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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May 14, 2007

융합과학기술 개발과 인지과학

융합과학기술 개발과 인지과학.

이 정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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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EP이 발간하는
Science & Technology Focus, 제32호, 1-11. 2003년 3월
(주간과학기술동향, 심층분석. 250번)
에 실렸던 글입니다.

그림이 있는 글 내용 전체는 -> 이곳에 링크된 화일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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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과학기술 개발과 인지과학.

Ⅰ.융합과학 : 21세기 과학기술의 새 조망

지난 20세기 말에 세계의 과학기술은 급격한 변화가 이루어졌다. 과학기술계에서는 기존의 전통적 개념의 과학기술이 단순히 빠르게 진보하거나, 추가적 새로운 발견과 발명이 이루어지는 것을 넘어서 전통적 과학기술에 대한 접근, 국가과학기술 전략 자체의 변혁을 요구하는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났다.
바로 그러한 맥락에서 미국에서는 학계 연구자, 산업계 인사 및 정부기관 정책연구자 등 수십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21세기의 과학기술 연구 현장에서, 산업장면에서, 국가과학기술 정책 측면에서 무엇이 재구성되어야 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를 모색하였다. 그 결과, 향후 20년 내지 30년 동안에 앞으로 추진되어야 할 과학기술의 틀을 분석, 연구한 종합적 연구보고서로 제출된 것이
2002년도 6월에 발표된 미국 NSF의 M. C. Roco와 W. S. Bainbridge의 연구보고서, “Converging Technologies for Improving Human Performance : Nanotechnology, Biotechnology, Information Technology and Cognitive Science." 이다.

이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는 현재 과학기술의 새로운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중세기까지의 문화와 과학기술의 암흑시대를 벗어나서 16세기의 르네상스가 가능하였던 큰 요인의 하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대표되는 바와 같이, 예술, 공학, 과학, 문화가 동일한 지적 원리와 창조와 변혁에의 활발한 정신을 공유하였기 때문이었다. 인문학, 예술, 과학, 기술이 융합되어서 시대를 뛰어넘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구체적 예술적, 과학기술적 산물을 내었던 것이다. 그러한 수렴적, 융합적, 전체적(hollistic) 접근이 지금 21세기의 과학기술의 발전과 인류 문화의 발전을 위하여 절실히 요청되고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과 문화의 각 분야들이 더 이상 낱개로 쪼개지고(fragmented), 이분법적으로 경계 지어지고(demarcated), 연결이 안 되고(disconnected), 어느 한 분야만 발전되어서는(solo-playing) 효율적인 발전이 이루어질 수 없으며 결국은 발전에 한계가 빠르게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 인식되고 있다.

19세기와 20세기 중반까지 과학기술이 인류문화에서 그 자리를 확립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물질의 구조 및 메커니즘이나, 인간의 뇌 및 인지 기능의 구조와 과정에 대한 충분한 연구결과와 이론이 없었기에 이 분야들이 서로 독립된 것으로서 개념화되었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의 각 분야가 서로 독립적으로 각 분야의 영역을 개념화하고, 이론화하고, 설명하고, 응용 구현하여 왔다.

그러나 그러한 틀이 20세기 후반을 거치는 동안 변화하게 되었다. 그동안에 이루어진 물리과학에서의 물질의 미세 단위에 대한 연구 결과, 생명과학의 연구결과, 정보과학의 연구 결과, 인간 뇌와 마음에 대한 연구 결과, 그리고 각종 공학의 연구결과가 집적되고 수렴적 연결이 진행되면서, 더 이상 종전처럼 자연 현상을 쪼개어진 부분 중심으로 접근하여서는 현상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충분히 도출해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 기술적 응용의 한계에 빠르게 봉착하거나, 아주 비효율적 작업에 그치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있다. 우리는 현재 나노 수준의 물질에서부터 가장 복잡한 물질인 인간두뇌와 고차 인지현상에 이르기까지 자연현상에 대한 포괄적 이해에 바탕하여 과학기술의 틀을 다시 짜서 추구하여야 하는 새로운 변혁의 문턱에 이른 것이다. 나노 수준의 물리학적 연구와 뇌 수준의 신경생물학적, 인지과학적 연구가 상호 괴리되지 않고, 서로 밀접히 연결될 수 있음에 대한 그리고 그것이 과학기술 자체와 인간사회복지에 가져올 영향이 막급함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하여, 더 이상 분화되거나 괴리된 자연(nature) 개념이나 과학기술이 아니라, 자연의 통일성, 과학의 통일성에 바탕한 효율적 과학기술이 추구되어야 함이 부각되고 있다.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NSF 보고서에서 제기된 바와 같이 선진 국가가 추구하여야 할 미래 지향적 과학기술이 NBIC 융합과학(Coverging Technology)이며, 그 융합과학의 4개의 축이 바로 다음 그림에 제시된 바와 같은 Nano, Bio, Info, Cogno의 4개의 과학기술이라는 것이다.

[그림 ] 미래 융합과학기술 NBIC 4면체 (NSF 2002. 6 보고서)

그리고 이러한 융합과학기술의 추구는 과거의 과학기술처럼 분산된 산발적 목표를 지닌 추구가 아니라, 전 세계 사람 개개인이 각자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또 효율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인간 능력 친화적인 intelligent 환경을 만드는 것이 인류 과학기술의 궁극적이고 종합적 목표이어야 하고 그를 향해 수렴되어야함이 강조되고 있다.

또한 20세기의 전통적 관점인 물질 및 기계 중심의 하드웨어적 과학기술 개념과 연구를 넘어서서, 인간의 뇌 및 심리적 특성, 그리고 문화사회적인 특성이 함께 고려된 그러한 융합과학기술이 추구되어야만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바로 그런 연유에서 NSF의 융합과학기술 개발의 지향 목표는 “인간의 performance 증진을 위한 융합과학기술(Converging Technologies for Improving Human Performance)”이며, 통합적 목표로 제시되고 있다. 다시 말해 이러한 통합적 목표는 과학기술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Ⅱ.인지과학: 융합과학의 연결고리, 그러나 the missing link in Korea

학문 분야를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으로 분류하여 온 종래의 분류법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40여 년이나 시대에 뒤진 학문관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과학기술의 개념을 물리학, 생물학, 화학, 기계공학 등의 물질 중심의 과학기술만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30여 년이나 뒤진 과학관을 지니고 있는 것이 된다.

왜 그럴까? 그것은 지난 반세기 동안 일어난 과학적 패러다임의 변화 의의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떠한 변화가 일어났으며 어떠한 새로운 과학적 패러다임이 형성되었는가? 인지혁명(Cognitive Revolution)이 일어난 것이다. 종래의 인간관, 물질관, 기계관, 학문관, 과학기술관에 대폭 수정을 가하게 하는 새로운 관점이 지난 반세기 동안에 형성되고 정착된 것이다.

두뇌의 좌우반구의 기능 차이 연구로 노벨 의학/생리학 상을 수상한 신경심리학자 Sperry 교수는 인지혁명이 20세기 후반에 일어난 가장 중요한 과학적 사건이며, 인지혁명은 과학혁명이며 지금까지 기존의 과학이 대표하여오던 주의나 세계관을 급진적으로 수정하게 하였다고 말하였다. 이러한 과학적 변혁의 주체로 탄생하여 급부상한 학제적 복합학문이 認知과학(Cognitive Science)이다.

미국 NSF의 융합과학기술 보고서에 의하면 미래 과학기술의 방향이 NBIC 융합과학기술이다. NBI는 N:나노과학공학기술, B:생명과학공학기술, I:정보과학공학기술로 이미 국내에서 널리 알려지고 과학기술부를 비롯한 정부부처나 산업체가 활발한 지원을 하고 있는 분야이다. 그런데 C: Cogno란 어떤 기술 어떤 분야를 말하는 것인가?
NBIC의 C는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기술을 지칭한다. 2002년까지의 국내 과학기술 관련 정책 논의에서 언급되지 않거나 무시되어온 분야이다. 지난해 완성된 우리나라 국가기술지도나 기술표준분류 체계도에서 하나의 분야로 언급도 되지 않았던 영역이다. 인지과학은 그 본질적 특성 때문에 생명과학이나 정보과학과 밀접히 연결된다. 이미 서구에서는 30여 년 전에 인지과학이 뚜렷한 과학기술 분야로 확립되고 NSF의 중요 과학기술 지원 분야로 설정된 지 오래이지만, 국내 과학기술계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이다. 미래에 지향해야 할 NBIC 융합과학기술의 한 중요한 축이 우리나라에서는 빠져 있는 것이다.

Ⅲ. 인지과학이란 무엇인가?

그러면 Cogno라는 인지과학기술은 무엇이며, 그리고 인지과학은 융합과학기술에서 어떠한 가능성을 제공하며 어떠한 기술을 도출할 수 있는가? 인지과학이란 무엇의 과학이고, 어떤 방법에 의하여 연구하며, 어떤 주제를 다루며, 우리의 일상생활과 과학기술 일반에 주는 의의는 무엇인가?

인지과학이 미래 과학기술의 핵심 학문임은 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한 정근모 박사가 과학재단 이사장 재직 시 1989년에 인터뷰에서 언급한 다음의 인용문에서 잘 나타난다.

기 자 ▷ 우리나라의 과학이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 것이며 문제점은 무엇인지 점검해보고 싶습니다.
鄭根模박사 ▶ 현대과학의 특징은 3가지가 있습니다. (중략) 다음으로는 학문 간을 분리하는 벽이 허물어져서 분야간 협력이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20세기 후반의 인지과학의 등장을 꼽을 수 있겠지요. 컴퓨터와 뇌와 마음을 연결하는 인지과학은 문과와 이과를 통합하여 인식하는 능력을 기르는 종합적 학문이랄 수 있겠지요. (하략)
기 자 ▷ 지금 배우는 학생들이 앞으로 미래를 대비하려면 어떤 공부를 하는 것이 좋습니까?
鄭根模박사 ▶ 21세기에는 어떤 분야에서 일하든지 과학기술을 모르면 안됩니다. 어느 학과를 공부하는 것이 좋다는 것보다 무슨 공부를 하든지 과학기술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군요. 반대로 이과 쪽 학생도 철학을 알아야 합니다. 처음에 잠깐 언급했지만 인지과학 같은 학문의 벽을 허무는 학문을 해야 합니다.


1. 인지과학의 정의

인지과학은 뇌와 마음과 컴퓨터가 본질적으로 동일한 추상적 원리를 구현하는 정보처리 체계들(information processing system)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하였다. 따라서 인지과학은 뇌와 마음과 컴퓨터에서 각종 정보처리가 어떻게 일어나며, 그러한 정보처리를 통해서 지(知: intelligence; 인간의 자연지능이건, 컴퓨터의 인공지능이건, 인간 또는 컴퓨터 집단의 집단 지능이건)가 어떻게 가능하게 되고 구현되는가를 탐구하며, 그러한 탐구를 통해 인간 및 동물의 마음과 각종 知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종합과학이다.
엄밀히 표현한다면, 인지과학은 본질적으로 앎(cognition), 지식dynamics의 과학이다. 그런데 앎이 생체인 인간의 마음의 작용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인지과학을 좀 더 넓게 정의한다면 ‘마음의 과학(the science of mind)’이 된다. 상식적인 좁은 의미의 ‘마음’ 개념이 아니라, 아메바의 마음, 동물의 마음, 인간의 마음, 컴퓨터의 인공마음에까지 이르며 ‘행동’을 포함하는 폭넓은 개념의 ‘minds’이다. 컴퓨터나 동물과 같은 시스템도 인간의 앎, 마음과 유사한 지능(知;
intelligence)을 보인다. 그래서 조금 달리 정의한다면, 인간, 동물, 컴퓨터의 마음과 知에 대한 종합과학적 연구가 인지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컴퓨터란 인간이 만들어 낸 인공물의 한 종류이다. 다른 유형의 인공물(각종 기계, 도구와 같은 하드웨어와, 언어, 문화체제, 경제체제, 행정체제, 커뮤니케이션과 같은 소프트웨어 인공물 포함)까지 고려한다면, 인지과학은 ⅰ) 두뇌와, ⅱ) 마음, ⅲ) 이 둘에 대한 모형이며 또한 인간의 마음이 만들어낸 인공물의 정수인 컴퓨터, 그리고 ⅳ) (知의 확장의 부분들이요 대상인) 환경 내의 기타 인공물의 넷 사이의 정보적, 인지적(지식 형성 및 사용적) 관계를 다루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관계를 정보처리적 계산주의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지과학은 종래의 학문 분류를 뛰어넘는 새로운 학제적(interdisciplinary) 다학문적 과학이다. 인지과학은 시대에 뒤진 낡은 학문 분류 체계인 종래의 인문과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의 분류 체계를 허무는, 이를 뛰어 넘는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종합과학이다.


[표 2] 인지과학의 4측면

자연 현상을 보는 틀이 20세기 전반까지는 물리현상, 생명현상에 초점을 둔 Newton의 이론, 진화론, 상대성 이론 등이었다면, 20세기 후반에 비롯된 새로운 보는 틀이 정보 및 심리현상을 중심으로 한 인지주의적 틀(Cognitivism)이며 구체적 제도적 과학으로 구현된 것이 인지과학인 것이다.
인지과학은 물리학 등을 중심으로 한 자연현상에 대한 bottom-up 식의 미시적 설명접근에 대한 대안으로 top-down적 거시적 설명접근을 제공한다.(물론 미시적 접근도 내포되어 있다) 바로 이러한 연유에서 인지과학의 형성이 과학적 혁명, 세계관의 변혁이라고 불리는 것이며, 과학학 논의에서 전형 과학의 위치를 차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학제적 과학인 인지과학을 구성하는 학문은 다양하다. 인지과학의 핵심을 이루는 심리학, 신경과학, 인공지능학을 비롯하여, 언어학, 철학, 인류학 등이 협동적이고 수렴적인 접근을 통하여 앎(인지)의 현상을 기술하고 설명한다.([그림 2] 참조)

[그림 ] 인지과학을 구성하는 핵심 및 주변 학문들

2. 인지과학의 접근, 연구방법 및 주 연구 영역

그러면 인지과학은 그 연구 대상을 어떤 수준에서 접근하여 어떤 연구방법을 사용하여 연구하는가? 인지과학은 신경세포 수준을 비롯하여, 신경시스템 수준, 인공지능시스템 소프트웨어 수준, 개인의 인지 및 행동 수준, 사회문화적 수준 등의 거시적 수준까지 다양한 수준에서 현상을 접근하여 연구한다. 예를 들어서 인간이나 컴퓨터가 인간의 얼굴을 어떻게 인식하는가를 연구하기 위하여 망막 수용기세포나 뇌의 시각 시각중추의 특성을 연구할 수도 있고, 이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탐색, 접근할 수도 있고, 얼굴 모양을 여러 형태로 조작하거나, 제시 시간 등의 방법을 조작한 인지실험실 실험을 통하여 인간이나 동물의 정보처리적 반응 특성을 중심으로 연구할 수도 있다.

인지과학은 전통적 실험실 실험법, 인지신경기법(fMRI, PET, ERP 등), 컴퓨터시뮬레이션, 현장관찰, 메타분석 등의 여러 방법을 사용하여 연구한다. 인지과학 실험에서(예: 분할뇌 실험, 대상인식 실험) 흔히 사용되는 독립변수에는 물리적 자극(예: 감각자극, 언어자극 등)의 특성, 또는 자극 제시양식(예: 계열적 처리 제시, 병렬적 처리 제시)과 같은 자극변수와 개인의 정보처리 양식, 뇌손상 부위 등과 같은 유기체 변수가 사용된다. 이러한 독립변수를 조작하여 그에 따른 (정보처리)반응 특성이 측정된다. 반응정확성, 반응시간, 반응 빈도, 비율, 난이도 성취 수준, 시간 경과 상에서의 반응경향성의 변화 등이 측정된다. 이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측정치는 컴퓨터로 측정되고 분석되는 여러 유형의 반응시간이다.

인지과학의 기초 연구영역으로는 다음을 열거할 수 있다: 인간과 동물의 감각 지각 현상, 감각-운동 coordination, 주의, 학습, 기억 과정, 지식 표상 구조, 문제해결적 사고, 추리, 판단 및 의사결정, 전문가시스템, 인지발달, 인지와 감정과의 관계, 인지의 문화적 측면, 인지의 신경생물적/ 신경생리적 기초, 각종 뇌손상자 인지특성, 신경망 모형, 그리고 machine vision, 자연언어 처리(인간과 컴퓨터의 언어 인식, 이해, 산출), 기계 학습, 문제해결시스템, 추론기계 등의 인공지능연구, 진화인지과학 등. 응용연구영역으로는 HCI, 인지공학, 지식공학, 학습과학, 뇌신경정보학, 뇌손상 인지기능 장애자 재활 등의 영역이 그 대표적 분야로 연결된다.

3. 융합과학과 인지과학

최근 국내에서 발생된 화재로 인한 지하철 사고는 사고 상황 내의 여러 구성원들의 인지적 판단오류, 필요정보 인출 실패,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부족 등의 인지 요인들이 개입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과 관련하여 인지과학과 타 과학이 수렴되어 융합적으로 적용된다면 다음과 같은 기술을 개발할 수 있으리라 본다.

인지과학은 다른 학문들과 수렴되어 융합과학기술로 발전할 경우에, NSF가 제시한 미래 융합과학기술의 주요 4개영역에서 각각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으리라 본다. 인간 인지와 커뮤니케이션 기능 확장, 인간 신체적 건강과 능력 향상, 집단과 사회적 산출결과 향상, 국가 안전 증진(인지적으로 효율적이고 지능적인 병사, 병기,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개발), 그리고 개개인의 각종 학습과정을 과학적 기초에 올려놓는 학습과학 기술 향상의 네 영역에서 인지과학이 본래 지니고 있는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을 수렴시키는 특성에 의하여 다른 과학기술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리라 본다.

Human errors 탐지 및 관리 인지기술, 주의 및 기억 정보처리 부하(cognitive processing load) 관리 기술, 작업자의 경험, 지식 및 전문성 정도에 따른 오류 분석 및 관리 기술, 자동화 시스템과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인지적 오류 탐지-관리 기술, 긴급상황 및 스트레스하의 인간오류 분석, 관리 기술, 인간 오류 방지를 위한 정보/센서 보조시스템 기술, 위험-위기 상황 커뮤니케이션 인지 시스템 효율화 기술, 작업자의 인지/감정 특성 및 생체신경신호에 기반한 위험 정도 예측 기술, 상황의존 대처정보 활용 실패 기억요인 분석 및 교정 인지기술, 위험/위기상황 대처 인공물 디자인 인지공학 기술, 상황의존 집단내/간 커뮤니케이션 양식 판별 기술 등


Ⅳ. 인지과학기술의 국내외 현황

1. 국외현황

미국의 경우, 인지과학이 태동한 이래 많은 사립 재단들과 정부기관과 회사 등이 1970년대부터 인지과학 연구에 적극적인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Sloan 재단과 Bell社, IBM社등의 컴퓨터 관련 기업체들이 인지과학 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였다. 최초의 인지과학 연구센터가 1960년에 Harvard 대학에 설립된 이후 카네기재단의 재정적인 지원으로 더욱 발전하게 되었다. 이후, 많은 미국과 유럽의 유수 대학 내에 인지과학 관련 연구소들이 설립되었다. 유럽공동체는 1980년대 초에 이미 전유럽적인 인지과학 공동연구 FAST프로젝트를 수행하였다. 인지과학의 연구 성과들이 단순히 순수 학문적 가치 뿐 아니라 실제 인간의 생활의 여러 장면에 직접 활용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Bell 연구소, Xerox社의 Palo-alto 연구센터, 휴렛팩커드 연구소 등 다수의 기업체 내에 인지과학 관련 연구소들이 설립되었다. 국가와 학교, 기업체에서 지원하고 있는 이러한 연구소들은 인지과학의 학제적인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인지과학 기초이론과 실제 응용적 기술을 도출해 내고 있다.

대학에서는 인지과학 과정을 학부 또는 대학원에 개설하여 연구와 인력 양성을 하고 있는 학교의 수가 북미, 유럽, 호주 지역만을 합하여 100여 곳에 이르고 있다. 인지과학 학부가 있는 대학도 있다. 인지과학 과정이 실제로 많은 교수와 상당한 연구지원비의 확보 등으로 가장 많은 상위권 학생들이 지원하는 과정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MIT의 BCC(Brain and Cognitive Science) 과정, Harvard 대학의 MBB(Mind, Brain & Behavior) 과정과 영국 Oxford 대학의 PPP(Psychology and/or with Philosophy and Physiology) 과정 등은 대학에 자리잡은 대표적인 인지과학 학위과정이다. 인지과학이 뇌과학과 함께 학제적, 종합과학적 과정의 전형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지적 수준이 높은 창의적 학생들이 몰리는 분야의 하나로 인정되고 있다. 미국 NSF의 연구비 지원폭도 상당히 크다. 이러한 제도적 지원을 통한 서구의 인지과학 연구는 앞서 언급한 연구 주제들에서 순수이론적, 응용적 연구들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2. 국내 현황

국내에서는 1980년대 후반에 한국인지과학회가 창립되고, 1990년대 후반에서야 4개 대학에 인지과학과정이 개설되고, 1999년에서야 과학재단에 의하여 하나의 독립적 복합과학으로 인정을 받았으며, 과학기술부의 소프트과학 프로젝트, 뇌과학 프로젝트와 연관하여 부분적으로 연구가 수행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대학과 연구기관에 인적 인프라 규모가 작고, 국가 핵심과학기술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기에 연구비 지원 규모가 작고 그 연구업적이 크게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지 못하다. 현재로는 HCI, 인지공학, 인지신경과학 연구와 뇌공학과의 연계 연구가 우세하다. 산업체에서는 일부 기업 연구소에서 국내 인지과학협동과정에서 학위를 마친 연구자들이 얼굴인식과 영상인식, 음성인식, 인간적응형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등의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언어학과 인지심리학, 신경과학, 컴퓨터과학이 만나는 인지신경과학 연구가 몇 몇 의료기관과 대학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뇌신경정보학 연구가 KAIST 뇌과학연구센터 등과 연결되어 진행되고 있다.


Ⅴ. 종합: 국내 융합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인지과학 지원 정책

최근 대구지하철 참사에 대해 한 인지과학자는 다음과 같은 평을 내렸다. “우리나라에서 人災라고 하는 것은 열차내 재질 등의 물질적 측면도 있지만 거의가 인지과학 응용의 부족의 문제입니다. 위기상황의 하위 상황장면 하나 하나에서 관련 개개인의 주의, 지각, 감각-운동 협응 및 제어, 기억, 추리, 판단, 결정, 문제해결, 커뮤니케이션 관련 사회인지심리 등의 인간의 인지적 능력의 한계성 및 특성에 대한 인식과 적절한 소프트 과학기술적 대책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만 보더라도 물질 중심의 과학기술 개념을 넘어서서 인간요인 중심의 과학기술에 이미 30여 년 전부터 인지과학을 중심으로 인간요인 중심의 과학기술에 투자하여온 해외 선진 국가와 우리의 차이가 무엇이었는지, 왜 해외에서는 이미 미래 융합과학기술의 4축의 핵심으로 인지과학이 부각되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인지과학이 왜 중요한지가 인식되지 않은 채 있으며 이러한 인간요인에 대한 범국가적인 후진성으로 인하여 부끄러운 ‘재난’을 감수해야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NSF의 보고서에서 지적한 바대로, 이제는 한 국가의 과학기술의 목표가 단순히 물질적 과학기술 목표를 넘어서서 각 개인의 잠재력을 최대로, 가장 효율적으로 구현하여 그 사회 전체의 인적 performance가 최적화, 효율화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 NBIC 융합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하여 당장 우리가 정책적으로 하여야 할 일이 있다. 미국 등에서는 이미 30여년 전에 중요 과학기술로 인정되어 대폭 지원되고 있는 인지과학이 우리나라의 국가과학기술지도나 기술군 분류체계에 포함되어 있지도 않은 이러한 후진적 상태는 조속히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수정되어, 인지과학이 국가과학기술 지원의 주요 영역이 되고, 그에 따라서 대학 등의 교육기관과 연구기관에서 인지과학 연구 인력 육성이 적극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인지과학 과정이 없는 대학은 삼류 대학으로 인식되고 그렇기 때문에 대학 총장들이 인지과학을 적극 육성하려고 대거 투자하며 노력하는 그러한 해외 현실이 국내 대학들에서도 인식되어야 할 것이다. 인간요인 고려 없이 선진 과학기술 사회의 발전은 불가능하며, 인지과학 발전 없이 인간요인 고려 과학기술 발전은 불가능하다.

* 참고문헌

1. Roco, M. C., & Bainbridge, W. S. (Eds.) (2002). “Converging Technologies for Improving Human Performance: Nanotechnology, Biotechnology, Information Technology and Cognitive Science." NSF Report.
(http://www.wtec.org/Converging Technologies/)
2. 이정모(1991). 인지심리학 : 형성사, 개념적 기초, 조망. 아카넷 (대우학술총서 511), 7장 “인지과학 : 인지심리학의 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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