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ast, the Present, and the Future of Cognitive Science: A Korean Perspective1)
Jung-Mo Lee
Sungkyunkwan University
Abstract: In discussing the past, the present and the future of the Cognitive Science in Korea, an overall review of the formation of cognitive science in the world and in Korea, the prevalent approaches in the '70s and '80s, and the current alternative approaches in cognitive science is given, and a short exposition on the possible future problems and tasks of the cognitive science in Korea is presented. (in Korean)
Keywords: paradigms, history, Korean cognitive science, Korean Psychology, Perspect
Korean Journal of Cognitive Science, 2002, 13, 4, 6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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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과학, 2002, 13, 4, 69-79
"인지과학의 과거, 현재, 미래: 한국적 조망"
이정모2)
요 약 국내의 인지과학의 형성과 발전 경과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조망하는 의미에서 국내외의 인지과학의 형성 과정, 과거의 접근 특성과 연구 추세, 현재의 새로운 접근들, 한국의 인지과학의 현황, 그리고 미래적 전망과 과제를 고찰하였다. 신경과학적 연구의 강조와, 환경과 마음의 상호작용의 강조의 두 흐름의 조화를 미래 한국인지과학의 주요 과제로 논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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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후반에 대두되어 과학과 인간 삶의 형태를 정보의 개념을 중심으로 재구성하게 한 인지과학이 국내에 도입되어 하나의 과학 분야로서 자리를 잡은 이후에 세기가 바뀌었다. 1986년 대우재단의 지원을 받아 시작한 인지과학 공동연구 모임을 바탕으로 한국인지과학회가 1987년에 창립되어 출발한지 열다섯 해가 지나갔다. 인지과학이라는 학문 분야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기에 힘들던 초기의 시절들을 지나, 국내에서 종합과학으로서의 학문적 기반을 확보하게 된 지금의 시점에서, 국내외를 포함한 인지과학의 흐름과, 한국내의 인지과학의 흐름과 지난 15년의 발전 경과, 앞으로의 한국 인지과학의 학문적 미래를 조망하고자 한다.
1. 인지과학의 학문적 틀에 대한 일반적 회고와 전망 (A Retrospect on Paradigms in Cognitive Science in General)
<패러다임적 혁명>: 여러 지적 선구사상들을 배경으로 1950년대에 등장한 인지과학은 하나의 과학적 패러다임의 혁명이었다. 인지과학의 기본틀인 인지주의 (Cognitivism)가 어떠한 혁명이었는가는 분할뇌 (split brain) 연구로 1981년에 의학/생리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신경심리학자 R. Sperry (1995)에 의해 명료히 언급된 바 있다.
“인지주의 과학혁명의 영향 결과로 일어난 기본적 변화란 수준간 인과적 결정론에 대한 상이한 패러다임의 출현이라는 것이다. 모든 것이 전적으로 아래에서 위로 결정된다는 전통적 가정 대신에, 우리는 역방향적 하향적 결정론을 전제하는 것이다. 전통적 상향적 입장과 인지주의의 하향적 입장이 조합된 ‘이중 방향’, ‘이중 결정’ 모형은 과학으로 하여금 인간 자신과 자연의 질서 전체를 지각하고, 설명하고, 이해하는 전혀 새로운 양식 - 진정한 Kuhn적 세계관 패러다임의 전이로서 -을 부여하였다. 이전에 양자역학에 돌렸던 세계관적 의의의 대부분이 이 새로운 거시적-심리적 패러다임에서는 창발적 하향적 제어에 의해 무가치하게 된다. 우리는 더 이상 현실의 궁극적 본질을 최소의 물리적 요소에서 찾으려하지도 않으며, 가장 깊은 심층적 진수(*역자주: Freud에서처럼)에서 찾으려하지도 않는다. 그 대신 탐색의 방향은 요소들의 패턴에 주로 초점 맞추어지고, 차별적 시공간화, 점진적 패턴의 상위패턴으로의 복합과, 그것의 발전전개적 본질과 복잡성에 초점 맞추어진다.
그 결과로, 과학이 이전에 유지해온 바인, 순전히 전적으로 물리적이고, 가치 결여적이며, 마음이 없던 우주가 이제 인지적이고 주관적인 질적 특성과 가치, 그리고 모든 유형의 풍부한 창발적 거시적 현상이 주입되게 된 것이다. 과학이 상징하던 바, 과학이 지지해오던 바, 과학의 현실 신조와 세계관들이 급진적으로 수정되는 것이다. 아마도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수정되고 강화된 과학패러다임이 일련의 새로운 가치-신념 지침과 새로운 도덕적 조망을 지지한다는 것이며, 이것이 전세계적으로 새로운 세계적 질서로 구현될 경우, 이는 현재의 인류의 자기파괴적 경향성을 인간적이고 비파국적인 양식으로 교정하기까지도 할 것이라는 점이다. (505-506 쪽)“
이러한 패러다임적 변혁을 가져온 인지과학은 어떻게 시작되고 발전되었으며, 또 계속 변화하고 있는가? 그 흐름을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인지과학의 탄생>: 인지과학의 근세사적 연원을 마음과 기계의 개념을 중심으로 생각하여 Pascal, Leibniz, Babbage에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인지과학의 배경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은 20세기 전반의 30년대에서 50년대 사이에 일어났던 여러 학문적 움직임들의 소용돌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당시에 제기되었던 개념적, 이론적 틀과 경험적 연구들에는 A. Turing의 ‘튜링 자동기계’이론, von Neuman의 컴퓨터 얼개 이론, B. Shannon의 정보이론, W. McCulloch와 W. Pitts의 신경망 계산모델, N. Wiener 등의 사이버네틱스 이론, H. Simon 등의 범용목적 상징조작체계 이론, N. Chomsky의 변형문법 언어이론, 인지심리학적 연구의 실험 결과들의 집적, 두뇌 손상자들에 대한 신경학적 연구 결과와 단일세포활동 기록 연구의 집적, 새로운 과학철학과 심리철학의 부상 등이 있었다. 이러한 개념적 틀과 연구 결과들이 하나의 통일적 틀을 형성하지 못한 채 소용돌이로 있다가 1956년 MIT에서 개최된 정보이론 심포지엄을 기폭제로 하여 하나의 새로운 과학적 패러다임으로 형성되었다 (Gardner, 1985; McCorduck, 1979; Bechtel & Graham, 1998). 인지심리학자 G. A. Miller는 이 모임의 하루인 1956년 9월 11일이 인지과학의 탄생일이라고까지 하였다. 그의 표현에 따르자면, 이날을 계기로 그전에 있었던 여러 가지 학문적 움직임들의 소용돌이로부터, 사이버네틱스의 자궁에서부터 인지과학이 터져 나와서, 그 나름대로의 하나의 인정받을 수 있는 학제적 모험이, 시도가 되었다고 한다. 이 모임은 단순히 여러 학문적 개념, 이론들의 수합의 마당 이상이었다고 한다. 이 모임을 통해, 인간의 마음과 관련된 여러 학문들의 기본 주제가 ‘정보처리체로서의 마음’이라는 공통적 생각이 모아졌던 것이다. 또한 양적 개념으로서의 정보, 정보의 표상, 정보처리체의 기억 구조와 처리용량, 처리 규칙, 컴퓨터와 뇌세포에서의 정보처리 특성 등의 개념들이 이러한 접근 틀에서 주개념임과, 각 학문들이 상호 보완적으로 이러한 개념들의 이해, 정보처리과정들의 이해와 설명에 공헌 할 수 있음이 인식되었다 (Bechtel & Graham, 1998).
<인지과학의 초년기1: 컴퓨터 유추와 인지과학의 급성장>: 이러한 개념적 접근 변화가 필요함을 절감함에서 출발된 인지과학은 기존의 물리학이나 화학의 형성 초기와 같이 개별 학문내의 개인적 연구에 주로 의존하는 전철을 밟지는 않았다. McCorduck (1979)이 표현했듯이 기존의 대학체제를 넘어서는 ‘보이지 않는 대학’이라 할 수 있는 과학자들 공동사회의 수많은 학술적 비공식적, 때로는 공식적, 모임들과 개인적 상호작용이 전통적 대학이나 학과라는 울타리를 넘어서서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 그룹들과 이론적 생각들을 교환하고, 자극 받고, 다시 세련화 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인지과학이란 이러한 학제적 아이디어의 교환 없이는 탄생하지 못했으리라 본다. 1956년 이후 1980년대 중반까지의 시기는 이러한 학제적 상호작용이 컴퓨터 은유를 중심으로 전개된 시기이었다. 인공지능 연구에서, 심리학에서, 언어학에서, 철학에서, 그리고 부분적으로 신경과학에서, 인간의 마음을 컴퓨터에 유추한 정보처리체계로 개념화하여 각종 모델들이 제기되었고 검증, 세련화 되었다. 1967년의 U. Neisser에 의해 정식 명칭을 얻어 탄생한 ‘인지심리학’은 기억, 주의, 지각 중심으로 컴퓨터 모델을 도입하여 인지과정과 표상구조를 발전시켰고, 언어학은 N. Chomsky를 축으로 하여 통사론에 기초한 정형적 모델 중심의 이론을 아주 빠른 속도로 계속 수정하며 발전시켰고, 70년대 이후 통사론 중심이 아닌 의미론, 화용론을 중심으로 한 대안적 이론들이 발전되었다. 인공지능 연구는 초기의 A. Newell과 H. Simon 전통에서는 범용적 알고리즘이나 휴리스틱스로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을 시도했으나, 점차 영역특수적 지식이 도입된 접근, 하위프로그램 (subprogram)이 강조된 접근들이 시도되고, 지식표상, 의미, 맥락, 프레임 (frame) 등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상위수준 지식표상구조, 대단위 지식표상구조가 강조된 연구들이 진행되었다. 철학에서는 H. Putnam의 기능주의가 인지과학의 개념적 틀을 제공했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J. Fodor가 제시한 계산주의, 표상주의 이론의 통사적 ‘사고언어’ 이론틀이 타 인지과학 분야의 기본틀이 되었다. 이러한 이론틀은 철학자가 아닌 Newell과 Simon의 물리적 상징(기호)체계 (Physical Symbol System) 이론이나 D. Marr의 계산이론적 설명이론 등에 의해 보강되었다.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에 들어가면서 이러한 계산주의가 H. Dreyfus, J. Searle 등에 의해 비판되었고, 非상징적, 비통사적, 맥락의미적 측면의 중요성을 강조한 철학적 입장이 대두되었다. 이 시기의 신경과학은 뇌의 미세한 과정 중심 연구의 강조로 인하여 인지과학의 주류와는 다소간은 거리가 있는 상태에서 진행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인지과학의 초년기2: 인지과학의 제도화>: 이러한 각 분야에서의 발전은 위와 같이 이 글에서 학문적 경계를 두어 분류하여 기술해서 독립적인 활동으로 간주되기 쉬우나, 실상은 학문간 경계가 없이 활발한 학제적 상호작용의 결과에 의해 상승적으로 발전된 경우가 대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자연히 상호작용의 구체적 마당의 필요성을 부상시켰다. 그러나, 전통적 다른 개별 학문처럼 새로운 학과를 만든다는 것은 제도적으로나, 학문발전 가능성으로나 현실성이 크지 않았다. 따라서 두세 개의 대학을 제외하고는 독립적 인지과학 학과를 창설하는 대신 자연적으로(의도적이라고 하기보다는) 인지과학 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인지과학의 연구와 교육, 그리고 학술적 모임의 마당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태동이 인지과학과 관련한 학문체계와 대학연구 및 교육의 제도상의 커다란 변화로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경우 Sloan재단의 선견지명적 지원이었다. 일찍이 1950년대의 정보이론 및 인지과학 관련 심포지엄들을 지원했던 Sloan재단은 1979년만 해도 MIT 등 6개 대학에 인지과학 연구센터를 설립하는 데에 40억원 정도를 지원하였으며, 1981년에는 다시 인지과학 관련 연구센터, 학과, 프로그램을 설치하는데 만 150억원을 지원하였다. 미래의 정보화 사회, 지식 사회, 인간중심 사회의 기반학문은 다름 아닌 인지과학과 그 응용적 적용임을 일찌감치 예견한 때문이었다. 이후의 인지과학 지원은 주로 미 국립과학재단(NSF)이 맡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미국의 상위권 대학에는 거의 모두 인지과학 연구센터, 인지과학 대학원 또는 학부 과정, 인지과학 학과를 설치하였고, 많은 우수한 학생들과 연구자들이 몰려들었다. 학교 장면에서의 인지과학의 제도화와는 별도로, 학회 측면에서의 제도화 시도가 또한 이루어졌다. 학문 분야간의 의사소통 및 인용의 기회를 넓히기 위해 미국에서는 1977년에 ‘Cognitive Science’ 잡지가 개간되었고, 이어서 다른 관련 잡지들이 출간되고, 1979년의 인지과학학술대회를 기점으로 미국 ‘인지과학회(The Cognitive Science Society)’가 설립되었다. 유럽에서도 이러한 미국의 활발한 인지과학적 움직임의 영향을 받아 1980년대 전반에 많은 대학과 연구소들에서 인지과학관련 연구들이 이루어졌다. 전 유럽적 인지과학 프로그램이었던 FAST 프로젝트가 이를 잘 반영한다 (Imbert, Bertelson, Kempson, Osherson, Schelle, Streitz, Thomassen, & Viviani, 1987).
<인지과학의 청년기 1: 뇌 속의 마음>: 이러한 인지과학의 학문적, 제도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지과학의 전통적 접근의 기본에 대한 회의가 점차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통사적 계산 중심의 컴퓨터 메타포가 지니는 한계성으로 인하여 현상의 개념화와 연구 주제의 선택 등이 너무 편협하게 되었다는 인식, 기존의 접근의 한계성에 대한 인식이 인공지능학, 심리학, 철학 등을 중심으로 번지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불만의 시기’는 곧 돌파구를 찾는 시도들로 이어졌다. 지난 20여 년을 이끌어 온 인지과학의 전통적 관점이 지니는 문제점을 제기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수정적 움직임 또는 새로운 대안적 접근들이 80년대 중반부터 대두하여 인지과학을 그 기초부터 재구성시키며 변모시키기 시작하였다. 이들 새로운 움직임들을 몇 개의 범주로 묶어 제시하자면 다음과 같다.
연결주의: 연결주의 또는 신경망적 접근으로 불리는 이 접근은 전통적 컴퓨터 은유적 (Computer Metaphor) 인지과학의 입장에 대립되는 뇌 은유적 (Brain Metaphor) 입장을 제시하였다. 마음이라는 정보처리적 시스템은 표상과 처리구조가 구분되지 않으며, 상징(기호)체계라고 하기보다는 상징이하의 (subsymbolic) 체계이고, 정보의 병렬적 처리, 정보의 분산적 중복 저장이 그 특성이며, 튜링 식의 처리규칙이 별도로 내장되어 있지 않는 시스템이라고 보았다. 마음에서의 정보처리의 본질이 신경단위들의 망 (network) 형태의 연결 속에서의 상호 연결강도의 조정이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연결주의는 전통적 ‘상징조작체계로서의 마음’ 관점을 대치할 수 있는 접근으로 간주되기도 하였고, 전통적 상징체계 입장이 설명하지 못하는 또는 기술하지 못하는 현상에 대한 보다 경제적인 설명을 제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한동안 인공지능학, 인지심리학, 신경과학 등에서 활발한 이론적 모델 형성 작업을 촉발시켰다. 또한 이러한 연결주의 자체가 지니는 제한성, 즉 기술과 설명의 범위의 제한성도 드러났다 (이정모, 2001).
신경과학의 부상과 인지신경과학의 형성: 컴퓨터 유추의 전통적 인지과학은 그 기반 철학이었던 기능주의의 입장에 따라, 인지의 신경생물적 기반인 뇌의 중요성을 무시하였다. 이러한 경향이 1980년대 중반에 이르러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기능주의에 대한 반론과 도전이 시작되고, 인지현상을 설명함에 있어서의 뇌 연구의 중요성과 두 분야의 생산적 연결 가능성이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자각과 구체적 연구의 결과로, 인지과학과 신경과학이 연결된 ‘인지신경과학 (Cognitive Neuroscience)’이 형성되었다. 상위 추상수준의 마음만을 탐구하던 전통적 인지과학 접근을 뇌라는 생물적 구조 중심의 환원적 접근에 의해, 아래로 끌어내림 (pull-downwards)을 통해 보다 좋은 설명을 탐색하려는 시도였다 (Bechtel 등, 1998).
이러한 변화의 한 배경은, 신경과학이 전통적인 분자수준적 접근에서 탈피하여 뇌의 시스템 수준적 접근의 시도가 성공적이었다는 것과, 심리학으로부터의 행동관찰기법의 도입, 인지심리학의 이론적 개념과 모델의 신경과학에의 도입의 성공, 그러나 무엇보다도 뇌영상화 기법의 급격한 발전과 이와 인지과학적 이론의 연결 시도의 성공 등이 있을 수 있다. 사상관련전위(ERP)기법, PET, fMRI 등의 최근의 인지신경감지 방법의 발전은 신경과학이 단순히 뇌의 해부학적, 생물적 구조의 탐색이 아니라, 뇌의 기능적 구조를 탐색하게 하였고, 뇌의 상이한 영역이 인지 기능 수행에 어떤 다른 정보를 제공하고 어떤 다른 정보처리를 하는가를 드러내게 하였다 (이정모, 1999).
진화적 접근: 인지과학에서 신경과학적 접근의 재활성화와 연관되어 인지과학의 변화를 재촉하고 있는 다른 한 접근은 진화적 접근이다 (Calvin, 1990; Dennett, 1996). 진화인지적 접근은 현존하는 인간마음 과정 자체의 이해를 직접적으로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종들의 인지과정들이 진화 역사에서 어떻게 발달하였는가를 이해함으로써 인간의 인지에 대한 이해를 간접적으로 얻고자 하는 하나의 설명적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이론물리학에서 우주의 탄생과 발전의 역사를 탐구하여 물리적 세계의 본질을 이해하려 하듯이, 마음의 진화과정을 탐구하여 인간 마음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이는 C. Darwin의 자연선택 이론에 근거하며, 행동생물학 종간 비교연구(비교인지 연구)와, 뇌 모델링과 진화 연구 (Edelman, 1987), 유전자알고리즘의 창안, 진화과정의 컴퓨터시뮬레이션 연구 등이 종합된 접근이다.
신경과학적 접근, 진화적 접근의 부상은 인지과학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그것은 인지과학의 유, 초년기에 연구주제에서 배제해왔던 ‘의식’ 및 ‘정서’ 개념과 그 연구의 부활이다. Dreyfus, Searle 등의 철학자에 의하여 인지과학이 마음을 충분히 설명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은유적 접근을 넘어서서 다루어야 하는 주제로 지적되어왔던 주제이었지만, 유초년기의 인지과학이 무시하였던 개념인 ‘의식(consciousness)’이, 주의과정 등의 인지과정에 대한 신경학적 연구의 부상과 함께, 마음, 의식에 대한 진화적 설명 시도의 제기와 더불어 이제 청년기 후반의 인지과학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논의되고 있다. 인지과학의 설명의 지평이 넓어진 것이다. 물론 의식에 대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러한 재접근에서 모든 학자들의 입장이 같은 것은 아니다 (데넷, 2002; 소흥렬, 1999).
정서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컴퓨터 은유 패러다임의 인지과학에서는 정서의 문제를 거의 다루지 않았거나, 아니면 기억의 의미망 내의 한 부분 과정으로 개념화하였다. 이러한 접근에 대한 비판이 심리학이나 철학의 일각에서 있었으나, 정서의 인지과학적 연구를 살리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인지신경과학 연구들이 집적되면서 관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대뇌피질과 피질하 구조에서의 정서 기능을 탐구한 신경과학적 연구결과들은 인지과학으로 하여금 정서를 인지과학 연구의 울안으로 적극적으로 끌어 들여 새로운 이론적 모형들의 발전을 가져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도 상당히는 신경과학적, 생물적 기초로의 편향 위에서 진행되고 있다. 다음 절에서 제기하는 측면의 사회-문화 환경적, 의미적 측면의 정서 연구가 충분히 고려되고 있지 못하다.
<인지과학의 청년기 2: 환경 속의 마음>: 80년대 중반 이래의 인지과학을 변화시키고 있는 다른 한 접근은 인간 마음의 이해에서 환경과의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접근이다. 이 접근은 마음을 연구하는데 있어서 신경적, 생물적 단위 수준에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하위 설명수준적 접근인 연결주의나 인지신경과학적 접근, 그리고 상위추상 수준에서 명제 중심으로 논리적 체계에 의해 마음을 설명하려는 전통적 컴퓨터 유추적 접근이 지니는 제한점을 벗어나려 한다. 즉 인간의 마음의 본질은 환경과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뇌내에서 일어나는 과정이나 뇌에 저장된 내용이 아니라, 물리적, 사회적 환경에 확장, 분산되어 있으며, 환경과의 상호작용 실시간에 존재하게 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마음의 본질에 대한 이러한 개념적 재구성에 따라 연구의 분석 단위가 달라진다. 마음이 단순히 뇌내 과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확장, 분산된 과정이라면, 인지 연구의 기본 분석단위는 ‘뇌-환경 상호작용’이 분석단위가 되어야 한다. 마음과 물리적-사회-문화적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포함하는 단위로서의 이해를 탐구하여야 하는 것이다. 환경이 인간 인지의 특성, 한계를 규정, 제약하고 인간의 인지구조가 환경을 규정하고 변화시키는 그러한 상호작용의 관계 속에서의 인지를 연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마음의 설명을 ‘밖으로의 끌어냄 (pull- downwards)’에 의해 그 설명 접근을 수정하려는 시도이다. 이러한 ’밖으로의 끌음‘은 하위 추상 수준에서는 동역학체계적 접근과의 연결을 의미하고, 상위 추상수준에서는 인류학, 문화-사회학, 나아가서는 화용론적 텍스트 언어학과의 연결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제2의 인지 혁명’이라고도 불리는 이러한 움직임은 인지과학 내에서 재현된 하이데거적 존재론-인식론 논의, 언어학의 Searle 등의 話行論的 논의, J. Barwise 등의 상황의미론적 논의, G. Lakoff 등의 체험적 심상도식 (embodied image schema) 논의, 심리학에서의 J. Gibson, U. Neisser 등의 생태심리학적 논의, 그리고 심리학, 교육학 등에서의 Vygotsky 관점의 부활, 이를 반영한 ‘상황지워진 마음’의 논의와 HCI연구 등에서의 이의 도입과 구현화 시도 (Nardi, 1996), L. Resnick 등의 인지사회심리학적 논의, 문화심리학적 논의, 인공지능학에서의 분산표상적 연구들, 인지인류학에서의 인지 양식에 관한 논의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Lakoff 등의 ‘체험적 실재론 (experiential realism)’, F. Varela 등의 ‘신체에 구현된 마음(embodied mind)’, 그 외 ‘존재적 인지 (existential cognition)’, ‘분산적 인지 (distributed cognition)’ Lave 등의 ‘상황지워진 인지 (situated cognition)’, R. Harré 등의 ‘담화적 마음 (discursive mind)’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이러한 ‘안에서부터 밖으로의 끌음 (from inner to outwards - pull) ’의 흐름과 기존의 전통적 물리적 상징주의의 정보처리적 접근, 연결주의적 접근, 및 인지신경학적 접근과의 통합적 재구성의 시도가 앞으로 진지하게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동역학체계적 접근: 환경으로의 확장과 관련되어 또 다른 움직임을 생각할 수 있다. 그것은 동역학적 접근 (dynamic systems approach)이다 (van Gelder, 1997). 이 입장은 기존의 인지심리학 이론들이 인지상태와 시간의 관계를 소홀히 대하거나, 시간을 거시적인 제약조건 정도로 보고 이론을 세워 온 것에 반해, 동역학체계적 접근은 인지상태가 ‘실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가를 연구하는 것이 인지과학의 본령이라고 보는 것이다. 종래의 전통적 계산주의적 관점보다는 동역학적 수리적 모형을 사용하여 인지 현상들을 설명하려는 입장이다. 이 입장에서는 기존의 인지 이론들이 종국적으로 이러한 비선형적, 동역학적 수리적 모형들로 대체될 것이라고 본다.
<응용인지과학 연구>: 80년대 이후 인지과학 연구의 중요한 한 경향은 응용적 인지과학의 연구이다. 본래 인지과학의 탄생 배경 자체가 2차대전을 전후로 현실 장면에서의 인간의 정보처리적 적응에 관한 연구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였고, 인지과학의 초창기의 체스나 게임 프로그램 등과 70년대 이후의 전문가시스템 연구 등은 인지과학 연구의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다. 따라서 인지과학 연구에서 순수이론 연구와 응용 연구를 구분하고 차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응용인지 연구는 인지과학연구의 기초이론과의 발전과 검증에 중요한 한 부분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간의 각종 전문가시스템 연구나, HCI (Human Computer Interaction) 연구, 인간공학적 연구, 교육공학 연구를 포함한 인지공학적 연구들은 지능적 시스템의 개발은 물론, 각종 생활 장면에서 효율적으로 학습, 인식, 기억, 판단, 추리, 결정하는 인간 인지체계의 이론적 모형과, 각종 문화적, 문명적 이기 (利器)인 인공물들 (artifacts)의 효율적 활용에 대한 실용적 모형을 제공해 주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인간의 감성적 측면을 고려한 인공물과 정보환경의 디자인과 활용의 인지과학적 개념화가 중요한 문제로 부각된다 (이구형, 1999). 응용적 인지과학의 연구가 보다 더 발전되면, 미래에는 정보 공간, 사이버 공간에서의 인지적, 정보적 공간과 거리 (타인의 정서적, 인지적 안정감을 해치지 않는) 개념의 재구성과 조정이라든가, 적시에 적절한 정보를 다량으로 빨리 훑어보고 즉각 선택, 추출하는 인지적 기술과, 이에 부합되는 최적 환경을 디자인하는 기술, 개개인 또는 집단이 각종 정보환경에서 효율적으로 사고하고 문제해결하는 인지적 기술 등의 인지생태학 (cognitive ecology)적 응용기술이 발전되리라 본다
<청년기 현재의 종합>: 이상에 열거한 새로운 접근들은 전통적 정보처리적 패러다임의 인지주의와는 다른 관점에서 인지과학의 기초를 재구성하여야 할 필요성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하여도 이러한 새 접근들은 서로 경계가 확연하지도 않고 중첩된 부분이 많으며, 어느 하나가 옳다든지, 어느 하나가 모두를 다 설명할 수 있다든지, 서로 모순된다든지 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마음과 인지에 관하여, 서로 다른 점을 강조하고, 다른 방법을 사용하고, 다른 설명 수준에서 접근하는 것일 뿐이다. 이러한 여러 접근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인간의 인지는 어느 하나의 접근에 의해 모두 설명될 수는 없다고 본다. 현재 제시된 여러 접근 중에서 어느 한 접근이 다른 모든 접근들을 대치할 수 있다기보다는, 서로 다른 설명 수준에서 더 좋은 설명을 줄 수 있는 것 같다. 여러 설명적 접근들이 서로를 보완하고, 또한 새로운 접근에 자극 받아 기존의 접근들이 문제점이 더 적은 방향으로 재구성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과학적 이론틀들의 발전 과정이라고 하겠고, 그러한 과정을 인지과학이 현재 거쳐 나가고 있다고 하겠다.
<전망: 인지과학의 청년기 이후의 과제>: 인지과학은 마음, 두뇌 컴퓨터를 연결하여 인간 마음을 비롯한 지(知) 체계의 본질을 밝히려는 학자들의 자연적인 지적 호기심에서 진화적 과정을 거쳐 점진적으로 형성되었고, 그 이론체계와 방법론적 틀, 그리고 경험적 증거들을 기초로 하여, 그리고 인지과학적 물음들의 본질적 중요성과 의의로 인하여 20세기의 핵심 과학으로 발돋움하였다. 인지과학은 21세기의 다른 어떤 학문들보다도, 주변 학문들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으며, 인간, 신체, 마음, 환경, 정보 및 정보처리 활동, 과학, 세계에 대한 기존 관점들의 재구성을 초래하고 있다. 인지과학이 출범하여 이와 같이 21세기의 핵심과학으로 자리 잡는데는 튜링기계 이론에 기초한 고전적 계산주의의 힘이 컸다. 계산주의에 힘입어 인지심리학과 언어학과 컴퓨터과학이 연결될 수 있었고, 오늘날과 같은 폭넓은 학제적 연구가 가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인지과학 연구 경향은 전통적 고전적 계산주의 (물리적 상징체계 이론)가 더 이상 인지과학을 독점하지는 않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전통적 계산주의가 인지과학에서 중심적 위치를 내주었다는 말은 아니다. 전통적 계산주의, 정보처리적 관점은 아직도 인지과학의 주류를 활발한 생산적인 연구를 통해 이끌어 나가고 있다. 컴퓨터 은유의 계산적 접근은 인지과학자들이 마음의 구조와 과정에 대해 좋은 아이디어를 얻게 하였고, 다른 어떠한 이론적 접근보다도 상세하고 정확한 설명과 기술을 도출하게 하였고, 행동주의적 일원론도 아니고, 신비적 이원론도 아닌 관점을 도입할 수 있게 하였으며, 계산적 가설을 세우고 이를 시뮬레이션을 하여 검증하는 좋은 방법론을 제공하였다. 이러한 계산적 접근의 결과로 우리는 마음의 과정들이 얼마나 복잡한 것인가에 대한 인식을 얻게 되었으며, 동시에 그 계산적, 시뮬레이션적 이론과 방법의 한계와 가능한 성과의 양면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한때 전통적 계산주의를 대치할 것 같은 기세를 보였던 연결주의의 세력도 그 한계가 거론되었고, 다소 정체 상태를 거쳐, 이제는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로서 다른 새로운 접근과의 유대가 시도되고 있다. 연결주의란 동역학체계적 접근의 형성을 위한 중간단계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고 (van Gelder, 1997), 신경과학과의 새로운 형태의 연계도 시도되고 있다.
연결주의를 비롯한 새로운 접근들은 본질적으로 ‘마음’의 개념, ‘인지’의 개념의 확장의 시도들이라 볼 수 있다 (Bem & Keijzer, 1996). 전통적인 정적(靜的), 협의의 마음의 개념을 넘어서서, 물리적/사회적 환경에서 구체적인 몸에 구현된 마음으로서, 비표상 체계마음으로서, 환경과 상호작용할 때에 비로소 존재하게 되는 마음으로서, 많은 생득적, 본유적, 정적 지식이 내장된 체계로서의 마음이 아니라, 최소한 지식/표상을 지니고 있지만, 환경과의 상호작용 행위 가운데서 매 상황에 대한 역동적 적응반응들이 연계되어 이루어지는 순간적 앎 (moments of knowing)의 연결들로서 많은 것을 이루는 마음으로서, 여러 다른 마음들 (multi-agents)에 의해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으로 제약되고 결정되는 마음, 유전자 알고리즘의 원리에 의해 결정되는 마음으로서의 개념적 확장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앞 절에서 언급된 바처럼, 환경에 상황지워진 인지의 문제를 다루는 문화적 접근, 생태학적 접근, 현상학적 접근, 동역학체계적 접근, 진화론적 접근 등이 기존의 접근에 대한 보완적 접근으로서 첨가되고 있고, 미래 전망이 유리한 접근으로서 연결주의와 동역학체계 접근의 접합, 또는 연결주의와 진화론적 접근의 접합적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가장 유망한 접근은 인지신경적 접근과 진화이론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인지신경적 접근은 고전적 인지과학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하였던 주제들에 대하여, 또는 인지-행동적 수준에서만 제한적으로 기술하고 설명하였던 심적 현상에 대하여 새로운 기술 및 설명을 제시하고 있으며 급격한 이론적 발전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진화이론적 접근 역시 이러한 인지신경적 접근과 그리고 문화사회적 접근과의 연결을 통하여 인지 현상에 대한 기술과 설명의 개념적 폭을 확장시켜주고 있다. 이 두 접근의 발전이 인지과학의 미래의 경험적, 이론적 발전을 주도하리라 본다.
이러한 다양한 접근들은 인간의 마음, 인지 현상에 대한 재개념화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인지과학의 개념적 기초 (conceptual foundations)에 대한 재구성을 강요하고 있다. 인지과학자들의 상당수가 종래에는 어느 한 접근에 안주하여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점점 더 다원적 설명 수준에서 다원적 접근을 연결하거나 통합하여야 하는 외적 절박감이 연구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방법론적으로도 예전과 같이 어느 한 방법만으로 영향력 있는 연구를 수행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특히 신경인지과학적 연구 방법의 중요성이 점증하고 있다. 신경인지과학적 연구기법의 장래의 발전은, 기존의 인지과학이 지니고 있던 물음들과, 현상에 대한 분류체계 등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관점, 새로운 범주, 새로운 물음들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Solso, 1997). 인지과학의 미래는 타학문과의 연계성의 증대와, 그 발전 속도의 빠름으로 인하여 정확히 예측하기가 힘들다고 하겠다. 그러나 현재의 진행되고 있는 인지과학 연구의 전반적 흐름을 근거로 예측할 수 있는 것의 하나는, 이러한 새로운 접근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인지심리학, 인공지능학, 신경과학, 물리학, 철학, 언어학, 수학, 인공생명학, 로보틱스, 진화생물학, 인류학, 동물행동학 등의 연구들이 서로 간의 경계가 없이 ‘자연적 마음’, ‘인공적 마음’의 과학적 이해와 실제적 구성을 위해 하나로 수렴되어 가며 (Franklin, 1995) 인지과학이 21세기 과학의 핵심이 되는 모습이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인지과학의 미래의 모습이다.
이러한 인지과학의 역동적인 모양을 볼 때에, 이제는 학제적이지 않고는, 즉 다른 학문과의 연결이 없이는 어느 한 학문만으로는 인지과학을 한다는 것이 만용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인지의 본질을 안다는 것이 초기의 계산주의자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단순한 이론체계를 적용하여 이룰 수 있는 작업이 아니라는 생각이, 그리고 인지과학이란 끊임없이 변화, 진화하는 포괄적 학문이란 생각이 깊어진다. 앞으로의 갈 길이 멀음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옛날 19세기의 심리철학이나, 행동주의 심리학이나, 고전적 계산주의나, 초기의 연결주의와 같은 좁은 관점을 벗어나서 보다 넓은, 보다 다양한, 보다 적절한 (relevant) 종합적인 관점을 지닐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가능성과, 우리의 그 동안의 무지를 조금이라도 더 줄일 수 있게 된다는 가능성에, 앞으로 펼쳐질 인지과학 연구에 고무될 수도 있다.
인지과학은 지금도 수많은 학문들이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종합되어 끓는 소용돌이의 용광로와 같은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용광로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형성되어 나오는 산물들은 인간의 생각과, 현실적 응용기술 문명과, 과학의 형태를 새로운 모습으로 계속 바꾸어 놓으리라고 예측된다.
2. 한국인지과학에 대한 회고와 전망 (A short history of and a prospective perspective on Korean Cognitive Science)
<한국인지과학회의 창립 배경>: 심리학, 언어학, 철학, 인공지능학 등의 분야에서 독립적으로 연구를 수행하던 국내학자들은 1980년대 초에 인지과학이라는 종합적 틀 내에서 학제적 연구를 수행할 필요를 느끼고 있었다. 최초의 인지과학관련 국내 모임은 이정민 교수 (서울대, 언어학)가 서울대학교 어학연구소 주최로 1986년 2월에 개최한 ‘전산언어학 및 인지과학 세미나’였다. 이는 국내 최초의 전산학, 언어학, 심리학, 철학 등의 연구자가 함께 모인 자리였다. 한편 1985년 10월이래 서울대의 조명한 교수(심리학)와 이정모가 대우재단 측과 몇 차례의 접촉을 한 결과, 1986년 6월부터 조명한 교수를 비롯한 16인의 교수가 대우재단으로부터 ‘인지과학의 제 문제’라는 제하의 공동연구 지원을 받게 되었다 (연구 책임자: 조명한). 이것이 국내의 최초 공식적 인지과학 연구모임의 출발이 되었다. 대우재단 지원 인지과학 공동연구 모임의 초기 구성원은 심리학 4명 (조명한, 이정모, 김정오, 정찬섭)과 철학자 3명 (소흥렬, 정대현, 김영정), 언어학자 3명 (이기용, 이정민, 이익환; 이정민 교수는 UCLA 체제로 실제 모임에는 참여 못함), 전산학자 3명 (최기선, 이일병, 유석인; 후에 유석인 교수는 사퇴하고, 당시 귀국한 김진형 교수가 대신 참여함) 사회학자 1명 (이병혁)으로 이루어졌었다. 이 연구 모임은 격주로 열려 각 연구자들의 발표를 듣고 학문간의 개념적 의사소통과 이론적 지평의 확산과 토론의 장을 펼쳤다. 이 모임은 1987년 6월 13일의 심포지엄을 끝으로 막을 내렸으며 한국인지과학회의 모체가 되었고, 그간의 연구결과가 ‘인지과학: 마음, 언어, 계산’이라는 제목 하에 대우학술총서의 하나로 출간되었다 (조명한, 이정모, 소흥렬, 김영정, 정대현, 정찬섭, 김정오, 이익환, 이기용, 이병혁, 이일병, 최기선, 1989). 무엇보다도 이 모임은 전산학, 심리학, 철학, 언어학, 신경과학, 사회학 사이에 그 이전에는 없었던 ‘인간적, 학문적 유대’를 생겨나게 하여 오늘날과 같은 인지과학회 내의 학제적 연결망이 형성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는데 큰 의의를 둘 수 있다.
이어서 1987 8월에 창립된 한국인지과학회는 소흥렬 교수 (당시 이대, 철학)를 회장으로 하여 출범하였다. 한국인지과학회는 초기부터 여러 학문분야의 학자들이 참여하여 국내 최초의 학제적 종합학문의 면모를 갖추었다. 초기의 주요 사업으로는 월례발표회, 학회지 ‘인지과학’ 발간, 뉴스레터 발간, 연차학술대회 개최 등이 있었다. 1988년의 제2기 조명한 회장단에 의해 펼쳐진 사업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찬섭교수(연세대, 심리학), 이익환 교수 (연세대, 언어학)등이 제안하여 추진한 한글날 기념 ‘한글 및 한국어 정보처리 학술대회’였다. 인지과학회와 정보학회가 처음부터 공동 주최한 이 모임은 인지과학회의 중심 학술대회로 자리잡게 되었다.
<학회 사업과 발전 경과>: 인지과학회 초기의 사업으로는 연차학술대회 (제1회: 1988, 12. 연세대) 개최, 학술잡지 ‘인지과학’ 발간, 월례발표회 개최, 공동연구 추진, 뉴스레터 ‘인지과학소식’ 발간 (격월간) 등이 있었으며, 대우재단으로부터 학술연구지원비를 받아 ‘표상’이라는 제하의 공동연구를 비롯한 학회 사업을 수행하였다. 학회 초창기에는 춘계 및 추계 학술대회의 년 2회의 학술대회가 개최되었고 정기적 월례회도 개최되었으나 점차 월례회는 없어지고, 연차대회는 춘계학술대회와 10월의 한글 및 한국어 정보처리 학술대회의 2개의 대회로 고정되었다.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진 이유의 하나는 인지과학을 구성하고 있는 관련 학문 분야 내의 연구 집단 모임들이 활발해졌던 것이었다 (특히 정보과학회 산하 인공지능연구회와 한국언어학회 산하 형식문법이론연구회 (현 한국언어정보학회의 전신)의 발전). 이러한 하위연구 집단들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충분한 학제적 틀을 지니지 못하고 한 분야의 전공자들 중심으로 활동이 이루어졌으나, 타 연구모임이나 한국인지과학회와의 연계를 통해 국내 인지과학의 발전의 기초가 되었다. 인지과학 관련 연구 모임들은 86년의 대우재단지원 공동연구 모임 이래로 여러 모임들이 대학에서, 학회 차원에서, 대우재단 지원 독회 또는 연구회의 형태로 이루어졌다. 서울대 인지과학 집담회, 이대 철학과 중심의 인지과학 연구모임, 인공지능연구회, HCI학회, 한국생성문법학회, 한국언어정보학회, 형식문법이론연구회, 담화인지연구회, 대우재단 지원 ‘마음과 뇌, 그리고 인공지능’ 공동연구 모임, 언어습득연구회, 생물정신의학 연구회, 담론이론 연구회, 인지발달 연구모임, 인지공학연구회, 정서연구 모임 등의 연구모임이 인지과학관련 연구가 발전되게 하는 바탕이 되어왔다. 1999년에 과학재단에서 인지과학이 학문 분류체계에서 복합과학으로 공인 분류된 이래, 학술진흥재단에서도 복합과학으로 분류 공인되어서 인지과학의 국내 학계에서의 과학으로써의 공식적인 위치가 확립되었다고 할 수 있다.
<회원 현황 및 학회 사업>: 현재 한국인지과학회는 1999년 월 현재, 480여명 회원이 등록되어 있다. 학문별 회원 구성분포를 보면, 대략적으로 철학 7%, 심리학 13%, 인공지능학/컴퓨터과학 45%, 언어학 27%, 신경과학 1%, 기타 7%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 추진되고 있는 사업은, 년 4회 학술지 ‘인지과학’의 발간, 봄의 연차학술대회와 10월의 ‘한글 및 한국어정보처리’ 학술대회의 개최, 정기적 뉴스레터 발간(격월간), 인터넷 홈페이지 및 자료기반 구축, 인지과학 학술강좌 개최, 국내 대학 인지과학 과정들의 연대 및 확장 추진 등이 있다. 1996년에 학회 회원들은 인지과학의 응용적 확장 시도인 ‘소프트과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발하는 데에 기여하였고, 과기처가 국책사업으로 추진한 소프트과학기술 개발 사업의 여러 하위 과제들에 참여하여 왔다. 또한 1998년이래 뇌과학 연구 사업에 학제적 팀으로서 참여하고 있다. 1991년이래 진행된 감성공학 연구 사업에도 학회 회원들이 많이 참여하여 왔다. 또한 국내에서 인지과학의 연구주제 중, 특정 주제에 대한 학제적 연구가 활성화됨에 따라, 그러한 연구 주제 중심의 소연구회(SIG: Special Interest Groups)들이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다. 이미 활발한 활동을 하며 국제적 학회를 개최한 기존의 '시각 연구회 (Vision SIG)'에 추가하여 2002년도에는 '학습/교육 인지 연구회(Learning/Education SIG)', '언어인지 연구회(Language SIG)', '사고력 연구회(Thinking SIG)' 등의 소 연구회가 구성되어 활동을 시작하여 국내 인지과학적 연구의 발전에 새로운 계기를 맞고 있다.
<학술잡지 및 관련 서적 출판>: 한국인지과학회의 기관 학술지 ‘인지과학’지가 1989에 창간되어 매년 두 호를 출간하였고 (1991과 1992는 각 한 호만 제작), 1996년부터는 매년 네 호를 발간하고 있다. 1994년의 철학연구회와의 공동학술대회 ‘철학과 인지과학의 만남’의 논문은 ‘철학연구’ 34집으로 발간되었다. 또한 대우재단학술총서로 발간된 ‘인지과학: 마음, 언어, 계산’이 1989년에 출간된 이후, 인지과학 관련 번역서와 단행본 저서가 10여권 출간되어 있고, 교재용 서적들이 연세대의 인지과학 팀 (대우재단 지원)과 서울대 인지과학 팀에 의해 추진되어 출판되었다. 일반 출판사에 의해 인지과학 관련 저서와 역서가 많이 출간된 분야는 철학과 언어학 분야이었다.
<대학의 인지과학 강좌, 대학원 과정>: 80년대 말부터 시작하여 국내 몇 대학에서 인지과학 강좌를 학부의 교양강좌로 개설하게 되었다. 1989년 1학기에 성균관대학교에서 ‘인지과학’ 강좌가 개설된 것을 시초로 하여, 연대(1990), 고대(1991), 서강대(1996)에서 교양강좌가 개설되었고, 서울대에서는 9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인지과학 관련 교수들의 정기적 집담회를 기반으로 하여 ‘언어와 인지’(1991)의 강좌가 개설되었다. ‘인지과학’ 대학원 협동과정의 탄생은 1994년 가을에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의 3개 대학에 개설 허가가 교육부에서 났고, 95년 1학기에 연세대의 석박사과정과, 성균관대의 석사과정에 학생들이 입학하여 정식으로 인지과학 협동과정이 시작되었다. 이어서 서울대는 95년 2학기에 인지과학 강좌를 개설하였고, 부산대도 인지과학과정 인가를 받아, 96년도 1학기부터는 서울대의 석박사 과정에, 부산대의 석사 과정에 학생들이 입학하였고, 1997년에는 부산대에서 박사과정도 시작되었다. 현재 이 4개 대학 인지과학 협동과정에 도합 70여명의 대학원생들이 재적하고 있다. 인지과학과정 설립 초기의 학생들은 비교적 이론, 개념 중심의 공부를 하였지만, 최근에는 구체적 연구 프로젝트 중심으로 인지과학의 실제에 참여하는 경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서울대와 연세대에서는 학내 인지과학연구소와 연계되어 협동과정 참여교수와 학생들의 연구와 학술적 토론의 마당이 이루어지고 있다. 2002년에 서강대 조숙환 교수 (언어학)의 적극적 지원 하에 인터넷 상에서 이루어진 인지과학 학생회 (cafe.daum.net/cogsci)의 출발은 인지과학 관련 정보의 국내 교환센터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인지과학 연구소>: 1989년 8월에 학교간 연구센터로 인지과학연구센터를 연세대학에 설립하고자 15인의 전국 각 대학 인지과학자들이 과학재단에 지원서를 제출하였으나 성사되지 못하였다. 그 후에 1995년 5월에 건국대 산업기술연구원 부설 인지과학연구센터가 처음 설립되었고, 1996년 6월에 국내 최초의 독립적 연구소인 인지과학연구소가 연세대에서 15개 이상의 학문분야의 교수들이 참여하여 출범하였고, 서울대에서도 1997년도에 인지과학연구소가 설립되었다. 건국대의 인지과학연구센터는 교내 사정으로 인해 그간 폐소되었다. 두 대학의 인지과학연구소는 인지과학 협동과정이 지닐 수 있는 강의 위주의 접근의 단점을 보완하고, 프로젝트 연구 중심의 접근을 가능하게 하고 있으며, 이러한 연구 프로젝트 수행과 특강 또는 콜로퀴엄의 운영을 통해 국내 인지과학 전공자들의 연결을 강화하고, 대외적으로 인지과학의 주요성과 지위를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적 협조와 국내 학회 간 연결>: 국제적 수준의 학회 개최로는 1991년에 한국과학재단과 미국과학재단의 지원 하에 서울에서 개최된 ‘한미인지과학학술대회’가 있었고, 1997년 8월에는 서울대학교에서 제1회 ‘국제인지과학회’를 한국이 주관하여 개최하였고, 아시아 국가들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참여하여 성공적인 학술대회가 이루어졌다. 국내적으로는 인접학회와의 연계적 노력도 이루어져, 89년이래 매년 10월에 개최되는 ‘한글 및 한국어 정보처리 학술대회’는 10년간을 정보과학회와 공동으로 이루어져 왔으며(매년 평균 50여 편의 논문; 연구영역 : 한글 형태소 분석, 한글 문자인식, 기계번역, 한글정보검색, 언어사용의 실제 등), 1992년에 언어학회와 연계하여 SICOL (서울국제언어학회) 대회를 개최하였다. 1994년에는 연차학술발표대회를 철학회와의 공동 학술대회로 개최하였다. 한편 전산학 전공 회원들 중심으로 참여하고 있던 정보과학회에서는 본 학회 회원들이 인공지능연구회 등의 정보과학회 산하 연구회에서 주도적이며 활발한 연구 활동을 벌였고, 본 학회 회원들의 이러한 활동이 HCI (Human-Computer Interaction)학회의 학문적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외에 감성과학회, 뇌과학회, 심리언어학회, 한국과학기술원 뇌과학연구센터의 발족에도 본 학회의 여러 분야 전공자들이 함께 관여하였다. 또한 전산학과 언어학에서 언어정보 처리를 연구하며 교류하던 회원들은 한국어정보처리연구회를 발족하고 세종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어 및 한글 정보처리 연구에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연구 추세>: 국내 인지과학의 연구 추세를 몇 가지 측면에서 논한다면, 하나는 보다 구체적인 학제적 연결 시도의 증가이다. 소프트과학 연구, HCI 연구, 뇌과학 연구, 언어습득 연구, 인지신경 연구, 인지공학, 감성공학 응용연구 등에서 이전보다 학제적 연구의 필요성 인식이 증가되고, 구체적인 연결 연구가 증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공학적 연구, 응용적 연구 분위기의 확장이다. 소프트과학 연구, 감성공학 연구 등의 공동 프로젝트나, 인지과학 전공자의 개별 연구를 통하여 보다 구체적인 응용인지과학적 연구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가장 빠르게 연구 활동의 폭과 속도가 증가되고 있는 것은 신경과학과의 연결의 확장이다. 97년의 뇌과학 프로젝트의 출발을 계기로 하여, 신경과학과 인지과학의 접근이 더욱 밀접하여지고, 여러 가지 공동연구와 개별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국내에서 뇌연구를 통한 인지신경과학적 접근이 연구자 수준에서 그리고 대학원 교육과정 수준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또한 그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과제와 전망>: 한국인지과학회의 앞으로의 과제는 국내적으로는 인지과학 연구 인프라의 구축이 가장 시급하다. 외국에서는 한 대학이 100여명의 인지과학 학생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인지과학과에 3-40여명의 교수진이 있으며, 인지과학 단과대학 또는 학부가 있고, 유수한 대학에는 모두 인지과학연구소가 있고, 인지과학이 해외국가의 과학재단의 핵심지원 분야의 하나로 되어 있는 현황을 뒤쫓아가려면, 국내 대학 교육과정과 연구소 등에 인지과학의 인적, 교육제도적, 연구체제적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선결되어야 할 것은 아직도 과학의 본질에 대하여 물질 중심의 낡은 전통적 과학관에 매어 있는 과학정책 관련자, 학교행정 관련자, 고교교사들에 대한 계몽이라 하겠다. 연구 주제 측면에서는; 마음과 知에서의 정서의 역할에 대한 연구, 의식의 본질에 대한 연구, 상황지워진 적응으로서의 인지의 연구, 물리적-사회적 환경이 인지에 주는 영향에 대한 연구, 역동적 체계로서의 마음과 지능에 대한 연구 등의 연결 연구, 뇌과학과의 연결 연구 등이 앞으로 연구되어야 할 큰 과제이다. 이러한 주제들에 대한 연구들이 국내 인지과학계에서 활발히 이루어질 때 미래의 한국 정보화사회의 기반과학으로서의 인지과학의 위상이 확립될 것이다.
3. 요약과 종합 (Summary and Conclusion)
인지과학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인지과학 패러다임 일반에 대한 문제와 한국 인지과학의 문제의 둘로 나누어 아주 간략한 표피적인 되새김과 내어다 봄을 전개하였다. 전통적 계산-표상적 정보처리 관점이 인지과학의 발전을 가져왔으나 문제점들은 아직 남아있다. 정서, 의식, 상황적 인지 등의 설명에는 전통적 입장 이외의 입장을 도입한 수정이 필요하다. 보다 더 좋은 설명을 도출하기 위하여 여러 학문 분야의 보다 적극적인 통합의 노력이 필요하다. 심리학적, 계산학(전산학)적, 신경생물학적, 철학적, 언어학적, 인류학적 연구들의 더 진전된 통합의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론적(개념적)으로, 방법론적으로, 경험자료적으로. 서로 다른 분야에서 다른 경험적 방법으로 발굴된 결과 자료들의 연결 통합이 필요하며, 현재 그런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하겠다. 또한 의식에 대한 연구에서는 이러한 행동적, 신경학적 자료 이외에 인간의 주관적 경험 자료도 첨가되어야 할 것이다.
보다 넓은 통합이 요청되는 인지과학 자체는 현재에도 그 출발 당시에 못지 않은 패러다임적 소용돌이와 기본틀의 재구성 시도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앞으로 어떠한 틀로 변형되어 갈 것인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소흥렬 (1999) 교수가 지적하는 바와 같은 측면이나, Bechtel과 Graham(1998)이 지적한 바와 같은 두뇌로의 downwards-pull과 환경으로의 outwards-pull을 어떻게 개념적으로, 경험적으로, 인공시스템에의 구현적으로 조화하여 갈 수 있을지는 쉬운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또한 현재 너무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사이버 공간에서의 인간 마음의 발현과 되결정되어짐은 인지과학이 다루어야 할 또 다른 광대한 마음의 지평이 될 수 있다. 인지신경과학의 대가의 한 사람인 M. Gazzaniga는 ‘(전통적 의미의)심리학은 죽었다. 인지심리학, 신경과학, 인지과학의 구별이란 의미가 없어졌다’는 의미의 말을 이미 하고 있다. 분명히 앞으로의 인지과학의 학문적, 제도적 틀이 크게 변화될 것임은 예감된다. 그러나 어떤 모양의 어떤 지도의 인지과학이 될 것인가는 예측하기 어렵다. 인지과학이 어려운 학문임이 절감된다. 그렇기는 하지만 종래의 인문과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을 모두 엮는 이 지적 소용돌이의 핵심에 인지과학이 놓여있다는 것과, 바로 그 소용돌이의 한가운데에 우리가 서있다는 것에, 우리는 계속되는 지적 흥분과 끈임 없는 지적 탐구에의 욕심을 멈출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한 지적 흥분과 탐구를 계속 유지하고 보다 좋은 탐구결과를 얻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의 학문적 지적 환경의 조성에 대한 적극적 관심과 실제적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 내용을 계속 추적하고 이야기를 터야 할 것이다. 어떤 한 분야의 이론이나 방법, 연구 결과만 공부하는 사람들은 마음에 대한 보다 넓은 이해를 놓지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분야 학문의 창의적 발전도 놓질 수 있다.
인지과학의 학제적 본질, 학문적 성향을 잘 나타내어 주는 것이 McCorduck이 사이버네틱스의 창시지 Nobert Wiener를 기술한 글에서 드러난다.
“그는 과학의 경계선 영역에서 일하기를 좋아하였다. 기성의 확립된 여러 학문분야 사이의 소유자가 없는 땅 (no-man's land)에서. 그에게는 특정 학문의 특정 분야에의 전문화, 특수화는,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과학을 하는 길의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였다. 자기 자신의 학문 영역에서의 전문가이면서도, 동시에 그의 이웃 학문 영역에 대하여 철저하고, 온전하고, 훈련된 지식과 그 분야에서의 지적 관습에 친숙한 그러한 여러 영역의 과학자들이 동아리를 이루어 동반자 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과학에서 가장 흥미있는 문제들을 접근하는 적절한 수단인 것이다.” “ 과학의 뒤 안 숲의 어느 한 곳에서 함께 일하며, 어떤 위대한 관리자적 과학자에 종속되어서가 아니라, (새로운) 영역을 하나의 전체로써 이해하고, 그러한 이해에 도달하기 위하여 서로 힘을 빌려주고자 하는 갈망, 아니 영적 필요성 (spiritual necessity)에서 함께 협동하는(Wiener, 1961)" (McCorduck, 1979, 43-44쪽) 그러한 과학자들이 인지과학자들인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한국의 인지과학의 학문적 분위기 개선을 위한 노력을 계속 ‘함께, 협동적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분할된 개별 학문의 울안에서의 연구에 안주하지 않고, 인지과학의 본질인 ‘학제적 특성’을 살리기 위한 계속된 능동적 협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학제적 협동의 깊이 있는 공동 작업을 통해, 계속 빠르게 변화해 가는 해외의 인지과학의 패러다임적 변화의 추수적(follow-up) 수입의 단계를 넘어서서, 우리 나름대로 좋은 설명적 틀과 이론과, 구현 결과를 이루어 내야 할 것이다. 나 자신의, 우리들의 마음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
< 참고 문헌 (Reference) >
데넷, 다니엘 (지음), 정대현, 이정모, 이태수, 윤보석, 김기현, 이병덕 (옮김) (2002). 의식의 과학적 탐구: 철학적 장애를 넘어서서 . 서울: 아카넷.
소흥렬 (1999). 인지과학의 철학적 전망. 1999년도 한국인지과학회 춘계 학술대회 발표논문집. 3-5.
이구형 (1999). 인간중심의 기술과 제품 개발을 위한 인지과학. 1999년도 한국인지과학회 춘계 학술대회 발표논문집. 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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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글은 1999년도 한국인지과학회 춘계학술대회의 대회발제사의 글에 바탕한 것이다.
This article was based on the plenary talk given at the '99 Annual Conference of Korean Society for Cognitive Science.
2) 성균관대학교 심리학과/ 인지과학과정
Deptartment of Psychology / Cognitive Science Graduate Program, Sungkyunkwan University, Seoul, South Korea
연구분야: 인지심리학 (언어이해)
주소: 서울시 종로구 명륜동 3가 53, 성균관대학교 심리학과 (우) 110-745
전화: 02-760-0490 FAX: 02-760-0485
E-mail: jmlee@yurim.skku.ac.kr
; web: http://cogpsy.skku.ac.kr/engtop.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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