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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April 5, 2008
인지경제학: 짧막한 개관
인지경제학; 짧막한 개관
이정모: 성균관대 심리학과/ 인지과학협동과정 교수
jmlee@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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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인을 위하여 교양수준에서 정리한 것입니다.
** 복사하여 전파할 수 있지만, 자기 이름의 파일로 바꾸어서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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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경제상황에서 개인이나 조직이 벌이는 경제행위를 어떻게 하면 가장 잘 설명하고 또 예측할 수 있을까? 이것은 경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물음이다. 이러한 물음에 대하여 전통적인 주류 경제학적 틀보다 더 좋은 설명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접근으로 최근 떠오르는 것이 인지경제학 접근이다.
20세기 후반에 서구의 과학기술계와 사회과학계에서 일어난 가장 중요한 변화의 하나가 인지과학적 혁명이다. 인지과학은 주판과 같은 단순한 숫자 계산기에 지나지 않던 컴퓨터를 인간 지능을 유추하는 기계로 개념화하여 오늘날의 디지털 사회를 열수 있게 한 이론적 기초를 제시하였다. 인간의 마음(지능), 컴퓨터, 더 나아가서 뇌를 모두 정보처리적 시스템으로, 개념화한 인지과학 패러다임은 뉴턴이래 에너지 개념 중심의 전통적 과학 패러다임을 대신하는 과학패러다임의 전환이었다.
인지과학의 주요 공헌의 다른 하나는 인지적 정보처리 한계성 때문에, 인간의 추리, 판단, 결정 등의 사고가 논리적 합리성을 지닐 수가 없다는 것을 경험적 증거에 의하여 드러낸 것이다. 감정이 개입되지 않는 한 인간 이성은 합리적이라는 상식적, 사회과학적 통념을 실험적 증거에 의하여 무너뜨린 것이다. 이러한 발견의 여파가 경제학에 전달되면서 경제학을 새로운 입장에서 접근하려는 시도들이 이루어졌고, 그러한 변화 추세의 한 흐름이 인지경제학(cognitive economics)인 것이다.
인지경제학이 무엇인가는 전통적 주류 경제학과 대비하여 이해할 수 있다. 신고전경제학(neoclassical economics)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경제학은 경제현상을 설명함에 있어서 인간 이성의 합리성이라는 대전제를 기초로 하고 있다. 인간은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익, 효용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무엇인지 합리적으로 계산할 수 있으며, 이 최적화 원리에 따라 합리적 선택을 하며, 그러한 개개인의 행위가 집적되어 균형을 이룬 사회적 경제 현상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rationality, balance가 이 접근의 주요한 개념들이다
그런데 인지과학자들은 경제학의 이러한 대전제에 대하여 의문을 던지기 시작하였다. 1976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인지과학자 Herbert Simon은 제한적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인간은 인지적 정보처리 능력의 한계성을 갖고 있어서 경제적 상황에서 효용성을 극대화하는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만족할 만한(satisfycing) 수준의 결과를 내는 인지적 절차를 사용하는(절차적 합리성) 존재임을 지적하였다. 또한 2002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인지심리학자 Daniel Kaheman은 인간의 경제적 선택과 의사결정이 자신에게 돌아올 효용성을 극대화, 최적화하는 합리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이 원리를 위배하더라도 실용적인 여러 편법(휴리스틱스; heuristics)을 써서 추리, 판단, 결정하는 인지적 효율성(인지적 경제성; cognitive economy) 원리 추구의 존재임을 보여주었다. 그러한 연장선에서, 인류사회에서 인간이 행복(happiness)을 추구하는 특성이 합리적 특성이 아님이 논의되고 있고 이러한 맥락에서 행복 관련 경험적 연구와 강의가 해외 대학에서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예: 하바드 대 심리학과 교수인 대니얼 길버트 교수의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책의 예).
이러한 인지과학 영향의 결과로 지난 세기 말에 경제학 내에서 심리학, 인지과학을 연결한 새로운 접근이 행동경제학(behavioural economics) 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하였으며, 이러한 행동경제학이 좀 더 인지과학적 틀에 근접한 형태가 인지경제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인지경제학의 기본 주장의 상당 부분은 이미 오래전에 경제학자인 알프렛 마샬, 하이에크 등이 전개한 바가 있다. 그러한 논의가 최근에 부활되고 인지과학의 개념, 이론, 연구방법과 연계되어 새로운 이론틀로서 이제 경제학에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유럽 국가에서, 특히 프랑스 이태리, 독일, 영국, 네델란드 등의 국가에서 인지경제학 접근이 활발히 논의되고 검증되고 있다. 2003년 이래로 인지경제학학회가 유럽에서 열리고 유럽대학들에 인지경제학 연구소가 설립되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고 것이 이러한 추세를 반영한다.
그러면 인지경제학이란 무엇인가? 인지경제학은 아직도 발전 중이어서 분야 영역의 규정이나, 중심주제, 전형적 이론틀 등을 명확히 규정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인지경제학이란 경제행위자가(개인이건 조직이던) 다른 경제행위의 주체와 상호작용함에 있어서 가동시키고 적용하는 인지적 과정과 적응과정을 탐구하는 경제학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 여 년 동안에 경제학은 경제행위를 하는 주체인 인간의 행동 및 상호작용에서 인지적인 측면의 중요성을 점차 인정하기 시작하였다. 주식시장에서의 경제적 행위는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을 취할 것인가에 대한 인지적 판단(마음이론: Theory of Mind)에 크게 의존한다. 노동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하나의 기업이 어떤 테크놀로지나 정보 습득 및 활용, 분배하는 것을 보면 자기 조직이 경제적 환경에서 어떻게 활동하고 있으며 상대방인 조직들은 어떻게 하는가를 학습하여 판단, 결정한다고 하겠다.
그런데 보다 확실하고 안정된 세상에서의 경제행위 설명에 초점을 두었던 전통적 경제학 이론의 두 기본 가정인 전통적 합리성 개념과 균형의 개념은 위와 같은 실제의 경제 행위를 설명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복잡한 실제상황에서는 개인의 경제행위가 효용성을 최적화하는 행동에 이르지 못하며, 항상 타인의 행위나 생각과 연계되어 조정되든가, 즉각적 최적 균형에 이르지 못하고 많은 반복된 경험을 통하여 경제상황과 타인의 생각에 대한 정보가 습득, 학습되며 변화된다든지 하는 현상을 전통적 경제학의 틀로 예측하기 어렵다.
경제행위자는 전통적 경제학이 예측하는 것처럼 효용성을 극대화하는 알고리즘을 합리적으로 알아서 상황이 주어지자마자 바로 최적 선택과 결정을 한다기보다는 여러 번의 반복된 경험을 통하여 무엇이 좋은가를 배워가며 사회적으로 적절해 보이는 결정을 하는 것이다. 개인적 효용성 극대화라는 최종의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달성을 위한 합리적 수단으로서 개인적 경제 행위가 계산되어 이뤄지고 학습되어진다고 하기보다는 상황,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과 연계되어 정보사회적 상호작용 망을 이루어 적응하고 그것이 집적이 되어 집단적 적절 수준에 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지경제학에서는 개인의 합리적 선택과 결정뿐만 아니라 다른 개인들과 함께, 정보를 주고받으며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하여 집단의 경제적 목표를 이루어 내는 과정의 분석과 이해도 중요하게 된다. 개인보다는 여러 경제행위자들이 서로 연계되어서 경제행위에 영향을 주는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지식으로 만들어가고 활용하는 그러한 역동적 변화, 학습 과정이 분석의 초점이 된다. 따라서 인지경제학은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망, 지식의 공유, 전체적 균형으로 가는 길, 적응역동, 안정성 조건들도 연구하게 된다. 이는 제도의 문제와 연결된다.
이러한 인식에서 출발한 인지경제학에서는 크게 두 개의 접근으로 경제현상을 이해하려 한다. 하나는 인지적, 지식적 접근이며 다른 하나는 진화적 접근이다. 인지적 접근에서는 개인의 신념(지식)과 추리의 특성에 초점을 맞추고 인간의 인지적, 정보처리적 한계성으로 인한 인간 사고의 제한적, 절차적 합리성이 경제행위에서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탐구한다.
진화적 접근에서는 개인이건 조직이건 경제행위 주체간의 연결망과 적응과정에 초점을 두고 이와 관련하여 자가조직적인 시스템으로 볼 수 있는 개인이나 조직에서 나타나는 여러 경제행위 관련 구조를 탐색한다.
제한적이거나 복잡한 상황에서는 개인은 알고리즘적 규준적 규칙을 적용하여 경제적 문제를 해결한다기보다는 시간을 들여서 당면한 경제상황에의 적응적 규칙이나 휴리스틱스를 학습하게 된다. 그 경제적 상황이 확률적이며, 역동적이고, 또한 계속 변화하는 진화적 특성을 지니고 있기에 경제행위자는 인지적, 행위적 전략을 학습하고, 정보나 상품을 교환하며, 자신의 기대가 무엇인지를 발견하기도 하고 변화시키기도 하며 다른 사람의 생각을 추론하기도 하고, 그들의 행위를 모방하기도 하며, 결정한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경제적 행위의 상당 부분이 역동적 적응의 진화적 과정에 의하게 된다. 인지경제학의 한 주요 접근이 진화적 접근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지경제학에서는 이 두 접근이 수렴되어 경제현상을 탐구하게 된다. 이러한 탐구에서는 자연히 그러한 경제행위의 맥락환경이 되는 제도의 역할과 기능의 문제가 부각되어 인지경제학은 제도경제학과 연결된다. 따라서 제도가 개인과 집단의 인지적 과정을 통하여 출현하게 되는 본질과 경제상황에서의 기능을 탐색하는 인지경제학의 제3의 접근을 낳게 된다.
인지경제학이 다루는 영역을 보면, 경제학의 이론적 기초인, 개인적 합리성, 일반균형이론, 게임이론, 경제적 학습 등의 영역을 다루며, 주제 영역으로는 주요 4개 영역인, 신념(지식), 진화와 역동, 시장, 사회넷워크 등을 다룬다.
전자의 영역으로는 불확실성하에서의 합리적 선택의 문제, 균형의 문제, 게임이론원리, 합리성과 경제적 추리, 확률 및 비확률적 추론, 통계역학, 경제행위의 신경망적 인공지능 모델링, 통계역학, 실험심리학, 비단조논리적 접근, 물리학 동역학체계 모델링 등이 있으며, 후자의 주제 영역으로는 집합적 신념(지식), 정보가치와 선택, 게임이론의 확률모델, 게임이론의 진화적 분석, 개인과 집단 합리성의 상호작용, 실험적 시장, 사회적 상호작용과 시장, 적응과 사회적 선택, 사회적 넷워크와 경제적 역동, 경제에서의 사회적 협동과 넷워크, 소비에서의 사회적 넷워크의 효율성 등을 들 수 있다.
인지경제학의 발달 초기에는 인지경제학은 인지과학자 H. Simon의 '제한적(절차적) 합리성' 개념과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 하이에크의 '제도 진화' 개념에 크게 의존하여 왔다. 하이에크의 개념적 틀에서 여러 인지경제학 이론과 분석이 제시되었다.
이러한 초기 단계를 지나서 최근에는 인지경제학은 인지과학, 물리학 등의 다른 학문에서 이론적, 개념적, 방법론적 틀을 도입하고 있다. 철학에서의 인식 논리 틀로부터, 인지과학의 신경망-연결주의의 시뮬레이션 틀, 그리고 물리학의 비선형동역학체계 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개념적, 방법론적 도구가 도입되어, 복잡한 경제 환경에서의 경제행위자들인 개인적 및 조직 집단적 추리, 의사결정, 학습 등이 분석, 설명되고 있다.
경제행위를 모델링하고 기술하는 방법론적 측면에서도 인지경제학은 전통적인 경제학과는 다른 특색을 지니고 있다. 전통적 경제학이 이론물리학을 닮아서 수리적 기술과 모델링을 강조한 반면에, 인지경제학은 수리적 모델링보다는 심리학과 인지과학처럼 보다 더 경험적, 실험적 접근을 더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인지경제학은 실험경제학, 실험진화경제학, 실험게임이론 등에 더 기초를 의존하고 있다.
전통적 주류 경제학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인지경제학이 추구하는 이러한 대안적 관점의 틀을 수용한다면, 그동안 전통적 입장 중심으로 자폐적(autistic) 학문이었다고 볼 수 있는 경제학과는 관련이 없는 변경지대 학문으로 간주되었던 주변 학문들이 도입되어야 한다.
전통적 경제학이 잘 설명하여주지 못하거나 그릇되게 설명하여 주는 현상을 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주변 학문들의 역할이 긍정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심리학, 인지과학, 정치학, 사회학, 인공지능학, 물리학, 통계학, 그리고 생물학(신경과학), 역사학, 문화과학, 생태학 등이 경제학에 연결되어서 경제학은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본다.
경제학은 보다 성숙되고 폭이 넓고 통이 큰 학문으로, 경제 현상의 설명과 예측에 있어서 실제성이나 과학철학적으로 취약점이 없는 그러한 학문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것이 미래의 경제학발전을 위하여 가야할 길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경제현상을 보다 더 잘 예측, 기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과정을 겪기 위하여 경제학이 취하여야할 입장은 경제학은 더 이상 단일혈통의 학문일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 수용하고 다설명수준의 틀을 수용하는 것이다.
경제현상은 다원적 설명수준에서 접근되어야 한다. 경제학은 학제적 학문이어야 한다. 경제학이 설명하고자 하는 현상 자체가 그러한 복잡계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경제학과 심리학, 경제학과 인지과학. 21세기의 현시점에서, 경제학과 인지과학이 이제는 별거를 끝내고 수렴되고 합류하여야 할 시점이다. 그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인류에게 보다 더 좋은, 적절한 공헌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진보적인 것 같지만 실제는 보수적인 경제학계의 변화를 기대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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