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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September 14, 2011

An Introduction to Cognitive Science: 2011 / (text in Korean)


 
An Introduction to Cognitive Science: '2011
 
 
 
by Jung-Mo Lee (SKKU, Korea)
 

 
[Contents]
 
1. Introduction
1.1. Prelude
1.2. Scientific Paradigm: Implications of Cognitivism and Cognitive Science
1.3. Why Cognitive science matters in the future sciences and technologies
2. History of Formation of Cognitive Science: A Brief Look
3. Definition of Cognitive Science and Cognitivism
3.1. Cognitive Science as a Natural Science: Cognitive Paradigm
3.2. Definition of Cognitive Science
3.3. Main Research Themes of Cognitive Science
4. Hallmark Features of Cognitive Science
4.1. Science and Scientific Paradigms
4.2. Information Processing Paradigm of Mind: Cognitivism
4.3. Main Features of Cognitive Science
5. Constituent Disciplines of Cognitive Science
5.1. Core and Satellite Disciplines of Cognitive Science
5.2. Thematic Relations across Disciplines of Cognitive Science
6. Research Areas, Topics, and Methods of Cognitive Science
6.1.1. Basic Research Areas of Cognitive Science
6.1.2. Applied Research Areas of Cognitive Science
6.2. Research Methods in Cognitive Science
7. Implications of Cognitive Science for the Future Human Society
8. Institutionalization and Broadening of Cognitive Science
8.1. Abroad
8.2. Local
9. Recent Trends in Cognitive Science
10. Conclusions
 
References
Appendix : Internet Links related to Cognitive Science
 
인지과학 개론: 2011
(An Introduction to Cognitive Science: 2011)
 
이 정 모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심리학, 인지과학)
 
Version. 2001-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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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지과학 개론 pdf 파일을 웹자료로 만들어 인터넷에서 참고자료로 공개한지도 벌써 5년이 지났다. 그 간에 자료와 생각이 추가됨에 따라, 이 파일을 새로 확장 보완하여 관심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2010년 1월에 개정판을 만들어 공개했고, 이제 2011년 9월에 새로 보완 수정된 pdf 파일 판을 여기에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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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1.1. 들어가며
 
나는 내가 ‘마음(Mind)'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안다. 다른 사람들이 마음을 지니고 있다는 것도 안다. 나는 나의 마음을 활용하여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고, 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낄까를 짐작하여 행동을 한다. 인터넷으로 또는 핸드폰으로 자료나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에 다른 사람이 어떻게 받아드릴지, 내가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나는 마음으로 안다. 또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우리 각자의 마음에 의해 의미가, 개인적 이야기가 생기고 그로 인해 ’나‘라는 독특한 존재의 삶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안다.
 
나의 마음은 어떻게 해서 이러한 모든 것을 알까? 지나가는 사람을 보자마자 어떻게 그 짧은 순간에 흘낏 보고도 그 사람이 이성인지, 잘 생겼는지, 내 나이 또래인지, 다시 쳐다볼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하여 알 수 있는 것일까? 지금 이 순간에 글자를 보면서 나는 어떻게 글자의 알파벳을 파악하고 또 단어와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여 알고,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또 의미가 통하는 말을 내가 할 수 있는 것인가? 어떻게 해서 귀의 고막을 울리는 공기 진동에 지나지 않는 물리적 현상에서 아름다운 음악소리를 추출하여 낼 수 있는 것일까? 어떻게 해서 스타벅스 커피 맛이 집근처 구멍가게의 커피기계의 커피 맛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까?
 
갓난아기는 세상을 제대로 인식 못하고, 말도 못하고 하는데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부터 어른과 같은 마음이 발달할 수 있는가? 대상을 지각하여 그것이 무엇인지 안다든지,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여러 자극과 상황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인식하고 통제하는 나의 행동은 과연 어떻게 가능하게 되는가? 인간의 마음은, 지능은, 감정은, 사회적 행동 특성들은 과연 유전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일까? 인간이 동물에서 진화된 것이라면, 다른 동물들은 인간과 같은 마음을 갖지 못하고 있는데, 인간의 높은 수준의 마음과 행동은 어떻게 하여 동물로부터 진화되어서 형성될 수 있었을까?
 
내가 이런 모든 것을 안다고 할 때에 내 마음은 이런 것을 직접, 바로 아는 것일까? 아니면 컴퓨터에서처럼 대상이나 현상에 대한 자료를 저장하였다가 이것을 꺼내어보며 대조하여 보아서 아는 것일까? 그렇다면 나의 마음과 컴퓨터와의 관계는 무엇일까? 컴퓨터도, 아니 인공지능도 마음을 지니고 있을까? 동물은? 로봇은?
 
그런데 도대체 ‘마음(Mind)'이란 무엇인가? 또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 마음이란 그저 두뇌의 신경생리적 현상에 지나지 않을까? 아니면 심리학이나 뇌과학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이 ‘머리로 말하지 말고 가슴으로 말하라’라고 말하듯이 마음은 내 심장에 있고 나의 이성만 머리에, 두뇌에 있는 것일까? 마음이 심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뇌의 작용에 의해 이루어진다면, 마음과 뇌는 같은 것인가? 아니면 다른 것인가?
 
뇌의 어떤 부분이 손상된 사람들은 공포를 느끼지도 않거나, 대상에 적절히 주의하지 못하거나, 대상을 보고도 그것이 무엇인지, 누구인지 인식 못하거나, 말을 이해 못하거나, 논리적 사고를 못하거나, 기억을 잘 못하거나 한다. 이러한 모든 행동으로 나타나는 마음의 여러 작용들은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일까?
 
스마트폰, MP3기계, 리모콘,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 등등... 어떤 것은 다루기 쉽고, 또 즐겨 사용하고 싶고 한데, 어떤 것은 그렇지 않다. 왜 그런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사용하는 도구들을 가장 사용하기에 편한 방식으로 설계할 수 있을까? 소셜넷워크에 연결된 나의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 것이며, 그에 의해 이루어지는 인간-인공물-인간의 상호작용 커뮤니케이션이란 우리의 사회적, 문화적 삶의 양태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까? 그리고 그것에 의해 우리의 마음의 작동 방식은 미래에 어떻게 달라질까?
 
마음과 관련된 이러한 수많은 물음들이 인지과학이 계속 묻고 탐구하는 물음이다. 그런데, 이러한 물음을 던지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을 탐색하는 것은 직관적으로 생각하여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방법을 사용하여 과학적 탐구를 하여야 하며, 또 어떤 하나의 학문에서 다 알아내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학문 분야들이 함께 생각하고, 질문을 던지며, 수렴적으로 협동적으로 탐구하여서만 가능하다는 것이 마음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탐구한 사람들이 발견한 사실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이전의 자연과학이나 인문사회과학의 경계를 넘어서는, 이 모두를 연결하는 과학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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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상자 1>: 비행기 조종석의 정보처리환경과 인지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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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의 조종석 내부를 보면 그 복잡함의 정도는 일반인의 상상을 훨씬 뛰어 넘는다. 이러한 복잡한 시스템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과 관련을 가지고 있으며 비행기조종사는 그러한 변화에 대해서 정확한 조작으로 대처해야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복잡한 기기를 다루는 것이 쉽지 않다. 조종사는 한꺼번에 여러 가지 정보의 입력을 받으면서 정보처리하여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머리(뇌)는 상대성 이론을, 양자역학이론을 만들어낼 만큼 뛰어나지만, 지각적 수준에서는 한 번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양에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사물에 대한 판단이나 기억할 수 있는 정보의 크기 및 시간 등에 제약을 지니고 있다.
이와 같이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인지적 한계는 이를 통해서 매 순간마다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행동 반응에 영향을 주어 결국에는 잘못된 판단과 의사결정을 일으킬 수 있고 대형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비행조종석과 같은 복잡한 상황에서의 효율적 정보처리 기술 훈련, 기기 시스템의 설계, 인간과 물리적 환경과의 상호작용의 문제에 대한 체계적 연구가 필요하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인지적 능력의 한계와 이에 대한 대처 방안에 대한 기초학문적 및 응용학문적 이해는 이러한 상황에서 정확한 조작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의 설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인지과학의 기초연구에서 탐구하여 놓은 인간의 기본 인지 능력에 대한 연구 결과와, 이러한 환경상황에서의 기기의 설계와 인간의 대처방안들에 대한 응용인지과학적 연구에 의해 우리는 비행기를 탈 수 있고 삶의 안전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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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과학적 보는 틀: 인지주의, 인지과학의 중요성
 
학문 분야를 인문,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으로 분류하여 온 종래의 분류 방식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50여 년이나 시대에 뒤진 학문관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과학기술의 개념을 물리학, 생물학, 화학, 기계공학 등의 물질 중심의 과학기술만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40여 년이나 뒤진 과학관을 지니고 있는 것이 된다.
왜 그럴까 ? 그것은 지난 반세기 동안 일어난 과학적 보는틀(패러다임)의 변혁의 의의를 그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과연 어떠한 변혁이 지난 세기에 일어났으며 어떠한 새로운 과학적 패러다임(Kuhn, 1970)이 형성되었는가?
 
인간의 마음과 뇌, 컴퓨터, 정보, 디지털 세계 등을 보는 관점을 새롭게 형성한 “인지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Baars, 1986). 즉 인지적 패러다임이 형성된 것이다. 종래의 인간관, 물질관, 기계관, 학문관, 과학기술관에 대폭 수정을 가하게 하는 새로운 관점이 형성된 것이다. 하드웨어 중심, 물질 중심의 전통적 과학기술관을 넘어서, 인간요인, 소프트적 요인을 고려하여 인간의 마음의, 인지의 작용 측면을 강조하는 과학과 기술의 변혁이 1950년대 말에 인지 ‘과학혁명’으로 시작된 것이다.
 
왜 인지적 과학혁명이 중요한가? 두뇌의 좌반구와 우반구의 기능의 차이를 드러낸 분할 뇌(split brain)의 연구 분야를 개척하여 1981년에 의학/생리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신경심리학자 R. Sperry는 인지혁명(cognitive revolution)이 20세기 후반에 일어난 가장 중요한 과학적 사건이라고 말하였다. 대부분의 과학철학자들이 인지주의, 인지과학의 등장을 하나의 과학적 변혁으로 간주하는 데에 동의하고 있으며, 그들은 과학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전개할 때에 물리학을 논하기보다는 인지과학을 중심으로 논하는 경향이 점차 늘고 있다.
 
이러한 과학적 혁명, 변혁을 구체적으로 가능하게 하며 그 기초 이론을 제시하고 이 변화의 개념적, 구체적 의의를 탐색하는 학문인 인지과학(認知科學; Cognitive Science)이 1950년대에 탄생하였고, 지난 반세기 동안에 과학의 한 핵심 분야로서 급격히 떠오르며 발전하였다. 인류 문화사에 새롭게 등장한 인지과학의 중요성은 다음의 신문 인터뷰 기사 내용에서 미루어 볼 수 있다.
 
과학재단 이사장, 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하고 1989년 당시에 한국과학재단 이사장이었던 정근모 박사가 한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다음의 인용문에서 잘 나타난다.
기자▷ 우리 나라의 과학이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 것이며 문제점은 무엇인지
점검해보고 싶습니다.
정근모 박사▶ 현대과학의 특징은 3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기초연구가 시장화되는 시간이 매우 짧아졌습니다. 30년에서 2-3년으로 줄었습니다. 다음으로는 학문 간을 분리하는 벽이 허물어져서 분야 간 협력이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20세기 후반의 인지과학의 등장을 꼽을 수 있겠지요. 컴퓨터와 뇌와 마음을 연결하는 인지과학은 문과와 이과를 통합하여 인식하는 능력을 기르는 종합적 학문이랄 수 있겠지요. .......
▷ 지금 배우는 학생들이 앞으로 미래를 대비하려면 어떤 공부를 하는 것이 좋습니까?
▶ 21세기에는 어떤 분야에서 일하든지 과학기술을 모르면 안 됩니다. 어느 학과를 공부하는 것이 좋다는 것보다 무슨 공부를 하든지 과학기술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군요. 반대로 이과 쪽 학생도 철학을 알아야 합니다. 처음에 잠깐 언급했지만 인지과학 같은 학문의 벽을 허무는 학문을 해야 합니다. ...... (정근모, 1989).
 
또한 미국에서는 미국 국립과학기술원 나노과학공학기술 위원회의 요청을 받아서 미국과학재단(NSF)과 미국 상무성(DOC)이 공동으로 2001년 12월에 융합(수렴)과학기술 워크샵을 개최하였다. 그들은 세계 과학기술계를 이끌고 있는 주요 학계 연구자, 산업계 인사 및 정부기관 정책연구자 등의 전문가들에게 의뢰하여, 21세기의 과학기술이 학계의 연구 측면에서, 산업장면에서, 국가과학기술 정책 측면에서 어떤 새 틀에서 추진되어야 할지를, 모색하였다.
그러한 탐색의 결과로, 향후 20 여 년 동안에 앞으로 추진되어야할 미래 과학기술의 새로운 틀로 2002년 6월에 도출된 것이 "NBIC 융합과학기술(Converging Technologies)”틀이다. 미래 과학기술은 Nano, Bio, Info, Cogno 의 4개의 핵심 과학기술 축이 초기 단계부터 수렴, 융합되어 가르쳐지고, 연구되고, 응용, 개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Nano는 나노과학공학기술, Bio는 생명과학공학기술, Info는 정보과학공학기술, Cogno는 인지과학공학기술 (Cognitive Science Technology)을 가르킨다 (Roco, & Bainbridge, 2002). 미국 과학재단이 제시한 미래 과학기술의 틀의 그림은 [그림 2]와 같다. 미래 융합과학기술의 4대 핵심축의 하나가 인지과학기술이 인 것이다
 
 
 
[그림 2]. 미국 과학재단이 도출한 미래 융합과학기술 틀
 
 
1.3. 미래 과학기술에서 왜 인지과학이 핵심 주제로 거론되는가?
 
그렇다면 인지과학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학문이나 응용분야와 관련이 있으며, 실생활과는 어떻게 연결 지어서 생각할 수 있는가? 이러한 물음에 대하여는 6절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인지과학의 의의와 관련하여 인지과학의 주요 특성을 몇 가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는 컴퓨터(computer)와의 관련성이다. 주판처럼 숫자 계산기에 지나지 않았던 계산기가 각종 정보를 나타내고, 저장하고 활용하는 지능적 디지털 컴퓨터로 변하게 되며, 인공지능과 로보틱스를 가능하게 하고 인터넷을 가능하게 한 것은, 그러한 숫자 놀음의 계산기를 정보 도구로 변환시키는 “개념적 탈바꿈”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발상의 전환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발상의 전환을 누가 하였는가? 그러한 발상의 전환이 무슨 사조의 변환의 결과이었는가? 그러한 발상의 전환을 한 사람들이 바로 인지과학의 선구자들이었고, 그들의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 놓은 것이 바로 인지주의(cognitivism), 인지과학적 패러다임이다.
즉 오늘날의 디지털 컴퓨터, 디지털 세상, 인터넷 문화, 정보과학, 정보화 사회의 개념적 틀의 기초를 놓은 발상의 전환을 이루어 낸 것이 다름 아닌 바로 인지주의와 인지과학의 과학적 패러다임이었던 것이다. 바로 그렇기에 인지과학의 등장 및 떠오름을 과학적 혁명, 인지혁명이라고 부르는 것이며, 미국의 과학재단이 미래과학기술의 4대 핵심축의 하나로 인지과학기술을 규정한 것이다.
 
정보와 컴퓨터와 인간을 연결하여 생각하는 개념적 변혁인 인지주의의 출발, 인지과학의 형성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컴퓨터를 사용하여 각종 정보를 저장, 검색, 활용할 수 있으며, 핸드폰이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고, 그것을 매개로 한 새로운 형태의 소셜넷워크체계(SNS)가 가능하여지고, 사회 각 분야의 정보들이 디지털 검색 가능한 형태로 저장될 수 있는 것이다. 디지털 세상, 정보화 사회를 가능하게 한 기본 개념들이 인지과학의 개념적 틀에서 나온 것이다.
 
둘째로 뇌와 컴퓨터, 인간의 지적, 감성적 능력의 연결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인지과학이다. 인지과학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뇌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주로 뇌의 해부학적 구조에 초점을 두어서 연구하였지, 인간의 인지적 기능이나 정서적, 동기적 기능 등과 체계적으로 연결하여 연구하지는 못하였다. 왜냐하면 뇌의 해부학적 구조 각각과 연결하여 어떤 심리적 (인지적, 정서적, 동기적 등) 기능을 탐색할 것인지 잘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고, 뇌의 신경생물적, 신경생리적 과정을 정보처리 과정으로 개념화 할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또 뇌의 세부 부위의 기능을 관찰할 수 있는 방법론적 기법이 발전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인지과학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개념적 연결 및 개념적 도구가 제공되었고 구체적 연구 기술이 발전되었다. 그래서 20세기 후반에 들어서서 신경과학이 인지과학과 연결되어 떠오르면서 뇌의 연구가 새롭게 각광을 받게 된 것이다. 뇌의 해부적 구조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뇌의 각 구조가 어떤 심리적, 정보적 기능과 연결되어 있는가를 보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서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한다던지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뇌와, 마음과 컴퓨터를 각각 정보처리 체계로 보았기 때문에 가능하여진 것이다.
 
셋째로 이러한 맥락에서 생각하여 본다면 인지과학이 우리의 일상생활의 무엇과 관련이 있는 지 쉽게 열거할 수 있을 것이다. 자세한 것은 6절에서 다루어지겠지만, 인지과학이 적용되는 응용분야를 일부 열거한다면 다음과 같다.
 
컴퓨터 워드프로세서나 소셜넷워크시스템(SNS) 작동 프로그램을 인간이 사용하기에 가장 적합하도록 디자인하기/ 컴퓨터의 모니터, 키보드나 마우스 그리고 핸드폰의 자판이나 디스플레이를 사람들이 정보처리에서가장 효율적으로, 그리고 사용하기를 즐겨하고 싫증이 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기/ Google, 야후, 네이버 등의 검색엔진 작동 메커니즘 디자인하기, 찾기 쉽도록 자료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기/ 각종 오프라인 및 온라인 게임의 구성을 디자인하기/ 자동차나 오디오, 필기구 등 각종 도구 및 인공물을 사람이 가장 좋아하게 또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디자인하기/ 각종 학교 및 산업체의 교육 및 학습 장면의 학습자료를 효율적 학습-교육이 일어나도록 디자인하기/ 각종 뇌손상과 질환에 따른 인지적, 정서적 기능의 이상을 파악하고, 이에 환자가 효율적으로 대처하도록 훈련 프로그램을 디자인하기/ 뇌와 컴퓨터 연결 디자인하기/ 공부 및 학습에 문제가 있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훈련 프로그램 디자인하기/ 각종 새활장면이나 기업장면에서의 응용적 인공지능 설계/ 인간과 같이 인식하고, 행동하고, 정서도 지닌 로봇 디자인하기/ 사람들에게 가장 효율적인 광고 디자인하기/ 산업체, 일반회사, 서비스 부서, 관공서 등의 각종 일 장면에서 개인들이 가장 효율적으로 정보처리하고 적응하도록 환경 및 인지기술 디자인하기 등.
 
자세한 것은 6절에서 다시 설명하겠지만, 인간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들이, 특히 인터넷에 의하여 사람들 상호간에 연결되는 정도와 양상이 급도로 빨리 변화하는 21세기에서, 우리가 그렇다고 깨달아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서 그렇지, 인지과학의 원리와 개념이 일이나 일상의 삶의 여러 장면에 널리 깊이 침투되어 있는 것이 우리 의 현실이다.
그러면 그러한 인지과학은 어떻게 출발되었나?
 
 
2. 인지과학의 형성 역사 : 짧은 소개
 
계산기를 숫자 처리 계산기를 넘어서 각종 정보를 처리하는 기계인 지능적 디지털 컴퓨터로 개념화하고, 이 컴퓨터의 처리과정과 인간의 마음의 작동과정을 ‘정보처리(information processing)'라는 공통적인 개념으로 엮어서 연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인지과학의 출발의 핵심적 생각이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이 갑자기, 단번에 형성된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을 통해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창의적으로 제시한 생각들이 1950년대 중반에 수렴됨으로써 이러한 생각들을 종합하는 구체적 틀이 갖추어졌고, 그 결과가 인지적 패러다임(Cognitive Paradigm)으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인지적 패러다임의 형성에 결정적으로 공헌한 여러 생각의 흐름들이 있었다(McCorduck, 1979; Lachman, Lachman, & Butterfield, 1979; Gardner, 1985; 이정모, 2001, 4장 및 5장; 이정모, 2009, 제2장, 3장 참조). 이 역사적 흐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들 참고문헌들을 참고하기 바라며, 여기에서는 인지과학 형성의 역사를 간단히 몇 개의 항목으로 제시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1. 인지과학의 형성의 첫째 배경은 철학과 수학에서의 형식이론(formal theory)과 계산이론(theory of computation)의 공헌이다. 수학에서 D. Hilbert와 K. Goedel을 이은 계산이론의 발전이 이후의 ‘기계와 마음을 잇는’ 생각의 기반이 되었다. 이차세계대전 당시에 독일 군사 암호를 해독하는 기계인 "Enigma"의 설계에 핵심적인 이론을 제시한 영국의 수학자 A. Turing은 ‘튜링 자동기계’ 이론을 제시하여, 신비하고 과학적 연구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온 인간의 수학문제 풀이의 사고 과정들을 엄밀히 형식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마음을 컴퓨터에 비유하여 생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2. 다음에는 20세기 초반의 디지털 컴퓨터의 발달과 J. von Neuman 박사의 이론을 중심으로 한 ‘저장된 프로그램’ 개념의 발달이다. 단순한 숫자적 자료의 저장기계가 아니라, 그 자료에 어떤 조작처리를 하는 집행과정으로서의 프로그램이 계산기에 저장된다는 개념은 인공지능의 연구의 출발을 촉진하고, 인간의 사고와 컴퓨터의 처리과정의 유사성에 대한 생각을 가능하게 하였다.
3. 컴퓨터의 자료와 프로그램을 Boole식의 이진법식 형식체계로 표현 가능하다는 C. Shannon의 생각과 그의 정보이론(information theory)의 떠오름의 영향.
4. 두뇌를 하나의 논리기계로 간주할 수 있으며 신경세포간의 작용을 컴퓨터의 과정의 표시와 마찬가지로 명제논리 체계로 표현할 수 있다는 W. McCulloch와 W. Pitts의 생각(McCulloch & Pitts, 1943)의 형성과 확산.
5. N. Wiener 등의 feedback 개념을 중심으로 한 ‘인공두뇌학(cybernetics)’이론과 시스템 이론의 발전과 확산.
6. H. Simon(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함)과 그의 동료 A. Newell의 [디지털 컴퓨터는 단순한 숫자 조작 기계라기보다 ‘범용 목적의 상징(기호)조작체계’(general purpose symbol manipulation system)인 튜링기계로 간주할 수 있다]는 생각의 형성과 이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제작.
7. 인지적 능력(competence)과 마음에도 구조와 규칙이 있다는 관점과, 마음의 작용에서 형식적 통사론을 강조한 N. Chomsky의 언어학 이론의 등장 및 확산과, 행동주의적 심리학에 대한 Chomsky의 강력한 비판의 대두와 이러한 비판의 타당성에 대한 인정.
8. U. Neisser 등에 의한 심리학 내에서의 인지심리학(cognitive psychology)의 새로운 출범과 인지심리학적 실험 연구 결과들의 집적.
9. 이차세계대전 중 및 그 이후에 두뇌 손상자들에 대한 신경학적 연구 결과들이 축적되고 이론이 발전됨.
10. 철학에서 고전적 실증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과학철학과 심리철학의 떠오름.
11. 인류학과 사회학에서의 민생방법론(ethnomethodology), 및 새로운 인지인류학(cognitive anthropology), 인지사회학의 떠오름.
등의 여러 분야의 새로운 생각들과 시도들이 수렴됨으로써 인지주의적 패러다임의 형성이 가능해졌다. 이미 1950년대에 학문간 수렴과 융합이 인지과학의 형성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1948년에 캐리포니아공대(Cal Tech)에서 열린 Hixon 심포지엄에서 Neumann, McCulloch, K. Lashley 등이 새로운 생각을 발표하였고, 1956년 다트머스대학에서 열린 학회에서 M Minsky, J. McCarthy, A. Newell, H. Simon 등이 컴퓨터와 인공지능을 연결하는 새 생각들을 발표하였으나, 이러한 생각들과 연구 결과들이 하나의 통일적 틀을 형성하지 못한 채, 지적 소용돌이로 있다가, 1956년 MIT에서 개최된 정보이론 심포지엄을 기폭제로 하여 하나의 새로운 과학적 패러다임으로 출발하였다(Gardner, 1985; McCorduck, 1979; Hirst, 1988). 그 결과로 이렇게 새로 형성된 인지적 패러다임을 구체화하며 그 순수 이론적, 응용적 의의와 가능성을 탐구하는 새로운 종합과학으로서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후 인지과학은 1960년대에 인공지능학과 인지심리학이 떠오름을 발판으로 하여 자체의 틀을 가다듬고, 1970년대 후반에 이르러 공식적인 형태를 갖추어 출범하였다.
 
[표1]. 1956년 미국 MIT에서 열린 정보이론 심포지엄 발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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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Symposium on Information Theory
September 11 1956:
 
- Alan Newell & Herbert Simon: "Logic Theory Machine"
- Noam Chomsky: "Three Models of Language"
- George Miller: “Magic number 7 plus or minus 1”.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3. 인지과학의 정의와 인지주의
 
3.1. 자연과학으로서의 인지과학: 인지주의, 인지적 패러다임
 
이러한 중요성을 지닌 인지과학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기본적인 사조는 ‘인지주의(Cognitivism)’이다. 인지과학을 출발시키고, 인공지능, 디지털 세상, 뇌 등을 연결한 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적 틀, 즉 패러다임이 인지적 패러다임인 것이다.
 
‘인지적 패러다임’은 마음과 두뇌와 컴퓨터의 본질과 상호 관계성을 규명하며, 이들의 공통분모를 찾고 거기서 얻어지는 개념적 틀에 의해 인간과 세상을 설명하는 방식을 재구성하려는 노력에서 이루어진 새로운 과학적 인식틀이다. 인지적 패러다임은 인간과 마음에 대해 S. Freud처럼 '억압된 무의식적 충동 이론'으로 설명하자는 것도 아니며, 행동주의 심리학자였던 J. B. Watson처럼 ‘인간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마음을 배제하고 인간의 외적 행동만 기술하자는 지나친 객관주의를 표방하는 것’도 아니었다. 인지적 패러다임은 인간을 앎의 특성, 즉 지적 특성을 중심으로 설명하자는 것이다. 데까르트가 인간 존재의 바탕을 앎(cogito)에 두었듯이, 인간이, 그리고 동물이 어떻게 앎을 획득하고 활용하는가, 그리고 이것이 컴퓨터의 정보처리적 지능과 어떻게 연관지워 볼 수 있는가를 중심으로 인간의 마음을, 인간의 삶을 설명하자는 것이다.
 
1950년대에 형성되어 이후 50 여 년간 인간과 세상에 대한 새로운 보는 틀을 제공한 인지주의에서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즉 인간이란, 자극을 제공하는 환경에서 끊임없이 능동적으로 적응하며 각종 의미 정보를 파악하고, 앎을 획득하여 이를 저장, 활용하는 존재로 본다. 그리고 그러한 앎을 가능하게 하는 심적 인지과정들과 인지구조의 내용을 설명함으로써 인간을 이해하고 설명하고자 한다(여기에서 거론되는 ‘인지’라는 개념이 상식적 개념인 ‘인식’이라는 개념보다는 포괄적 의미를 지니고 있음은 3절에서 다시 설명된다).
 
이전에는 심리 현상은 비물리적 현상이므로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인지과학과 현대 심리학은 이러한 낡은 과학관을 버리는 것이다. 자연과학은 무생물뿐만 아니라 생물을 그 연구대상으로 한다. 자연과학은 식물과 동물을 연구대상으로 하여 생물들의 특성을 밝히는데,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동물, 즉 생물의 하나이다. 동물인 미생물의 삶의 특성들을 밝히는 것이 자연과학의 연구대상 현상인 것과 마찬가지로 생명체이며 동물의 하나인 인간의 마음의 작용과 행동을 비롯한 특성을 밝히는 것은 당연히 자연과학적 연구가 된다. 인지과학은 다른 자연 현상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뇌, 마음, 행동 현상을 자연화 하여 과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고, 또 연구하여야 한다는 자연주의적 입장을 지니고 있다. 이것이 곧 인지주의 패러다임의 기본 입장이다.
 
그러면, 뇌는 물질이니까, 자연과학인 생물학에서 연구하던 방법을 적용하여 연구하면 되는데, 인간의 마음과 행동은 어떻게 자연화 하여 과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가? 인지과학은 인간의 마음의 핵심 특성을 ‘앎’이라고 보고, 앎의 내용과 과정, 곧 지식과 지적 과정을 정보와 정보처리의 개념으로 바꾸어 접근하려고 한다. 앎의 과정과 내용을 정보와 연관된 개념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이를 논리학, 수학, 컴퓨터 과학에서 논하는 술어(predicate)논리나 프로그래밍 언어라든가 정보흐름도(information flow diagram)나 자료구조도(data structure diagram)와 같은 형식화된 개념적 도구를 사용하여 분석하고, 기술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이렇게 분석된 정보처리의 구조와 과정에 상응되는 마음의 내용이나 과정을 실험실 실험을 통해 경험적으로 관찰하거나, 컴퓨터 시뮬레이션(simulation)을 통해 논리적, 이성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그리고 뇌의 신경생물적, 신경생리적 과정과 연결지어서 관찰하고 이론화함으로써 객관성과 경험적 증거라는 과학적 방법의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생각의 핵심에 바탕에 놓여 있는 생각은, 마음과 컴퓨터와 두뇌가 본질적으로 동일한 추상적 원리를 구현하는 동류의 정보처리 체계들(IPS: Information Processing Systems)이라는 생각이었다.
 
3.2. 인지과학의 정의
 
인지과학은 기본적으로 앎의 과학이다. 그런데 앎이 인간의 마음의 작용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인지과학을 좀 더 넓게 정의한다면 ‘마음의 과학(the science of mind)’이 된다(Gardner, 1985; Stillings, Weisler, Chase, Feinstein, Garfield, & Rissland, 1995). 그런데 컴퓨터(인공지능 시스템)나 동물과 같은 행위체(agency)도 인간의 마음과 유사한 지능(知; intelligence)을 보인다. 그래서 조금 달리 정의한다면, 마음과 지(知)에 대한 다학문적인 학제적 연구가 인지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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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 상자 2: 인지과학이란 무엇인가? 인지과학에 대한 여러 정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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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란 무엇인가하고 물으면 과학의 정의도 학자 간에 의견의 일치를 보이는 고정된 정의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인지과학’이라는 새로운 사조가 1950년대에 형성되어 계속 발전하여 오면서, 1970 초에 이르러서야 인지과학이라는 명칭이 사용되었다. “인지과학”이라는 명칭은 1973년에 C. Longuet-Higgins라는 학자에 의하여 처음 사용되었다고 한다.
과학자들이 여러 다양한 학문에서부터 다른 입장과 강조점을 가지고 인지과학에 수렴되고 합류하다보니, 인지과학은 여러 학문이 연결된 다학문적인, 즉 학제적(學際的; inter-disciplinary 또는 trans-disciplinary) 학문이라는 점에는 의견에 일치를 보이지만, 학자에 따라서 학문의 정의가 조금씩 다르다. 인지과학은 아직도 계속 발전하고 있는 학문이어서의 인지과학의 정의, 규정은 다양하다. 여러 자료원에서 제시한 인지과학의 정의를(영문) 아래에 열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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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1]; Cognitive science is the interdisciplinary study of mind and intelligence, embracing psychology, philosophy, artificial intelligence, neuroscience, linguistics, and anthropology. (Paul Thagard (1996). Mind: Introduction to Cognitive Science. MIT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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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2]; "The study of intelligence and intelligent systems, with particular reference to intelligent behaviour as computation" (Simon, H. A. & C. A. Kaplan, "Foundations of cognitive science", in M. I. Posner (Ed.) 1989, Foundations of Cognitive Science, MIT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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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3]; Cognitive science refers to the interdisciplinary study of the acquisition and use of knowledge. It includes as contributing disciplines: artificial intelligence, psychology, linguistics, philosophy, anthropology, neuroscience, and education. ... Cognitive science was a synthesis concerned with the kinds of knowledge that underlie human cognition, the details of human cognitive processing, and the computational modeling of those processes. (Eysenck, M.W. ed. (1990). The Blackwell Dictionary of Cognitive Psychology. Basil Blackwell 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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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4]: Cognitive science is usually defined as the scientific study either of mind or of intelligence. (e.g. Luger 1994). Practically every formal introduction to cognitive science stresses that it is a highly interdisciplinary academic area, in which psychology, neuroscience, linguistics, philosophy, and computer science, as well as artificial intelligence, anthropology and biology are its specialized or applied branches. (http://en.wikipedia.org/wiki/Cognitive_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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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5]: Cognitive science is the interdisciplinary study of mind and intelligence, embracing philosophy, psychology, artificial intelligence, neuroscience, linguistics, and anthropology. (http://plato.stanford.edu/entries/cognitive-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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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6]; “Cognitive science is the interdisciplinary study of mind and the nature of intelligence. Scholars can come from a wide range of backgrounds -- including psychology, computer science, philosophy, mathematics, neuroscience, and others -- but share the common goals of better understanding the mind. Training in cognitive science prepares students admirably well for many of the careers that are major growth fields of the twenty-first century, including: telecommunications, information processing, medical analysis, data retrieval, human-computer interaction, and education. (인디아나대학 인지과학과정의 정의; http://www.psych.indiana.edu/intro.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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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7]: Cognitive science is a diverse field unifying three broad categories: the brain, behavior and computation. It's the study of how people, animals and computers think, act and learn. In order to understand the mind/brain, cognitive science brings together the methods and discoveries from neuroscience, psychology, linguistics, anthropology, philosophy and computer science. 미국 UCSD 인지과학과의 공식적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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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8]: Cognitive science is the multidisciplinary scientific study of cognition and its role in intelligent agency. It examines what cognition is, what it does, and how it works. (Bechtel & Graham(1998), P. 3)."
[정의9]: 인지과학은 마음(mind)과 그과정애 대한 학제적 탐구의 학문이다. ‘인지’가 무엇인지, 무엇을 하는지, 어떻게작용하는지를 탐구한다. 그 탐구 영역에는 정보(information)가 (인간이나 동물의) 신경계에서 또는 기계(예: 컴퓨터)에서 어떻게 처리되고 (지각, 언어, 기억, 추리, 정서 등의 기능에서), 표상되고 행동으로 변환되는 가를 다룬다. 인지과학은 심리학, 인공지능, 철학, 신경과학, 언어학, 인류학, 사회학, 교육학 등의 학문 분야를 포함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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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생각상자에서 열거한 정의 가운데에서, 학부 및 대학원에 인지과학 학과를 가장 먼저 세웠으며, 인지과학의 교육과 연구가 체계가 잘 이루어진 대학인 미국의 UCSD의 인지과학학과에서 한 정의를 말을 바꾸어 표현하자면, 인지과학은 뇌, 행동, 컴퓨테이션 (*여기에서 ’컴퓨테이션‘ 이라는 개념은 수리적 계산이라는 의미보다는 '정보처리'에 가까운 의미이다.) 이라는 세 개의 넒은 영역을 통합하는 다학문적 분야이다. 사람이 그리고 동물 및 컴퓨터(로봇)가 어떻게 정보를 처리하고, 그 결과를 행위로 산출하는가 등을 연구하는 분야이다. 인지과학은 신경과학, 심리학, 언어학, 인류학, 철학, 컴퓨터과학, 인류학 등의 연구방법과 연구결과를 연결하여서 생물체 또는 인공물의 마음 또는 지능의 본질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이렇게 정의한다면 왜 구태여 ‘인지’인가, 과연 ‘인지’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이 제기된다. 인지과학에서 인지(認知)라는 개념은 앎을 뜻한다. 인문학에서, 그리고 일반적으로 상식적으로 사용해온 인식(認識)이란 개념과는 다소 다른 뉘앙스를 지닌다. 인식이란 용어는 사용하는 용법에 따라서 다소 수동적 수용(受容)과정을 지칭한다고 볼 수 있으며, 의지(意志) 등의 능동적 지적 과정들을 다 포괄하지 못하는 좁은 의미의 개념적 뉘앙스를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보다 능동적 과정의 의미를 강조하며 지적 과정 전체를 포괄하는 “심리적 과정”이라는 의미에서 ‘인지’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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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상자 3: ‘인지’란 무엇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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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인지’라는 언어적 표현 때문에 인지과학의 범위를 오해하고 있는데, 인지과학의 ‘인지’란 과거 철학 전통에서 지칭하던 의미보다는 넓은 영역을 지칭한다. 고대 희랍 플라톤 철학 전통에서는 인지라는 어휘가 확실한 ‘지식’의 추구와 관련되어서 사용되었고, 20세기의 서구의 분석철학 전통에서는 ‘인지’라는 용어를 형식적(정형적) 규칙과 진리 조건 의미론을 다루는 영역과 관련하여 사용하였다. 그리고 16세기의 영국에서 사전에서 언급될 때는 ‘앎(knowing)의 행위와 과정’이라는 의미를 지칭하였다. 바로 이러한 철학에서와 일반적 어휘 용법의 역사의 이어짐으로 인해 오늘날의 많은 사람들이 인지과학을 그저 사고의 일부분을 다루는 좁은 학문으로 잘못 생각하는데, 이는 인지괴학의 본질과 그 영역의 범위를 오해한 잘못된 용법이다. 인지과학은 그것보다 훨씬 더 넓은 영역을 다루는 학문이다.
그러면 ‘인지’란 무엇인가? ‘인식’과는 어떻게 다른가? 왜 ‘인지’라는 말을 구태여 써야하는가?
인지’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인간의 마음의 한 부분인 사고능력을 의미하는 그런 좁은 의미가 아니다. 그것보다는 지, 정, 의의 대부분을 모두 포함하는 능동적 심적 활동을 의미한다. 정보, 또는 지식 (지식의 개념도 의식적 지식만이 아니라, 무의식적, 하(下)의식적 지식 [예, 운동기술] 등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지식이다)의 활용이 바로 인지인 것이다. 따라서 기계적 인지(machine cognition)나 인간 인지(human cognition), 동물인지(animal cognition)라는 표현이 가능할 수 있다. 또한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적인 면과 아닌 면을 동시에 갖고 있는 양면적인 것처럼, 인간의 인지란 하드-소프트의 양면적 속성을 지닌 것이어서 신경생물학적 기초와 분리시켜서는 생각할 수 없는 개념이다(* 이에 대해 존재론적 차원에서 반론을 제기할 수는 있다). 현 시점에서 일반적으로 인지과학에서 활용되는 넓은 의미의 ‘인지’는 ‘어떤 행위자 -- agent; 인간, 동물, 또는 기계(컴퓨터, 로봇 등) --에 의한 정보나 지식의 활용(intelligent use of knowledge)’이라는 의미에 가깝다.
더구나 현재의 인지과학자들이 주장하는 ‘인지’, ‘지(知; intelligence)’의 개념은 한 개인의 두뇌 내에 존재하는 인지나 지의 개념을 넘어서고 있다. 컴퓨터, 필기장, 볼펜 등의 인공물(artifacts)이 없이, 그리고 사회-문화체계(예, 특정 회사 분위기, 행정시스템, 또는 특정 언어도 인공물로 볼 수 있다)를 전제하지 않고는 사고나 기억, 글의 표현, 커뮤니케이션, 작업 수행 등을 포함하는 어떠한 일도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현실계의 인지는 이미 우리의 뇌를 벗어나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인공물, 인공체계 등에 확장되어 있는 분산된 인지, 분산된 지(知), 확장된 인지(distributed cognition, distributed intelligence, extended cognition)이다. 한 예를 생각하여 보자. 무언가 편지를 쓰려할 때, 펜을 들고 종이 위에 쓰려고 하면, 생각이 잘 진행이 안 된다. 그러나 컴퓨터 앞에 앉아서, 키보드 위에 손을 놓는 순간 좋은 생각들이 떠오른다. 우리의 지적, 인지적 능력이 우리 머리 안에만 내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환경의 키보드와 컴퓨터라는 인공물에, 인공물과의 ‘상호작용’ 과정에 확장되어 있는 것이다. 이것이 분산된 인지, 확장된 인지, 확장된 마음의 개념이다.
 
따라서 ‘인지’란 개념은 더 이상, 전통적, 상식적으로 생각해 오던 ‘인식’이란 개념과 같은 좁은 의미의 개념이 아니다. 그렇기에, 인지가 ‘한 개인 내의 사고의 한 부분’이라는 상식적 오해와는 달리, 인간두뇌-환경을 연결하는 ‘지식 활용의 과정과 내용’ 전체, 그러한 행위라는 포괄적 의미라고도 할 수 있다. 달리 표현하자면, ‘마음의 과정과 내용 모두’를 지칭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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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인지과학의 핵심 주제
 
인지과학의 연구 대상인 ‘마음’은 각종 정보를 획득, 저장, 인출, 변형 및 활용하는 복합적인 정보처리 기관(체계)으로서 그 속에 우리의 세계가 반영되어 있는 하나의 소우주이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은 세상의 대상 자체를 인간 마음속에 그대로 도입하여 다루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대상들을 추상화하여, 상징화하여, 즉 표상화(表象化)하여 그에 대하여 마음을 짓는 것이다. 따라서 마음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상의 사물에 대한 주의, 지각 및 이해과정, 그를 통해 상징(기호)으로서 기억(뇌)에 표상(represent)되는 원리, 그 표상구조(data structure), 지적 능력을 구현하는 인지의 구조와 기능, 컴퓨터를 이용한 지능의 분석이나 형식화, 문화인류적인 인지 형태의 분석, 그리고 각종 인공물(artifacts: 인터넷, 책, 각종 도구, 문명물, 사회-문화 체계 등)에서 지(知)가 구현되고 또 그 인공물을 활용하는 인지행위적 양식 등과 같은 제반 문제들을 다룰 수 있는 하나의 종합적인 설명의 과학이 필요하다. 바로 그 학문이, 과학이 인지과학이다.
 
 
======================================================================= <생각 상자 4: 표상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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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대상에 대한 지식, 정보를 다룬다고 할 때, 실제 대상을 그대로 우리 머릿속으로 가져와서 다루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실제 대상을 어떤 상징이나 다른 형태로 재 표현하여, 즉 추상화 하여 다룬다. 이러한 점에서 앎, 정보를 ‘표상(表象; representations)’이라 한다. 다시 말하여 실물 자체가 아니라, 다시(re)-나타냄(presentation)의 결과가 우리 마음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한다고 할 때, 우리의 머릿속에 사랑하는 사람 실물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한 심상(image)이라던가 다듬어진 생각이나 언어화 된 일화나 감정에 대한 기억이 들어있는 것이다. 자동차 한 대, 자동차 세 대라는 생각도 대상 자체가 아니라 위의 [그림 3]과 같이 표상되어서 우리 마음에 남는다고 본다. 즉 실제의 대상이 아니라 ‘다시-나타내어(표현되어)’ 추상화되어진 어떤 내용이 상징(기호)으로, 표상으로 우리 마음속에 들어있는 것이다. 마음의 내용들이 곧 표상인 것이다.
 
 
 
[그림 3]. 표상의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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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 표현한다면, 인간, 동물, 및 기계(컴퓨터)에서 나타나는 지(Intelligence)의 본질과 인간의 지적 활동의 산물인 각종 인공물(각종 도구, 문화 체계, 기타 문화적 산물들, 가상현실 등)에서 이러한 지(知)가 어떻게 구현되는가 하는 문제를 연구하는 융합과학적 학문이 인지과학이다.
 
다시 정리하면, ‘인지과학’이란
① 인간(동물)의 두뇌와,
② 마음(Mind; 동물의 지능),
③ 이 둘에 대한 모형이며, 또한 인간의 마음이 만들어낸 인공물의 정수인 컴퓨터(인공지능 시스템), 그리고
④ 환경 속의 기타 인공물들 (:인간 마음과 지(知)가 확장된 부분들이요 그 산물인 각종 하드(예: 자동차) 및 소프트 인공물들(예: 법 체제, 종교 체제 등), 또는 하드와 소프트의 혼합물(예: 컴퓨터, 스마트폰, 로봇 등)
 
의 각각의 정보처리적 내용과 과정의 본질과, 서로의 상호작용에서의 정보적(지식 형성 및 사용적) 관계를 다루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4 참조).
 
 
 
[그림 4]. 인지과학의 연구 대상
 
 
이러한 맥락에서, 인지과학은 종래의 학문 분류 틀을 뛰어넘는 새로운 학제적(學際的; interdisciplinary 또는 transdisciplinary) 과학이다. 학문들을 인문과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으로 분류하는 종래의 낡은 틀은 인지과학에는 맞지 않는다. 인문사회과학 대 자연과학으로 나누는 분류 체계를 불가변의 학문 범주 분류체계로 믿고 있는 사람들은 19세기식 이분법적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인지과학은 이러한 시대에 뒤진 낡은 학문 분류 체계를 허무는, 이를 뛰어 넘는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융합(transdisciplinary) 과학이다.
 
 
 
4. 인지과학의 특성
 
인지과학에서는 [그림 4]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마음과 두뇌, 컴퓨터, 그리고 여타 인공물이라는 4개 영역에 대하여 거기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 인공현상의 핵심이 정보처리라고 보아서, 그 각각에서의 정보처리의 심적 또는 지적 작용의 본질과 상호관련성을 밝히려고 한다. 그런데 인지과학은 이러한 현상을 연구함에 있어서 현상을 그냥 접근하려는 것이 아니고 일정한 보는 틀(패러다임)을 가지고 접근하려 한다.
 
4.1. 과학과 과학적 패러다임 또는 보는틀
 
과학은 자연 현상에 대해 과학자가 과학적 방법을 사용하여 연구함으로써 과학적 지식을 이루어 내는 체계이다. 그런데 과학자가 복잡하고 다양한 자연현상을 탐구하기 위하여는 어떤 관점이나 보는 틀이 없이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특정한 개념적, 이론적 보는 틀을 가지고 접근한다. 이것이 과학적 패러다임 또는 보는틀이다.
 
 
 
[그림 5]. 과학적 보는 틀과 인지주의
 
과학의 전형으로 간주되어 왔던 물리학이 물리적 현상을 연구함에 있어서 현상을 아무런 관점이 없이 본 것이 아니라, 뉴턴역학이라는 보는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라는 보는 틀, 최근의 카오스 이론이라는 보는틀을 바탕으로 접근하였다. 그리고 생물학에서는 다윈의 진화론이라는 한 보는틀을 가지고 자연현상을 연구하려 하기도 하였다. 마찬가지로 인지과학이 그 연구 대상으로 삼는 마음, 두뇌, 그리고 컴퓨터 등의 인공물을 탐구함에 있어서, 일정한 과학적 보는틀을 가지고 접근한다. 그 과학적 보는틀이 인지과학에서는 ‘정보처리적(Information Processing)' 관점의 인지주인 것이다 (그림 5 참조).
 
과학에서의 보는틀 또는 패러다임이란, 특정한 과학 분야의 과학자끼리 일정한 기본 문제에 대하여 의견과 연구행동의 일치를 보이고 있는 통일된 관점의 집합적 틀이라고 할 수 있다(Kuhn, 1970). 한 과학 분야의 연구는 한 연구자의 개인적 관점 위에서 접근되는 것이 아니다. 그 분야의 과학자 집단의 집합적이고 대체로 의견의 일치를 보는 관점 위에서 진행된다고 하겠다.
 
과학적 패러다임의 중요성은, 그 연구 대상을 구체적으로 손으로 만져 볼 수도 눈으로 볼 수도 없고 또 물질적으로 분해하여 볼 수도 없는 그러한 대상인 마음의 여러 현상을 그 연구 주제로 하고 있는 인지과학에서는 더욱 크다고 하겠다. 20세기 후반의 과학혁명으로 간주되는 인지주의의 정보처리적 보는틀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발생되었으며, 옛 보는틀인 행동주의적 관점(Behaviorism: 인간의 마음은 과학적 연구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행동만 연구하자고 주장한 20세기 초의 심리학적 관점)을 버리고 정보처리적 인간관을 중심으로 하여 마음은 어떤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대하여 보다 좋은 설명을 얻기 위해 1950년대 이후에 대두된 새로운 보는틀이 바로 정보처리적 접근(information processing approach)의 보는 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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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상자 5 >: 과학적 보는틀, 과학적 패러다임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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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영역의 과학의 목표가 무엇인가, 연구대상이 지니는 현실적 기본 특성은 무엇인가, 연구대상인 현상에 대한 타당한 설명은 무엇인가, 의견의 일치를 보는 연구방법과 기술양식은 무엇인가. 전형적 연구 모델은 무엇인가, 명백하게 제시되지도 않고, 흔히 경험적 검증을 받지도 않은 채, 그 과학에 내포되어 있는 기본 가정들은 무엇인가 등의 문제들, 즉 다양한 특성을 지닌 연구대상의 무엇을 어떻게 추상화하여 이론화해야 하는가 등에 대하여, 또한 새로운 문제의 연구를 위해 의견의 일치를 본 방법을 제공해주는 전형적 연구 예와 연구모델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그 분야의 과학자들 간에 의견의 일치를 (적어도 상당한 정도로) 보이고 있는, 그리고 실제로 그에 따라 연구가 진행되는 체계가 바로 과학적 보는틀 또는 과학적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다(Kuhn, 1970).
 
과학에서의 이러한 보는틀은 무한한 복잡성과 범위를 지니고 있는 현실적 연구대상에 대해 보다 효율적으로 현실을 관찰하고 체계적으로 개념화하고 설명할 수 있는 이론틀, 개념틀, 준거 틀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하나의 보는틀은 한 과학 분야를 영구히 지배하는 것이 아니다. 그 보는틀은 나름대로 연구자가 현실을 볼 수 있는 관점을 제한하고, 따라서 고정된 한 면에서만 현실을 보고 해석하게 하는 부정적 측면이 있다. 그렇기에 현재의 보는틀이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이 점진적으로 축적되고, 그 대신에 보다 효율적인 설명을 줄 수 있는 개념체계와 방법론이 논의되고, 끝내는 새로운 보는틀이 옛 보는틀을 대치하는 혁명이 일어난다고 본다. 현상에 대한 영구불변한 고정된 보는틀이 한 과학 내에 있을 수 없다. 과학자들은 현재 그 과학에서 정립되어 활용하고 있는 보는틀을 사용하고, 연구대상인 현상에 대하여 가장 좋은 설명을 줄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하며, 동시에 기존의 보는틀의 타당성이나 문제점을 찾아보고, 더 좋은 설명을 줄 수 있는 새로운 보는틀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모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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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정보처리적 보는 틀이란 무엇이며 정보처리 보는 틀에서는 마음을 어떻게 개념화하여 연구한다는 것인가?
 
4.2. 마음에 대한 정보처리적 인지주의의 관점
 
인간의 마음이란 촉각이나 시각 등을 통해 직접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떠한 특정 상황조건에서는 그 것이 존재함과 그 본질적 내용을 간접적으로 드러내 보인다. 따라서 마음을 연구하기 위하여는 이러한 상황조건을 찾고, 거기에서 마음이 어떻게 그 모습을 드러내어 그 상황조건에 영향을 주는가를 찾아 관찰하고, 이들의 관계에서부터 본래의 연구대상인 마음의 내용을 추론하여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마음을 드러나게 하는 조건들을, 마음에 작용하여 어떤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자극 또는 입력(input)이라 하고, 이에 마음이 작용하여 그 작용의 과정과 양상을 통해 마음의 본질이 어떠한 종류로 밖으로 나타내어진 형태를 반응, 또는 출력(output)이라고 본다면, 우리는 자극과 반응 또는 입력과 출력 사이의 관계에서 마음의 내용을 추론하여 찾아내야 할 것이다.
즉, 현실에 있어서 마음에 작용하는 물리적 또는 심리적 조건인 자극 또는 입력을 (I)라 하고, 이 자극 또는 입력을 받아 이에 작용하는 인간의 마음을 (M)이라 하며, 그 경험의 결과로 인간이 어떠한 형태의 반응 또는 출력을 내어놓는 것을 (O)라 한다면, 마음을 탐구하는 사람들의 과제는
 
M = f(I × O)
이라는 관계를 설정하고, 마음의 내용(M)을
 
f (I × O) ==> M
 
의 관계에서 추론하자는 것이다. 실제의 인지과학적 연구에서는, 현실 내의 가능한 모든 I와 O를 완벽히 표집하고 통제하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연구자에 의해 표집된(sampled) 제한된 범위의 I'와 O'의 관계로 부터 간접적으로 마음의 특성 (M')을 추론하는 것이라고 하겠다(그림7 참조).
 
 
[그림 6]. 과학적 보는틀에 대한 비유
 
비유를 사용하여 보는 틀에 대하여 한번 생각하여 보기로 하자 (그림 6 참조). 영국비밀요원 007이 러시아의 어떤 지방의 큰 복합단지가 군사기지인지 교육기관인지 등을 알아오라는 지령을 받았다고 하자.
 
그는 그곳에 들어갈 수가 없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멀리 밖에서 망원경을 사용하여 그 단지에 들어가고 나가는 차의 종류와 양, 하물의 종류와 양, 인원의 종류와 양, 그리고 그러한 것 들이 들고 나는 시간들을 기록함으로써 그 단지의 기능과 작동 특성을 추론할 수 있다. 그가 유능하다면 다른 사람들을 매수하여서 특정 물품을 들여보내거나 아니면 불을 놓는 등의 사태를 유발시켜서, 그에 대한 그 단지의 사람들과 전체의 반응 특성을 관찰하여서 그 단지의 기능을 알 수 있다. 입력과 출력을 조작 또는 관찰하여 그 사이에 있는 그 단지라는 시스템의 특징을 추론하여 내는 것이다.
 
직접 접근하기가 어려워서, 손에 잡히지 않고, 눈에 직접 보이지 않는 대상에 대한 이러한 탐색 방법은 자연과학에서 물리학이나, 화학이나 생물학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며, 마음의 현상을 그 연구 대상으로 하는 심리학이나 인지과학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탐색하여 내려는 자연 현상이 복잡하거나 직접 접근 가능하지 않을 경우에 이러한 입력-출력 변인들의 조작과 관찰의 방법을 통하여 자연 현상의 본질을 추론하여 내는 것이다.
그런데 그 비밀요원 007도 그러한 작업을 함에 있어서 그 대상에 대한 아무런 생각 없이 하는 것이 아니다. 그 단지가 무기 생산공장인지, 학교인지, 화학공장인지 등에 대한 잠정적인 관점을 갖고 그에 맞게 준비를 하여 입력을 넣어 보내거나 사태를 일으키며 또 입력-출력을 관찰하는 것이다. 즉 일정한 보는틀, 관점, 패러다임을 갖고 접근하여 탐색하는 것이다. 물리학의 뉴턴역학, 상대성이론, 생물학의 진화론이 바로 이러한 보는틀이었던 것이다.
 
 
[그림 7]. 마음에 대한 과학적 접근의 기본 틀
 
 
인지과학도 마찬가지이다. 마음에 대하여, 유사한 과학적 탐색과 추론을 함에 있어서, 인지과학자들은 입력과 출력, 즉 (I)와 (O)사이에 있는 마음 (M)을 어떠한 입장에서 볼 것인가 하는 하나의 [보는 틀]이 필요하다. 인지과학의 ‘정보처리적 보는틀’의 인지주의의 핵심은 마음을 하나의 정보처리 체계로 본다는 데에 있다. 정보처리 구조와 정보처리 과정을 지닌 정보처리 시스템으로 본다는 것이다. 인지과학이 제시한 정보처리적 보는틀의 모델을 다시 표현하면 그림 8과 같다. 이는 심리현상을, 입력과 출력사이의 관계상에서 나타나는 정보처리체계의 구조(S')와 처리과정(P')들의 상호작용 관계의 총합으로서 보는, 즉 마음(M)을 [Σ(S´i)×Σ(P´j)]로서 간주하는 틀인 것이다(그림 8 참조).
 
 
 
[그림 8]. 인지주의 보는 틀: 정보처리체계로서의 마음
 
인지과학의 정보처리적 패러다임은 마음에 대한 보는틀을 이와 같이 상정하고 나서, 정보처리체계로서의 마음의 작용을 감각, 지각, 학습, 기억, 언어, 사고, 정서 등의 여러 과정으로 나눈 다음, 각 과정에서 어떠한 정보처리가 일어나는가, 각 과정들은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가를 묻고, 다음으로 각 과정에서 어떠한 정보(지식)구조, 즉 표상구조가 관련되는가를 규명하려 한다. 따라서 마음의 현상, 심리적 사건은 정보의 내용 및 정보를 처리하는 사건으로 개념화되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 위에서 정보처리적 패러다임의 인지과학은 인간의 앎의 과정 즉 인지과정(cognitive processes)을 중심으로 연구를 수행해 나간다. 그 까닭은 정보처리의 본질이 자극의 의미를 파악하거나 부여하며 이를 정보로서 활용하며 그 결과를 내어놓는 과정, 곧 각종 앎을 획득하고 활용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지과학은 "인간은 어떻게 아는가?", “인간의 知는 어떠한 본질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고, 각종 앎을 가능하게 하는가?” 하는 물음에 중점을 두고 마음과 마음이 환경의 각종 대상들과 상호작용 하며 빚어내는 각종 현상의 문제들을 기술, 설명하려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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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상자 6 >: ‘정보(information)'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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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이론(information theory)에서의 ‘정보’의 개념과 인지과학(특히 인지심리학)의 정보처리적 접근에서의 ‘정보’라는 개념의 정의의 차이점을 지적할 수 있다.
정보이론에서의 정보라는 개념은 어떤 ‘의미’의 지칭으로서보다는 양적으로 표시되는 정보로서 개념화되어 사용된다. “정보이론”은 정보의 의미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정보의 양만을 다룬다(Hamming, 1980)고 보았고, 동등하게 일어나는 확률을 지닌 메시지들 중에서 어떤 메시지를 선택하는 것으로 생각하였고, 구체적으로 동등(균등) 확률을 지닌 메시지들의 선택지 개수, 즉 불확실성(uncertainty)의 크기로서 정보를 측정하였다.
그런데 인지 현상에서는 이러한 균등 확률을 지닌 선택지의 양의 개념으로서의 정보라는 개념은 부적합하다. 거의 모든 인지 현상에서 균등 확률을 지닌 선택지들을 완벽히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지극히 힘들다. 따라서 정확한 선택지의 양 또는 불확실성의 양으로서의 정보의 측정은 심리학에서 무의미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까닭에, 인지과학 일반에서의 정보의 개념은 정보이론의 양적 정보라는 개념을 부분적으로는 사용하고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메시지의 의미’의 개념과 연관해서 정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쉽게 풀어 이야기한다면 온갖 ‘지식의 기본 단위’로서 ‘정보(information)’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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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뇌, 컴퓨터]. 이렇게 마음을 정보처리 시스템으로 개념화하는 과정에서 자연히 떠오른 생각이, ‘그러면 컴퓨터는?’ 하는 물음일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모두 컴퓨터가 정보처리 시스템이라는 것과 컴퓨터과학이 정보과학의 핵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면 인지과학은 컴퓨터과학이 만들어낸 “정보”와 “정보처리” 개념을 뒤늦게 갖다 써서 만든 학문이구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학문의 역사적 호름을 보면 그러한 생각은 잘못된 생각임이 드러난다.
 
컴퓨터과학, 특히 인공지능 연구에서 컴퓨터를 지능적 정보처리 시스템으로 간주하는 생각은 인지과학의 형성과정에서 함께 형성된 분야이고 생각들이다. 단순히 숫자 계산기에 지나지 않던 계산기를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지능적 정보처리 시스템’으로 간주하는 생각은 인간의 마음을 정보처리 시스템으로 간주하는 생각과 함께, 서로 맞물려서 형성된 것이다. 현재의 정보과학적 의미의 컴퓨터과학이 먼저 완전히 형성되고, 인지주의가 그것을 본받아 나중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 함께, 서로의 아이디어를 자극하고 이끌어내면서 형성된 것이다.
따라서 둘을 별개로 나누어 생각할 수 없다. 컴퓨터과학에서의 정보, 정보처리, 정보처리시스템, 컴퓨테이션의 개념은 정보처리적 패러다임의 인지주의 형성 과정, 발전 과정에서 컴퓨터과학자, 수학자, 논리학자, 심리학자, 언어학자, 신경과학자, 인공뇌학자 등이 서로 생각을 주고받고, 가다듬으면서 생겨난 것이다.
 
컴퓨터과학 자체가 처음부터 디지털 컴퓨터, 디지털 사회, 정보화 사회를 가져다 준 것이라기보다는 정보처리적 패러다임의 인지주의의 이론과 개념의 형성과 맞물려서, 정보, 정보화사회, 정보처리시스템으로서의 디지털 컴퓨터 등의 개념이 형성되고 발전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그렇기에 인지과학은 컴퓨터과학의 이론적, 개념적 기초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인지과학의 기초 없이는 오늘 날의 컴퓨터과학은 출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인지과학이 전제하는, 다른 중요한 핵심적인 한 생각은 인간의 ‘마음’과 ‘컴퓨터’가 (하드웨어는 다르지만) 정보처리라는 공통적인 원리를 구현하는 정보처리 시스템(Information Processing Systems)이라는 생각이었다. 인간의 마음과 컴퓨터를 동류의 시스템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컴퓨터와 마음 사이의 유추가 가능하여졌고, 마음을 컴퓨터에 유추하는 은유(메타포)가 인지과학의 핵심적 은유로써 생겨난 것이다.
 
물론 생물체인 인간의 마음과 무생물체인 컴퓨터의 작동과정을 동일한 원리로 간주하는 것의 한계는 있다. 태어나고 발달하며 생명을 갖고 활동을 하고 생명적 동기와 정서를 지니고 있고, 결국은 생물적으로 죽음을 맞게 되는 인간과, 무생물인 컴퓨터는 그 하드웨어 본질 상 다른 실체인 것이다. 생명체인 생물로서의 인간의 특성이 정보처리 시스템으로서의 마음을 개념화 하는 데에서 진지하게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되어질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후에 인지과학과 컴퓨터과학에서 (생명체의 하드웨어인) 뇌와 신경계를 기초로 한 이론인 신경망 이론이 나오고, 또 신경과학과의 연결이 이루어진 것이며. 그에서 더 나아간 ‘체화된 인지(몸에 바탕을 둔 인지)’ 관점이 21세기에 인지과학의 한 대안적 관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여하간 인간의 마음과 컴퓨터를 정보처리 시스템으로 간주하는 인지주의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인간의 마음의 물리적 구현체인 두뇌를 또한 정보처리시스템으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마음, 뇌, 컴퓨터 모두를 정보처리 시스템으로 보는 ‘정보처리적 관점’에 인지과학 패러다임의 핵심이 모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정보처리’라는 상식적 용어를 인지과학의 학술적 용어로 바꾸어 보면 ‘계산(computation)’인 것이다. 산술적 의미의 계산이 아닌 정보처리의 과정적 의미의 계산, 즉 컴퓨테이션이 인지과학의 한 핵심 개념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3. 인지과학의 학문적 주요 특성
 
이와 같은 정보처리적 접근의 배경에서 출발한 인지과학은 계속 발전되고 변모하여 왔고 지금도 계속 변화하고 있다. 그렇기는 하지만 인지과학을 지속적으로 규정짓는 주요 특성들이 있다. 인지과학의 학문적 주요 특성들을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인지과학은 인간을 각종 자극 상황에서 능동적으로 의미 정보를 파악하여 이를 저장하고 저장된 정보를 활용하는 정보처리체로 본다. 마음은 이 정보처리가 이루어지는 체계이고 지적 과정은 정보처리 과정이다. 동시에 마음, 컴퓨터와, 두뇌라는 세 가지를 동일한 정보처리 원리가 구현된 정보처리체계(information processing system: IPS)로 본다.
정보처리라는 면에서 마음과 컴퓨터는 동일한 원리를 구현하는 체계이기 때문에 두뇌와 컴퓨터의 정보처리 특성에 대한 이론에서 유추하여 인간의 심리 현상을 기술하거나 설명할 수 있고, 또 인간 정보처리 특성에 근거하여 보다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하는 컴퓨터 이론을 구성할 수 있다(Newell & Simon, 1972; Newell, 1980). 이것이 고전적, 전통적 인지과학의 기본개념이다.
 
[그림 9]. 컴퓨터 은유 : 컴퓨터 <--> 마음
 
둘째, 계산적 관점(computationalism)이다(Fodor, 1975; Pylyshyn, 1984). 정보처리의 과정은 그 체계가 컴퓨터이건 마음이건 그 체계 내에 내장된 규칙에 따라 기계적으로 진행된다. 내장된 규칙에 따라 한 정보를 다른 유의미한 정보로 전환시키는 것이 바로 계산(computation)이다. 어떤 과정이 ‘계산적’이라는 의미는 산술적 의미의 계산이 아니라, 그 과정의 세부 단계 절차들을 명확히 규정할 수 있으며 형식화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effectively or algorithmically computable) (Cutland, 1980; 이정모(1996) 참조). 이러한 전제가 맞다면 정보처리과정, 즉 계산과정의 세부 절차 단계들을 명확히 (적어도 어느 수준의 엄밀성을 지닌 형태로) 규정하여 형식화할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의 마음, 인지의 과정들을 계산과정으로 간주하여 형식적으로 분석할 수 있으며 그렇게 접근하려는 관점이 인지과학의 접근이다.
 
셋째로 표상주의이다(Fodor, 1975, 1981; Sterelny, 1990). 인간과 컴퓨터가 자극 정보를 어떠한 상징으로 기억에 저장한다는 것은 자극 자체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자극에 대한 표상(representation)을 저장하는 것이며 이는 마음과 컴퓨터 모두가 자극의 정보를 내적 상징으로 변화시켜 기억에 보유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무엇을 안다는 것은 이들 표상간의 연관을 찾거나 새로운 관계성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앎의 과정에 대한 연구는 자극들이 어떻게 상징(기호) 표상들로 전환되고 활용되는가를 연구하는 것이라 하겠다. 즉 인지과학의 핵심 연구주제는 마음이나 컴퓨터에서의 표상의 처리과정(계산)과, 표상의 본질 및 그 구조적 특성의 연구라고 할 수 있다. (표상(representation)이라는 용어에 대하여 국내 인공지능학자를 비롯한 컴퓨터과학자들은 표상이라는 용어 대신 ‘표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음에 유의하기 바란다. 컴퓨터 관련하여서는 맥락상으로, ‘표상’보다는 ‘표현’이 더 그 의미를 잘 전달하여준다고 할 수 있다.)
 
넷째는 신경과학적 기초의 강조이다(Churchland, 1986, 2001; Gazzaniga, 2004). 인간의 정보처리과정은 본질적으로 그것이 구현되는 물리적 매체인 두뇌의 특성에 의해 그 특성과 한계가 결정된다. 따라서 인간의 인지적 정보처리과정은 신경계 단위들 사이에서 신경생리학적으로 정보가 교환, 처리, 저장되는 양식에 의해 그 특성이 결정된다. 또한 컴퓨터와 두뇌는, 각기 수많은 작은 정보처리 단위들이 연결되어 있는 구조의 형태와 이 단위들의 상태 변화에 의해 정보가 전달되고 저장된다는, 같은 원리를 구현한다고 할 수 있다(Churchland, 1989; Churchland & Sejnowski, 1994).
그렇다면 세 개의 정보처리체계, 즉 마음, 두뇌, 컴퓨터 각각에 대한 연구는 서로의 연구에 더 좋은 설명을 도출하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보처리체로서의 마음에 대한 연구는 두뇌의 신경과학적 연구에 기초해야 하며, 신경과학적 연구는 컴퓨터와 인공지능의 연구에 많은 시사를 줄 수 있다.
 
다섯째로 다학문적 접근의 필요성이다. 인지현상과 관련된 변인들에는 신경세포의 전기 화학적 변화라는 미시적 변인으로부터, 언어적 요인, 문화적 요인, 사회적 요인 등의 거시적 변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인들이 여러 수준에서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생물체로서의 인간, 정보처리체로서의 마음, 인지, 지, 그리고 동물과 컴퓨터의 지능(intelligence) 등의 변인들을 모두 고려하여 연구하려면 어느 한 측면에서만 또는 어느 한 설명 수준에서만 연구해서는 충분한 연구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여러 학문들이 협동적으로 수렴된 관점에서, 다원적 설명 수준 접근을 통해 (mutiple levels of explanation) 인지현상을 기술하고 설명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인지과학의 핵심적 특성은 정보처리적 패러다임, 계산주의, 표상주의, 그리고 다학문적 학제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5. 인지과학 내의 여러 학문들
 
 
5.1. 인지과학의 핵심학문과 주변학문
인지과학을 형성하고 있는 학문들의 관계를 핵심학문들 간의 관계와 그 학문들이 인지과학의 형성 초기에 어떤 주제와 방법 등을 제공하였는가를 중심으로 그림으로 표시해 보면 [그림 10]과 같다. 인지과학의 형성 초기에 인지과학의 핵심학문이었던 것은 심리학, 인공지능, 언어학, 철학, 인류학이었다. 신경과학은 그 당시에는 충분히 발전된 학문이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인지과학자들에 의하여 별로 중요시되지 못하였다. 그러한 이유는 당시의 인지과학에 팽배하여 있던 기능주의 철학의 '다중구현가능성(multiple realizability)'이라는 관점 때문이었다.
이러한 핵심학문 이외에도 인지과학에 관련되어 있는 주변학문들이 있는데 이 모두를 나타내면 [그림 11]과 같고, 21세기 현 시점에서 인지과학과 관련된 학문들, 그리고 그 탐구 주제 또는 영역을 고려하면 [그림 12]와 같이 생각하여 볼 수 있을 것이다.
 
 
 
 
 
 
 
 
 
: 강한 연결
: 약한 연결
 
[그림 10]. 인지과학의 핵심학문간의 관계와 각각 기여한 연구주제와 방법
 
 
[그림 11]. 인지과학 관련 학문
 
5.2. 인지과학과 관련 학문들의 연구 주제적 연관성
 
인지과학과 관련된 여러 학문들이 인지과학 내에서 어떠한 내용을 어떠한 방법으로 연구하는가, 그리고 인지과학과의 주제적 연관성은 어떠한가를 살펴보며, 인지과학과 관련된 주요 학문들이 인지과학 형성에 기여한 이론, 주제, 개념, 방법들을 학문 분야별로 간략히 표로 나열하면 [표 2]와 같다.
표에서 언급된 학문 이외에도 국내에서, 인간공학, 산업공학, 감성공학, 소프트과학, 인지공학, 뇌과학 등의 이름 아래 진행되고 있는 연구분야들도 인지과학의 개념과 이론의 응용적 적용의 분야들로서 인지과학적 연구들이 그 핵심이 되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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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사회과학 수학 신경과학 물리학 인지공학, 로보틱스
생물학 강AI, 소프트테크놀로지
_______ ___________ ______ __________ ________ _______________________
<--- 심리학 -------> --> ---> -> ------>
 
세계관 + 문화 표상/기호의식 물리학 계산 인간-환경 상호작용
인식 (철학), [Memes] [시스템신경과학] 정보
내러티브(문학), 사회적 인지 계산/정보 진화 마음물리학 표상(자료)구조; 인간행위시뮬레이션
의미표상(언어학 [진화심리영역] <--- > 생물적 진화 환경상호작용역동
+철학, 사회과학) [인류학영역] 형식체계 사회인지신경 복잡계 마음 이론 (TOM)
[정치, 경제, 법 영역] 동역학체계 이론 특이점(<- 인간/기계)
인지(뇌)공학/ BCI <---> 인지기능향상(CE) 미래테크
Human 2.0
21세기의 인지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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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지과학은 AI, Internet과, IT, Robotics의 이론-개념적 모학문이며: (enabled the Emergence of the Digital Age, AI & IT, and Robotics in human history).
* 기존의 여러 학문들은 그 본질상 ‘체화적 인지(Embodied Cognition)’ 또는 ‘확장된(공간을 지닌) 마음 (Extended Mind)' 틀을 내포한 새 인지과학에 연결된다.
* 인지과학은 그 본래적 특성이 학제적, 수렴적이며: (Multi-Disciplinarity).
* 자연히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테크놀로지 모두를 수렴하는 융합과학이다: (A Convergence of Humanities, Social Sciences, Natural Sciences, & future Technologies).
* 세계관, 인간관의 변화를 시사한다. (A Paradigm Shift from the Old Conception of Sciences & Technologies, and World View (man-machine distinction)).
* 인지과학은 인간-인공물(기계)의 구분을 넘어서 [제 2의 계몽시대]를 함의한다. : (going beyond the Singularity, and implies the 2nd Enlightenment in human history). *Copyrightⓒ2011, Jung-Mo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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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2]. ‘체화된 인지’ 접근을 도입한 21세기의 인지과학과 관련 학문들의 관계
 
 
 
 
 
[표2. 인지과학 관련 학문이 인지과학에 제공한 연구주제, 방법]
 
학문
연구주제
심리학
인지심리학(Cognitive Psychology)을 중심으로 하고, 이에 발달심리학, 사회심리학, 신경생물-신경생리심리학 등의 심리학 분야가 관련하여, 인간의 형태지각(pattern recognition), 주의, 학습, 기억, 언어이해 및 산출, 개념적 사고, 문제해결적 사고, 추리, 판단과 결정, 창의성과 지능, 운동행동을 비롯한 각종 행위(action)와 기술(skills) 등의 심리적 과정 등을, 실험, 시뮬레이션, 언어보고(protocol) 분석 등을 사용하여 정보처리적 관점에서 연구한다
컴퓨터 과학(인공지능학 및 기타 계산적 관점의 분야들)
기계(컴퓨터)적 시각 및 청각 대상의 지각(pattern recognition), 기계적 언어처리(이해와 산출), 상식이나 전문가 지식의 표상, 문제해결, 기계학습 등의 정보처리와 관련하여 계산적 모델을 전통적 컴퓨터 또는 신경망 프로그램으로 구현하는 연구들을 인지과학의 틀에서 진행한다.
언어학
언어의 문법적 구조, 언어와 인지와의 관계, 의미론, 화용론, 자연언어 처리 등 인지과정의 핵심 도구인 언어 정보처리의 문제를 논리적 분석, 실험, 시뮬레이션 등의 방법을 적용하여 연구함으로써 인지심리학과 인공지능학 그리고 철학의 교량적 역할을 한다.
신경과학
감각, 지각, 기억, 언어, 사고 등의 인지과정 수행과 이의 이상(異常)과 관련된 신경계의 조직과 기능, 신경적 과정들을 실험, 시뮬레이션 등의 방법으로 연구하여, 인지심리학, 인공지능, 심리철학 등과 같은 인지과학 핵심 분야에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인지과학에 대한 이론적, 경험적 기초를 제공한다. 신경생물학, 신경심리학, 의학심리학, 신경학, 시각과학(Visual Sciences) 등이 관련된다.
철학
심신론을 통해 본 마음과 컴퓨터의 유추, 마음과 두뇌(물질)와의 관계, 지향성(志向性, intentionality), 언어철학, 표상 의미의 파생, 각종 심리기능의 분화와 통일성, 인지과학의 과학철학적 기초 등의 문제를 논리적, 형식적 분석을 통해 다룸으로써 인지과학의 핵심적 기4초 개념들과 인지과학적 이론들의 가능성을 연구한다.
인류학, 사회학
인지인류학, 인지(지식)사회학 등의 분야를 통해 거시적인 측면에서 종과 사회와 문화가 인간과 동물의 인지 양식과 표상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수학
인지과학의 수리적 모델, 수리적(계산적) 개념적 기초, 표상의 형식, network이론 등과 관련하여 인지과학과 연결된 연구가 진행된다.
(이론)물리학
의식 현상과 두뇌의 물리적 현상을 복잡계이론, 카오스이론 등을 포함한 최신 이론물리학의 틀을 적용하여 설명하고, 심신(마음과 물질)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이론적 연구가 시도된다. 마음의 물리학(physics of mind)이 물리학의 궁국적 개척지로 보는 입장이 있다.
기호학(Semiotics)
상징과 기호와 이들의 의미, 사용의 문제 등에서 인지과학과 관련된다.
컴뮤니케이션학
인간의 언어적, 비언어적 컴뮤니케이션과 관련하여 인지과학적 연구가 진행된다.
경제학
경제 행위의 simulation modeling, 개인적, 집단적, 정책적 선택과 의사결정의 문제의 연구에서 인지과학에 관련지워 연구가 수행된다. 행동경제학은 경제학과 인지과학의 수렴의 산물이다.
상학(商學), 경영학
기업 상황에서 개인적, 집단적 판단과 의사 결정 및 선택, 정보 관리(정보의 제시 양식, 사람들 간의 정보의 분산 표상 이의 활용과정 등 포함), 인사 관리 등의 측면에서 관련된 연구가 진행된다.
도서관학
정보 구조, 정보 인출, 사용자 사이틀(interface)등의 문제에서 인지과학과 관련된 연구가 진행된다.
교육학
독서와 이해의 교육, 수리적 그리고 과학적 사고와 수행 모델, 일반 학습 모델 형성 등의 인지 교수(cognitive instruction)방법과 관련되어 교육심리학을 중심으로 인지과학적 연구가 진행된다. 최근에는 뇌기반 학습과학의 틀에서 많은 응용적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법학
법정 증인의 기억과 이해의 정확성 문제, 배심원의 의사결정 문제, 배심원 선정 문제, 검사-변호사-판사의 증거 및 법조문 선택과 판단 결정의 인지과정 문제, 법정에서의 설득이 이루어지는 사회적 인지과정 문제, 검사-변호사-판사의 언급 내용에 대한 원고인 및 피고인의 이해와 기억의 문제 등에서 연관되어 인지과학적 연구가 진행된다.
행정학, 정치학
행정적, 정치적 체제와 구조 내에서 판단과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 정보의 분산, 인식(왜곡 포함), 저장, 활용 과정 등의 문제, 집단과 집단, 또는 집단(체제)과 개인간의 상호작용(인식, 태도, 신념) 등의 문제와 관련하여 인지과학적 연구와 연결된다.
광학, 음향학, 전자공학
복잡한 대상 또는 음향의 탐지와 파악과 관련하여 시가과학과 음향(청각)관련 학문들이 인지과학과 연관되어 연구가 진행된다.
음악학
음악의 지각, 음악 심리학, 연주자의 performance 모델, 컴퓨터 음악 작곡 등과 관련하여 인지과학적 학제적 연구가 진행된다.
미학, 예술학
심미적 감각과 지각, 표현, 이의 이해의 문제와 관련하여 인지적 모델이 제시되고 이론적, 경험적 연구가 인지과학 틀에서 진행된다.
건축학
건축은 인간의 심미적 감흥과 효율성, 편리성, 쾌적성, 유용성을 목표로 하는데 이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인지적 , 정서적, 심리신체적 속성들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점에서 인지과학과 관련된다.
문학(이론)
인간의 삶과 각종 인지, 자아관 등이 본질적으로 넓은 의미의 이야기(narratives) 또는 텍스트(text)를 형성하고 해석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문학(비평)이론이 인간의 마음, 문화적 활동과 과정 등에 대한 하나의 인지적 설명과 기술의 틀을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 인지과학과 연결된다.
의학
신경의학, 면역학, 진료의학 등의 측면에서 인지과학과 관련된다. 신경의학은 각종 신경적 이상(異常)이 정서적, 지적, 운동적 기능의 이상과 통제(control)의 이상의 문제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면역학은 면역학, 유전공학의 측면에서의 세포 내의 정보의 표상, 저장, 활용이 생명-두뇌-마음에 대한 시사를 준다는 점에서, 진료의학은 진료와 치료의 대부분이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정보가 어떻게 전달, 해석, 기억, 준수되며 신념(belief)을 지니는가에 의한다는 점 등에서 의학적 연구가 인지과학적 연구와 연결된다. 이외에 정신의학, 인지의학 등이 인지과학과 관련된다.
건강학, 체육학,
레크리에이션학
운동 기술의 학습과 표현, 수행의 문제, 건강에 대한 개인적 지각과 적응 대책의 선택 문제 등과 관련하여 인지과학적 연구가 진행된다.
고고학
인류의 두뇌, 마음과 지(知), 문화적 양식과 표현이 어떻게 진화, 발전해 왔는가 등과 관련하여 인지과학적 연구와 연관된다.
과학사 및 과학철학
과학의 형성과 발달을 인간의 개인적, 사회적, 체제적인 지적 진화 및 발달의 관점에서 접근하며, 인지과학의 형성 과정과 발달을 역사적으로 분석하고, 동시에 과학철학적 분석을 통하여 종합과학으로서의 인지과학의 개념적 기초를 규명하고 그 한계성과 가능성을 규명한다.

 
 
위의 표에 제시된 바를, 인지과학의 핵심 학문 중심으로 요약하여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철학은 인식론, 심신론, 과학철학, 논리학을 제공했고; 수학은 형식주의(formalism), 계산 이론 특히 Turing기계 이론을 비롯한 자동기계(automata) 이론을 제공했고; 정보이론은 Boole식 대수 논리체계를 두뇌 과정 모형에 적용하게 하고 인공두뇌학을 발전시켰다. 심리학은 마음과 인지라는 연구 주제와 실험적 방법을 제공했고; 컴퓨터과학은 디지털 컴퓨터, 저장된 프로그램 개념, 컴퓨터 유추(비유), 프로그래밍 기법, 시뮬레이션 방법, 인공지능학을 제공했다. 언어학은 형식문법론을 중심으로 한 형식 이론을 제공했고, 내적 규칙과 심적 능력(competence)의 개념을 부상시켰으며; 인류학은 종 및 문화와 사회적 결정인의 중요성을 부각시켰고; 사회학은 구조주의와 민생방법론을 발전시켰으며; 신경과학은 두뇌와 신경계의 구조와 과정에 대한 재개념화, 신경과학적 연구법을 제공했으며, 신경계 이상 현상과 인지와의 관계성의 탐구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그림 13]. 대상 주제 중심으로 본 인지과학의 세계
 
인지과학의 연구 대상 주제와 관련하여, 인지과학이 관련되어 있는 분야들을 인지과학의 대상 영역 또는 인지과학의 주제적 세계라고 본다면, 미국 과학재단에서 제시한 NBIC 융합과학기술 틀과 연결하여 인지과학의 주제적 대상 세계를 심리적 세계, 사회적 세계, 정보적 세계, 신경인지적 세계, 생명-계산적 세계 등과의 연결로 개념화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개념 틀이 [그림 13]에 제시되어 있다.
 
달리 표현한다면, 인간, 동물, 및 기계(컴퓨터)에서 나타나는 지(Intelligence)의 본질과 인간의 지적 활동의 산물인 각종 인공물(각종 도구, 문화 체계, 기타 문화적 산물들, 가상현실 등)에서 이러한 지(知)가 어떻게 구현되는가 하는 문제를 연구하는 종합과학적 학문이 인지과학이다. (3.3 절의 인지과학 정의 및 [그림 4] 재참조).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인지과학의 입장에서는 이들 학문들이 모두 연결되고 그 연결의 인지적 측면들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들 분야들 중에 어떤 분야들에서는, 이러한 연관성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거나 무시하는 경향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국내 학계와 기업에서는 아직도 그러한 경향성이 강하다. 과학과 세계를 보는 관점이 인지과학에 의해 재구성된 지 50여년이 지났지만, 인지과학의 학문적 당위성이나 미래 테크놀로지에 대한 시사와, 미래 학문과 과학관의 재구성에서 인지과학이 중심 역할을 할 필연성을 국내 학계나 연구자들의 상당수가, (아마도 문과 이과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여 경계짓는 한국적 대학교육을 받아온 역사 및 그에 기반을 둔 연구지원 체계 문화 때문에), 아직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6. 인지과학의 연구 영역, 연구 주제, 연구 방법
 
6.1. 인지과학의 연구 영역
 
인지과학의 연구 영역은 편의상, 크게 기초연구 영역과 응용연구 영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은 기초와 응용을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기초 영역과 응용 영역을 구분하기 힘든 경우가 많을 만큼 인지과학의 응용분야와 기초이론 분야는 상호 구분되기 어렵고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6.1.1. 인지과학의 기초 연구 영역.
 
인지과학의 기초연구 영역으로는, 인간과 동물의 시각, 청각 등의 지각 현상, 주의, 형태 지각, 심상(心象; imagery) 표상, 기억 구조와 과정, 지식 표상 구조, 언어 이해와 산출(말, 글 등), 문제해결적 사고, 추리, 판단 및 결정, 인간 전문가, 신념체계, 사회적 인지, 인지발달, 인지와 정서의 관계, 인지의 문화적 기초와 차이, 인지의 신경생물적/ 신경생리적 기초, 신경망 모형, 언어 의미론, 통사론, 화용론 등의 인지의 언어학적 기초, 표상의 본질, 심신론, 계산주의의 가능성 등의 심리철학적 문제, 기계적 영상 처리, 기계적 말 지각 및 산출, 기계적 자연언어 처리, 기계적 학습, 기계적 문제해결, 추론기계, 전문가 체계, 로보틱스, 인공 마음, 인간 마음과 인공물(예: 컴퓨터, 인터넷)의 상호작용의 본질 등이 있다.
 
1990년대 말에 인지과학 전체를 개괄, 정리한 책에 의하면(Bechtel & Graham, 1998) 인지과학의 현재의 주요 기초연구 분야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유추적 사고 (analogy), 동물 인지(animal cognition), 주의 과정, 두뇌 매핑(brain mapping), 인지인류학(cognitive anthropology), 인지 발달 및 언어 발달, 개념 변화 및 조직화, 기억 및 지식 표상구조, 의식(consciousness), 의사결정, 정서(감정), 이미지 및 공간표상, 언어의 진화 및 신경 메커니즘, 언어 처리, 언어학 이론, 기억, 지각, 지각: 색깔, 문제해결적 사고, 추리, 사회적 인지, 무의식적 지능, 글 이해, 단어 의미 등.
 
6.1.2. 인지과학의 응용적 연구 주제.
 
기초 연구 영역에서 도출된 이론과 경험적 결과의 현실적 응용과 관련된 연구 주제들 가운데 일부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각종 일상생활, 교육, 산업장면에서의 문자, 도형, 장면들의 지각과정의 이해와 정확한 또는 효율적 대상지각의 촉진 문제./ 그러한 상황에서의 착시의 문제./ 교육 장면, 산업장면, 법정 증언 장면 등에서의 기억의 정확성과 이의 증진의 문제./ 아동의 지각, 기억, 주의, 언어, 사고의 발달 특성 이해와 장애 개선 문제./ 작문 과정의 분석과 작문능력의 향상을 위한 훈련 문제./ 이해가 잘되며 흥미를 끄는 글(광고문, 기구 사용 지시문, 교과서)의 작성 문제./ 학교장면과 산업장면, 정치적 장면, 일상생활 장면 등에서의 문제해결적 사고, 추리, 결정 능력의 효율화 문제./ 이러한 능력들의 이상 현상의 이해 및 교정 문제./ 창의력과 과학적 사고 능력의 증진 문제./ 바둑, 디지털게임, 예술, 전문 기술, 사무 등 각종 문제 장면에서 전문가와 초보자의 지식구조와 지각양식, 사고양식, 절차지식과의 연결양식의 차이에 대한 이해와 이를 감소시키는 문제./ 각종 기술(타이핑, 악기 연주, 운동 기술, 기구 사용,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 습득의 인지과정에 대한 이해와 이들 기술의 증진 문제./ 천재아동이나 심리장애자에 대한 이해와 교육의 문제./ 정서적 이상자의 인지 과정 이상에 대한 이해와 교정의 문제./ 맹인, 농인 등의 신체장애자의 언어사용(수화, 점자 등 포함)의 본질의 이해와 이들의 환경적 적응능력의 증진 문제./ 미술, 음악, 건축 등의 이해, 표현 과정의 분석과 표현 기술의 증진 문제./ 경제적, 정치적, 행정적 기타 일반 집단적(특히 편향적 사고의) 사회적 상황에서 작동되는 인지의 본질의 이해와 효율화의 문제, 그리고 일반적 대인지각의 이해 개선 문제./ 태도, 신념의 형성과 이의 변용에 대한 문제./ 형태의(실물 대상 및 시각도형에 대한) 기계적 지각(machine pattern recognition)의 문제./ 기계적 글 이해의 문제/ 컴퓨터 소프트웨어 고안에 있어서 효율적인 시각적 제시의 문제./ 컴퓨터 프로그램들 (예, 워드프로세서 편집이나 핸드폰 메뉴 프로그램)이나 컴퓨터 언어 습득이나 활용과 기억의 효율화를 위해서 명령어들과 전체적인 프로그램을 어떠한 인지구조체제로 작성하며, 지침서를 어떠한 구조로 작성하며, 학습해야 할 부분들은 어떠한 표상구조체계와 관련지어 어떠한 순서로, 어떠한 양식으로 제시하여야 하는가 등의 문제./ 각종 하이퍼 텍스트의 효율적 고안과, 인터넷 상의 커뮤니케이션의 인지적 특성의 이해와 이를 고려한 효율적 인터넷 시스템 고안 문제./
그리고 가상현실에서의 인간의 정보처리 특성의 이해 및 활용과, 가상현실에서의 정보처리적 상황 특성이 개인적 및 사회적 인지와 정서에 초래하는 부작용의 이해와 이의 대처 방안 연구 문제./ 각종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 프로그램, 도구들과의 상호작용에서의 인간 흥미의 본질 규명과, 이에서 얻어진 인지과학적 원리에 의거하여 흥미와 교육을 겸비한 효율적 도구를 고안하는 문제./ 의사와 같이 어떤 분야의 전문가로서 각종 지식을 활용하여 다각적인 추론을 하고 해석, 예언, 진단, 계획, 지시, 통제 등의 고급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갖춘 지식주도(knowledge-based)의 전문가 체계 개발을 위한 전문가 특성(전문가의 인지구조와 정보처리과정) 연구 문제./ 인간의 인지와 기술 및 지각-운동적 수행(performance)의 제반 특성들을 고려하여 각종 기계, 기구, 건물, 환경을 고안-설계하는 인간공학의 문제./ 이를 확장하여 각종 환경 특성이 인간의 인지 양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그리고 환경은 인간의 인지 특성에 맞게 어떻게 재고안되어야 하는가 등을 다루는 인지생태학(cognitive ecology)의 문제./ 큰 실용적 가치를 평가받아 지니고 있고 활발히 연구가 되고 있는 효율적 인지교수법(cognitive instruction)의 문제 등이다.
 
Bechtel과 Graham(1998)은 응용인지과학의 연구 분야 내용을 분류하여 설명하였는데, 그들에 의하면(다소 보완하여 정리한다면), 실세계와 관련된 응용 인지과학의 주요 연구 분야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여 볼 수 있다.
 
1. 교육(education). 교실 장면에서의 학생이나 일상생활의 일반인 및 산업 장면에서의 종사자가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지식과 기술을 학습하고, 또한 다른 상황에서 일반화하여 적용하는가(cognitive learning), 또 이렇게 되기 위하여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cognitive instruction) 하는 문제들이 인지과학의 연구의 대상이 된다.
주로 네 가지 부면이 강조되어 연구가 이루어진다: 능동적이고 전략적인 인지과정으로서의 학습(정보처리 전략 습득 중심의 학습)의 중요성, 영역 특수적인 문제해결 기술 및 전문지식 습득의 중요성, 자신의 학습과정 및 인지과정을 모니터링하고 통제 및 조절하는 상위인지(超인지; metacognitive) 과정의 중요성, 학습이란 개인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기보다는 환경 및 사회-문화와의 상호작용에 의해 이루어지며 언어와 협동이 중요한 사회문화적 과정이라는 측면의 중요성. 이러한 부면들을 고려하여 효율적 인지학습 전략, 교수 전략, 역동적 학습환경 디자인의 문제들이 연구되고 실용적 응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뇌기반 학습과학>. 최근에는 학습과학(Learning Science)이라 명명된 분야의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이는 기존의 학습에 대한 접근을 근본적인 수준에서 재정립하여 단순한 지식에 대한 학습 수준이 아닌, 학습에 대한 인지과학적 접근을 통해서 궁극적인 효율적 학습의 효과를 창출하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다. 실제로 인간의 학습과정은 단순히 외현적인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뇌 수준에서의 메커니즘과 학습 상황에 관련된 다양한 인지적 요소들이 서로 상호작용하고 있으며 긍정적인 학습 효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교육과 학습을 뇌의 작동원리에 기초시키려는 이러한 시도는 뇌기반학습(Brain-based Learning)이라는 명칭 하에 인지과학과 신경과학, 그리고 교육학 등을 연결하는 활발한 응용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추세의 일환으로 Harvard대학에는 마음-뇌-교육(MBE: Min, Brain & Education) 이라는 대학원 과정이 생겼으며, 같은 이름의 국제적 학회(International Mind Brain & Society)도 가동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05년에 한국마음되뇌교육(KMBE) 협회가 출발하였다.
 
2. 윤리(ethics). 도덕/윤리와 관련하여, 예를 들어 정의, 선악 등의 도덕적 개념, 그리고 도덕적 규칙이 인간 마음속에서 어떻게 형성되는가, 그리고 도덕적 상황에 대하여 어떻게 사고하는가, 정서가 도덕적 사고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공감, 이타심, 자아 형성의 문제, 도덕적 발달의 문제, 성차별 등 성별과 관련된 윤리/도덕적 개념의 문제 등이 모두 인지의 문제이기에 이러한 현실적 인지의 문제를 다룬다. 진화생물적, 진화심리적 분석과설명이 주로 적용된다.
 
3. 일상생활 환경. 사회적으로, 문명기술적으로, 문화적으로 날로 복잡해져 가는 현대 생활환경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환경에 대처해 나아가야 하는가의 문제에 대하여 인지과학만큼 실용적 지침을 제공해주는 학문은 아직 없다. 인지의 기초 분야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인지과학은 사람들로 하여금 내적, 외적 방법을 제공하여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게 하여준다. 내적이란, 사람들로 하여금 환경에 잘 적응 할 수 있는 전략을 학습하게 하는 것이며, 외적이란 환경 자체의 효율적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로 하여금 환경에 쉽게 또 효율적으로 적응하게 해주는 것이다. 사람들이 환경과의 상호작용하는 특성의 발견과 관찰을 통해 인간의 심적 특성에 대한 통찰을 얻기도 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대부분의 환경 대상물들, 인공물들은 대부분이 어떤 원리에 의하여 디자인 된 것이 아니다. 직관에 의하여, 만들기 용이함을 기준으로, 또는 시행착오에 의하여 역사적으로 조금씩 달라져 오고 발전되어 온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공물들이 인간의 심적, 인지적, 행동적 특성과는 어긋나기 때문에 사람들로 하여금 불편을 겪게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을 파악하고, 인간의 심적 특성, 인지의 원리가 적용된 형태의(사용성 원리에 입각한) 환경물, 인공물을 디자인하는 데에 응용인지과학의 기본 역할이 있다.
 
인간의 특성을 고려한 인공물 디자인의 노력은 2차대전부터 강조되어 왔고, 각종 전쟁 도구나 일상생활 도구가 인간의 특성이 고려된 방향으로 재디자인되어 왔다. 인간공학이 적용된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 시도되고 있고,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 여 년 동안 이러한 노력은 그 초점이 변화되었다. 이전의 인간공학적 노력은 주로 인간의 신체적, 특히 감각-운동적 특성과 관련하여 인공물, 환경을 재디자인하는 노력이었다.
그러나 지난 20여년의 움직임은 이러한 신체적 특성 고려의 측면으로부터 인간의 인지적 측면 고려로 방향 선회를 하였다. 기술 발달에 따라 각종 기계, 시스템 등 인공물이 복잡화되고, 따라서 인간이 특정 인공물, 환경을 효율적으로 판단, 조작, 적응하기 위하여는 인간이 어떤 유형의 지식을 사용하는가, 어떤 전문적 지식이 어떻게 습득되는가, 판단과 결정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문제 해결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인간 오류는 어떻게 발생하는가 하는 것의 파악과 이에 대한 이론적 원리의 적용이 중요함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인간공학이 아닌 인지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이다. 즉 인지과학과 디자인(각종 인공물 디자인) 기술/학이 결합되는 인지공학적 (또는 informatics적)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의하여 대두된 주요 두 영역이 있다. 하나는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연구(HCI: Human-Computer Interaction)이고 다른 하나는 인지공학(Cognitive Engineering)이다.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연구는 컴퓨터과학(특히 인공지능학)과 인지심리학이 주로 연결되어서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 특성을 탐구하고 이 상호작용을 효율화시키는 방안들 모색하는 응용인지과학 분야이다. 이 분야는 인지과학을 출발시킨 A. Newell과 H. Simon 이 제시한 인간정보처리 모델이나 다른 인지과학자들이 제시한 인지 모델에 기초하여 등의 정보기술 디자인을 발전시켰다. 워드프로세서, 웹엔진 등의 디자인이 이 예에 속한다. 최근에는 HCI(Human-Computer-Interaction)의 연구에서 출발하여, 인간과 로봇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HRI(Human Robot Interaction), 신경과학과 인공지능학, 컴퓨터공학 등이 연결되어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BCI(Brain Computer Interface), 뇌와 로봇을 연결하는 BR(Brain Robot), 인지와 로봇을 연결하는 인지로보틱스(Cognitive Robotics) 등이 주요 응용인지과학 탐구 영역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밖에도 사람의 얼굴표정인식, 음성인식, 문자인식 등의 실용적인 첨단기술에도 인지과학의 기본적인 연구 성과들이 기여했음을 인식한다면 인지과학의 응용적인 측면이 얼마나 광범위한 것인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본다.
 
인지공학은 각종의 인공물을 인간의 일상적 인지의 특성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디자인하는 것을 다루는 분야이다. 이 분야의 연구자들은 여러 유형의 인공물 자체 및 상황에 대한 이해와 그런 상황에서의 인간의 인지적, 행동적 특성의 이해를 결합하여 보다 효율적인 인공물 환경을 만들어 가는 데에 관심을 가진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HCI과는 달리 연구의 초점은 단순한 컴퓨터-인간 상호작용을 넘어서 보다 복잡한 상황, 예를 들어 핵발전기시스템과 조작자의 상호작용 상황, 상용 항공시스템 상황 등에 있다. 물론 VCR 등 각종 멀티미디어 기기나 리모컨, 일상적 생활도구 등을 디자인하는 것도 보다 넓은 의미의 인지공학 연구에 포함된다.
 
4. 제도와 경제. 인간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행위는 이러한 상황과 관련되어 인간이 형성한 개념, 범주, 신념, 모델, 제도 등에 의해 좌우된다.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상황에서의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고 예측하고 적절한 정책을 세우기 위하여는, 인간이 이러한 상황에서 현상 이해, 해석, 의사결정, 문제해결, 협동, 질서 유지 등을 수행함에 있어서 어떠한 인지적 특성을 도입하며, 제도 등의 상황변인들과 이러한 특성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이루어지는가가 이해되어야 한다. 따라서 인지과학과 경제학 및 다른 사회과학의 연결에 의해 이러한 현실적, 실제적 문제에 대한 올바른 이론적 설명틀과 실용적 지침이 가능해진다. 인간이 불확실성 상황에서 추리하고 사고하는 특성을 주변학문에 적용하는 이론틀을 제시하여 2002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인지심리학자 Kahneman 교수의 이론은 행동경제학, 인지경제학 분야의 탄생을 촉발시키는 등으로 경제학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5. 법적 추리. 법적 행위와 관련하여, 기소, 증언, 변호, 재판, 배심 등의 과정에서의 법률가들 및 당사자들의 사고나, 일반인의 법과 관련된 사고라는 것은 상당히 복잡한 사고이다. 일반적으로 법적 추리에는, 사례에 바탕을 둔 추리, 규칙에 기반한 추리, 개념 정의에 바탕을 둔 추리, 정책과 관련된 추리, 유추적 추리 등이 있으며, 또한 선행 사례에 대해 커다란 비중을 둔 것이 법적 추리이기도 하다. 사례에도 실제 사례, 가상적 사례, 부정적 사례, 긍정적 사례, 전형적 사례, 극단의 사례, 예외적 사례, 해석하기 쉬운 사례, 해석하기 어려운 사례 등이 있다. 규칙에도 여러 유형의 규칙이 있다. 관습규칙, 조례적 규칙, 교조적 규칙, 편법적(heuristic) 규칙 등이 있고, 법적 개념에는 논리적으로 적절히 정의할 수 없는 개념도 있다.
 
개념, 규칙, 관습, 도덕관 등은 계속 변화, 진화한다. 법적 문제란 단 하나의 정확한 답이 있는 경우란 드물다. 법적 추리의 요점은 진리 증명이 아니라 논쟁이다. 과연 이렇게 복잡한 인지적, 심리적 특성을 지닌 법적 추리와 실제 행동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모든 인지적 내용과 과정들이 어떠한 심적, 인지적 바탕에서 이루어졌으며, 실제 어떻게 적용되어 작동하고 있는가, 가장 효율적이고 오류가 적은 법적 추리란 어떠한 인지적 과정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는가? 검사, 변호인, 판사, 피의자, 증인, 고소인, 제3자 일반인 등은 각기 어떠한 인지적 처리를 통하여 법적 개념, 규칙, 주의를 이해하며 추리하고, 그리고 그에 따른 행동을 하는가? 법적 결정이 증거에 의존하는데, 증거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은 과연 참을 반영하는가, 아니면 실제와는 달리 구성된 것이며, 이 구성 사실 자체도 증인은 의식하지 못하는 것인가?
 
법에 관여되는 사람들(판사, 검사, 변호인, 피고인, 증인, 배심원 등)의 법정 상황에서 작동되는 인지적 과정의 작동 과정을 이해함 없이는, 사람들의 행동을 옳은 방향으로 제약하며, 공정성, 정확성이 지켜져야 하는 법의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다고 하겠다. 이러한 많은 문제들이 인지과학과 법의 경계선에서 연구하는 학자들에 의해 연구된다(예: 인지심리학/인공지능 연구의 사례기반추리(case-based reasoning) 연구 결과의 적용; 증인기억의 진실성에 대한 인지심리학 연구의 적용, 기타 법심리학적, 법인지과학적 연구와 응용).
 
6. 정신박약자와 노년의 지적 관리. 정신박약자, 인지적 결함자들의 학습, 주의, 기억, 이해, 사고, 기타 인지적 전략 사용 등에서의 정보처리 특성 문제점 파악 및 이의 개선 방안 도출 연구한다. 또한 나이가 들어감에 따른 인지적(주의, 지각, 기억, 언어이해, 사고) 기능의 쇠퇴의 본질의 과학적 이해와 이에 대처하는 인지적 전략 발견 및 훈련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다. 뇌 인지기능과 관련된 연구들은 뇌 이상 혹은 손상으로 인한 각종 질환 및 치매 노인에 대한 진단과 치료에 있어서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 역시 이전의 연구 접근과는 달리 뇌와 인지를 동시에 연구를 통해 얻어진 긍정적인 효과라고 할 수 있다.
 
7. 과학(science). 과학의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 of Science); 실제로 과학자들이 어떻게 과학적 연구를 수행하는가를 경험적 방법 등을 동원하여 연구한다. 과학적 추리를 어떻게 하는가, 새로운 이론은 어떻게 발견하는가, 이론과 맞지 않는 데이터는 어떻게 다루는가, 경쟁적 이론 사이에서의 선별은 어떻게 하는가, 경험적 자료와 과학적 지식은 어떻게 전파하는가, 타인이 제공한 자료 지식은 어떻게 수용하는가, 과학 공동체는 어떻게 사회적 인지 정보처리를 하는가 등의 문제가 체계적으로 연구된다.
 
8. 기타. 이외에도 [ㄱ]. 인간과 각종 자연 대상과의 상호작용(예 녹색 환경과 관련 인간 행동)의 여러 측면, [ㄴ]. 인간과 인간 간의 사회문화적 상호작용 측면(예: 정치 사회적 집단 문화의 작동, 예술적 퍼포만스 등), [ㄷ]. 인간과 인공물(예: 핸드폰, 로봇)의 상호작용 측면, [ㄹ]. 인공물과(예: 컴퓨터, 로봇, 각종 환경에 설치된 인공물들) 인공물 간의 정보처리적 상호작용 측면, [ㅁ]. 인공물 -- (예: 핸드폰과 인터넷의 연결을 통한 소셜넷워크체계 --을 매개로 한 ‘인간-인공물-인간’의 매개적 상호작용 적응 측면, [ㅂ]. 인간 기능 향상(예: 약물이나, 인지적 또는 뇌인지기능적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등의 측면 등의 여러 측면들이 인지과학의 새로운 연구 영역으로 계속 떠오르고 있다. 인지과학의 탐구 분야는 계속 확장되리라 본다.
 
6.2. 인지과학의 연구 방법
 
인지과학에는 여러 학문들이 수렴되고 연계되어 있다. 따라서 그 연구 방법에는 관련 여러 학문들이 지녀 온 방법들이 모두 사용되고 있다. 심리학과 신경과학에서 주로 사용되던 실험실 실험법, 철학과 언어학에서 주로 사용되던 직관적 논리적 분석법과 형식적 분석 기술(記述)법, 컴퓨터과학(인공지능학)에서 주로 사용되던 컴퓨터 모의실험, 심리학과 인공지능학에서 주로 사용되던 내성보고 분석법(protocol analysis; Ericsson & Simon, 1984), 심리학, 인류학 등에서 사용하던 자연관찰법 및 민생방법(ethnomethodology), 담화분석법(discourse analysis) 등이 인지과학의 주 연구 방법으로 사용된다.
 
물론 인지과학의 각 핵심 학문들은, 어느 한 방법만을 쓰기보다는 여러 방법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으나, 각 학문 자체의 특성에 따라 특히 선호하는 방법론을 지닌다. 심리학자들은 엄밀하게 통제된 실험실 실험에 의해 인지를 연구하거나,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행동들을 체계적이고 상세하게 자연관찰하는 연구법을 주로 사용한다.
 
언어학자들은 문법적 또는 비문법적 문장들에 대한 언어 사용자의 직관을 분석하거나, 아동들의 언어 획득 현상 또는 말실수 등을 관찰하고 분석하여 문법적 구조에 대한 가설을 검증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인공지능학자들은 지능적 행동을 보일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작성하고 이 프로그램이 어디에서 문제가 발생하는가를 검사하여 자신의 가설을 검증하는 시뮬레이션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철학자들은 인지과학적 이론들의 개념적 통일성(정합성; coherence)을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좋은 인지과학적 이론들이 충족시켜야 할 보편적 제약들을 형성한다.
 
신경과학자들은 생리학적, 생물학적 실험, 그리고 계산적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두뇌의 정보처리과정의 생리학적, 생물학적 기초를 밝힌다.
 
이와 같이 인지과학자들이 사용하는 주요 방법들의 내용을 다시 묶어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Lachman, Lachman, & Butterfield, 1979, Simon & Kaplan, 1989).
 
(1) 전통적 실험실 실험법과, 반응시간(reaction time)법
자연과학 일반과 심리학에서 사용해 오던 전통적 실험법이 인지과학에서도 사용된다. 인지심리학을 중심으로 한 연구에서는 전통적 실험법에 반응시간 측정법이라는 방법을 첨가하여 이를 주요 실험기법으로 사용한다. 반응시간법은 심리적 과정들 사이의 질적 또는 양적 차이를 추정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인지심리학에서 체계화되고 세련화된 방법이다. 이 반응시간 측정방법, 특히 선택적 반응시간(choice reaction time) 측정방법은 인지심리학의 중심 방법으로서, ‘시간이 인지이다(time is cognition)’이라는 전제하에, 인지적 과제가 질적으로(특히 복잡성에서) 달라짐에 따라 정보처리시간(속도)이 달라진다고 보고, 문제상황이 조금씩 달라짐에 따라 일어나는 반응시간의 차이에서 어떤 특정 정보처리구조 또는 작용과정이 존재하는가를, 또 그 특성이 다른 구조나 과정과 질적으로 어떻게 다른가를 추론하는 방법이다.
 
(2) 인지신경(신경생리적) 방법: 뇌 기능 영상 인지신경과학 기법
신경과학과 심리학에서는 이전에는 신경섬유 절단이나 손상법(lesion studies) 등을 사용하며, 색소 주입, 단일세포 기록법(single neuron electrophysiology), 단순한 뇌파(EEG) 검사법에 의해 신경구조의 특성과 심리 과정 및 구조의 특성을 타무하여 그 관계성을 연결하려 했었지만, 최근에는 컴퓨터를 활용한 신경생리 연구 기법의 개발로 인지과정 및 구조와 신경생물적, 신경생리적 구조와 메커니즘(기제)을 연결하는 연구방법의 급속한 발전이 이루어지고, 인지과학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인지과학자들은 동물의 신경계 손상법 이외에 다음과 같은 자기공명영상기법,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법, 컴퓨터단층촬영법 등의 신경생리적 감지 기법을 사용하여 뇌의 혈류, 신진대사량의 변화를 측정하며, 개선된 뇌파측정 방법을 사용하여 제반 인지현상과 신경계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인지신경 방법의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컴퓨터단층(CAT: Computerized Axial Tomography : CT스캔법은 두개골을 180도 회전하며 X-ray 광선을 방출하는 기계를 통하여, 뇌의 부분들에 대하여 수많은 축의 단층 회전 촬영을 하고, 이를 복잡한 수리적 분석에 의해 재구성하여 최종 영상을 얻는다. 이를 통해 뇌 혈류나, 뇌 신진대사 활동의 양을 알 수 있고, 그에 의해 알짜이머 증세, 정신분열증, 난독증 등의 이상 증상에서의 대뇌 변화를 파악할 수 있으며, 정상인의 인지구조와 과정에 대한 추론을 도출할 수 있다.
자기공명영상(MRI: Magnetic Resonance Imaging)기법: 또는 핵자기공명(NMR: Nuclear Magnetic Resonnance)기법은 X광선을 사용하지 않고도 뇌의 전자기장서 수소원자 핵을 중심으로 수소원자의 밀도와 주변 섬유들과의 상호작용을 탐색하여 인지과정의 추이를 연구한다. 이 기법은 뇌의 생물적 구조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한 것으로 밝혀졌다.
양전자 방출 단층 영상(PET: Positron Emission Transaxial Tomography) 기법: 이 기법은 뇌의 구조적 측면의 변화보다는 기능적 측면의 특성을 측정한다. 이 기법은 혈관 속에 방사선에 반응하는 물질을 주입하여, 뇌의 각 부분에서의 이 화학물질의 흡수 정도, 활용 정도를 측정하고, 그 결과로 뇌의 각 부분에서의 신진대사 양에 대한 지도(metabolic maps) 영상을 획득하여, 심적 활동에 대한 진단을 한다. 이 기법을 사용하여, 주의, 감각자극에의 반응, 의사결정, 기억 인출 등과 관련된 인지과정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얼마 전까지도 CAT, MRI, PET 등의 기법이 해상도가 낮고, 1초에 촬영하는 영상 프레임 수가 적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었으나, 최근에 개발된 초고속 CT는 50msec마다 완벽한 영상을 제시하며, 최근의 ‘역동적 공간재구성(DSR: Dynamic Spatial Reconstructor)’ 기법은 3차원적 영상도 제시해준다. 또한 MRI 기법을 개선한 기능자기영상(fMRI) 또는 echo-planar MRI(EPI) 기법은 두뇌기능에 대한 아주 빠른 속도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제시해준다. 개선된 기법은 활동중인 뇌의 부분에서의 산소 소모량을 측정하여 뇌 활동 지도(activity maps)도 제공한다.
 
[그림 13]. 인지신경과학 뇌영상 기법
 
뇌파기법. 한편, 이전부터 많이 활용되어온 다른 연구 기법의 하나가 뇌파 또는 뇌전위 측정 기법이다. 뇌파 측정 기법에는 뇌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뇌전위의 변화를 측정하는 방법과 특정 사건에 따른 변화를 측정하는 방법 둘이 있다. 전자의 방법은 전통적으로 사용해오던 방법인 일반 뇌파(腦電圖: EEG(electro- encephalogram)) 측정기법으로서 이는 수면과 의식의 수준 및 유형, 정서적 변화 등의 측정에 사용되고 있다. 이것이 발전된 BEAM(Brain Electrical Activity Mapping) 기법은 뇌파의 보다 상세한 양적 분석을 가능하게 해준다.
뇌파 측정의 다른 한 부류는 사건 관련 전위 측정 기법으로서, 동일한 자극을 반복 제시하고 이들의 평균 전위를 획득하여 측정치를 얻는 기법이다. 이 ERPs(averaged Evoked Response Potentials; Event Related Potentials)기법은 시간 경과상의 두뇌활동의 특성을 반영하여 인지과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대체로 초기의 ERP들은 자극의 특성을, 반응지연시간이 긴 후기의 ERP들은 피험자의 심리적 특성을 반영한다고 본다. 자극 제시 후의 정보처리 과정상에서 개인의 주의, 기대 등의 인지적 정보처리의 미세한 차이가 이러한 ERP들을 사용하여 측정되어진다.
인지신경과학방법들은 위에서 열거한 방법들로 국한되어 있거나 고정되어 있지 않고 한 방법 내에서 그 기법이 계속 세련화 되며, 뇌 기능을 연구하는 새로운 신경과학적 방법들이 계속 탐구되고 있다. 신경과학에서 방법들의 문제점, 새로 개발되는 연구 기법, 새로운 방법들에 대한 정보는 ‘Journal of Neuroscience Methods'에서 참고할 수 있다.
 
(3) 컴퓨터 모의실험(simulation)과 내성보고 분석법(protocol analysis)
인지과학은 이론 검증을 위해 컴퓨터 모의실험 방법을 사용한다(Newell & Simon, 1972). 이에 대한 보조 방법으로 구성주의 심리학에 의해서 사용되었으나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에 의하여 배척되었던 내성법이 내성보고(protocol) 분석법으로 재형성되어 도입되었다. 내성보고법은 어떤 과제를 수행하는 피험자 또는 참여자의 과제 수행 과정에 대한 내성 보고를 분석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에서는 첫째로 과제를 수행하는 사람의 정보처리과정에 대한 언어보고를 받는 방법을 정형화하여 체계화하고, 둘째로 피험자의 언어보고를 연구자가 생성한 이론적 범주화 틀에 의해 객관화시켜(흔히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자동적, 객관적으로 범주화하여) 자료로 사용한다.
 
(4) 기타 방법
이외에 형식적 기술(記述) 방법 등도 사용된다. 마음의 구조와 과정의 내용(특히 지식표상구조)과 작용을 기술하고 설명함에 있어서 막연한 추상적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엄격한 형식논리적 기술 틀에 의한다. 명제 논리를 비롯한 수리적 모형, 도식적 이론표기법, 형식문법(언어적 문법이 아니라 심적 과정의 진행의 절차규칙구조를 의미함) 등과 같은 형식을 사용한다.
또한 메타분석법(meta-analysis)이나 민생방법, 그리고 문학비평 및 텍스트 분석에서 출발한 내용분석법 또는 담화분석법, 그리고 일반적 자연관찰법 등도 점차 사용되고 있다. 인지적 메타분석법은 인지에 대한 이론적 개념들이나 일련의 모형들의 이론적 구조를 종합적, 집합적으로 분석하는 ‘이론의 이론(上位 이론)’적 분석법이다.
내용분석법 또는 담화분석법은 각종 담화(텍스트)의 내용의 세분화된 특징들을 체계적이고 객관적으로 분석, 구분하여 그 텍스트에서 드러나는 사고 양식, 기타 일반적 인지 내용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내용분석법의 일종인 민생방법은 사람들의 사회적 행위나 글 텍스트를 분석하여, 사람들이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어떻게 하나의 공동체적 세계의 감각, 인지를 창출해 내는가를 사회적 범주와 규칙의 생성, 사회적 사건에 대한 타협적 해석의 양식 등을 중심으로 연구하는 인류학적, 사회학적 방법이다.
자연 관찰법은 언어학, 인류학, 심리학 등에서 인간의 인지 현상을 실험실이 아닌 자연상황에서 실험적 통제가 없이 관찰하여 분석하는 방법이다.
인지과학에서의 이러한 다양한 방법론적 특징들은 전술한 기본가정 및 보는틀의 일반 특징과 더불어 인지과학에서 무엇을 연구할 것인가를 규정하며, 실제로 인지과정을 어떻게 분석 연구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7. 인지과학이 지니는 의의
 
정보처리적 패러다임을 적용하여 인간의 마음과 컴퓨터와 두뇌 등을 연결하는 학제적 과학이 인지과학이라고 하지만, 조금 더 포괄적으로 인지과학은 인류 문화에 어떠한 학문적, 과학적 의의를 지니는 것인가? 인지적 패러다임의 특성들을 구현하여 정보처리의 개념을 구심점으로 부상한 인지과학은 다음과 같은 순수이론적 의의와, 응용적 의의를 지니게 되었다.
 
첫째로 과학사적 중요성이다. 예로부터 인간의 중요 관심 주제였던 심신관계와 인식의 문제를 정보처리적 틀 내에서 재구성하게 했다(김재권, 1994; Churchland, 1986). 이러한 심리철학적 관점의 재구성은 인간과 동물과 기계, 물질과 정신의 본질과 상호관계성에 대해 그리고 인식론, 존재론에 대해 전통적 관념을 재구성하게 하는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또한 미래의 정보사회를 구현하는 이론적 틀과 개념적, 방법론적 도구를 제공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인류의 생물학적 진화가 이제 거의 정지되었다고 간주할 수 있는 현시점에서 이 인간적 한계를 컴퓨터와 마음과 두뇌를 창의적으로 조합한 인지(의식)적 변혁에 의해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Ornstein, 1991)을 제시했다고도 할 수 있다.
또한 전통적인 과학관, 세계관이었던 일방향적 인과적 결정론(모든 것이 미시적인 물질 요소들의 작용에 의해 상향적으로 인과적으로 결정된다는 관점)에서부터 양방향적 결정론[거시적(예, 심리-인지적) 요인도 하향적으로 인과적 영향을 준다는 관점]의 가능성을 인정하게 됨에 따라(Sperry, 1995), 자연 현실을 보는 세계관이 달라졌다. 이에 따라 세상이 가치 중립적인 물리적 힘, 전통적 물리적 과학기술에 의해서만 결정되고 지배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가치와 신념, 의식(인지)에 의해 지배되는 것이며, 따라서 현재 세상의 모든 환경적, 생태적, 문화사회적 문제점들이 전통적 과학기술의 발전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인지, 의식의 변혁을 통해 교정될 수도 있다는 새로운 세계관에 대한 ‘과학적(추상적, 직관적인 것이 아닌)’ 인식이 가능하게 되었다(Sperry, 1995).
 
서두에서 언급한 바처럼 좌우 두뇌 분할 연구로 1981년에 노벨상(의학/생리 부문)을 받은 심리학자 Roger S. Sperry는 인지과학의 등장을 과학적 혁명으로 보았는데, 그는 1993년에 APA(미국심리학회)에서 수여한 ‘뛰어난 평생 기여 상’을 수상하면서, ‘심리학의 미래’라는 수상 스피치를 하였다. 그 속에서 그는 ‘인지혁명’의 의의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견해를 피력하였다.
 
“인지주의 과학혁명의 영향 결과로 일어난 기본적 변화란 수준간 인과적 결정론에 대한 상이한 패러다임의 출현이라는 것이다. 모든 것이 전적으로 아래에서 위로 결정된다는 전통적 (물리학의) 가정 대신에, 우리는 역방향적 하향적 결정론을 전제하는 것이다. 전통적 상향적 입장과 인지주의의 하향적 입장이 조합된 ‘이중 방향’, ‘이중 결정’ 모형은 과학으로 하여금 인간 자신과 자연의 질서 전체를 지각하고, 설명하고, 이해하는 전혀 새로운 양식을 - 진정한 Kuhn적 세계관 패러다임의 전이로서의 - 부여하였다. 이전에 양자역학에 돌렸던 세계관적 의의의 대부분이 이 새로운 거시적-심리적 패러다임에서는 창발적 하향적 제어에 의해 무가치하게 된다. 우리는 더 이상 현실의 궁극적 본질을 최소의 물리적 요소에서 찾으려하지도 않으며, 가장 깊은 심층적 진수에서 찾으려하지도 않는다. 그 대신 탐색의 방향은 요소들의 패턴에 주로 초점 맞추어지고, 차별적 시공간화, 점진적 패턴의 상위패턴으로의 복합과, 그것의 발전 전개적 본질과 복잡성에 초점 맞추어진다.”
“그 결과로, ........ 과학이 상징하던 바, 과학이 지지해오던 바, 과학의 신조와 세계관들이 급진적으로 수정되는 것이다(Sperry, 1995, p. 505-506).”
 
둘째로 순수이론적 측면의 의의이다. 인지과학은 인지심리학적 연구를 통해 인간이 어떻게 지각(知覺)하고 주의하며 기억하는가, 언어를 어떻게 구사하는가, 각종 문제해결적 사고와 판단, 추리, 결정적 사고를 어떠한 정보처리과정을 통해 수행하며 그 한계성은 무엇인가, 정서란 어떻게 작동하는가 등을 계속 밝혀 주고 있다. 또한 인지신경과학적 연구를 통해 신경계의 정보처리적 특성이 어떠하며 신경계의 구조와 기능에 의해 인지적 정보처리가 어떠한 제약을 받는가, 두뇌 손상을 당한 사람들의 정보처리적 특성은 어떠한가 등을 밝혀 주고 있다. 또한 컴퓨터에 의한 기계적 형태지각, 학습, 언어처리, 문제해결과 추론 및 판단과정들을 밝히는 효율적 모형과 이론들을 제시해 준다.
 
셋째로 학제적(學際的; interdisciplinary) 측면의 의의이다. 인지과학은 여러 학문이 연결된 종합적 접근을 제시함으로써 기존의 인문사회과학 대 자연과학의 이분법적 분류체계가 현재와 미래의 학문체계에는 부적절한, 시대에 뒤떨어진 분류체계임을 드러내 보이고 이를 극복하는 대안적, 학제적 융합과학의 틀의 전형을 제시해 주었다. 학문간 융합과 통섭의 주제가 21세기에 들어서서 거론되기 약 50 여 년 전에 인지과학은 이미 융합과학으로서의 실제를 학문 간 수렴에 의해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넷째로 응용과학적 측면의 의의이다. 일반 공학적 측면에서는 지능 컴퓨터로 구현할 수 있는 이론적 모형을 제시해 주며, 인간두뇌의 신경세포망을 기초로 한 신경망 컴퓨터의 개발을 위한 모형을 제시해 주며, 컴퓨터와 인간의 상호작용 모형을 제시하여 사용자 편의 위주의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고안하게 하는 이론적 기초와 실제 응용 모형을 제공해 준다. 또한 산업 및 일상생활 상황에서 인간이 사용하는 각종 도구와 기계의 디자인을 효율적으로 하는 이론적 기초와 방법을 제공해 준다.
 
인지과학의 부산물인 인지(정보)공학적 측면에서는, 각종 교육 장면에서의 새로운 지식 및 기술 습득과 활용의 효율화 모형과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의료 장면, 행정 장면, 산업 장면 등에서 효율적으로 판단, 추리, 결정하는 인간 전문가와 기계적 전문가 모형과 구체적 프로그램들을 제공해 주고 있다. 또한 각종 문화적, 문명적이기(利器)인 인공물들(artifacts)에 정보를 어떻게 분할 저장해야, 나중에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모형을 제공해 준다(Norman, 1990).
 
또한 인지과학의 연구가 보다 더 발전되면, 미래에는 정보 공간, 사이버 공간에서의 인지적, 정보적 공간과 거리(타인의 정서적, 인지적 안정감을 해치지 않는) 개념의 재구성과 조정이라든가, 적시에 적절한 정보를 다량으로 빨리 훑어보고 즉각 선택, 추출하는 인지적 기술과, 이에 부합되는 최적 환경을 디자인하는 기술, 개개인 또는 집단이 각종 정보환경에서 효율적으로 사고하고 문제해결하는 인지적 기술 등의 인지생태학적 응용기술이 발전되리라 본다. 인간과 인고물의 상호작용, 또는 인공물을 매개로 한 ‘인간-인공물-인간’의 상호작용의 본질과 작동과정을 계속 밝혀내리라 본다.
 
다섯째로 임상 교정적 의의이다. 두뇌에 손상을 입은 사람들의 언어, 주의, 사고 과정 등의 인지신경적 기능 이상 현상을 분석하여 설명하고 이를 교정하는 이론들을 제공해 준다. 또한 운동감각 및 지각능력 장애자의 증상 개선 이론과 학습지체아나 천재아의 교육 이론과 모형을 제시해 준다.
 
여섯째로 기타 일반 사회 문화적 의의이다. 경제, 정치, 외교, 경영, 군사, 재난과 안전 등의 측면에서의 개인적, 집단적 판단과 결정의 오류를 정보처리적 차원에서 분석하고, 이의 대처 방안에 대한 이론적 모형을 제공해 준다. 또한 정치적, 경제적, 행정적, 산업적 각종 집단 상황에서 상황구성원들 사이에 각종 자극 정보가 어떻게 전달되고 지각되며, 어떻게 사람들 간에 분할되어 표상되고(distributed representation) 또 이것이 재활용되는 과정이 어떠한지, 또 이것이 집단적 인식과 과제 수행과 태도변화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분석, 설명해 준다. 그리고 음악, 미술, 건축, 문학 등의 예술적 표현과 이의 이해과정에 대한 인지과학적 분석과 설명을 제공해 준다.
 
인지과학의 이와 같은 여러 의의와 중요성을 종합해 본다면, 인지과학은 인간 마음의 작용과 관련된 각종 인간활동과 그 활동의 산물에 대한 이해와 설명 및 개선을 위한 개념적, 이론적, 방법론적 틀을 제공해 주는 포괄적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 자신과 생물계, 기계(하드 인공물)와 문화(소프트인공물)에 대해, 또 물질과 정신에 대해 컴퓨터 시대, 정보화 시대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해 주는 종합적 학문이다. 자연의 가장 오묘한 구조와 현상이며 인류 최후의 개척 분야라고 불리는 두뇌와 마음을, 20세기 인류 과학기술 문명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컴퓨터(+ 스마트폰 관련된 각종 디지털 인공물)와 연결하여 미래의 정보화 사회, 컴퓨터 문화를 형성해 가는 구체적 도구와 개념적 틀과 철학을 제시해 주며 21세기 인류 과학의 중심이 될 학문이 바로 인지과학이라고 하겠다.
 
 
8. 인지과학의 확장과 제도화 추세
 
인지과학이 하나의 새로운 다학문적 종합과학으로 자리잡음에 따라 어떤 추세들이 나타나고 있는가? 학문적 연구의 깊이와 넓이가 진전되고 있는 이외에 인지과학의 확장과 관련된 제도화 추세가 이루어져 왔다.
 
8.1. 해외의 인지과학의 발전 추세
 
8.1.1. 대학의 인지과학 학과, 과정, 학부 설치
 
<대학의 학과 및 과정>. 대학에서는 인지과학과 또는 인지과학대학을 제도적으로 설치하는 대학들이 급격히 증가하였다. 미국의 UCSD, 영국 Edinburgh대학 등과 같이 1980년대부터 대학 학부와 대학원에 인지과학 학과가 독립적으로 설치된 대학이 있으며, 최근에는 학부와 대학원에 ‘인지 및 뇌과학(Cognitive and Brain Science) 학과, 또는 뇌 및 인지과학(Brain & Cognitive Science) 학과로 인지과학과 신경과학을 밀접히 연결한 학과들이 생겨나고 있다. 미국 MIT의 [Brain and Cognitive Science] 학과가 그 대표적 예이다.
대학에 따라서는 인지과학 학과는 없으나 거의 학과와 마찬가지의 기능을 하는 교과과정을 운영하는 대학도 상당히 있다. Harvard 대학의 학부의 MBB(Mind, Brain & Behavior)과정이 그 한 예이다. 이 학부 과정들은 그 대학의 대학원 인지과학 과정 또는 학과와 연계하여 실제로 많은 교수와 상당한 재원의 확보 하에 많은 학생들이 전공을 하고 있다. 또한 학부에는 인지과학 학과나 과정이 없지만, 대학원에는 인지과학과(또는 프로그램)가 있는 대학들이 북미와 유럽을 합하여 상당한 수에 이르고 있다. 북미의 대학들은 인지과학과나 관련 대학원 프로그램이 없으면 낙후한 대학으로 취급받는 추세가 학생들, 교수들 학교당국자들, 과학원 기타 연구비 지원단체들에 퍼져 있기 때문에 대학당국들은 다투어 재정을 우선적으로 할당하여 우수한 인지과학자를 영입하고 교과과정을 개설하고 있는 형편이다. 북미의 일류 대학들은 대부분이 학부에서 인지과학을 전공학문으로 제공하거나 또는 부전공학문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북미, 유럽, 호주 지역만을 통틀어도 이러한 인지과학 과정을 학부 또는 대학원에 개설하여 인재를 양성하고 있는 학교의 수가 100여 곳에 이르고 있다. (부록의 해외 대학의 인지과학 과정 목록 참조). 영국의 Hampshire대학, 이탈리아의 Trento 대학, 인도의 Jadavpur 대학 등에서는 인지과학이 단과대학(학부)으로 설치되어 있기도 하다.
 
8.1.2. 민간재단과 국가기관의 인지과학 지원과 학회의 출발.
미국의 경우, 인지과학이 태동한 이래 많은 사립 재단들과 정부기관과 회사 등이 이들의 연구에 각별한 관심과 함께 재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대표적으로 Sloan 재단과 Bell社, IBM社등의 컴퓨터 관련 기업체들이 인지과학 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였다. 특히 1976년 슬로언 재단(Sloan Foundation)지원을 받아 1977년에 “Cognitive Science"라는 인지과학의 전문 학술지가 창간되었으며 이어서 1979년에는 인지과학회가 창립되었다. 현재 세계 각국의 1000명 이상의 정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내의 연례 학회와 세계 각국의 인지과학학회를 공동 주관하고 있다.
 
8.1.3. 인지과학 관련 연구소 설치와 발전
최초의 인지과학 연구센터가 1960년에 J. Bruner 와 G. Miller에 의해 Harvard 대학에 설립된 이후 카네기재단의 재정적인 지원으로 더욱 발전하게 되었다. 이후, 많은 미국과 유럽의 유수 대학들과 컴퓨터회사, 전기통신회사, 연구재단들에 인지과학 연구소가 설립되어 인지과학연구의 중심 역할을 해 오고 있다. 프랑스와 같이 국가적 단위의 인지과학 연구소가 설립된 곳도 있다.
이러한 인지과학의 연구 성과들은 단순히 학문적 가치 뿐 아니라 실제 인간의 생활의 여러 장면에 직접 활용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독일 과학원이나 Max-Plank Institute 뿐만 아니라, Bell 연구소, Xerox사의 Palo-alto 연구센터, HP 연구소 등 다수의 기업체 내의 인지과학 관련 연구소들이 설립되었다. 기업체, 국가와 대학 에서 지원하고 있는 이러한 연구소들은 인지과학의 학제적인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학술대회, 워크샵, 세미나 등을 활발히 개최하여 인지과학 연구들의 학술정보를 교환의 장을 제공하며, 인지과학 이론의 실제 응용적인 측면을 살려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국가 과학원에 인지과학 연구소나 실험실이 설치되어 있거나, 유럽공동체처럼 여러 국가가 연합하여 인지과학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도 한다(Imbert, Bertelson, Kempson, Osherson, Schelle, Streitz, Thomassen, & Viviani,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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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상자> : 2천억원 규모의 MIT 뇌/인지과학 학과 및 신경과학연구소 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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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2일에 MIT대학에서는 뇌/인지과학 컴플렉스 [Brain and Cognitive Sciences Complex (BCS)] 빌딩이 공식적으로 오픈되었다. 맥거번 가족의 기증 등을 받아 1억7천5백만 달라(약 2천억원)를 들여 건축하고 앞으로도 계속 총 3억5천만 달라 (약 4천억원)를 들여 보완할 이 건물은 연건평 41만1천 스퀘어푸트나 되는 거대한 빌딩으로 석회석과 유리로 지은 건물로 MIT의 캠퍼스 내에서 가장 큰 건물이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신경과학연구센터가 된 이곳에는 세 개의 기관이 입주했다. MIT의 뇌/인지과학 학과 (Department of Brain and Cognitive Sciences), 맥거번 뇌연구소(McGovern Institute for Brain Research), 그리고 피카워 학습-기억연구소(Picower Institute for Learning and Memory)가 그 세 기관이며, Athinoula A. Martinos 뇌영상센터도 같은 함께 있게된다. MIT의 인지과학 학과는 한 개의 학과인데도 한국 대학의 한 단과대학 이상의 규모를 지니고 있다. 교수가 41명, 대학원생과 학부생이 200 명 이상, 포스닥 및 연구원 180 명, 행정 및 기술지원 스태프 32명, 도합 450 여명이다.
 
이 건물에는 48개의 실험실이 들어있고 500 여 명의 연구자들이 활동할 것인데, 분자, 인지, 시스템 신경과학 (molecular, cognitive and systems neuroscience) 연구들이 이루어진다. 생물학과, 암연구센터, 컴퓨터과학, 언어학, 철학 등의 연구 건물과 인접하여 있을뿐만 아니라 주변의 150 여개의 생명공학회사들과 인접하여 있다.
 
뇌연구소에서는 MIT의 [뇌/인지과학(Brain/ Cognitive Science)] 학과나, Harvard의 [마음, 뇌, 행동(Mind/ Brain/ Behavior)] 학부 및 대학원 협동과정에서 처럼 분자수준의 신경과학에서부터 인지심리학, 시스템 수준 등을 연결하여 여러 스펙트럼에서 인간(동물 포함)의 뇌와 그 것이 반영되는 지각, 인지, 의식, 행동 등의 특성을 연구한다. 뇌와 마음과 행동이 연관된 어떤 주제를 연구하건 간에, 어떤 한 학문이 하나의 좁은 수준에서만 독자적으로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학문들이 수렴되어서, 융합적으로 연구하여야 현상의 본질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또 인간 삶에서 부딪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실천적, 응용적,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도를 도출할 수 있다는 진지한 학자적 믿음들이 이러한 연구소의 출발의 밑바탕에 놓여 있다.
20세기 말 및 21세기 초의 화두인 ‘뇌와 마음, 행동의 연결’이 결국은 인류 과학과 인류 사회의 최후의 과제이며, 이들의 연결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절실한 생각들이 자연스레 모이어 이러한 연구소가 출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 현상 자체는 쪼개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인 것이다. 마음과 두뇌는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하나이며 동전의 양면인 것이다는 생각위에 자리잡고 있다. 이 연구소는 ‘지각, 인지, 행위’와 같은 주제를 뇌와 연결하여 연구하며, ‘분자에서 마음으로(from molecules to mind)" 접근을 추구한다.
(MIT 뇌인지과학 학과 소개 자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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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국내의 인지과학의 출발과 확산
 
심리학, 언어학, 철학, 인공지능학 등의 분야에서 독립적으로 연구를 수행하던 국내학자들은 1980년대 초에 인지과학이라는 종합적 틀 내에서 학제적 연구를 수행할 필요를 느끼고 있었다. 1986년 6월부터 서울대 조명한 교수(심리학) 등 14인은 대우재단으로부터 '인지과학의 제 문제'라는 공동연구 지원을 받은 것이 국내 최초의 공식적 인지과학 연구모임의 출발이 되었다(이정모, 1986). 1987년에 인지과학회가 창립되었고 컴퓨터과학자, 인지심리학자, 언어학자들이 주축이 되어 연구 활동을 전개하고 있어 회원의 수와 연구영역 및 그 수준이 상승하여 왔다. 한국인지과학회는 년례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고, 학술지 ‘인지과학’을 기관지로 발간해 오고 있다. 90년대 후반에는 소프트과학, 감성과학, 뇌과학 등의 학제적 연구 프로젝트에 인지과학자들이 참여하여 새로운 협동적 연구 추세를 가져왔다.
국내 대학에서는 1995년부터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에서 인지과학 프로그램이 대학원 협동과정으로 개설되었고 부산대에서도 1996년부터 개설되었다. 또한 1996년 이래 연세대학교와 서울대학교에 인지과학연구소가 설립되어 다양한 연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 2009년에 교육과학기술부의 WCU(World Class University)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3개 대학에 인지과학 관련 학과가 대학원 학과들로 새로 설치되었다. 인지과학과 뇌의 연결 및 인지과학의 인문학적, 공학적 응용을 강조하는 이 학과들은 고려대학교에서는 뇌공학과 (Brain Informatics; http://brain.korea.ac.kr/), 서울대학교에는 자연과학대학에 뇌인지과학과 (Brain & Cognitive Science; http://bcs.snu.ac.kr/), 성균관대학교에는 인터랙션 사이언스(Interaction Science; http://is.skku.edu/sub_01.asp) 학과가 개설되었다. 2010년 3월에 이화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뇌인지과학과도 개설되었다.
인지과학보다는 신경과학 경향이 더 강한 학과 또는 과정으로, 2001년 3월에 서울대 뇌과학협동과정, 2002년에 KAIST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2011년 3월에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대학원 뇌과학과(http://brain.dgist.ac.kr/)가 개설되었고, 인제대학교에 대학원 뇌과학 전공이 개설되었다. 이외에 국내 대학[학부]의 인지과학 연계전공이 고려대학교에서 [뇌 및 인지과학 연계전공](2009. 3.), 연세대학교에서 [인지과학 연계전공]( 2000. 3.),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인지과학 연계전공](2011. 3.) 등이 개설되었다. 앞으로 국내의 인지과학을 제도화하는 움직임이 계속 증가하리라고 본다.
 
한국인지과학회는 한국과학재단과 미국과학재단의 지원 하에 1991년에 서울에서 한미인지과학학술대회를 개최하였고, 1989년이래 매년 10월에 개최되는 '한글 및 한국어 정보처리 학술대회'를 정보과학회와 공동으로 개최하여 왔으며, 언어학회와 연계한 SICOL(서울국제언어학회), 1994년에는 철학회와의 공동학술대회 등이 이루어졌다. 국내 인공지능 연구회, HCI학회의 창립과 발전에도 인지과학회 회원들이 관여하였다. 1997년에는 중국, 일본, 태평양연안국가의 연구자들과 더불어 국내 인지과학연구자들이 국제인지과학회(ICCS)를 조직하고 그 첫 학술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하였으며, 일본에서의 2차, 중국에서의 3차, 거쳐서 2008년에 서울 연세대에서 제6차 학술대회가 개최되었다.
한편 국내 인지과학동호회는 1995년에 천리안 인지과학 동호회가 출발하였고, 2002년에 자생적 조직으로 출발한 ‘인지과학 학생회’는 인지과학을 전공하거나 관심을 가진 학생들과 일반인이 모이어 온라인(http://cafe.daum.net/cogsci)과 오프라인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상에서 열거한 서구와 국내에서의 인지과학의 계속적인 확산과 발전은, 이것이 단순한 특정 시대의 학문적 조류라는 인식을 넘어서, 새로운 세기를 맞는 인류에 있어서 필연적으로 직면하게 되는 인간적, 인공물적 많은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제공해주는 학문으로서의 인지과학 연구에 대한 중요성을 절감케 해주는 명백한 증거라고 할 수 있겠다.
 
 
9. 인지과학의 최근 경향
 
 
이제 북미와 유럽에서는 인지과학이 종합적 첨단 과학으로서, 학문적으로나 제도적으로나 확고히 자리를 잡았고, 많은 새로운 경험적 결과들, 이론과 개념들, 응용적 사례들이 축적되고 있다. 인지과학은 고정된 틀의 정적(靜的)인 과학, 하나의 단일한 관점이 지배하는 그러한 학문이 아니다. 이미 80년대 후반부터, 지난 20여 년을 이끌어 온 인지과학의 전통적 관점이 지니는 문제점을 제기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수정적인 움직임 또는 새로운 대안적 접근들이 대두하여 인지과학을 그 기초부터 재구성시키며 변모시키고 있다(Johnson & Erneling, 1997). 이들 학문적 움직임들을 몇 개의 범주로 묶어 연대별로 제시하자면 다음과 같다.
 
 
[그림 14]. 인지과학 내의 접근틀의 단계적 변화
 
 
<연결주의>. 이러한 새 움직임의 하나가 연결주의 또는 신경망(connectionism 또는 neural network) 이론이다(Rumelhart, McClelland, & PDP Group, 1986; 한광희, 1996). 연결주의는, 1950년대에 인지과학을 출발시킨 전통적 고전적 인지주의 관점의 한계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하였다. 전통적 인지주의는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튜링기계이론에 바탕하여 컴퓨터에 유추하여 마음을 분석하고 설명하려 한 계산주의이다. 고전적 계산주의가 정보의 계열적 처리 가정과, 정보의 내용에 따라 두뇌의 다른 부위에 저장된다는 생각과, 정보처리의 본질은 상징 조작 처리와 표상이라는 입장이었다.
 
1980 년대 중반부터 떠오른 연결주의는 정보의 처리가 병렬적으로 이루어지며, 하나의 정보가 두뇌의 여러 부위에, 여러 단위에 분산되어 저장되며, 정보처리의 본질은 두뇌의 신경단위들의 그물(network) 형태의 연결 속에서의 상호 연결강도의 조정이라고 본다. 여기에서는 튜링기계식으로 내장된 논리적 규칙이 불필요하게 되며, 따라서 마음 작용의 본질에 대한 관점이 대폭 수정된다. 이러한 연결주의의 입장은 심신론의 문제뿐만 아니라, 인간과 인간, 인간과 정보적 환경과의 상호작용의 본질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재구성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두뇌의 신경생리학적, 신경생물학적 특성과 인지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방향의 연구를 촉진시켰으며, 신경컴퓨터 또는 신경연결망 컴퓨터라는 새로운 개념의 컴퓨터와 신경망에 기초한 인공지능 이론의 연구에 박차를 가하게 하였다(상세한 내용은 한광희(1996), 김기현(1999), 김영정(1996); 마틴데일(1994), 이정모(2001, 9장 참조).
 
<실용적 합리성의 인지>.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며, 인간의 마음을 논리적 규칙이 지배하는 합리적 정보처리체로 간주했던 기존의 입장을 무너뜨리는 또 다른 움직임이 있다. 이분법적, 고전적 논리체계의 적용에 반발하고 퍼지 논리를 적용하여 컴퓨터와 마음의 표상구조와 정보처리과정을 모형화하려는 움직임과, 인간의 각종 판단과 추리의 오류가 고전적 논리체계적 합리성(logical rationality)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며 실용적(정보처리의 효율성 위주의) 합리성(pragmatic rationality)에 기초한 편법(heuristics) 중심의 체계라는 논지를 전개하는 연구들이 있다(이정모, 2001, 11장, 12장; Kahneman, Slovic & Tversky, 1982). 인간이 감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비합리적 존재라는 상식적 관점이 아니라, 인간의 인지적 특성의 본질을 파헤쳐 본 결과, 인간의 마음이 논리적 합리성 원칙의 체계가 아닌 측면을 지니고 있음이 드러난 이러한 연구의 결과는 아주 의의가 큰 것이다. 바로 그러한 이유로 프린스턴대학교 심리학과 인지심리학 교수 카네만 박사는 2002년에 노벨상 경제학상을 수상하였고, 경제학에서의 ‘행동경제학’ 분야의 출발동의 바탕을 제공하였다.
 
연결주의 접근과 이러한 반전통적, 반논리적 합리성의 접근은 인간 마음의 본질에 대해 인지과학과 서구의 과학계를 지배해 온 데까르트식 인식론을 넘어서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오고 마음과 컴퓨터의 이론구성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으며 인간관, 세계관을 바꾸고 있다. 특히 경제학에서의 인간의 경제행동에 대한 합리성 가정이 잘못 되어있음이 지적되어 경제학 이론을 재구성하게 했고, 법학, 행정학 등에서 인간의 사회적 행동의 이해와 대처 방안에 새로운 틀을 제시하여 주었다.
 
<동력학 체계적 접근>. 물리학과 연결되어서 인지과학에서 일어나고 있는 또 다른 움직임이 있다. 그것은 인지에 대한 ‘동역학적 접근(dynamic systems approach to cognition)’으로 불리는 접근이다(Kelso, 1995; Port & van Gelder, 1995). 이 입장은 종래의 전통적 계산주의적 관점이 인간의 인지 현상을 제대로 모델링하지 못한다고 보고, 그보다는 동역학적, 비선형적 수리적 모형을 사용하여 인지 현상들을 설명하려는 입장이다. 이 입장에서는 기존의 인지심리학 이론들이 인지 상태를 시간의 어느 지점에 고정되어 있는 정적(static)인 것으로 보고 이론을 세워 온 것에 反해, 동력학체계적 접근은 인지 상태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가를 연구하는 것이 인지 이론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유아의 운동발달(motor development)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행(performance)이 어떻게 변하는 가이지, 어느 한 시점에서 분석된 인지 구조가 아니다는 것이다.
 
<진화적 인지 접근>. 다음의 접근은 진화적 접근으로 이 접근은 다른 접근들을 비판하거나 대안으로 제기된 접근이 아니다. 다른 접근들의 가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그저 보완적 관점을 제시할 뿐이다. 진화적 인지 접근은 인간인지 과정의 이해 자체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하기 보다는, 단순한 종들의 인지과정들과 그것이 진화 역사에서 어떻게 발달하였는가를 이해함으로써 인간 인지에 대한 이해를 간접적으로 얻고자 하는 입장이다. 이는 Darwin의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 이론에 근거하며, 행동생물학(behavioral biology)의 종간 비교연구(비교인지 연구)와, 뇌 모델링과 진화 연구(Edelman, 1987), 유전자알고리즘의 창안(Holland, 1975), 진화과정의 컴퓨터시뮬레이션 연구 등이 종합된 접근이다. 진화심리학적 접근은 도덕성을 비롯한 인간 심리 및 행위에 대한 기존 이론을 바꾸어 놓고 있다.
 
<응용인지과학 연구>: 80년대 이후 인지과학 연구의 중요한 한 경향은 응용적 인지과학의 연구이다. 본래 인지과학의 탄생 배경 자체가 2차대전을 전후로 현실 장면에서의 인간의 정보처리적 적응에 관한 연구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였고, 인지과학의 초창기의 체스나 게임 프로그램 등과 70년대 이후의 전문가시스템 연구 등은 인지과학 연구의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다. 따라서 인지과학 연구에서 순수이론 연구와 응용 연구를 구분하고 차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응용인지 연구는 인지과학연구의 기초이론과의 발전과 검증에 중요한 한 부분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간의 각종 전문가시스템 연구나, HCI (Human Computer Interaction) 연구, 인간공학적 연구, 교육공학 연구를 포함한 인지공학적 연구들은 지능적 시스템의 개발은 물론, 각종 생활 장면에서 효율적으로 학습, 인식, 기억, 판단, 추리, 결정하는 인간 인지체계의 이론적 모형과, 각종 문화적, 문명적 이기 (利器)인 인공물들 (artifacts)의 효율적 활용에 대한 실용적 모형을 제공해 주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인간의 감성적 측면을 고려한 인공물과 정보환경의 디자인과 활용의 인지과학적 개념화가 중요한 문제로 부각된다.
 
응용적 인지과학의 연구가 보다 더 발전되면, 미래에는 정보 공간, 사이버 공간에서의 인지적, 정보적 공간과 거리 (타인의 정서적, 인지적 안정감을 해치지 않는) 개념의 재구성과 조정이라든가, 적시에 적절한 정보를 다량으로 빨리 훑어보고 즉각 선택, 추출하는 인지적 기술과, 이에 부합되는 최적 환경을 디자인하는 기술, 개개인 또는 집단이 각종 정보환경에서 효율적으로 사고하고 문제해결하는 인지적 기술 등의 인지생태학 (cognitive ecology)적 응용기술이 발전되리라 본다.
 
<상황지워진 인지(situated cognition); 행위로서의 인지>. 위의 움직임과 연관하여, 이를 포괄하는 움직임으로 일어나고 있는 하나의 커다란 움직임이 있다. 인지 개념의 재구성 내지는 확장의(Bem & Keijzer, 1996) 움직임이다. 이를, ‘상황지워진 인지(situated cognition)’ 움직임, ‘설명 수준의 상향 조정’ 움직임, 또는 ‘탈-데까르트적 유럽 사조의 도입’ 움직임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 움직임은, 종래의 H. Simon과 A. Newell을 중심으로 한 고전적 인지주의가 데까르트적 존재론, 인식론에 기초하고, 논리적이며, 환경과는 분리된 주체로서의 인간 안에 저장된 지식을 중심으로 한 순수 知를 다루었던 것을 비판한다.
 
이 입장의 기본 가정의 일부를 다음과 같이 다시 정리할 수 있다(Kokinov, 1995). 첫째는 인지는 뇌 속에 캡슐화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환경(물리적, 사회적)과의 상호 작용 속에서 구현된다. 고로 환경으로부터 독립된 마음이란 불가능하다. 인공물, 외적표상이 일상의 인지적 문제해결에서 흔히 사용되기에 마음과 환경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 둘째는 실제 세상의 구조가 인간의 행동을 제약하고 인도한다. 한편 인간 개인의 내적(심적) 조직화 특성이 환경의 변화를 결정하기도 한다. 셋째는 인간의 지식은 경험되는 상황 또는 일련의 범위의 상황들과 완전히 괴리되거나 탈맥락화 될 수는 없다. 인간의 표상에는 항상 어떤 잔여적인 편견이나 문화적 맥락이 있다. 즉, 모든 표상이 맥락의존적 해석이다. 객관적 표상이란 없다. 넷째는 상황의 지각된 기능적 측면을 운동적 행위로 “직접” 전환하는 생득적-내재적(built-in) 메커니즘이 있다.
이러한 관점이 보다 구체적인 틀을 갖춘 접근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다음의 ‘체화된 인지’ 접근이다.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 접근>. 인간의 마음에 컴퓨터 메타포를 적용하여 1950년대에 출발한 인지과학은, 이후 1980년대에 뇌 메타포를 적용하여 연결주의와 신경과학(뇌과학)을 발전시킨 이후, 21세기의 현 시점에서 새로운 또 다른 변화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그 변화의 틀은 위에서 언급된 탈 데카르트적 존재론의 움직임이다. 최근에 철학과 인지과학에서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 (또는 확장된(물리적 공간에 연장된) 마음: Extended Mind))'이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이러한 새로운 움직임은 종래의 일반인들이나 과학자들이 갖고 있던 데카르트 식의 이원론적 존재론의 생각을 벗어나려는 것이다. 즉 데카르트의 ‘심-신’ 이원론 관점이나, 그 반대인 ‘마음은 곧 뇌의 신경과정이다’ 라는 뇌과학의 환원주의적 일원론 관점을 벗어나려는 새로운 보는 틀이다.
이 틀은 인간의 마음, 인지가 개인 내의 뇌 속에 추상적 언어적 명제 형태로 표상된 내용이라고 하기보다는, 구체적인 몸을 가지고(embodied) 환경에 구현, 내재되어(embedded) 사회문화환경에 적응하는 (몸이 있는) 유기체가 ‘환경’과의 순간 순간적 상호작용 행위 역동 상에서 비로소 존재하게 되는, 즉 몸과, 문화, 역사, 사회의 맥락에 의해 구성되고 결정되는 그러한 ‘역동적 활동’으로서의 마음임을 강조하는 접근이다.
이 ‘체화된 인지’의 보는틀은 고전적 인지주의의 정보처리 접근이 지니는 제한점을 벗어나려 한다. 즉 환경과는 독립적으로 한 개인 뇌 속에서 일어나는 인지적 표상이나 정보처리가(고전적 인지주의 입장) 아니라, 몸으로 환경 속에 구체화되며, 몸의 활동을 통하여 환경과 연결되어 상호작용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행위로서 마음을 설명하고자 하며, 그리고 환경의 다른 인간의 마음이나 각종 인공물에 분산표상된 마음, 문화적, 사회적, 역사적으로 상황 지워지며 행위로 구성되는 마음으로서 보려는 것이다.
환경과 인간의 심적 상호작용의 실제는 몸에 의존한다. 따라서 감각운동적 바탕이 마음의 핵심이 되며, 고차 심적 기능도 이러한 기초의 제약과 허용 틀에서 이해되어야 하며, 지각은 능동적이며, 행위는 지각에 의해 인도되며, 신경계, 몸, 환경 요인이 실시간 상에서 상호작용하는 것을 이해함을 통하여 과학적 설명이 주어진다. 뇌에 의한 전반적 계획이나 통제가 없이도, 환경과 연결된 분산적 단위들의 지엽적 상호작용에 의하여 자가조직적(autopoietic)으로, 창발적으로 출현할 수 있는 것이 심적 현상이다. 마음은 환경에 확장된, 상황지어진 것으로 분석, 이해되어야 하며, 자연적, 생태적 상황에서 맥락이 고려되어서 이해되어야 하며, 전통적 논리적 형식적 접근보다는 환경과의 역동적 시간 경과와 상호작용성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역동적 접근을 통하여 탐구되어야 하며, 현상이 어떻게 (주관적으로) 체험되는가 하는가에 대한 현상학적 접근도 설명적 요소로 반드시 포함되어야 마음의 작용에 대한, 마음이 이루어내는 ‘의미’에 대한 설명이 충분할 수 있다.
즉, [1] ‘뇌’를 포함하는 ‘몸’과, [2] ‘환경’(각종 물리적, 사회적, 심리적)과, [3] 그리고 이 둘이 연결되는 상호작용적 활동(interactivity)의 세 측면이 서로 괴리되지 않고, 하나의 역동적 전체로서 개념화되는 그러한 접근을 하여야 [마음]에 대한, 인지에 대한 온전한 이해가 가능한 것이다. 흔히 뇌과학에서 주장되듯이, (‘몸’이라는 전체도 아닌, 한 부분적 실체인) ‘뇌’를 논하면 마음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하이데거, 메를로퐁티 등에 연원을 둔 이러한 개념적 변혁에의 움직임은 종래의 일반인들이나 과학자들이 갖고 있던 마음과 몸에 대한 데카르트 식의 이원론적 생각을 벗어나려는 것이다. 즉 심신이원론이나, 대부분의 신경과학자, 뇌과학자들이 지니는 ‘마음은 곧 뇌의 신경과정이다’ 라는 환원주의적 일원론을 벗어나려는 새로운 보는틀의 펼침이다. 이 체화된 인지 접근은 고전적 인지주의에서 배제되었던 ‘몸’을 마음의 바탕으로 되찾게 하며, 몸을 지닌 마음과 분리될 수 없는 ‘환경’을 인지과학과 심리학에 되살려 놓게 하며, 공간적 연장이 없었던 추상적 ‘정신적 실체’라는 마음이 아니라 ‘몸을 통해 환경에 연장된, 확장된 마음(extended mind)’으로 마음 개념을 재개념화 할 가능성을, 아니 그래야 하는 필연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마음 개념을 이렇게 ‘뇌를 넘어서’, 환경과 괴리되지 않는 실체의 개념으로 재구성한다면, 이러한 재구성의 틀은 심리학, 인지과학의 기초적 이론 틀뿐 아니라,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물리학, 생물학 등), 테크놀로지(로보틱스 등), 예술 등의 여러 분야에서 이론적, 응용적 틀의 재구성에 (뇌과학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고도) 상당한 시사를 지니게 된다.
이 ‘체화된 인지’ 틀이 떠오르기 이전에 이미 인지과학의 틀을 도입하여 사회과학의 여러 분야가 인지과학과 연결되었다. 학문간 수렴, 융합을 이루어 낸 것이다. 인지정치학, 행동경제학, 인지경제학, 신경경제학, 행동법학, 인지법학, 신경법학, 학습과학 등의 새 분야들의 떠오름이 그러한 대표적 예이다. 그러한 분야들에서 뇌의 신경적 현상 관점에서 사회현상을 개념화하려던 시도들의 편협한 한계를 넘어서, ‘체화적 인지’의 틀을 도입하여 인간과 사회현상을 보는 관점을 재구성할 수 있다. 이러한 작업이 사회과학의 미래 과제로 남는다.
공학의 분야들 중에는 처음부터 인지과학의 한 중심 분야이었던 인공지능 연구의 연결에 의하여 각종 소프트웨어 시스템이나 디지털 기기의 디자인 분야들, 특히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 분야가 인지과학과 연결되어 왔다. 이러한 분야들에서 뇌과학 연구의 발전 결과와 그 시사를 연결하려는 시도들이 있었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연구 영역이나 뇌-로봇 인터페이스(BRI) 영역이 이러한 시도에 속한다. 그러나 이러한 공학적 시도들은 많은 새로운 것을 보여줄 듯 하면서도 문제점이 계속 남는다. 환경과의 역동적 상호작용에 의해 ‘의미(meaning)’를 습득, 창조하고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엮어가는 존재, 환경과 괴리되지 않고 하나 되어 살아 움직이는 몸이 있는 유기체로서의 인간이 보여주는 ‘의미를 지어내는 삶’을 인공적으로 구현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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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상자]: 인지과학의 제3의 움직임: 마음 = 뇌 + 몸 +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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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인지과학의 제3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 움직임은 탈 데카르트적 움직임으로 불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움직임의 요점은 심신이원론이나, ‘두뇌=마음’의 심신동일론이 현대 과학에서 지지받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마음은 두뇌 내부의 작용만으로 환원될 수 없으며 두뇌, 신체, 그리고 세계가 연결된 집합체 상의 현상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거슬러 올라가면, 윌리엄 제임스, 존 듀이, 리처드 로티 등의 실용주의 철학자들과 하이데거 메를로퐁티 등의 대륙의 철학자들이 이미 제기한 것이었다. 현대 인지과학에서 이러한 주장의 타당성을 먼저 강하게 제기한 사람들은 철학자들이라기보다는 인공지능 및 로보틱스 연구자들 그리고 발달심리학자들, 신경과학자들이었다.
 
인공지능학자인 로드니 부륵스는 1990년대 초에 그 당시를 풍미하던 내적 표상 조작 중심의 인공지능시스템이 한계를 지니고 있으며, 표상이 없는 지능시스템이 앞으로의 인공지능시스템이나 로보틱스 연구가 지향하여야 할 방향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
 
한편 발달심리학 연구자들은 어린아이가 걷기를 학습하는 행동 등을 내적 표상 개념이 없이 동역학체계적 틀을 적용하여 설명하는 것이 더 적절함을 보였다. 마음이란, 특정 지식이 표상으로 뇌에 내장됨 없이, 환경과 괴리되지 않은 개체가 환경에 주어진 단서구조들과의 상호작용하는 실시간적 시점의 행위에서 일어나는 비표상적 활동이라고 본 것이다.
 
한편 신경과학자들은 뇌와의 연결이 단절된 척추체계가 통증 감각과 학습에서 일종의 인지적 반응을 보인다는 것과, 신경계가 아닌, 전신에 퍼져있는, 홀몬 관련 세포 수용기들이 정서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정서적, 의식적 사건이 뇌만의 사건이 아닐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마음=뇌’ 식의 단순화된 생각의 위험성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인지과학 내의 경험과학에서의 이러한 논의나 연구 추세는, 철학이 개입하기 이전에는 데카르트적 틀에 대한 산발적 압력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제 21세기 초, 현 시점에서 철학이 이러한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기 시작하였다. 인지과학의 경험과학적 연구의 새 변화들이 어떤 하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묶이어 질 수 있는가 하는 철학적 개념적 기초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마음과 뇌가 동일한 것이 아니며, 마음은 뇌를 넘어서, 비신경적 신체, 그리고 환경, 이 셋을 포함한 총체적인 집합체에서 일어나는 그 무엇으로 개념화하여 인지과학의 기초를 재구성하는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자연과학적 인지과학과 인문학의 철학을 연결하여 새로운 틀을 이루어 내려는 이러한 작업은 마음의 문제를 협소한 주관적 차원에 국한하지 않고 개념화한 고전적 실용주의철학자 들의 계승이라고도 볼 수 있으며, 주체와 객체가 괴리되지 않은 세상속의 존재로서의 인간의 일상적 인지를 강조한 하이데거적 재구성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데카르트적 틀의 관에 하이데거적 못을 박는 작업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새로운 움직임의 철학자들 중에서 ‘동역학체계’ 틀과의 연계를 선호하는 입장을 전개하는 학자가 있음을 본다면, 과거의 ‘계산의 언어’에서 ‘뇌의 언어’로, 그리고 이제 ‘체화된 마음의 언어’ 또는 ‘동역학체계의 언어로’ 개념화하는 작업이 인지과학의 여러 분야에 앞으로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것임은 확실하다. 그러나 뇌, 신체, 환경의 총체로서 마음을 개념화 한 인지과학의 새 틀이 신경과학, 심리학 등에서 생산적인 연구 프로그램으로 구체화되려면, 앞으로도 탈바꿈한 자연과학으로서의 인지과학의 방법론적 발전과 세련화 작업이 더 심층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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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종합 결론
 
인지과학은 마음, 두뇌 컴퓨터를 연결하여 인간 마음을 비롯한 지(知) 체계의 본질을 밝히려는 학자들의 자연적인 지적 호기심에서, 서로 영향주는 아이디어의 진화적 과정을 거쳐 점진적으로 형성되었고, 그 이론체계와 방법론적 틀, 그리고 경험적 증거들을 기초로 하여, 그리고 인지과학적 물음들의 본질적 중요성과 의의로 인하여 20세기의 핵심 과학으로 발돋움하였다.
인지과학은 20세기의 다른 어떤 학문들보다도, 주변 학문들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으며, 인간, 신체, 마음, 환경, 정보 및 정보처리 활동, 과학, 세계에 대한 기존 관점들의 재구성을 초래하고 있다. 인지과학이 출범하여 이와 같이 20세기의 핵심과학으로 자리 잡는 데는 튜링기계 이론에 기초한 고전적 계산주의(Classical Computationalism)의 힘이 컸다. 계산주의에 힘입어 인지심리학의 문제가 언어학과 컴퓨터과학과 연결될 수 있었고, 컴퓨터과학, 인지심리학, 신경과학이 연결되었고, 오늘 날과 같은 폭넓은 학제적 연구가 가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인지과학 연구 경향은 전통적 고전적 계산주의(물리적 상징(기호)체계; physical symbol systems) 이론이 더 이상 인지과학을 독점하지는 않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신경계의 단위 사이의 작동 특성에 근거한 신경망, 연결주의 이론이 대두하여, 컴퓨터 메타포와, 계열적 처리, 표상을 강조한 고전적 인지주의에 대한 대안적 관점을 내어 놓았고, 이어서 인지신경과학적 연구 기법의 발전에 따라 마음을 컴퓨터에 은유하는 컴퓨터 은유적인 고전적 인지주의보다는 뇌에 은유하는 신경과학적 접근이 대두되어 인지신경과학이 형성되었고, 이의 영향으로 인지과학의 판도가 변화되었다. 또한 동역학적 접근이 대두되어서, 정적인 시간상에서의 단속적 정보처리를 강조한 전통적 인지주의에 반하여, 계속 흘러가는 시간 계열상에서의 정보처리 특성과 표상의 역동적 변화를 강조한 동역학체계적(dynamic systems) 접근이 주요 인지과학 접근으로 등장하였다.
 
물론 자연과학적, 경험과학적 관점에서 볼 때에, 현 시점에서 가장 유망한 접근은 인지신경적 접근과 진화이론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인지신경적 접근은 고전적 인지과학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하였던 주제들에 대하여, 또는 인지-행동적 수준에서만 제한적으로 기술하고 설명하였던 심적 현상에 대하여 새로운 기술 및 설명을 제시하고 있으며 급격한 이론적 발전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진화이론적 접근 역시 이러한 인지신경적 접근과 그리고 문화사회적 접근과의 연결을 통하여 인지 현상에 대한 기술과 설명의 개념적 폭을 확장시켜주고 있다. 이 두 접근의 발전이 인지과학의 미래의 경험적, 이론적 발전을 어느 정도 주도하리라 본다.
 
그렇다고 해서 전통적 계산주의가 인지과학에서 중심적 위치를 내주었다는 말은 아니다. 전통적 계산주의, 정보처리적 관점은 아직도 인지과학의 주류를 활발한 생산적인 연구를 통해 이끌어 나가고 있다. 1980년대에 한 때 전통적 계산주의를 대치할 것 같은 기세를 보였던 연결주의의 세력도 그 한계가 거론되었고, 다소 정체 상태를 거쳐, 이제는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로서 다른 새로운 접근과의 유대가 시도되고 있다. 연결주의란 동역학체계적 접근의 형성을 위한 중간 단계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고, 신경과학과의 새로운 형태의 연계도 시도되고 있다. 연결주의를 비롯한 이러한 새 시도들은 본질적으로 ‘마음’의 개념, ‘인지’의 개념의 확장의 시도들이라고 볼 수 있다(Bem & Keijzer, 1996).
 
위에서 언급된 ‘체화된 인지’ 접근은 전통적인 정적 좁은 의미의 마음 개념을 넘어서서, 물리적/사회적 환경에서 구체적인 몸에 구현된 마음으로서, 무표상(nonrepresentation) 체계로서의 마음으로서, 환경과 상호작용할 때에 비로소 존재하게 되는 마음으로서, 많은 선험적, 생득적, 본유적(innate) 정적(static) 지식이 내장된 체계로서의 마음이 아니라, 최소한(less)의 지식/표상을 지니고 있지만, 환경과의 상호작용 행위 가운데서 매 상황에 대한 역동적 적응반응들이 연계되어 이루어지는 순간적 앎(moments of knowing)의 연결들로서 많은(More) 것을 이루는 마음으로서, 여러 다른 마음들(multi-agents)에 의해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으로 제약되고 결정되는 마음, 유전자 알고리즘의 원리에 의해 결정되는 마음으로서의 개념적 확장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앞 절에서 논한 바처럼, 상황지워진 인지의 문제를 다루는 문화적 접근, 생태학적 접근, 실존-현상학적 접근, 동역학체계적 접근, 진화론적 접근, 체화적 접근 등이 기존의 접근에 대한 보완적 접근으로서 첨가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접근들은 인간의 마음, 인지 현상에 대한 재개념화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인지과학의 개념적 기초(conceptual foundations)에 대한 재구성을 강요하고 있다. 위의 생각상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철학자들이 인지과학에서 마음의 개념을 확장하는 작업에 다시 불을 붙이고 있다. 마음이 뇌속에서 일어나는 신경현상만으로는 환원할 수 없는 그러한 특성을 지니고 있으면, 마음의 개념을 뇌, 몸, 환경이 모두 포괄된 총체 상에서 일어나는 행위적 사건, 환경과 괴리되지 않은 몸을 통해서 구현되고 주관과 객관이 연결된 사건으로 재념화하여야 함이 강력히 다시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철학의 새로운 작업이, 기존의 심리학 및 인지과학에서의 상황지워진 인지, 사회문화적 현상으로서의 인지, 동역학체계적 현상으로서의 인지를 강조하여 오던 흐름과 연결된다면, 또 하나의 커다란 변혁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인간 자신의 마음에 대한 개념화를 넘어서, 동물의 마음, 인공물의 존재론적, 기능적 개념화 작업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으리라 본다.
 
인지과학자들의 상당수가 종래에는 어느 한 접근에 안주하여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점점 더 다원적 설명 수준에서 다원적 접근을 연결하거나 통합하여야 하는 외적 절박감이 연구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방법론적으로도 예전과 같이 어느 한 방법만으로 영향력 있는 연구를 수행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신경인지과학적 연구기법의 장래의 발전은, 기존의 인지과학이 지니고 있던 물음들과, 현상에 대한 분류체계 등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관점, 새로운 범주, 새로운 물음들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Solso, 1997). 그러나 최근에 떠오르고 있는 ‘체화된 인지’ 접근과, 이에 더하여 ‘내러티브적 마음’의 틀을 강조하는 접근은 기존의 자연과학적 인지과학에 인문학적 틀을 접합시켜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여야 할 절실성을 시사하고 있다.
 
인지과학의 미래는 타학문과의 연계함의 증가와, 그 발전 속도의 빠름으로 인하여 정확히 예측하기가 힘들다고 하겠다. 그러나 현재의 진행되고 있는 인지과학 연구의 전반적 흐름을 근거로 예측할 수 있는 것의 하나는, 이러한 새로운 접근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인지심리학, 인공지능학, 신경과학, 물리학, 철학, 언어학, 수학, 인공생명학, 로보틱스, 진화생물학, 인류학, 동물행동학 등의 연구들이 서로 간의 경계가 없이 ‘자연적 마음’과 ‘인공적 마음’의 과학적 이해와 실제적 공학적 구성을 위해 하나로 수렴되어 가며(Franklin, 1995) 인지과학과 그 응용이 미래 인류 과학기술문화의 핵심이 되는 모습이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인지과학의 미래의 모습이다.
 
이러한 인지과학의 역동적인 모양을 볼 때에, 이제는 학제적이지 않고는, 즉 다른 학문과의 연결이 없이는 어느 한 학문만으로는 인지과학을 한다는 것이 만용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인지의 본질을 안다는 것이 초기의 고전적 계산주의자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단순한 이론체계를 적용하여 이룰 수 있는 작업이 아니라는 생각이, 그리고 인지과학이란 끊임없이 변화, 진화하는 수렴적 학제적(trans-disciplinary) 학문이란 생각이 깊어진다. 앞으로의 갈 길이 멀음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인간 마음과 행위에 대하여, 옛날 19세기의 심리철학이나, 행동주의 심리학이나, 고전적 계산주의나, 초기의 연결주의와 같은 좁은 관점을 벗어나서 보다 넓은, 보다 다양한, 보다 적절한(relevant) 종합적인 관점을 지닐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가능성과, 우리의 그 동안의 무지를 조금이라도 더 줄일 수 있게 된다는 가능성에, 앞으로 펼쳐질 인지과학 연구에 고무될 수도 있다.
 
인지과학은 지금도 수많은 학문들이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종합되어 끓는 소용돌이의 용광로와 같은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용광로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형성되어 나오는 산물들은 인간의 생각과, 실제 응용기술 문명과, 과학의 형태를 새로운 모습으로 계속 바꾸어 놓으리라고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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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 록: 인지과학 관련 인터넷 자료 사이트 ]
 
 
한국인지과학회: http://krcogsci.snu.ac.kr/
인지과학 학생회 카페: http://cafe.daum.net/cogsci
국내 인지 문화공동체 KORGNET: http://www.korgnet.org/
한국인지과학회: http://kscs.cafe24.com/
인지과학-심리학 문화공동체: http://www.korgnet.org
인지과학 쉬운 안내 : http://blog.naver.com/metapsy/40034045893
인지과학 도서 안내 (한글): http://blog.naver.com/metapsy/40133723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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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과학 학위 수여 대학 목록 (전세계); 위키피디아 자료 {한중일은 없음}
인지과학 소개: 위키피디아 영문 자료: http://en.wikipedia.org/wiki/Cognitive_science
스탠포드대 철학사전의 인지과학 설명: http://plato.stanford.edu/entries/cognitive-science/
인지과학사전 (University of Alberta): http://www.bcp.psych.ualberta.ca/~mike/
인지과학 진로: (Berkeley 대): http://career.berkeley.edu/Major/CogSci.stm
해외 저명 인지과학자 소개: http://mechanism.ucsd.edu/%7Ebill/research/ANAUT.html
해외 인지과학의 유명인 사이트: http://carbon.cudenver.edu/~mryder/itc_data/cogsci.html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인지과학 연구목록:
인지과학 자료 사이트 resources: http://www.cogsci.weenink.com/resource.html
심리학개론 수강자를 위한 책 읽기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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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과학에 대한 간략한 소개 도서를 읽기를 원하는 사람은 이정모(지음). “인지과학: 과거, 현재, 미래” (서울: 학지사) (1판 2쇄; 2011. 8. 25. 228쪽) 책을 참고하시오.
** 인지과학에 대한 대학교양강의 수준의 도서를 읽기를 원하는 사람은 이정모(지음). “인지과학”(보급판) (서울: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2010. 2.;. 513쪽) 책을 참고하시오.
*** 인지과학에 대한 전문 수준의 도서를 읽기를 원하는 사람은 이정모(지음). “인지과학: 학문 간 융합의 원리와 응용”. (서울: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2009. 2.;. 741쪽) 책을 참고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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