기억, 학습, 기호적 사고, 언어습득 등과 같은 내적 심적 과정 중심으로 전개되었으며 환경 맥락과는 독립적인 인간 내의 인지과정을 주로 다루었다. 이것은 인간의 마음이 컴퓨터와 가장 닮은 심적 과정임을 전제한 고전적 인지주의의 틀의 영향이다. 그러나 지금의 인지과학은 점진적으로 보다 정서적(감정적) 요인이 개입되고(다마지오, 2007) 등의 연구 결과), 비교적 더 창조적인 마음의 측면에도 초점을 맞추어 가고 있다. 과거에는 문학이 인지과학을 멀리하고 인지과학과 문학이 서로 연결이 없이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에 이 두 영역이 수렴, 융합되고 있다. 체화된 인지의 개념 틀 위에서 그러한 수렴을 가능하게 하여주며 인간의 마음의 내러티브적 작용의 역동을 이해하는 개념적, 이론적 바탕 틀로 등장한 것이 ‘개념적 융합: (conceptual blending)의 이론 틀’이라고 할 수 있다(질 포코니에, 마크 터너, 2009).

개념적 융합(혼성)이란 인지의 일반이론으로서, 의식수준에서라기 보다는 하의식 수준에서 작동하는 인지적 현상이다. 의식적이건, 하의식적이건 현재의 문제와 관련되는 두 개 이상의 상황(학문 분야 간이건, 테크놀로지, 산업의 영역들/ 대상들/ 사건 들/ 일상적 생활-행위 장면 등이건)의 씨나리오적 요소들 그리고 핵심적 관계성이 혼성(blended; 결합, 융합)되는 인지적 과정을 지칭한다. 문학 작품에서 많이 사용되는 은유, 유추, 비유 등의 이해 과정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예: ‘바다와 같은 어머니의 사랑’), 이 개념적 혼성 과정들이 인간의 인지와 행동, 특히 일상적 사고와 언어의 도처에 산재하여 있다고 본다. 이러한 개념적 융합(혼성) 틀은 창의성을 비롯하여 인간의 여러 인지적 현상을 설명하여 줄 수 있다고도 볼 수 있으며, 인문학, 예술, 인지과학을 연결하여 인간의 인지, 마음, 행동, 문화, 과학기술의 융합을 이해하는 새 틀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할 수도 있다. 예술이 공학과 연결되어 창의적 테크놀로지의 창출의 생각의 바탕 밭으로 기여할 수 있는 근거도 바로 상황공간 간의 개념적 혼성, 융합의 원리에 의한다고 볼 수 있다.

위에서의 제시한 Dennett, Menary 등의 철학자들의 입장의 요점을 결합하고, 그동안에 진행되어온 인지과학의 서사인지심리학(cognitive narrative psychology)적 접근 등을 연결하여 보고, 이야기 스키마를 주제로 논한 1930년대의 영국의 심리학자 F. C. Bartlett 교수의 주장을 연결하고, 영문학자이며 인지과학자인 Mark Turner 교수의 최근의 주장을 종합하여 정리하여 본다면, 이야기(내러티브)란 마음의 기본적, 일차적, 근원적 작동 원리이고 내러티브가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인지적 바탕이 체화된 인지에 바탕을 둔 개념적 혼성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인간은 ‘이야기’를 양산하여 내는 그러한 존재이다. [마음]은 [작은, 그러나 강력한, 이야기 생산 공장’]이라 할 수 있다.

개념적 혼성과 내러티브에 대한 이러한 고찰에서 드러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인지과학에서 밝혀진 인간 마음 작동의 능동적 구성의 기본원리는 이야기 만들기(narrative making) 원리라고 할 수 있다. 둘째로, 종래의 문학(비평) 이론을 지배하던 내러티브인 페미니즘이나 구조주의, post 구조주의적 사고가 문학/현상을 설명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음이 드러난다. 기존의 문학(비평) 이론은 주로 사회적, 역사적, 문화적 측면만 강조하였지, 그러한 문학 활동의 대상이 되는 인간의 인지적, 신경적 측면에 대한 자연과학적 연구 결과가 지니는 시사점을 무시하였다. 실제의 인간은 진화역사적으로 변화/발달한 몸을 지닌 생물체 (즉 자연범주적 존재)인데, 과거의 문학(비평)이론은 문학적, 예술적 산물을 내어놓고, 또 이해하는 인간이 ‘자연적 존재’라는 자연 범주 특성을 무시하여 왔다(신경적, 인지적 작동원리를 무시함). 과거의 문학(비평) 이론은 문학작품, 예술 등(TV 보기, 공감 등)과 관련된 인간 마음의 [자연과학적으로 밝혀지는] 숨겨진 복잡성 (hidden complexities)에 대하여 학문적 인식이나 과학적 지향함의 수용이 없었음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두 분야의 현재의 태생적 별거 상태를 벗어나서, 인문학의 문학 및 기타 영역들과 인지과학이 연결된다면, 그리고 이에 앞서 언급한 ‘체화된 인지’의 개념적 틀이 도입되고 응용인지과학적 영역이 연결된다면 인지과학의 미래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형태의 가능성들을 생각하여 볼 수 있다.

1. 인지과학이 기존 고전적 인지주의의 ‘마음’ 개념과 [데카르트 식 존재론]을 탈피하여,

2. ‘마음’ 대신 ‘몸’을 강조하는 [스피노자 식 존재론]의 전통을 이은 ‘체화된 마음, 체화된 인지(Embodied mind/ cognition)’의 틀로 전환되며, 체화된 마음(embodied mind)의 전통을 살려온 철학의 하이데거, 메를로퐁티 등의 [현상학적 전통], 철학과 문학을 연결하는 리꾀르 등의 문학이론 전통 등에 대한 인지과학의 긍정적 연결 시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3. 환경의(맥락적) 대상 및 상황과 괴리되지 않은 채, 그들과 하나의 총체적, 통합적 단위로서 자신의 몸의 활동을 통해, 감각운동적 상호작용(인터랙션)에 기초하여, 행위의 주체(agents)로서 삶의 의미적, 행위 내러티브를 엮어가는 그러한 상황지워진 생명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빚어내는 활동으로서의 마음(인지)으로 마음 개념화 작업이 재구성 되고,

4. 또한 ‘인간’과 ‘인공물’을 별개의 불가침의 상이한 범주로 규정하며 이분법적 내러티브를 적용하여 경계선을 그려온 과거의 이분법적 존재론의 이론 틍(다른 의미에서 일종의 ‘내러티브’)을 벗어나서,

5. 이러한 마음의 본질적인 기능은, 다른 동물과는 달리 진화 역사상에서 인류가 발달시켜온 바, 즉 환경 속에 내재된 자신의 적응적 생존을 위하여, 자신을 포함한 ‘뇌-몸-환경’의 총체적 상황적 의미를 끊임없이 의미적으로 관계짓고 ‘예측’하는 실타래인 이야기(내러티브) 구성의 원리에 의해 작동하는 것으로 개념화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재개념화 노력을 추구하다 보면 자연히 과학적 설명과 관련되어서 마음, 즉 인지 현상의 다수준적, 다원적 설명 틀의 적용 필요성에 그리고 그것이 미래 인지과학과 인접학문과의 연결, 수렴에 주는 시사에 대하여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리라고 본다. 이에 따라 인지과학 및 여러 인간 현상의 다원적 설명 접근의 불가피성의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5. 종합

인지과학은 학제적 과학으로써, 그리고 이론적 개념적 측면에서 융합의 전형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테크놀로지 영역에서도 다른 응용 분야(인지인공지능시스템, 인지로보틱스, 각종 인공물의 디자인 등)와의 성공적 융합을(실제는 수렴) 이끌어내고 있으며, 최근에 인지경제학, 인지법학, 인지종교학, 인지문학, 인지미학, 인지음악학 등의 분야를 창출시켜서, 사회과학, 인문학, 예술을 포함하는 학문간 융합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유의할 것이 있다. 인문학, 사회과학, 예술, 자연과학, 공학을 연결하는 위치에 있는 인지과학이라고 할지라도, 엄밀히 말하자면 인지과학이 이루어 내는 것은 통합적, 환원적 통섭이 아니라 다른 분야와의 개념적 수렴 내지는 개념적 혼성(conceptual blending)이라고 할 수 있다. 관련 다른 분야를 환원시키거나 변질시키거나 제거하는 그러한 의미의 융합이 아니라, 개념적으로 하나의 새로운 혼성적 공간을 가능하게 하여서 새로운 수렴적 영역을 창출하게 하는 그러한 부류의 융합이다. 따라서 융합이라고 하기보다는 수렴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

학문간 융합을 생각 할 때에 우리는 테크놀로지 분야와 다른 일반 학문 분야를 나누어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테크놀로지라는 것이 원래 인간을(위한) 전제로 하는 시도이기에, 어떤 응용적 문제의 해결을 목표로 여러 분야가 연결되는 ‘융합’이라는 개념이 적절할 수도 있으나, 인문과 자연의 본질을 탐구하는 인문학, 사회과학, 기초 자연과학의 영역에서는 현재 국내에서 회자되고 있는 의미로서의 ‘통합적 융합’ 개념은 적절하지 않는 개념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문학의 여러 분야 간이나 과학의 여러 분야 간, 또는 인문학(인문과학 + 사회과학)과 과학(뇌/인지과학을 포함하는 자연과학)의 연결에서는 통합적 의미의 융합을 추구하기 보다는 그 학문들의 연원에 대한 과학사적 재조명을 한 후에, 수렴적 연결[부분 무시의 단일화라는 의미의 통합이 아니고, 각 부분에 동등한(또는 그에 필적하는 적절한) 역할을 보장하는 협응적 의미의 연결의 수렴적이고 총합적 연결]을 시도하여야 하리라 본다.

따라서 학문간 융합은 1) 테크놀로지에서의 단일화적 통합적, 수렴적 연결과 2) 테크놀로지 이외의 기초학문들에서의 협응적 연결의 두 측면으로 나누어 달리 접근하여야 하리라 본다. 후자를 구태여 융합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그리고 단일화적 통합의 융합이건, 협응적 수렴 연결이건, 그러한 지적 활동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게 하는 밑바탕에는 서로 다른 영역의 개념적 공간을 대응시키고 정합적으로 연결하여, 이를 매개하는 혼성공간에서 새롭게 창출하는 틀을 출현시키는 창의적 인지활동이 개입된다. 따라서 제대로 하자면 융합 관련 논의에 앞서 이러한 ‘융합(수렴)의 인지적 활동의 과정적 작동 메커니즘’을 먼저 규명하는 메타 수준의 작업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모든 작업에는, 1) 과거로부터 모든 학문의 모체이었으며 모든 학문의 개념적 기초를 계속 분석하며 재조명하여 온 철학과, 2) 이러한 수렴적 또는 융합적 활동의 본체인 인지적 활동의 (특히 체화적 인지, 그리고 내러티브적 인지의) 본질을 탐구하여 온 인지심리학과, 3) 최근에 ‘개념적 혼성 이론’을 통하여 사고와 의미에 대하여 새로운 조망 틀을 제공하고 있는 인지언어학과, 4) 학문 영역의 출발과 분화나 수렴 등의 역사적 흐름의 특성을 오랫동안 규명하여 온 과학사(특히 과학의 본질, 수렴, 융합과 관련된 과학사적 탐구)의 네 분야의 학무적 탐구 전통들이 수렴되어 이루어져야 하리라 본다. 인문학, 인지과학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개념의 학제적 수렴(융합)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인지과학의 미래는 타학문과의 연계성의 증대와, 그 발전 속도의 빠름으로 인하여 정확히 예측하기가 힘들다고 하겠다. 그러나 현재의 진행되고 있는 인지과학 연구의 전반적 흐름을 근거로 예측할 수 있는 것의 하나는, 이러한 새로운 접근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인지과학, 철학, 언어학, 수학, 신경과학, 물리학, 인공지능학, 인공생명학, 로보틱스, 진화생물학, 인류학, 동물행동학 등의 연구들, 심지어는 인문학의 문학적 연구들이나 예술학의 이론들이 서로 간의 경계가 없이 ‘자연적 마음’, ‘인공적 마음’의 과학적 이해와 실제적 구성을 위해 하나로 수렴되어 가며 인지과학이 21세기 과학의 한 핵심 학문이 되는 모습이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바랄 수 있는 인지과학의 미래의 모습이다. 노벨상 수상자 스페리 교수가 이미 지적하였듯이 인지과학은 마음관, 인간관, 세계관, 과학관을 극적으로 변화시켰다. 인지과학을 아는 우리 연구자들은 이제 어느 누구건 ‘다시는 그 이전으로, 인지과학을 모르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지적 상승 소용돌이에 사로잡힌 것이다.

인류의 생물적 진화가 이제 정지되었다고 간주될 수 있는 현시점에서 이 생물적 한계를 마음과, 컴퓨터, 두뇌, 몸, 환경(문화)을 창의적으로 조합하는 인지과학적 변혁에 의해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려는 인지과학의 발전 가능성과 시사는 크다고 할 수 있다.

미래 인류문화를 특징짓는 것의 하나는 인간중심의 과학, 기술이라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인간중심의 미래 과학, 기술의 학제적 수렴의 기초가 되는 학문은 학제적 과학인 인지과학이다. 그리고 그 인지과학과 다른 학문의 개념적 기초를 늘 분석하여, 재구성하며, 안내하는 것은 철학적 탐구이다.

그 철학적 탐구의 기반 위에서 이러한 가능성을 모색하며, 철학과 인지과학의 연결을
끊임없이 추구하여 나아갔던 것이 생전의 김영정 교수가 보여준 학자적 삶의 길이다.
우리는 이제 그의 길을 따라가면 될 것이다.

2010. 0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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