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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August 16, 2008

인지컴퓨팅


8. 인지컴퓨팅 (Cognitive Computing)

최근 몇 년 사이에 인공지능 연구 학계, 연구소, 기업 등에서는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개념 대신에 ‘인지컴퓨팅(Cognitive Computing)’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경향이 점증하고 있다. 미래에는 전통적 개념의 인공지능 분야라는 것은 점진적으로 뒷전으로 밀리고 인지컴퓨팅의 분야가 확실히 자리를 잡으리라고 본다.

그러면 왜 인공지능 대신 인지컴퓨팅이 떠오르게 되었는가? 인공지능(AI)이라는 개념이 1956년에 공식적으로 처음 사용되어 이 분야가 발전되어 오면서 인공지능 연구자들과 인지과학자들은 두 부류로 나누어졌었다. 한 부류는 강한인공지능 (Strong AI)을 추구하는 그룹이고, 다른 부류는 약한인공지능 (Weak AI)을 추구하는 집단이었다. 강한 인공지능 연구집단은 인공지능 연구의 목표가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마음(Mind) 또는 인지(Cognition), 또는 지능(Intelligence)을 모델링하는 것이라는 입장의 연구자들이었다.

다른 한 부류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마음의 연구라기보다는 (그것이 가능한지 아닌지에 대하여 판단 중지한 채; 물론 불가하다고 본 인공지능학자, 가능하다고 본 인공지능학자, 인지과학자 들이 있었다) 컴퓨터과학에서 다루는 인공지능은 그것이 인간의 참 지능, 마음의 능력을 모사, 모델링하는 가에 관계없이 현실적으로 주어진 문제를 intelligent 하게 효율적으로 해결하기만 하면, 그러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만 개발하면 된다고 생각하였다.

초기에는 인공지능학자나 인지과학자들 중에 강한 인공지능을 주장하며 지원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J. Searle 등의 '중국어 방' 논쟁이 전개되면서 점차 약한 인공지능 입장의 연구자들이 더 많게 되었다고 본다. 인공으로 만든 컴퓨팅 시스템인 인공지능 시스템의 한계를 인정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이러한 경향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강한 인공지능 입장이라고 볼 수 있는 '인지컴퓨팅'의 틀이 인공지능 시스템을 연구하는 학계, 산업계의 연구자들의 연구 틀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그 원인을 크게 두 움직임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인지과학에서 초기의 인공지능 등의 연구를 촉발시켰던 마음-컴퓨터 메타포가 점차 약화되고 마음-뇌 메타포가 자리잡은 것이다. 그리고 이 움직임은, 단순히 메타포의 수준을 떠나서, 뇌영상기법 등의 연구를 통하여 많은 인지신경과학 연구가 이루어지면서 새로운 가능성 등을 제시하고 있다. 다른 한 원인은 컴퓨터의 계산력의 빠른 발전이 가져온 움직임이다.
병렬컴퓨터가 발전이 되고 컴퓨터의 계산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컴퓨터가 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예상과 기대가 급증, 대폭 수정된 것이다. 그렇기에 R. Kurzweil 같은 사람들은 미래에 20년 이내에 컴퓨터가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분기점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하고 있다. 특이점 씨나리오(Singularity scenario) 라고 불리는 이러한 가능성이 막연한 공상과학소설적 생각만이 아닐 수 있음에 대하여 학자들이 심각하게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전에는 인간의 지능을 충분히 모사할 수 없더라도, 인간의 지능과는 다르더라도 "인공적 (artificial)' 지능 시스템만 연구, 개발하면 된다는 생각으로부터 인간, 동물과 괴리된 인공지능 시스템이 아니라 '자연적(natural)' 생물적 측면이 강조된 ‘인지컴퓨팅’의 관점으로 개념적 틀이 바뀌게 된 것이라 본다.

인지컴퓨팅이 논의되는 것은 지능이, 인지가 생물적 실체인 두뇌에 의해 작동되는 것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것이며, 과거의 인지과학적 인공지능 연구가 인간의 마음, 지능을 엔지니어링하려 하였다면, 이제 인지컴퓨팅은 과거의 인공지능 연구와는 달리 마음, 뇌에 대하여 리버스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을 하여 나가려는 시도라고도 볼 수 있다.

인간과 동물의 뇌에는 인공시스템이 필적할 수 없을 정도의 고도의 정보처리시스템이 있다. 비록 정확성이나 수리적 계산에서는 인공지능시스템에 뒤질지 몰라도, 이 뇌의 정보처리시스템은 적응성이나, 융통성이나, 기능성이나, 병렬성 등에서 기존의 직렬컴퓨터 중심의 인공시스템보다 우월하다. 인지계산 연구의 궁극적 목표는 이 뇌-인지시스템을 역분석하여(reverse-engineer) 뇌-인지시스템의 디자인 원리를 보다 보편적이고 적응능력이 높은 인공계산시스템 제작에 적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또한 인지컴퓨팅은 인공지능이나 신경망과는 다르다. 과거의 전통적 인공지능 연구는 출발초기부터 신경생물학을 무시하였다. 그 후에 1980년대의 신경망적 접근은 비록 생물적 특성을 모델링하자는 동기에서 시작되었지만 이론적, 이상화된 신경계에 대한 모델에 기초하여 있었고 실제 뇌의 신경계의 특성과는 거리가 있었다. 더구나 인공지능의 신경망적 접근 연구의 이론들은 실제의 신경생물적 가능성을 무시한 채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과거의 전통적 인공지능이건, 신경망적 인공지능이건 두 접근 모두 각기 다룰 수 있는 적당한 문제에만 초점을 두고 기호적(상징적) 또는 신경망적 설명(해결)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인간의, 동물의 뇌는 그러한 제한된 문제만 다루는 시스템이 아니라 반대로 모든 문제가 생기는 대로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진화하여 온 시스템이다.

인공지능과 신경망적 접근 테크놀로지는 뇌에 의해 나타나는 인지 현상들 중에서 한개 또는 몇 개를 출발점으로 선택하여 알고리즘이나 학습규칙을 만들어 내어서 뇌-인지 기능을 복사하려 하였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인지컴퓨팅(CC)은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가, 어떤 알고리즘을 제안하여야 하는가, 어떻게 뇌-인지 메커니즘을 역분석 하여 가능성 있을법한 모델을 검증할 것인가를 다룬다. 인지컴퓨팅은 뇌를 역분석하여 마음을 공학적으로 구성(engineering) 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의 computing 관련 학계의, 산업계의 연구개발들은 뇌, 마음(인지), 계산 의 세 개의 개념이 수렴, 융합된 그러한 연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신경과학, 인지과학(인지신경과학), 컴퓨터과학, 수학, 정보이론 등이 수렴(융합)되어야 하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아래에 별도 자료로 소개한 바처럼 IBM 최근의 프로젝트의 시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IBM은 예전에 인간 Chess 마스터를 이겨낸 Deep Blue 프로그램을 개발하였었다. 이 IBM 회사가 2005년에 생명과학 등의 과학적 연구를 촉진하기 위하여 Linux 시스템으로 된 가장 계산력이 강하고 빠른 Blue/Gene L 수퍼컴퓨터를 가동시켰다. 최근에 IBM은 스위스의 Ecole Polytechnique Federale de Lausanne 대학과 함께 Blue Brian 프로젝트를 가동시켰다.
이 프로젝트는 인간의 뇌의 신피질의 1만개의 신경세포가 동시에 활성화되어 신경흥분을 주고받는 상태를 시뮬레이션하는 연구 프로젝트로서 이렇게 많은 뇌 신경세포가 동시에 신경흥분을 내면서 상호작용하는 상황을 시뮬레이션 하는 것을 연구하기는 최초라고 한다. 이러한 생물적 뇌에 바탕한 인지컴퓨팅 연구는 뇌의 개별세포와 다른 세포와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데에 새로운 큰 걸음으로 내딛는 것으로 평가되며, 앞으로 미레에 추진될 인공지능 연구의 추세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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